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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산업 미래 건 '1원1표'와 '1사1표'간 대립

  • 조광연
  • 2012-02-09 06:44:48

자본주의 세상에 살면서 돈의 위세가 당당한 곳을 꼽아보라면 단연 비행기 좌석을 꼽을 수 있겠다. 항공사별로 좌석의 등급은 다른 이름으로 불리지만 분명한 점은 등급별로 철저하게 돈값이 다르다는 것이다. 바른 자세로 앉아 있기도 불편한 좌석이 있는가하면 커튼이 드리워진 안락한 공간에 180도까지 돌아가는 좌석도 있다. 빙글빙글 도는 의자다. 서빙의 질적 차이도 뚜렷하다.

오래 전 출장으로 외국에 나갔을 때다. 공항 탑승구 앞에서 작은 소란이 일었다. '먼저 줄을 섰는데 줄을 서지도 않은 사람들을 왜 먼저 탑승시키느냐'는 항의가 이곳 저곳에서 터져 나왔다. 줄을 선 사람들은 이 평등하지 않아 보이는 장면을 비 민주적 처사로 규탄하려는 듯 했다. 승무원들은 미소를 머금은 채 달리 말하지 않았으나 '저사람들은 비싼 고객들이랍니다'고 말하고 싶지 않았을까. '어이없는 건 당신들이라구요'라는 말도 목구멍으로 삼켰을지 모른다.

주식회사도 마찬가지다. 민주사회 정치시민으로서 갖는 1인 1표라는 평등권이 이곳에서는 무용지물에 가깝다. 주식수 만큼 말할 수 있다. 다시말해 투자한 돈의 크기 만큼 발언권이 인정된다. 소액주주 권익이 강조되는 시대라지만, 근원적인 질서는 여전히 대주주 위주로 편성돼 움직이고 있다. 아량과 겸손으로 화장한 대주주의 태도에 따라 평등한 권리가 살아 숨쉬는 것처럼, 혹은 없는 것처럼 비쳐질 따름이다.

이사장 선출을 놓고 '현 류덕희 이사장 추대론'과 '새 인물론'이 맞서는 한국제약협회의 무형의 질서도 따지고보면 주식회사의 논리에 그 기반을 두고 있다. 덩치 큰 제약회사들의 추대론에 맞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제약회사들이 새 인물론으로 어깨를 부딪히는 것도 사실은 '1원1표'와 '1사1표'의 대립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1원1표의 주장은 '기여한 만큼 말하겠다'는 것이고, 1사1표는 다같은 한표라는 입장에서 목소리를 내보겠다는 것이다.

제약협회는 190여개 제약회사들의 모임체인데 이 협회는 회원사들이 매년 내는 회비로 살림을 산다. 1등급부터 21등급까지 회비는 실로 다양하다. 매출액에 견줘 회비가 책정되는데 따라 많은 곳은 연간 1억원 가까운 회비를 내고, 작게 내는 곳은 100만원대 밖에 안된다. 철저하게 '1원이 1표'일수 밖에 없는 주식회사의 체계를 내재하고 있는 셈이다. 자연 '대주주들의 영향력'이 '쎌' 수 밖에 없고 그간 소액주주 역시 토를 달지 못해온 것이 관행이고 역사였다.

이같은 안정된 질서로 구축돼 있던 제약협회 안에 작은 규모 제약회사 오너 50여명이 '자기목소리'를 내는 이상기류가 흐르게 된것은 철저하게 환경적 요인 때문이다. 정부가 일괄약가인하를 밀어부쳐 1조7000억원(제약업계 추산 2조5000억원) 가량의 매출 감소를 제약회사들에게 지우고, 제약회사들은 이의 여파로 영업이익도 내기 힘든 상황이 전개되자 침묵이 소리로 바뀌어 버린 것이다.

소리는 결국 제약협회 책임론으로 커졌다. 약가가 무자비하게 내려가는 상황에서 정부에 제대로된 목소리 한번 내지 못한 것은 협회 책임이며, 협회를 사실상 움직이는 대주주들과 연관된 것이라고 규모가 작은 제약회사들은 판단하고 있는 것같다. 협회가 약가인하 정책 추진 과정에서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자신들의 욕구에 반응하지 않았다고 해서 품은 불만이 새 인물론으로 부화된 셈이다.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는 혁신형 제약기업 중심으로 재편되는 새 시장 질서에서 대형 제약회사들만 유리한 반면 자신들은 도태될 수 밖에 없다는 위기감도 새 인물론을 기치로 세를 모이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형 제약회사들은 자신들의 고민도 만만치 않다고 말한다. 현 일괄약가 인하 상황에서 리스크가 더 큰 곳은 그동안 투자가 많았던 자신들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정부를 향해 하고 싶은 말이 적지 않지만 막강한 행정력 앞에 달리 뭘 어찌하겠느냐며 협회만이라도 분열되지 않은 가운데 함께 방향성을 찾아나가야 한다고 보고 있다. 최선을 지향하되 차선을 찾고, 최악 대신 차악을 선택하며 기업의 계속경영을 이어가야 한다는 속내의 결과가 경선회피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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