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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확인하듯 종일 휴대폰 들여다 보는 약사들...왜?

  • 강혜경
  • 2023-09-22 17:46:18
  • [뉴스따라잡기] n년째 되풀이 '의약품 수급 불안정'
  • "장기 품절에 장사 없다"...문전약국도 속수무책
  • 주문하랴, 대체조제 안내하랴, 택배 보내랴 삼중고
  • 균등배분, 청구량-사입량 조사가 대책? 약사들 '글쎄'

[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친한 약사 몇 명이 점심을 먹는데 다들 휴대전화만 들여다 보고 있는 거예요. 다들 품절약 떴는지 확인하고 주문하는 거였는데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함께 게임이나 주식하는 줄 알았을 거예요."

의약품 수급 불안정이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 약국 사재기 단속 보도 등을 보면서 심란한 약사님들이 부쩍 많으실 겁니다.

삼척동자도 알 만한 슈도에페드린, 미분화부데소니드, 에르도스테인 제제부터 인슐린, 연고·크림제제까지 여기저기서 품절이 빚어지고, 한두 통씩 품절약이 입고되기도 하다보니 정확히 어떤 약이 품절인지, 아닌지도 명확히 알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어떤 약사들은 품절약을 '시가'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자연산으로 잡히는 양이나 제철이냐 아니냐에 따라 가격이 크게 달라지는 다금바리, 바닷가재와 같은 고급 식재료에 약을 비유하는 거죠. 그날 그날, 그때 그때 수급 상황이 달라지고, 약국마다 재고 여부가 다르고, 교품 장터에서 판매되는 가격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품절약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품절약 협의체가 운영되고는 있지만 일선 약국의 약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처방약 6가지 중 4가지가 품절약인 만큼 소아청소년과, 이비인후과 인근 로컬약국의 수급 불균형 문제는 비단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품절이 장기화되고 품목이 확대되면서 최근 문전약국도 약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현실화 되고 있습니다. 거래 규모가 동네 약국과 다르다 보니 수급문제에서 만큼은 탄탄대로라고 여겨지던 문전약국마저 속수무책인 상황이죠.

문전약국 조제실.
◆장기처방 많은 문전약국, 품절약 문제에 더 취약= 문제는 3개월 이상 장기처방이 많은 문전약국은 고충이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문전약국을 운영하는 A약사는 "품절 문제에 문전약국도 속수무책"이라며 "바난과 듀락칸, 알닥톤은 계속해 대체를 하고 있고 바리다제 성분은 아예 씨가 말랐다. 심혈관 확장제인 앤지비드는 대체약조차 없다 보니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고 말했습니다.

약이 없다 보니 환자와 병원에 대체를 고지하고, '약이 들어오는 대로 보내드리겠다'며 주소를 확인하고 택배를 보내느라 평소 대비 2배, 3배는 일이 늘었다는 게 A약사의 얘기입니다.

B약사도 "문전약국도 품절 문제가 턱 끝까지 온 상황"이라며 "약이 없어 일부만 투약하거나 환자를 돌려보내는 건수도 적지 않다"고 토로합니다. 택배로 구해드린다고도 하지만 언제 제대로 공급될 지 기약이 없다 보니 환자를 돌려보내는 일도 잦아지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인슐린을 단편적인 예로 들어보면, 동네약국에서 인슐린 수급 문제가 불거진 것은 지난 6월부터입니다. 수급이 불안정해지자 대형약국은 비축을 시작했고, 동네약국에서는 약을 구할 수 없는 처지가 되며 대형약국으로 환자를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비교적 인슐린을 넉넉하게 비축해 뒀던 대형약국들 마저 3개월이 지나자 바닥이 보인다는 겁니다.

대한약사회가 제약사와 유통사, 식약처 등에 확인한 8월 중순만 하더라도 인슐린 제제 품절 문제는 '실제 품절'과 '가짜 품절'이 뒤섞여 발생한 문제였습니다.

품절이 장기화 하고 있는 인슐린 제제.
하지만 이제는 트레시바, 트루리시티, 리조덱, 줄토피 전반에 걸쳐 품절이 빚어지면서 제약사에서 의료기관에 처방중단을 요청하는 사례까지 빚어지고 있습니다.

8월 이후 트레시바와 트루리시티의 경우 소량씩 제품이 입고돼 출하되기는 했지만 수요를 충족시키기는 한없이 부족한 양이라는 것입니다.

보령은 한국릴리-트루리시티 1.5mg/0.5mL 일회용펜의 제조·출하일정 지연 등으로 인해 품절이 빚어지고 있다며, 공급이 재개되는 시점은 10월 중순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향후에도 수요량을 충족할 만큼 충분한 공급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안내했습니다.

