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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오머

"PM도 MR도 아닌 우리는 '오펀드럭 매니저'입니다"

  • 김진구
  • 2019-06-21 06:17:42
  • [인터뷰] 한국화이자제약 이현규 차장·이가영 사원
  • 환자 발굴부터 질환 인지도 제고, 마케팅, 정책혜택 안내까지
  • 희귀질환 중심 두고 칸막이 모두 없앤 새로운 역할

이현규(사진 오른쪽)·이가영 오펀드럭매니저가 빈다켈(Vyndaqel)의 알파벳 첫 글자인 V를 손으로 표시하고 있다.
PM인 것 같지만 PM은 아니다. 그렇다고 MR도 아니다. 일부지만, PA와 PR의 역할도 이따금 한다. 이들은 누구일까.

한국화이자제약에서 희귀질환 치료제 '빈다켈(Vyndaqel)'을 담당하는 이현규 차장과 이가영 사원을 만났다.

이들이 건넨 명함에는 '오펀드럭매니저(Orphan Drug Manager)'라고 적혀 있다. 이들에게 오펀드럭매니저가 무엇인지 물었다. 이현규 차장은 '등대'에 빗대어 설명했다.

"빈다켈은 '트레스티레틴 가족성 아밀로이드 다발신경병증'이라는 극희귀질환 치료제입니다. 의료진조차 생소한 질환이죠. 환자는 더더욱 자신이 앓는 질환을 모릅니다. 오펀드럭매니저는 이런 깜깜한 환경에서 환자가 더 빨리, 더 정확히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길을 안내하는 등대 같은 역할입니다."

트랜스티레틴 가족성 아밀로이드 다발신경병증(hATTR-PN)은 희귀질환 중에서도 특히나 희귀한 질환이다. 10만 명 중에 1명 꼴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국내 유병률은 아직 통계조차 없다. 다만, 국내에선 200명 미만으로 예측한다. 특이하게 유럽의 포르투갈·스웨덴, 그리고 일본의 구마모토 지역에 환자가 집중 분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가영 사원이 오펀드럭매니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덧붙였다. 그는 이 직책을 '멀티플레이어'라고 표현했다.

"환자를 전방위로 케어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케팅이나 영업 등 기존의 업무 구분 없이, 환자를 중심에 두고 최선의 치료환경을 만들기 위해 돕습니다. 일종의 멀티플레이어랄까요. 마케팅도 해야 하지만, 의료진도 만나야 하고, 정책적으로 환자에게 어떤 혜택을 줄지 함께 고민합니다. 어떻게 허가를 받고 급여를 받는지 모두 파악하고 있어야 환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죠. 하나만 잘하면 안 됩니다."

한국화이자는 지난 9월 오펀드럭매니저라는 직책을 새로 만들었다. 사실상 빈다켈만을 위한 직책이다. 다른 나라에서도 사례가 있긴 하지만,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것은 한국이 사실상 처음이라고 한다. 나름 세계 최초(?)의 2인인 셈이다.

이현규 차장은 특허만료사업부, 그중에서도 경쟁이 가장 심하다고 알려진 심혈관질환(CV) 품목을 맡아 MR로 10년 이상 활약한 베테랑이다. 희귀질환사업부에 합류한 것은 지난 10월, 빈다켈이 건강보험 적용을 받은 시점이다.

이가영 사원은 화이자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인턴과 주니어 PM을 거쳐 최근 정사원으로 오펀드럭매니저가 됐다. 지금까지 해왔던 일과 어떤 점이 다를까. 먼저 MR 출신의 이현규 차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심혈관질환 분야에서 10년을 있었습니다. 경쟁이 매우 치열했죠. 경쟁 제품과의 비교우위를 어떻게 의료진에게 어필하느냐가 매출로 이어졌습니다. 여기에선 경쟁이 없습니다. 대신 '환경'과 싸워야 합니다. 새로운 영토를 개척해야 하죠. 예전이 치열한 전쟁영화 같았다면, 지금은 생존영화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다음은 이가영 주임의 이야기다.

"저는 금연치료 등 다른 만성질환을 다뤘습니다. 유병률이 높고 환자가 많긴 하지만, 환자와의 거리는 아무래도 멀었죠. 그러나 극희귀질환을 맡게 된 이후로 환자의 바로 옆에 서게 됐습니다. 일례로, 작년에 무상공급프로그램을 6개월간 운영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동안 저희 치료제가 환자에게 삶의 희망이 된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습니다. 사명감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들의 적극적인 활동 덕분일까. 얼마 전 한국에서 정식으로 환우회가 만들어졌다. 아직은 40여명 규모지만, 더 많은 환자가 치료제를 만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들의 공동 목표다. 당장은 의료진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해외에서 석학을 모신다는 계획이다.

"의대에서 배운 적 없는 질환이기 때문에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국내에선 아무래도 의료진의 경험이 비교적 적습니다. 해외와 연결고리를 만들어서 선진화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우려고 합니다. 우선 다음 달엔 포르투갈과 일본에서 석학을 모셔오려고 계획 중입니다."(이현규 차장)

더 많은 환자가 자신의 질환을 인지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이들의 역할이다.

"앞으로 할 일이 더 많을 것 같아요. 다른 희귀질환은 인터넷에 정보가 많지만, 이 질환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이들을 위해 어떤 질환인지, 질환을 받았을 때는 어떤 정책적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알기 쉽게 정리했습니다. 더 많은 환자에게 알리려고 합니다."(이가영 사원)

화이자는 본사 차원에서 희귀질환 치료 영역을 공격적으로 넓히고 있다. 이런 추세에서 이들의 활동 하나하나는 오펀드럭매니저라는 직책의 정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희귀질환이라는 특수 분야에서 '등대'이자 '멀티플레이어'로 이들의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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