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업예외 불씨 될라"…약국, 가루약 조제 속앓이
- 강신국
- 2013-01-14 12: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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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형 다양화·수가 합리화 대안…약사, 의무와 현실서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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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가루약 조제거부 논란

김 씨는 진료를 마치고 약국으로 향하는 마음이 편치 만은 않다. 약 조제가 걱정이기 때문이다.
김 씨는 "한겨울 칼바람 속에서 돌도 안 된 아이를 안고 조제를 해주는 약국을 찾아 이 약국 저 약국을 방문하다보면 정말 억울하고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대학병원 앞 문전약국의 A약사는 90일치 소아용 가루약 처방이 나오면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조제 시간만 2시간이 넘게 걸리고 조제실 근무약사도 건강상의 문제 등을 이유로 조제에 난색을 표하거나 암시하기 때문이다.
이 약사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말하면 휑하니 나가버리는 환자들도 많다"며 "이런 게 쌓여 조제거부 민원이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 약사는 "희귀질환 처방환자의 경우 지방 거주자가 많아 KTX를 예약을 해 놓고 있어 산제조제에 대한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다는 점도 논란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문전약국 가루약 조제거부 논란이 확대되자 약사들이 한숨짓고 있다. 약사의 의무와 실제 조제현장의 현실 사이에 괴리감이 크기 때문이다.
◆"이윤 때문에 약사 역할 포기"…환자들 입장은 = 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문전약국들이 가루약 조제를 거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윤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심장병환우회 안상호 대표도 "소아 조제약은 약을 모두 갈아야 하니 손도 많이 가고, 신경 쓸 부분도 많고, 시간도 오래 걸리니 조제할수록 손해라고 생각한다"며 "국민의 보건과 건강증진의 한 축을 맡고 있는 약사 스스로 그 역할과 책임을 포기하고 환자들을 오로지 돈벌이 수단으로만 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핵심은 시간 노력대비 비용이 효율적이지 않다는 게 약사들의 생각이라는 것이다.
이에 안 대표는 "대형병원 앞 수십 개의 문전약국은 가루약 조제로 환자들의 대기시간이 길어지면 환자들이 다른 약국으로 가버리기 때문에 가루약 조제를 꺼리거나 거부한다"고 지적했다.
안 대표는 "가루약 조제시 시간이 많이 걸리고 대기시간 지연으로 환자 불만이 가중된다는 약사들의 변명은 약사 자격을 가진 전문가로서의 조제거부 사유로는 설득력이 없지만 약국 현장에서 영리를 추구하는 개인사업자인 약사에게 가루약 조제를 기피하거나 거부하는 유혹으로 충분히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환자단체도 가루약 조제시 비위생적 조제 위험, 약 효능의 변경, 대체조제의 위험, 분진으로 인한 약사의 호흡기질환 위험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다.
즉 가루약 조제가 예상되는 소아나 중중환자 복용 의약품에 대해서는 제약사가 알약이나 캡슐 이외 가루약 제형도 출시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제도 개선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분업예외 확대될라...진화 나서 약사회 = 약사회는 속전속결로 환자단체에 사과입장을 표했다. 분업예외 조항 확대, 즉 선택분업 도입 논란의 불씨를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약사회(회장 김구)는 지난 10일 소아 및 중증환자의 가루약 조제에 대해 일부 대형병원 인근약국에 조제를 기피하고 있다는 환자단체연합회 발표에 대해 송구스럽다며 개선의지를 피력했다.

약사회는 "단지 가루약으로의 제형 변경에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만으로는 약국 조제거부의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며 "이 때문에 약국이 조제를 거부하는 것은 약사법에 위반될 뿐만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약사들 산제조제 딜레마 = 문전약국 약사들도 가루약 조제는 '계륵'인 상황이다. 조제를 하자니 시간이 많이 걸리고 근무약사들의 거부감도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약은 약사만이 조제할 수 있다는 배타적 권리도 포기할 수 없다는 점도 이유다.
자칫 국민 불편으로 여론이 움직이면 소아환자나 희귀질환자의 원내조제가 허용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한몫을 하고 있다.
이에 민초약사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한 해법 모색이 한창이다.
서울 강남 H약사는 "현탁정, 시럽 등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지만 가루약 처방을 하는 의사들의 처방행태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 수원의 K약사는 "제약사들은 제형을 변경하지 않도록 소아를 위한 다양한 제형을 생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 영등포의 S약사도 "제형의 다양화는 물론 산제조제에 대한 수가 항목 신설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하루에 2000포를 산제조제하면 3~4시간이 소용되는데 수가는 조제수가는 1만원"이라고 지적했다.
약사회는 소아 및 중증환자 조제에 대한 업무량과 난이도가 수가에 충분히 반영돼 있지 않은 약국현실과 공휴일 전후 오전시간대 약국에 환자가 집중되는 특수성, 제형 변경에 따른 오염방지 등 정확하고 안전한 투약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신속한 조제가 이뤄지지 못하는 불가피한 상황에서 환자들의 오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약사회는 불합리한 수가구조의 개선과 함께 소아용 제형(산제 등) 확대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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