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은 약사사회를 왜 외면했나…'길은 어디에'
- 김지은
- 2012-05-08 12: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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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약사법개정안 통과로 20개 이내 품목의 일반약은 약사들의 품을 떠나 편의점에서 판매가 가능해졌다. 이로인해 '약사=약'이라고 믿었던 약사들의 상실감이 클 수 밖에 없다.
약의 안전성 문제를 놓고 전문 직능인으로서 자존심을 걸고 막으려 했던 약사들의 고군분투는 결국 '국민 여론'을 등에 업은 정부의 벽을 넘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약은 약사에게'라는 오래된, 그래서 너무도 당연했던 대명제는 어느 시점, 어떤 이유로 갈 곳을 잃은 것일까?
◆'상비약 편의점 판매' 논란, 근본 원인=지난해 경희대 의료경영대학 김양균 교수가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 70%이상이 의약분업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사람 중 절반은 '편의성을 위해 선택분업이 도입돼야 한다'고 답했고 나머지는 '조제료 절감을 위해 선택분업을 도입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또 '조제료가 동일할 경우 약국과 의료기관 중 어느 곳을 선택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병원(73%)이 약국(27%)로 2배 이상 높은 응답률을 나타냈다.
이같은 결과는 곧 의약분업 이후 국민들의 약국, 그리고 약사 직능에 대한 신뢰도 저하 등 적신호가 켜졌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의약분업 전후를 나눠 신뢰도가 어떻게 변모했는지 계량화된 연구는 없지만 소비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분업이전 보다 약국이 덜 편한 곳인 것만큼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약사사회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 저하는 어디서부터 온 것일까. 그 원인은 곧 약국 '접근성' 문제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의약분업 이후 약국들이 처방전 수요에 매몰되다보니 의원과 약국 간 관계가 건전하게 형성되기보다 마치 계약서상 갑을처럼 수직화됐다는 이야기는 약사사회에서도 늘 지적돼왔다.
약국은 곧 주변 의원 처방전 수에 '울고 웃는' 종속관계처럼 비쳤고, 병원이 문을 닫는 저녁 7시만 되면 덩달아 문을 닫는 곳이라는 국민적 인식도 확산됐다. 결국 접근성 측면에서 약국은 국민들이 기억하고 있던 '예전 약국의 이미지'를 벗어나 있었던 것이다.
정착되지 못한 당번약국과 심야응급약국 시범사업의 사실상 실패도 약은 약국에서만 사야 한다는 소비자 의식에 나쁜 영향을 주는데 작용했다.
복약지도 소홀은 더 이상 일부 일반약은 약국에서만 판매해야 하는 전유물이 아니라는 여론 형성에 기폭제가 됐다. 엄밀히 말해 복약지도 소홀이라기보다 과거했던 복약지도 수준에서 더 진화하지 못한 현실은 '그러면 약국에선 복약지도를 하느냐' 같은 비수를 만들어냈다. 약사 자신이 '약사=약'이라데서 더이상 걸어나오지 못하면서 '약사=약=복약지도'라고 본 소비자들의 기대는 충족되지 못했던 것이다.
대한약사회 오성곤 전문위원은 "의약분업 이후 약국이 의원에 종속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국민들은 약사에게 가졌던 신뢰를 거둬들이게 됐다"며 "약국은 단순히 병원에서 나온 처방전을 조제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늘면서 약사가 약의 전문가라는 명제 자체가 흐려지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결국 처방과 조제라는 구도의 공간을 채워줄 치열한 복약지도가 부족했던 셈이다.
◆국민여론, 왜 약사에 등 돌렸나=이번 '상비약 편의점 판매' 도입은 철저하게 약사사회가 여론에 패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약사들이 여론에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었던 원인은 크게 약사사회 내부적 문제와 사회환경적 원인으로 나눠볼 수 있다.
약사사회는 먼저 약의 안전성 이슈를 선점하는 데 실패했다. '식후 30분'이 복약지도 소홀을 비아냥 대는 상징으로 부각되고, 약국 안의 일반 국민인 전문 카운터와 면대 약국 등이 전파를 타면서 '약은 약국에서만 구입해야 안전하다'는 국민들의 믿음을 와해시켰다.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 논쟁처럼 일부 사례가 방송을 통해 증폭됨으로써 문제로 대두됐다는 식의 논리는 무의미하다.

약사회가 실천적 차원에서 진행한 스티커 복약지도가 일부 약국에만 국한되는 현실에서 약 편의점 판매 저지를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이나 장외투쟁 등은 애초부터 국민 여론을 약사 편으로 돌리는데 역부족인 방법이었다.
약사회를 중심으로 한 국회, 복지부와의 협의 과정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국민들은 '약사사회는 정치권과 연결된 이권집단'이라는 부정적 인식도 가져왔다.
곧 약 슈퍼판매를 저지하려는 약사들의 외침은 자기 밥그릇을 챙기기 위한 이기심으로 비쳐진 것이다.
사회환경적 측면에서도 약사들의 전문성이 무조건적으로 '통'하는 시대는 종말을 맞았다. 늘 연구하고 노력하는 전문성이 없는한, 면허증만으로 그 전문성을 영구히 인정받을 수 있는 시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발달로 인해 의약품에 대한 정보 접근이 손쉬워지면서 환자들은 더 이상 약에 대한 정보를 약사에게서만 얻어야 하는 것이라고 믿지 않고 있다. 자기가 먹는 약에 관한한 의사와 약사보다 더 잘 알고 있다고 믿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은데 약국의 대응은 '하던대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지금 여론이라면 의약품 슈퍼판매를 넘어 약사직능을 더 크게 위협할 수 있는 변화도 가져올 수 있다"며 "이번 약 슈퍼판매 논란은 한편으로 약사들이 정부가 아닌 국민 여론에 무릎을 꿇은 결과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 '니드'가 곧 '법'이 되는 사회=21세기는 소비자의 '니드'가 곧 법안까지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사회다.
약의 안전성이라는 근본적 대명제가 편의성이라는 국민들의 '니드'에 밀려 법안개정까지 이어진 일련의 상황이 이를 단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환자들의 니드를 충족시킬 수 없는 한 약의 전문가로서 약사는 더 이상 존재가치가 없다는 이야기다.
의약품정책연구소 한오석 소장은 "현재 의약품 슈퍼판매를 약사 직능을 위협하는 현 정부의 움직임이라고 단순하게 치부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며 "약사사회는 무엇보다 국민들에게 약은 약사에게, 그리고 약사는 약의 전문가라는 인식을 다시 확산시킬 수 있는 방안 마련에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면 '복약지도를 듣지 않으려 한다'와 같은 약사들의 소극적 태도는 결국 또 다른 화를 부를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약사 스스로 이건 아니다 싶은 불합리한 조건까지 넘어서야 약사 직능의 길이 열린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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