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오세요"...약국서 건강상담 받고 요가까지
- 강혜경
- 2024-05-24 17:4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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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목! 이약국] 제주시 슬로우약국
- 서울댁의 제주 약국운영 1년..."잠시나마 천천히 집중했으면"
- 편안하고 여유로운 환경에서 식생활·건강상담까지
- "취미로 시작했던 요가까지 더해지면서 알음알음 입소문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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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약국은 처방·조제로 분주한 약국들과 달리 이름 그대로 '천천히'를 지향하는 제주도 내 약국이다. 병의원 하나 없는 주거단지에, 카페같은 분위기를 풍기다 보니 여전히 "여기 약국 맞나요?"라고 묻는 이들도 있지만, 이제는 노형동 주민들 사이에서 '참 예쁜 약국'으로 통한다.
예쁘기만 한 약국이 아니라 약을 사고 건강 상담을 하고, 요가까지 하는 일석삼조의 공간이다.

"약사가 되고 나서 병원에서 1년여간 근무했고 이후에 의약품 안전관리원과 외국계 제약사에서 일을 해왔기 때문에 개국은 처음이었어요. 남편의 지역근무로 인해 함께 제주에 내려와 지내다 보니 문득 '이러다 경단녀가 되는 거 아니야?'라는 불안과 함께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주도에서 근무를 시작한 곳은 시내에 위치한 대형약국이었다. 타고난 외향적 성향과 오랜기간 약가협상 업무를 담당하며 누군가에게 제안하고, 설득하던 일을 하던 그에게 환자 한 명 한 명과 소통하고 관계를 맺어나가는 일은 매우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바쁜 약국이 당면하는 시간적 한계도 있었다. '좀 더 편안하고 여유로운 환경에서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을텐데'라는 생각이 현재의 약국을 만들어 냈다.
"제가 생각했던 수익모델은 미용실이었어요. 미용실의 경우 기존고객이 주기적으로 방문하면서 안정화가 되고,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고객은 덤의 개념으로 수익화가 이뤄진다고 하더라고요. 약국도 처음 단골고객만 확보한다면 어느 정도 수입이 유지되지 않을까 생각한 거죠. 개국을 하면서 주변 선후배·동기들한테 가장 많이 한 걱정이 '월세는 어떻게 감당하려고?'였어요. 하지만 1년이 된 지금까지 계획했던 모습대로 잘 굴러가고 있습니다."


"유럽 약국을 모티브로 간판과 어닝, 상담 테이블, 약장 모두 맞춤제작을 했어요. 약장은 안경점 콘셉트로 위에서 내려다 볼 수 있도록 경사지게 진열이 돼 있어요. 간혹 '왜 이렇게 약이 없어요?'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필요한 약들은 대부분 구비하고 있고요, 급하지 않은 처방조제도 한답니다."

"저의 건강상담 첫번째 원칙은 판매 보다는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처음 상담의 경우 최소 30분에서 1시간 가량 상담이 진행되는데, 기저질환부터 복용약, 수면, 식이, 가족력, 건강고민 등을 차근차근 살펴보고 기록해요. 복용하고 계신 약이나 영양제, 건강검진 결과서를 직접 가져오시거나 사진으로 찍어오시는 게 첫번째 숙제예요. 물론 영양제가 도움이 될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지만 식이와 생활습관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영양제 효과를 극대화하기는 어렵거든요."


"조제가 병의원에서 낸 처방에 대해 약사가 검수를 하고, 환자가 올바로 약을 복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라면 상담은 환자와 교류를 하면서 가감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예요. 개국 과정에서 정말 많이 공부를 했거니와, 근거가 있고 확신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두번이고, 세번이고 설득하고 설명하는 게 재미있더라고요. 환자분들 역시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나를 돌아보고, 내 몸에 귀 기울여보는 시간 자체가 귀하다고 감사해 하세요."
단골고객은 실제 타깃으로 했던 3040세대가 가장 많다. 나이가 들면서 건강에 관한 한 두가지 이슈가 생기고, 동시에 아이와 남편, 부모님 등을 챙겨야 하다 보니 자연스레 상담 대상도 확대된다.

"서울살이를 할 때는 단순히 취미였어요. 호흡에 집중하면서 안 쓰던 근육들을 열어나가고, 꾸준히 수련을 하다 보면 마음이 평온해지고 에너지가 차오르다 보니 혼자만의 취미생활이었어요. 그러다 제주에 내려와 강사과정을 공부하면서 티칭을 시작하게 됐죠. 제주에는 이효리를 비롯해 요가에 진심인 분들이 많거든요. 고난이도의 요가수업이라기 보단 '내가 하는 수련을 나눈다'는 생각으로 1:1, 혹은 2:1로 프라이빗하게 수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약사님 얘기대로 하고 정말 좋아졌어요'라는 피드백을 받는 때에요. 피드백이 토대가 돼 다음 상담을 하고, 솔루션을 드릴 수 있다 보니 지속적인 상담이 이뤄질 때 가장 뿌듯하죠."
의외의 어려움도 있다. 약국과 인접한 곳에 거주하고 있다 보니 약국을 프리하게 운영하는 만큼 지역 주민들이 급할 때 나와 약국 문을 열게 된다는 점이다.
"상담형 약국도 '빨리빨리'가 싫어서 내린 결정이다 보니 조금은 느리게 천천히 약국을 해나가고 싶어요. 건강해 지기 위해서는 차근차근 내 몸을 다스려야 하듯, 자연스럽게 길러진 유기농 채소들을 먹고 패스트 푸드 보다는 건강한 밥상으로 끼니를 채우고 부족한 영양도 채워나가면서 다시금 최상의 컨디션을 회복해 나가는 거죠."
김 약사의 목표는 1층에는 약국을, 2층에는 비건 레스토랑을, 3·4층에서는 요가수업을 하는 '힐링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경험했던 '도심 속 힐링공간'이 뇌리에 박혀 있기 때문이다. 약국 본인의 역할과 기능은 물론 요가복이나 운동기구도 판매하며 건강을 제안하는 편집숍으로 운영해 나가고 싶다는 설명이다.
"언젠가 제주를 떠나 서울에서, 혹은 또 다른 곳에서 약국을 운영한다고 해도 현재의 단골들을 고스란히 관리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때는 지금의 경험이 거름이 돼 파트2가 시작되겠죠. 우선은 매일매일 감사하고 소소한 행복에 집중하며 천천히 현재의 삶을 음미해 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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