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피임약 OTC로 팔지만 마음은 씁쓸"
- 데일리팜
- 2011-10-10 09: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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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9] 정치·종교·사회적 논쟁 내재한 미묘한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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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2009년 7월 승인된 플랜 B 원스텝 (Plan B One-Step)의 경우 성교 후 72시간 이내 리보노제스트렐 1.5mg을 함유한 정제 하나를 복용하면 끝이다. 리보노제스트렐 0.75mg 12시간 간격 2회 복용법과 비교했을 때 리보노제스트렐 1.5mg 1정 1회 복용법이 부작용을 증가시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에 플랜 B 제조사인 듀라메드(Duramed)는 현재 시중에서 유통되는 플랜 B를 일단 소진한 후 플랜 B를 플랜 B 원스텝으로 완전히 교체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최근 승인된 처방약으로 분류되는 응급 사후 피임약으로는 2010년 8월에 승인된 엘라(ella)가 있다. 얼리프리스탈(ulipristal) 성분의 엘라는플랜 B나 플랜 B 원스텝과는 달리 성교 후 최대 120시간 (만 5일) 이내 사후 피임약으로 사용할 수 있다.
미국에서 응급 사후 피임약이 FDA 승인된 이래 결국 17세 이상 여성이 OTC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되기까지는 정치권에서 찬반이 팽팽하게 엇갈렸었다. 사후 피임약의 OTC 전환이 성생활 문란을 초래할 것이라는 공화당과 임신중절보다는 성교 직후 사후 피임이 낫지 않냐는 민주당의 주장이 맞섰었다. 또 다른 논쟁의 핵은 어디서부터를 생명으로 보느냐의 문제였다. 플랜 B의 피임기전은 배란(ovulation)을 지연 또는 억제시키거나 수정(fertilization)을 방해하거나 수정란의 착상을 방지한다. 수정란부터 생명으로 본다면 이는 사후 피임은 살인에 해당하므로 보수적 기독교 정치인으로 구성된 공화당은 이런 종류의 약물을 OTC로 전환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대했던 것.
미국에서 플랜 B가 OTC로 전환된 시점에서 종교적 신념이 확고한 일부 체인약국 약사들이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반해 플랜 B를 환자에게 판매하는 행위를 거부하고 그로 인해 회사에서 징계를 당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소송은 회사가 종교적 신념에 반하여 플랜 B를 약사에게 팔도록 강제할 수 없다는 판결로 마무리됐다. 그런 뉴스가 보도되던 때에는 직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종교적 신념으로 플랜 B 판매를 거부했다는 것에 대해 대단한 약사들이며 또한 그런 종교적 신념을 존중해준 미국 법원 역시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막상 약사가 되어서 플랜 B를 판매하게 되니 그들의 기분을 이해하게 되는 것 같다.
대개 플랜 B는 미국에서 약국소매가격으로 약 50~60불 정도된다. 대개 구입하는 연령층은 20대 초반이 많다. 드라이브 쓰루에 여자친구 태우고 와서 플랜 B를 구입하는 남성에게 신분증 확인하고 플랜 B를 건네줄 때 항상 기분이 씁쓸하다.
플랜 B를 판매하면서 불가피하다고 생각했던 적이 한번 있기는 하다. 어느 날 어떤 40대 중반 여성이 와서 17세 미만도 플랜 B를 사용해도 안전하냐고 약국에 와서 물었다. 그 때 아웃 윈도우(처방약을 구입하는 긴 카운터)에는 테크니션이 있었는데 테크니션이플랜 B를 나에게 들고 오더니 겉포장에 17세 이상이라고 써있는데 40대 여성이 17세 미만의 여성에게 사용할 목적으로 구입하는 것 같다면서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고 나에게 물었다.

캘리포니아 약사법에서 플랜 B는 17세 이상이면 성별에 관계없이 신분증으로 제시하면 구입이 가능하다. 대개 자기 여자친구가 임신할까봐 겁먹은 20대 초반 남자들이 50불이 넘은 플랜 B를 약국에서 와서 구입하는 경향이 있다. 한편으로는 책임지지도 못할 일을 저지르는 젊은 남녀에 대한 씁쓸한 마음을 금할 수 없지만 나와 친분이 있는 여자 산부인과 의사선생님이 한 말이 생각나서 그 마음을 일단 접는다. 그 분이 말하길 본인은 크리스찬이지만 어쨌든 임신중절은 몸을 너무 해하기 때문에 부부가 더 이상 아이를 낳지 않을 계획인데 실수했다 싶으면 약국에 가서 플랜 B를 구입해 얼른 복용하도록 환자들에게 플랜 B는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다고 미리 알려준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 저소득층을 위한 카운티정부 건강보험은 대개 플랜 B를 급여해준다. 일부 주정부 보험은 NPI (National Provider Identifier) 번호가 있는 약사가 약국에서 전화처방을 받는 처방전에 플랜 B를 적고 그 약사의 NPI 번호로 카운티 정부 건강보험으로 처리하면 필요한 여성은 OTC임에도 공짜로 받아갈 수 있다. 캘리포니아 주정부 보험인 메디칼(Medi-CAL)이 피임약을 공짜로 받아갈 수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물론 일반 피임약은 처방약이니 의사가 처방해야한다). 피임약을 급여하지 않아 계획없는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비용을 주정부가 부담하느니 피임약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미국에서 경영대학원을 다닐 때 크리에이티브 마케팅(Creative Marketing)이라는 강의를 수강한 적이 있다. 그 때 교수가 "1900년에서 2000년 사이에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키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발명품이 무엇이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 답은 피임약이었다. 여성이 스스로 임신을 통제할 수 있게 되면서 안정적으로 사회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 그 교수의 설명이다. 사후 피임약의 대중화는 여전히 종교적, 정치적, 사회적으로 논쟁을 불러 일으키는 미묘한 이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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