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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양심이 밝힌 진실 '박종철 물고문 사건'

  • 정웅종
  • 2011-09-24 06:44:54
  • 옛날신문을 읽다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숨졌다'

1987년 1월 14일 교내시위를 주동한 혐의로 21살의 대학생이 경찰에 붙들려 서울 갈월동 대공분실에서 조사를 받다가 숨졌습니다.

사망시각은 오후 11시10분에서 20분 사이. 중앙대부속 용산병원 내과의사가 현장에 도착해 응급조치와 함께 사체 검안을 진행했는데요.

경찰은 며칠 후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숨졌다'고 발표 했습니다. 당시 시체 검안을 했던 내과의사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진실을 세상에 알리는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됩니다.

'교내시위 주동 혐의 등으로 치안본부 대공수사2단에 연행돼 조사를 받던 서울대 박종철군이 14일 조사 도중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옮기던 중 숨졌다.' [1987년 1월16일자 동아일보]

'박종철 사건' 진실 뒤엔 의사의 양심이…

당시 공안정국 상황에서 경찰은 사건을 은폐를 시도합니다. 그러나 한 명의 양심적 의사가 이 같은 부도덕한 공권력을 고발하면서 6.10 민주항쟁의 전기를 마련하게 됩니다.

언론에 박종철 사망 사건이 보도된 후 검안을 했던 내과의사 오연상씨(당시 나이 32세)가 기자들에게 '사망 진단시 박군의 복부가 매우 부풀어 있었으며 폐에서 살아있는 정상인에게서는 들을 수 없는 수포음을 들었다'고 밝힙니다. '대공분실 조사실 바닥에 물기가 있었다'는 말과 함께.

물고문 의혹이 보도되자 공안당국은 사건 발생 5일만에 특별조사단의 자체조사 결과를 발표하게 되죠.

'경찰의 조사를 받다 숨진 서울대 박종철군은 치안본부 대공수사2단의 조사관인 2명의 경찰관이 박군에게 물고문을 가한 끝에 질식해 숨진 것으로 경찰 자체조사 결과 밝혀졌다.' [1987년 1월19일자 동아일보]

공권력의 부도덕성 고발한 검안 의사 갑작스런 잠적

고문에 의한 젊은 대학생의 죽음 앞에 국민들을 분노 했습니다.

하지만 기자들에게 양심 증언을 했던 의사가 갑자기 잠적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경찰에 출두해 조사까지 받고 나서 벌어진 일이라 세간의 관심이 집중 됐습니다.

시민들은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해라"며 오연상 의사를 응원했습니다.

공안당국의 사건은폐 의혹이 드러나고 진행된 현장검증에 기자들이 몰리자 경찰들이 이를 통제하고 있다.

'서울대생 박종철군의 사체를 맨 처음 검안, 당시 박군의 상태와 상황을 보도진에 말함으로써 이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데 결정적인 양심의 증언을 했던 중앙대부속 용산병원의사 오연상씨가 5일째 귀가하지 않고 있어 주위사람들의 걱정과 관심을 모으고 있다.' [1987년 1월23일자 동아일보]

"진실을 증언할 수 밖에 없다는 교훈을 일깨워줬을 뿐…"

의사의 양심에 입각한 증언으로 국민 모두의 공분을 불러 일으키며 6월항쟁의 기폭제가 됐던 오 씨는 무탈하게 가정과 병원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는 그 당시 어떤 생각으로 양심증언을 했을까요? 협박도 있을텐데 말이죠.

'제게 달라진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다만 이 사건은 제가 또 다시 같은 상황에 처한다 해도 진실을 증언할 수 밖에 없다는 교훈을 일깨워줬을 뿐입니다.' [1987년 12월30일자 동아일보 인터뷰]

'진실은 조용하지만 그 영향은 언제나 위대하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진실 뒤에는 늘 용기와 양심이 자리잡고 있죠.

즐거운 토요일 재미있는 '신문 속 그 사건' 잘 보셨나요? 다음 주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뉴스검색은 네이버의 [뉴스라이브러리]를 활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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