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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어주는 여자] 수용소에 핀 하얀꽃

  • 영상뉴스팀
  • 2011-09-17 06:44:56
  • 헤르타 뮐러의 '숨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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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데일리팜뉴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의사수필가 김애양입니다.

추석에는 달님의 정기를 잘 받으셨나요?

이제는 바야흐로 독서의 계절 가을입니다.

오늘은 2009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헤르타 뮐러의 ‘숨그네’를 소개하겠습니다.

여러분은 혹시 우리가 숨 쉬는 것을 삶과 죽음의 그네타기로 생각해 보신적은 없나요?

5년간의 수용소 생활을 아름다운 시적 언어로 그려낸 ‘숨그네’, 함께 읽어 보시죠.

[북-리딩]김애양 원장(강남 은혜산부인과): 사냥을 나갔다.

두 번째 가을이 다가올 무렵, 나는 운전사 코벨리안이 자리를 비운사이 들판에서 삽으로 들개를 때려 죽였다.

개는 기차의 짧은 기적 소리처럼 짧게 칙 소리를 냈다. 주둥이 위로 비스듬히 이마가 갈라지자 한없이 제 몸을 늘이던 시간. 하조베. 나는 개를 먹고 싶었다.

여기는 풀뿐이다. 풀로는 아무것도 꿰어 걸 수 없고 삽으로는 껍질을 벗길 수 없다.

연장도 없고 배짱도 없다. 시간도 없다.

코벨리안이 돌아와 개를 보았다. 그래서 나는 주둥이 위로 비스듬히 이마가 갈라진 개를 시간이 한없이 제 몸을 늘이듯 마냥 그대로 두었다. 하조베.

아버지, 언젠가 내게 가르쳐주려고 했죠, 길을 잃은 사람의 휘파람에 답하는 법을요.

[작품해설]이차대전 후 루마니아에서 소련 강제수용소로 이송된 열일곱 살 독일 소년의 삶을 충격적이고 강렬한 시적 언어로 밀도 있고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인간의 숨이 삶과 죽음 사이에서 그네처럼 가쁘게 흔들리는 것을 상징하는 ‘숨그네’는 철저히 비인간화한 상황 속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인간 삶의 한 현장을 섬뜩하면서도 아름답게 포착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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