환자친분-공정경쟁 딜레마
- 정시욱
- 2005-01-26 06:3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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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약사, 이 할머니 동네에서 오래 사신 분인데 약값 좀 깍아줘. 어렵게 혼자 사시는 분인데 인정상 돕고 살아야지"
지난주 금요일 취재차 방문한 모 약국에서 평소 약사와 친분이 두텁다고 자부하는 00동장이 서스럼없이 약사에게 부탁을 한다.
그러나 막상 다른 환자들도 조제를 기다리고 있어 할머니만 봐주기도 멋적은 약사는 "조제료를 깍아줄 수는 없다"며 대신 드링크를 무료로 제공했다.
평소 서비스 드링크를 주지않던 약국이었지만 할머니만 드링크를 드리기 미안하다며 약사는 대기환자들에게 박카스를 한병씩 꺼내줬다.
환자들이 모두 나가고 기자와 마주한 약사는 "가뜩이나 서비스 드링크 문제나 조제료 할인이 민감한 시기에 이런 모습 보여 죄송하다"고 말한다.
막상 약국간 공정경쟁을 부르짓던 기자도 어쩔수 없는 상황에서 약사의 선택을 평가할 수는 없는 입장이었다.
그 약사는 "맨날 마주치는 주민들인데도 무정하다 소리를 듣더라도 서비스 드링크나 조제료 할인은 하지 않았었다"며 "그러나 이런 경우에는 할 수 없이 드링크를 주거나 약값을 안받는 경우도 생긴다"고 말한다.
"사람간 인정과 공정거래라는 두 가지 화두 중에 굳이 선택하라면 어떤 것을 선택하겠나"라는 약사의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
또 이 약국에서 조제료 깍아준다는 소문이 나면 동료 약사들로부터도 보이지 않는 '왕따'를 당한다는 걱정이 앞선단다.
많은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상습적으로 조제료를 할인하고 서비스 드링크를 제공하는 약국들과는 분명 차이가 있는 모습이다.
인정을 무시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약국간 공정거래를 무시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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