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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정글에 갇힌 의사, 카메라를 잡다

  • 영상뉴스팀
  • 2011-06-10 12:25:00
  • <인터뷰>다큐멘터리 '하얀정글' 연출한 송윤희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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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사각지대에 내몰린 소외계층의 현실을 대중과 공감하고자 했습니다. 이것이 제가 청진기 대신 카메라를 들 수 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입니다."

현직 산업의학과 전문의가 국내 의료 현실을 파헤치는 다큐멘터리를 제작, 발표해 화제다.

바로 한국의 첫 의료 다큐멘터리 ‘하얀정글’을 연출한 송윤희(32) 감독.

그는 이번 다큐멘터리에서 상업주의에 물들어 환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대학병원들을 약육강식의 ‘정글’과 다름없다고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현직 의사로서 의료계의 치부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 터.

"의사로서 의료계의 치부를 파헤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어요. 인터뷰 전날 밤에는 잠을 설칠 정도로 마음고생도 심했습니다."

제작을 첫 시작할 때에만 해도 단순히 소외계층의 열악한 의료현실을 대중과 소통하고자 했다.

하지만 취재와 촬영이 거듭될수록 그 뒤에 숨어있는 민영화와 상업화에 물들어진 국내 의료 현실은 의사인 그를 막막하게 했다.

그 만큼 이번 다큐멘터리 영화에는 소외계층의 척박한 의료 현실을 비롯한 국내 의료보험과 병원을 둘러싼 각종 이슈들이 실제 영상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산업의학과 전문의로 산업현장의 노동자의 보건관리 일을 꾸준히 하고 있는 송윤희 감독.

그는 향후 의료제도를 비롯한 사회 전반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공부해 나갈 계획이다.

"영화를 만들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시작하기 보다는 충분한 공부와 생각 끝에 정말 하고 싶은 주제, 대중과 소통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다시 카메라를 들 겁니다." 다음은 송윤희 감독과의 일문일답.

-의사출신으로서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계기는.

=영화 감독이 되겠다라는 생각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지금의 이 문제를 대중들에게 가장 잘 알릴 수 있는 방법은 대중적인 콘텐츠라고 생각했다.

'식코' 이후 국내 의료 제도의 문제를 제대로 담은 대중적인 콘텐츠가 전무한 상황이었다. 프로는 아니지만 이러한 부분들에 대해 다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사실 감독이라는 호칭을 듣게 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현직 의사출신으로 의료계의 현실을 고발하는데 부담감은 없었는지.

=만약 처음부터 우리 의료계의 현실이 얼마나 상업화 돼 있는가를 고발하겠다는 취지였다면 상당히 부담감이 컸을 것이다.

물론 그 부분도 밝혀지고 대중들이 알아야 할 점이기는 하다. 하지만 첫 번째 의도는 소외 계층의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부분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파헤쳐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왜 대학병원들은 점차 급여환자들의 내원을 꺼리고 있는가 하는 부분을 생각하다 보니 병원이 돈이 되지 않는 환자들은 꺼리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결국 민간에 맡겨진 우리나라 의료 제도의 한계 때문이라고 영화를 전개 해 나갔다.

제작 초 현직 의사로서 이러한 국내 의료 현실을 세상에 알릴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봉착했을 때 많이 힘들었다.

사실 인터뷰 전날은 잠도 설치면서 마음고생도 할 만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이번 다큐멘터리 ‘하얀정글’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병원 건물들이 예전에는 대부분 하얀색이었고 또 하얀 가운이 의사의 상징이지 않는가.

그러한 의미에서 ‘하얀’을 붙였고 정글이 의미하는 것은 민간 시장 자체가 비단 의료분야뿐만 아니라 어느 분야든 민간시장, 즉 보이지 않는 손에 일단 내맡겨 지면 정글이 되고 서바이벌 게임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민간 시장에 내 맡겨진 우리나라 의료 현실을 ‘하얀 정글’이라는 말로 표현해 봤다.

-병원에서의 촬영과 섭외가 만만치 않은 과정이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실제로 섭외 하는 과정에서 퇴짜도 많이 당했던 것도 사실이다.

내가 유명 방송국 고발 프로그램의 PD였다면, 방송이라는 공권력이 개입됐다면 협조가 쉬웠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일개 의사였고 마이클무어와 같은 유명 감독도 아니였기 때문에 섭외와 촬영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우리 의료계의 문제점은 무엇이며 이번 영화에서 담고자 한 메시지는.

=너무 심한 시장화와 민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이러한 부분들을 경계해 나가야겠다는 생각이고 영화 속에는 이 사회가 가져가야 할 의료제도란 소외 계층을 그대로 내버려 두는 제도가 아닌 최대한 함께 갈 수 있는 연대하는 사회로서의 의료 제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이번 영화 속에 담아내고자 했던 핵심 메시지였다.

-다음 작품 활동 등 향후 계획은.

=현재 산업의학과 의사로서 산업현장이나 공장을 돌아다니면서 노동자들의 보건 관리를 해주고 있다.

이러한 일을 지속적으로 해 나갈 생각이고 어떤 작품을 새로 만들기 전에는 항상 마음이 정말 따라야 한다고 본다.

정말 이것을 만들어 내고 싶다는 충동, 솔직한 심정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지 단순히 이제 영화를 만들 때가 돼서 만든다거나 아무나 다루지 않은 소재여서 만든다는 것은 영화를 시작하는 것도 끝내는 것도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는 이번 작품을 마무리하고 의료제도를 비롯한 여러 가지 사회 문제에 대해 꾸준히 공부를 해 나갈 것이다.

공부를 해 나가면서 이 부분은 대중들과 함께 나눠야 겠다는 문제의식이 생기는 주제가 있으면 다시 작품화 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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