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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처위드

6m 마주 본 약국 호객 갈등...폭행사건으로 비화

  • 강혜경
  • 2025-10-10 18:08:58
  • 6.4m 복도 가운데 두고 3년째 깊어진 갈등의 골
  • 5월 폭행사건 까지…가해 약사 측 벌금 100만원 vs 무고 맞대응
  • 촬영·감시 이어져…지역 약사회 중재 나섰지만 실패
  • "언제까지 이래야 하나" 괴롭다는 두 약국, 평행선

두 약국 출입문에 부착된 호객행위는 불법이라는 내용의 안내문.
[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약국 바깥 공용 복도 호객 행위 불법입니다." "약국 안에서 엘리베이터 열리자마자 인사하는 호객행위 불법입니다."

6.4m 복도를 사이에 두고 두 약국이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인사만 전담으로 하는 직원을 고용해 처방 환자를 유치하려는 경쟁은 폭행으로까지 번졌다.

3년여간의 이어진 전쟁은 올해 5월 빚어진 폭행사건으로 더욱 골이 깊어졌다. 매달 전담 직원 비용으로 수백만원씩 지출하고 있지만 두 약국의 갈등은 평행선이다.

문제는 약국 간 입지경쟁이 치열해 지고 한 층, 한 건물 내 많게는 대여섯 곳의 약국이 개설되는 사례들이 생겨나며 약국 간 경쟁은 물론 법정공방까지 이어진다는 부분이다.

성형외과와 피부과가 즐비한 강남 한복판 두 약국은 왜 이런 갈등과 반목을 이어가고 있는 걸까?

6.4m 복도를 두고 갈등을 겪고 있는 두 약국.
◆빵집→약국 업종변경, '관리규칙'까지 만들었지만= 2022년 8월 기존 베이커리 자리에 약국이 개설되면서 암묵적인 갈등은 시작됐다.

베이커리가 폐업하자 2018년부터 맞은 편에서 약국을 운영하던 A약사는 해당 자리를 임차하려 했다. 6m 복도를 사이에 두고 새로운 약국이 개설될 것을 우려했던 조치였으나 임대에 실패했고, 해당 자리에는 B약사가 운영하는 약국이 개설됐다. A약사 입장에서는 일종의 치들약(치고 들어오는 약국)인 셈이었다.

약국 뿐만 아니라 B약사 부친이 대표원장으로 있는 성형외과도 한달 뒤 나란히 개원했다. 이 과정에서 A약사는 지역보건소를 통해 담합의혹을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두 약사 모두 입장이 다르기는 했지만 처음부터 이같은 갈등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A약사는 비급여 약값 정보 등을 제공했고, B약사 역시 후발주자인 만큼 조용히 약국을 운영하고자 했다는 게 이들의 초심이었다.

신규 약국이 개설되는 만큼 A약사는 자동문 설치 등 일부 인테리어를 변경했다. 하지만 이 때 부터 갈등이 시작됐다는 게 A약사 주장이다.

A약사가 자동문을 설치하자 이제 갓 인테리어를 마쳤던 B약사 또한 폴딩도어로 재공사를 하고, 본격적으로 여닫이 문을 열어둔 채 환자 유치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B약사는 약국이 눈에 잘 띄도록 라인조명도 설치했다.

'문을 열어놓는 행위'와 '라인조명 설치'를 놓고 두 약국간 갈등이 시작되면서 두 약국 임대인과 약사는 관리규칙까지 마련했다.

2022년 두 약국 임대인과 임차인이 작성한 관리규칙.
1층 로비는 건물에 출입하는 모든 임차인과 임차인에 소속된 사원, 출입하는 모든 사람이 안전하고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①문을 밖으로 열지 말아야 하며, 문밖 홀에는 어떤 것도 설치하거나 내놓을 수 없다 ②배너는 문에서 1m 안쪽으로 설치한다 ③문이나 창 또는 배너에 특정병원 상호 표기를 금지한다 ④외부 조명이나 추가 간판 설치는 불허한다 ⑤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큰 소리로 손님을 부르는 행위는 금지한다 ⑥특정병원과 결탁해 한 약국으로 손님을 모는 행위 등 공정하지 않은 행위를 금지한다 ⑦특정병원이나 약국을 상대로 고소, 고발, 민원을 넣지 않는다 ⑧당사자간 이해득실로 관리실 직원들에게 전화하지 말고 본인들이 슬기롭게 해결하기 바라며, 관리실에는 건물 운영상의 필요한 사항만을 요구한다 ⑨계속해 분쟁이 있을 때 건물주는 부득이하게 중앙통로쪽(로비) 약국 문들을 사용하지 못하게 조치할 수 있으며 이를 위반한 약국은 건물주에게 어떠한 요구도 할 수 없다는 내용으로 2022년 11월 각각의 서명이 이뤄졌다.

서명에도 불구하고 초특가 할인 배너 설치, 약국간 감시·감독 같은 갈등은 계속됐고, 결국 2024년 11월부로 두 약국에는 자동문과 폴딩도어 폐쇄 명령이 떨어졌다.

하지만 이듬해 2월부로 B약사가 폴딩도어를 임의로 오픈했고, A약사 역시 15일부터 자동문을 개문했다.

