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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회 '유통경보' 초강수…제약 "월권 행위"

  • 박동준
  • 2009-05-18 06:27:47
  • "부당행위 좌시 못해" vs "우월직지위 이용 길들이기"

약사회, 거래주의보로 '부당영업' 업체 명단 공개

약사회 유통정상화TF 회의 모습
지난 7일 약사회는 의약품 유통정상화TF 회의를 통해 부당한 영업행위를 한 제약사 및 도매업체의 명단을 공개하고 일선 약사들에게 거래주의를 요청하는 ' 거래주의보 발령 시스템'을 도입키로 했다.

제약 및 도매업체의 불법영업에 따른 회원들의 추가적인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업체들의 명단을 공개하고 황색, 적색, 거래경보 등의 3단계로 구분해 거래에 주의를 기해줄 것을 당부하겠다는 것이다.

황색 거래주의보 단계에서는 확인된 약사들의 피해상황을 언론이나 시·도 약사회 등에 통지하는데 그치지만 적색 주의보 및 거래경보 단계에서는 약사들의 자발적 거래중단 및 별도의 제재조치까지 강구된다.

약사회가 밝힌 주요 거래주의보 발령대상 행위는 ▲약가인하 차액보상 기피·거부 ▲약국에 부정확한 정보를 전파해 법적, 경제적 피해 발생 ▲일방적 매출 처리로 인한 허위 채무 발생 ▲신용카드 결제 거부 및 결제 수수료 요구 ▲기타 약사회 정책 방향에 반하는 각종 불합리한 거래 행위 등이다.

3개사에 '약국 불신 초래' 이유로 거래주의

이를 토대로 약사회는 최근 제약 1곳과 도매 2곳에 대해 처음으로 황색 거래주의보를 발령했다.

2곳의 도매업체는 약사회가 시·도 약사회 등을 통한 조사를 거쳐 약가인하 시 낱알 차액보상을 기피해 온 것으로 확인되면서 명단이 공개됐다.

특히 석면 탈크 의약품 파문 가운데 유통금지 명령에도 불구하고 자사제품을 판매가 가능한 것으로 홍보한 제약 1곳은 일선 약국과 약국의 의약품 안전관리 능력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초래했다는 이유로 대상에 포함됐다.

약사회의 거래주의보 단계별 대응 방향
비록 관련제약의 일련의 조치가 최종적으로 석면 불검출 판정을 받은 품목의 매출하락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고 하더라도 약국에 심각한 혼란과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상황을 연출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 약사회의 입장이다.

약사회의 거래주의보 발령 이후 해당 도매업체는 공개적으로 낱알반품 협조를 발표했으며 해당제약도 핵심 관계자가 약사회를 찾아 사과의 뜻과 해명광고를 게재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주의보, 부당영업 행위 제약·도매 공개적 압박

약사회의 거래주의보 시스템 도입의 배경에는 그 동안 약국과 제약 및 도매업체 사이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개별적 사안으로 접근해 해결코자 하는 노력에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약국과 제약 및 도매업체의 의약품 거래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개별적인 사안으로 대응해 해결하기 보다는 관련 내용을 공개적으로 약사들에게 통지해 업체들을 직접 압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약사회는 업체의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명단 공개라는 카드를 산발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화 해 거래주의보 발령 대상으로 규정한 행위 자체의 발생을 최소화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거래주의보 시스템은 내부적으로도 해당 문제가 담당 임원이나 일부의 의견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 아닌 일정한 기준 하에서 처리되는 합리적인 모양새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이 약사회의 설명이다.

약사회 관계자는 "제약이나 도매업체의 부당행위로 약국에 피해가 야기되는 상황이 좌시하기 힘든 지경까지 왔다"며 "거래주의보 시스템은 명단 공개 등을 통해 해당 업체들과 소비자인 약국 간의 관계가 빗나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 동안은 약국과 제약사 사이에 문제가 발생해도 사과공문을 요구하고 재발방지를 약속받는 선에서 그쳤다"며 "이를 개별 사안으로 담당 임원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 하에서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약계 "약사회 거래주의보 발령은 월권행위"

그러나 제약 및 도매업계는 약사회의 거래주의보 시스템 도입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의약품 유통시장에서 약국과 제약사 간의 거래는 명백한 개별 거래임에도 불구하고 이익단체인 약사회가 개입해 거래주의보 등을 발령하는 것은 월권행위라는 것이다.