노보노디스크 역시 줄토피와 노보래피드의 전세계적 수요와 공급 불균형으로 인한 제품 공급 불안정이 빚어지고 있다며, 11월 1주차, 9월 4주차경 공급이 재개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C약사도 품절로 인해 약국이 외줄타기를 하는 기분이라고 말합니다. 약국 간 거래가 늘어나다 보니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등을 확신할 수 없고, 약을 대체하거나 전달하는 과정에서도 늘상 불안이 내재돼 있다는 것입니다.

인근에 거주하는 경우 다시 약을 찾으러 오라고 얘기하거나, 출퇴근 길에 약을 가져다 드릴 수 있지만 먼 곳에서 오는 환자들에게 다시 약국을 내방해 달라고 얘기하기 쉽지 않다 보니 하는 수 없이 퀵서비스나 택배로 약을 보내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업무상 부화는 물론 법적 분쟁 문제에 휘말릴까 우려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뿐만 아니라 에스로반연고, 하이트리크림, 딜라트렌에스알, 브로멜라인, 타겐에프연질캡슐 등도 품절에 합세했습니다.

◆품절약 정부 대책은?= 정부도 품절약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응방안을 마련 중이라는 입장입니다.

14일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설명자료를 통해 "의약품 수급 불안정 상황에 대한 체계적 대응을 위해 복지부, 식약처, 대한의사협회·대한약사회·의약품 제조·유통협회 등 관련 단체로 구성된 민관협의체를 지난 3월부터 매월 운영하며 부족 의약품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식약처는 환절기, 동절기를 대비해 해열제 등 감기약(소아용 시럽제)에 대해 제조업체·수입자를 대상으로 생산·수입량 계획을 조사하고 있으며 부족이 우려되는 의약품에 대해 공급 독려와 처방시 수급 부족 상황 안내 및 적절한 처방 협조 요청 등 부족사유 별로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예정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또 호흡기질환(천식) 의약품인 풀미코트, 풀미칸 등 공급량이 2021년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언론보도 등에 따라 의협, 아동병원협회, 소아청소년과학회 등 관련 전문가를 대상으로 수급 상황을 공유하고 적절한 처방 방안 등을 논의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비인후과와 소아과제제를 비롯해 의약품 수급 전반에 걸쳐 불안정이 심화하고 있다.
또 콧물약(슈다페드정), 해열제(세토펜현탁액)에 대해서는 약국 매점매석 단속을 실시한다는 방침입니다.

여기서 일선 약국들의 반발을 낳은 '사재기 단속'이 시작됐습니다. 마진이 없는 전문약의 경우 '사업자가 국민 생활에 필요한 물품에 대하여 폭리를 얻을 목적으로 자기의 정상적인 소요량보다 과대하게 매입하여 보유하거나, 자기가 생산·판매하는 물품의 공급능력이 불충분함에도 불구하고 판매를 기피하는 행위, 독점을 목적으로 물자를 대량으로 사들였다가 그 물자가 부족해 가격이 올랐을 때 매각해 폭리를 취하는 일'인 매점매석이라는 표현이 맞지 않다는 것입니다.

정부가 슈다페드와 세토펜현탁액 사재기 단속을 예고했다.
우선 정부는 2023년 1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슈다페드정을 1만정 이상 구입한 약국·의료기관, 세토펜현탁액500ml를 11개 이상 구입한 약국·의료기관 가운데 구입량 대비 청구량(사용량)이 25% 이하인 약국에 대해 조사, 처분과 고발 조치를 진행한다는 방침입니다.

이에 약사회는 "복지부는 수급 안정화의 일환으로 두 품목에 대해 구매량 대비 청구량이 극히 저조한 약국,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어떠한 사유로 청구량이 저조한지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특정 약국, 의료기관에만 의약품을 공급하는 의약품 공급자의 경우도 조사 결과에 연계해 조치할 예정"이라며 자발적 반품 등을 통한 적정 재고 유지를 당부하고 나섰습니다.

복지부는 또 의약품 공급자가 특정 약국에만 의약품을 공급했거나 매점매석 또는 판매량 조정의 방법으로 의약품을 판매해 조제·투약에 지장을 주는 경우 약사법 시행규칙 제44조 제1항 제1호 등) 위반 소지가 있으므로 해당 행위는 삼가주시기 바라며, 허위 품절 정보를 유포해 의약품 가수요를 일으키는 영업행위 등도 시장질서를 어지럽힐 수 있으므로 해당 행위 근절을 위해 협조해 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아세트아미노펜과 마그밀, 슈도에페드린 제제 상한가격 인상도 품절약 해결을 위한 카드로 활용됐습니다.

그럼에도 다양한 이유로 다양한 품목에서 품절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의약품 수급 불안정에 불신과 열악한 원가구조 등은 얼마든지 품절을 부를 수 있고, 특히 저가약 일수록 품절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현실을 반영한 조치가 시급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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