이 무렵부터 인사를 전담으로 하는 직원까지 고용하며 두 약국간 갈등은 심화됐고, 올해 5월에는 B약사 부친인 성형외과 원장이 A약사 동생을 폭행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올해 5월 빚어진 폭행사건 당시 CCTV 녹화본.
약국에서 약사와 직원들간 나누는 대화가 상대 약국에까지 생생히 전달되면서 그간 쌓였던 감정이 폭발했기 때문이다.

◆일거수 일투족 '감시', 약사회까지 나섰지만 갈등 계속= A약사 약국의 영업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다. B약사 약국 역시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운영한다. 즉, 하루 12시간씩 마주보며 감시 아닌 감시를 하고 있는 것이다.

갈등이 시작된 원인 역시 A약사는 B약사 탓을, B약사는 A약사 탓을 하고 있다. 지역 약사회 역시 두 약국을 불러 조정에 나섰지만 조정은 불발에 그쳤다.

A약사는 "B약사 측이 관리규칙을 깨고 직원을 고용해 호객행위를 시작했다"며 "B약사와 부친간 담합행위를 이어가고 있다. 해당 성형외과에서 약국으로 온 처방은 4년간 10건도 채 되지 않는다. 약국에서 병원으로 약을 배달하는 등의 불법행위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B약사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나중에 들어온 만큼 조심스럽게 약국을 운영하려 했다. 하지만 A약사는 애초에 눈에 띄지 않기를 바라는 것 같다"며 "A약사 측의 막말과 이로 인한 스트레스는 더욱 커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B약사는 "A약사 동생이 눈인사를 하면서 호객행위가 시작됐다. A약사 역시 직원을 고용해 호객행위를 하고 있다"며 "두 약국 모두가 호객행위를 하고 있음에도 A약사는 우리 약국에 대한 호객만 문제를 삼고 있다"고 토로했다.

올해 1월 법무법인을 통해 '출입문을 열겠다'고 내용증명을 보낸 데 대해서는 "환자의 주관에 따라 약국이 선택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문을 닫고 A약사가 눈인사를 하면서 처방이 9:1로 줄었기 때문"이라며 "영업상의 이유로 출입문을 여는 것은 위법행위가 아니라는 변호사 자문도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지역 약사회 역시 4월 두 약사를 불러 중재에 나섰지만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약국 전면에 썬팅을 해 서로가 보이지 않게끔 조치를 취하자는 게 B약사 측 주장이지만, A약사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갈등 골 깊어진 폭행사건, 왜?= 폭행사건은 올해 5월 발생했다. 약국 내에서 하는 대화가 서로 들리다 보니, 약국 내에서 하던 뒷담화의 수위는 점차 높아졌다.

A약사는 "할 수 있는 것은 직원들끼리의 뒷담화가 전부였다. 폭행이 발생한 5월 17일에도 뒷담화에 대해 B약사 남편이 등장해 폭언을 했고, 상황이 일단락 된 상황에서 또 다시 B약사 부친이 우리 약국을 방문해 '누가 우리 사위한테 욕을 했느냐'며 두번째 갈등이 촉발됐다. 약국에 있던 제부가 '어디서 술을 먹고 와서 난동이냐'고 나섰고 폭력사태가 빚어졌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은 B약사 부친에 대해 폭행죄로 벌금 100만원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이에 B약사 측은 무고로 정식재판을 청구한 상황이다. 일방적인 폭행이 아닌 쌍방폭행이었다는 주장이다.

B약사는 약국 내 뒷담화라고 하지만, A약사의 욕설과 업무방해는 도를 넘어서는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B약사는 "약국 직원들에게 '그런 식으로 인사할거냐', '언제까지 할거냐'라며 소리 지르고 욕을 하며 사진 등을 촬영한다. A약사의 이런 행위로 불편을 토로하거나 퇴사한 직원도 있다"며 "약국장이 아닌 직원들에게 위협을 가하는 기이한 행동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부친과의 담합에 대해서는 "수술을 주로 하는 성형외과이다 보니 전체 처방건수 가운데 90% 이상이 외부처방"이라며 "계속된 갈등으로 인해 임대인 역시 '갈등이 지속될 경우 임대를 못 주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난감한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갈등 끝내고 싶다" 제로썸 게임 언제까지?= 불법촬영, 불법호객, 불법담합. 두 약국은 서로를 약사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A약사는 폭력을 행사한 B약사 부친을 엄벌에 처해달라는 탄원서까지 제출했다.

이어진 감정싸움에 두 약국은 모두 '갈등을 끝내고 싶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A약사는 "치고 들어오는 것에 대해 미안해 할 것이라는 건 착각이었던 것 같다. 금전적인 손실은 물론 정신적인 스트레스 또한 매우 심하다"며 "치들약으로 인해 자괴감이 들고, 약사로서의 직업에 회한을 느끼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B약사 역시 "불리한 조건임을 알고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A약사는 공생이 아닌 독식을 원하는 듯 하다. 약국을 썬팅한 채 환자의 선택에 맡기자는 제안 역시 거절하다 보니 답답할 노릇"이라며 "시간이 지날수록 스트레스가 심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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