A제약사 관계자는 "약사회가 거래주의보 등을 통해 제약사와 도매업체들에게 압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며 "이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월권행위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제약계는 거래주의보 시스템이 약사회가 개별 제약사를 압박하는 장치로 사용되면서 약사회의 입장에 반하거나 정책적 갈등을 빚는 등 괘씸죄에 걸린 제약사들을 공격하는 도구로 활용될 것을 강하게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제약계 일각에서는 국민건강을 책임져야 할 약사회가 제약사와의 이익관계를 고려해 거래주의보를 발령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은 약사회 ‘밥그릇 챙기기’ 밖에 되지 않는 불만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다만 제약계는 약사사회 결정이 구속력이 없다는 점에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약사회가 거래를 중단하라고 명령한다고 해서 실제 유통현장에서 그대로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약사회가 구속력을 갖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거래주의보가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도 "만일 복지부나 식약청 등 허가권자가 이같은 조치를 취했다면 제약사들이 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겠지만, 거래주의보 주체가 약사단체 라는 점에서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약국가, 거래의주의보 발령 시스템 '반신반의'

약국가에서는 약사회의 거래주의보 발령 시스템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었다.

약사회의 거래주의보 발령 시스템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약사들은 특정 업체의 불법행태가 공개적으로 드러나 다른 약국들의 피해를 방지하고 제약 및 도매업체들이 고객인 약국과의 관계에 보다 신중한 자세를 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서울의 한 약사는 "실효성을 떠나 거래주의보 대상에 포함되는 것을 반길 제약사들은 없을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활용되면 약국의 피해를 야기하는 제약사나 도매업체의 행태를 일정정도 근절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약사도 "문제가 있는 제약사들은 명단을 공개해서라도 다른 약국의 피해를 막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약국도 제약사나 도매업체에게는 고객으로서 정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권리들을 찾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반면 거래주의보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결과적으로 거래주의보가 일선 약국들의 목소리와 괴리된 채 약사화의 정책적 판단에 따라 운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대구의 한 약사는 "거래주의보를 통해서라도 부당영업 행태가 개선된다면 바람직한 것이 아니겠느냐"면서도 "실제 거래를 주의하는 것을 떠나 거래주의보가 발령됐다는 사실을 모르는 약사들도 많은 것"이라고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 약사는 "제약사들도 당장은 거래주의보에 겁을 먹을 수도 있지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면 내성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약사회, "거래주의보 효과적…남발하지 않는다"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약사회는 거래주의보 발령 시스템이 벌써부터 일정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일선 약국의 거래주의 이행 여부를 떠나 제약 및 도매업체들이 명단이 공개되는 것 자체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면서 부정적인 영업행태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 약사회의 설명이다.

이에 약사회는 최소한 현 집행부의 임기가 마무리되는 시점까지는 유통정상화TF나 약국위원회 등을 통해 거래주의보 시스템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약사회 관계자는 "사실상 거래주의보 발령 시스템은 명단을 대외적으로 드러내는데 의미가 있다"며 "거래주의보 발령이 이후 해당 업체들 외에도 낱알보상 등을 거부하던 도매업체의 태도가 달라졌다는 정보도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특정 업체에 대한 거래주의보는 이와 유사한 행태를 자행하는 업체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이런 흐름들이 지속적으로 이어져 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특히 거래주의보가 남용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 약사회는 거래주의보는 회사의 영업방침이 약국에 피해를 입히는 경우에 해당되는 것으로 일선 현장에서 돌발적으로 발생하는 문제까지는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일례로 최근 강원도 원주에서 약사를 상대로 제약 영업사원이 폭언을 한 사태에 대해서도 거래주의보를 발령하자는 의견이 약사회 내에서 제기됐지만 거래주의보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약사회 관계자는 "거래주의보는 특정 회사를 공격하거나 괴롭히기 위한 것이 아니라 유통과정의 잘못된 흐름을 개선하자는 것"이라며 "회사의 전체 영업방침이나 정책 방향이 아닌 일선 영업사원 등이 일으킨 돌발적이고 개별적 사안은 거래주의보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약사회가 그 동안 진행했던 사업들과 마찬가지로 제약계에서 거래주의보가 남용될 것으로 우려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시간이 지나면 거래주의보 역시 큰 틀에서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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