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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환자 주머니보다 마음을 잡아라"

  • 홍대업
  • 2007-11-06 06:42:56
  • 대구 성도약국 "어서 오이소, 할매"…'단골'을 '가족'으로

성도약국은 주변으로부터 '알찬 경영'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어서 오이소, 할매.” “저 윗집 이씨 할매, 세상 빌었다미.” “며칠 전 아침에도 안 봤습니꺼. 갑자기 그래 됐다캅디더.” “아이고 마, 나도 죽을 복은 잘 타고나야 할긴데.”

대구 동구 율하동 성도약국의 일상적인 풍경이다. 성도약국은 황재은 약사(48·효성카톨릭대)가 17년째 운영하고 있는 전형적인 동네약국.

동네약국 생존비법은 '환자중심 경영'

한 곳에서 17년이란 세월을 보내면서 남는 건 돈이 아니라 소위 ‘단골환자’인 이웃뿐이다. 그런 탓에 황 약사는 약국경영의 제1원칙은 ‘환자의 주머니보다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것이 동네약국이 살아남는 비법 아닌 비법이라는 것이다.

성도약국을 방문하는 고객은 70% 이상이 노인환자. 2∼3년전 인근에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면서 젊은 층들이 빠져나가고, 그 자리를 노인들이 메웠다.

처방은 하루에 30건 정도. 대부분 장기처방환자다. 반경 100여 미터 내에 의원 5∼6곳이 포진해 있지만, 모두 문전에 1∼2개씩 약국들이 들어서 있다. 그 덕분(?)에 오히려 대구 시내 대형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환자들이 성도약국으로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

성도약국의 황재은 약사.
이에 따라 주요 메이커 외에 일부 품목들은 구비돼 있지 않기도 하다. 이런 경우 친분이 있는 인근 약국에서 필요한 약을 빌리거나 급히 도매상에 연락을 취한다.

성도약국을 찾는 단골환자를 그냥 돌려보내는 것만큼 속상한 일이 없는 탓이다. 더구나, 약국을 찾는 환자들이 황 약사에 깊은 신뢰를 보내고 있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조제시간이 반나절 정도 늦어져도 불편함을 느끼거나 불평을 하는 환자들은 찾아볼 수 없다. 또, 다급하게 약을 복용해야 하는 경우도 없어 황 약사의 심적 부담을 적잖이 줄여준다.

"환자는 돈이 아닌 사람"…이웃집 경조사도 챙겨

“저희 약국을 찾는 환자들은 장기처방환자인데다 아주 급하게 약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런 탓에 반나절 정도 기다려주는 배려나 부탁은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에요. 바로 이웃인 때문이죠.”

황 약사의 말대로 그는 실제로 이들과 함께 생활한다. 며칠 전 폐지를 주워 생활하던 이씨 할머니의 부음에 가슴 아파하는 것도 그렇고, 어릴 적부터 봐오던 이웃집 처녀의 결혼식에도 참석한다.

“환자는 돈이 아니라 사람이죠. 그렇기 때문에 조제하는 약사의 마음이 전해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 환자의 치료효과도 있기 때문입니다.”

황 약사는 일반약 매약과 관련해서는 환자의 주머니 사정에 따라 권매한다. 뻔히 살림살이를 알고 있는 처지에 가난한 환자에게 비싼 메이커약을 권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환자의 요구와 경제사정에 따라 가능하면 저렴하면서 치료효과가 좋은 약을 추천한다. 환자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복약지도를 한다면 소위 플라시보 효과가 훨씬 크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이와 관련 환자에 대한 약제서비스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성분명처방’ 시범사업이 무난히 진행돼, 본 사업이 전격적으로 실시될 필요가 있다고 황 약사는 강조하기도 했다.

성도약국의 경우 처방건수가 많지 않아, 일반약이나 의약부외품 판매에도 어느 정도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 15평 남짓 되는 공간에 아기자기하게 한차류와 화장품, 염모류 등의 별도 설치대를 마련해뒀다.

성도약국의 내부전경.
재고약 해소 ‘교품 적극 활용’…‘알찬 약국’ 평가

한차류는 노인고객을 겨냥, 자양강장이나 혈당강하에 효과가 있는 구기자와 신경예민과 위궤양 등에 좋은 감초 등을 소량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슈퍼마켓이나 대형마트에서도 판매되는 염모류의 경우 40대 이후 연령대나 고령층에 타깃을 맞췄다.

화장품은 청소년과 젊은 층에 포커스를 맞춰, 2~3만원대의 기능성 화장품을 구비해 놨다. 그러나, 다품목이 아닌 아토피와 여드름에 효과가 있는 2종류만을 판매하고 있다.

어느 약국이나 그렇지만, 황 약사에게도 재고부담 해소는 쉽지 않은 문제다. 다만, 개봉된 조제약의 경우 대형병원 문전 앞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선후배와의 적극적인 교품을 통해 해결하고 있으며, 의약외품은 매월 판매량을 정확히 판단해 주문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돈을 많이 벌려면 문전으로 옮기라는 말도 있죠. 하지만, 너무 큰 매출을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동네약국으로 살아남는 비법은 ‘사람’을 좋아하고, 단골환자를 ‘진짜 가족’으로 만드는 것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성도약국은 주변으로부터 '알차다'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이유는 이 약국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고, 또 그런 환자와 깊은 교감을 통해 약력이나 병력정보를 꿰고 있는 황 약사가 있기 때문이다.

약국경영의 핵심은 그래서 환자를 '사람'으로 보고, '마음'을 잡는 것이 첫 단계라고 황 약사는 강조한다.

-독자제보-데일리팜 특별기획 '나는 이렇게 약국을 경영한다'는 독자 여러분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코너입니다. 주변에 소개하고 싶거나, 추천하고 싶은 약국이 있으면 제보해 주십시오. *데일리팜 편집부(02-3473-0833 yamaha47@dreamdru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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