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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연화의 관점] 0.1%, 0.01%, 0.001% 구분할 수 있나(8)
데일리팜 2022-11-16 06:00:20
[모연화의 관점] 0.1%, 0.01%, 0.001% 구분할 수 있나(8)
데일리팜 2022-11-16 06:00:20




리터러시(Literacy)는 글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개인의 능력'을 의미하며 기본적으로 문자로 이루어진 텍스트를 중심으로 개념화됐다. 뉴메러시(Numeracy)는 숫자 개념을 이해하는 '개인의 능력'으로서 수학을 적용하고, 숫자를 통해 추리하는 능력을 포함하며 리터러시의 확장개념으로 수리 리터러시(numerical literacy)로 불리기도 한다.

두 개념 모두 개별적 인간이 어떠한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이해, 사고, 추리 등의 고등 인지 능력으로서, 문자 혹은 숫자를 읽을 수 있는 것이 이해하는 것과 동의어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한다. 즉, 읽었다고 아는 것은 아니다.

과학 커뮤니케이션 연구자인 엘렌 피터스(Ellen Peters)는 수리 능력을 키우는 것은 삶이 요구하는 모든 수학적 순간을 관리할 수 있는 것과 관계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변화가 일상인 세상에서, 변화에 따른 모든 가능성은 수리적 모형화에 의해 도출되고 그것은 다양한 방식의 숫자로 표현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숫자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숫자는 문자보다 객관적으로 이해되지 않겠냐고 생각되겠지만 그렇지는 않다. 특히 전문가들과 일반인의 수리 능력 차이는 생각보다 크고, 전문가들 역시 (상대적인) 비교를 절대적 비교로 오해하는 일이 적지 않다. 심리학자 게르트 기거렌저(Gerd Gigerenzer), 통계학자 발터 크래머(Walter Kramer), 경제학자 토마스 바우어(Thomas K. Bauer)가 공동 집필한 [통계의 함정]에서 소개한 수리 능력 테스트 결과를 보자.

병에 걸릴 확률을 숫자로 나타낼 때, '10 대 1, 100 대 1, 1000 대 1' 중에서 가장 위험성이 큰 숫자는 어떤 것인가라는 질문에 미국인은 75%가 10 대 1을 골랐고, 독일인은 72%가 정답을 말했다. 한국에서는 필자가 749명을 대상으로, 수리 능력을 테스트해보았는데 정답률은 90%로 나타났다. 한국 수학교육 만세는 아니고, 필자가 행한 실험이 20~59세를 대상으로 한 온라인 실험이었고, 고등학교 졸업 이상의 비율이 87.4%이었기 때문에 정답률이 높았으리라 생각된다.

그런데 정답률에 관한 표현을 조금 바꿔보자. [병에 걸릴 확률을 고르는 문제에서, 미국인 4명 중 1명은 정답을 몰라!] 어떤가? 혹은 [병에 걸릴 확률을 고르는 문제에서, 한국인 10%는 정답을 몰라!] 어떤가? 다르게 느껴지는가? 75%가 정답이라는 의미는 25%는 정답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하지만 우리는 75/100를 해석할 때 75와 100의 관계적 의미보다는 75라는 숫자에 매몰되기가 십상이다. 이러한 현상은 분모 무시(denominator neglect) 현상으로 불리며 다양한 상황에서 증명됐다. 예를 들어 적지 않은 사람들이 5/10과 49/100 중 큰 숫자를 묻는 말에 49/100를 고르고, 10,000명 중 1,286명에서 발병되었다는 메시지와 100명 중 24.14명에게 발병되었다는 메시지 중 10,000명 중 1,286명을 더 위험하게 받아들인다.

분모 무시 현상은 이야기와 합쳐지면, 더 단단해진다. 일반인들이 위험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연구한 폴 슬로빅(Paul Slovic)에 따르면 일반인들은 분모에 해당하는 전체 사건은 고려하지 않은 채, 분자에 해당하는 뉴스화되는 비극적 사건을 비중 있게 생각한다고 한다. 그래서 뇌졸중 사망률보다 미디어에서 보도가 많이 되는 다양한 사고의 사망률이 더 높을 거라고 평가했다(실제는 뇌졸중이나 천식과 같은 만성질환 사망률이 더 높다).

종합하자면, 사람들은 현저한(도드라진) 숫자(salient number) 혹은 자신에게 익숙한 숫자, 살면서 경험해본 적이 있는 숫자를 토대로 전체를 해석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래서 1000 명중 1명, 10,000중 1명 혹은 0.1% 0.01%로 표현될 때 사람들은 1이라는 분자의 값만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의약품의 드문 부작용들은 대부분 소수점 이하의 확률로 표현된다. 구두적으로 '드물게'가 0.1~0.01%, '매우 드물게'가 0.01% 이하 아니던가. 게다가, 0.1%, 0.01%, 0.001%라는 가능성은 각 10배의 차이가 있지만, 1%와 10%가 가진 10배의 차이처럼 인식되기 어렵다.

필자는 20세에서 59세의 성인 749명을 대상으로 의약품 부작용 가능성 단계가 퍼센트로 표현되었을 때, 그 차이를 인식할 수 있는지 조사한 바가 있다. 참가자들을 세 그룹으로 나누고, 각각 “[0.1%~1% vs. 0.01%~0.1% vs. 0.01% 미만]의 가능성으로 졸음이 발생할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보여준 후, 졸음의 가능성을 어느 정도로 추정하는지 탐색했다.

결과에 따르면 각 단계는 10배의 정도 차이를 보이지만, 참가자들의 가능성 인식은 비슷하게 도출되었다. 즉, 0.1%의 졸음 가능성과 0.01%의 졸음 가능성을 다르지 않게 인식하는 것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첫째, 숫자로 표현된다고 객관적이지 않다. 둘째, 의약품 맥락에서도 분모 무시 경향은 관찰된다. 그러므로 숫자를 정확하게 표기하는 행위만으로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생각하지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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