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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강도 제네릭 규제 시행될까...불안한 제약업계

  • 천승현
  • 2018-09-12 06:30:22
  • [기획]'제네릭 난립' 무엇이 문제인가 ③칼 빼든 정부, 어떤 대책 나올까
  • 계단형 약가제도 철폐·약가인하·생동규제 강화 가능성...업계 "난립 자체는 문제 아냐" 불만

제네릭 난립에 대한 우려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정부도 칼을 빼들었다. 허가와 약가제도 전체를 들여다보고 제네릭의 무분별한 시장 진입을 부추기는 제도를 뜯어고치겠다는 의도다. 반면 업계 일각에서는 단순히 제네릭 개수가 많다는 점을 문제삼는 것은 자율적인 시장경쟁에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한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정책협의체를 구성하고 제네릭 난립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일회용 점안제의 허가 변경과 약가인하와 같은 1회성 정책으로 식약처와 복지부가 협의를 시도한 적은 있지만 '제네릭 난립'과 같은 광범위한 정책을 목표로 손을 맞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허가와 약가제도의 전면 손질을 통해 제네릭 난립을 근절하겠다는 강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시장에 유통되는 제네릭 개수를 줄이려면 허가 규제를 강화하거나 가격정책으로 제약사들의 비용부담을 가중시키는 방안이 가장 효과적이다. 복지부와 식약처 측 모두 "업계에서도 제네릭 난립에 대해 심각한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 허가와 약가제도 전반을 들여다보고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복지부와 식약처는 먼저 제네릭 난립을 부추기는 허가와 약가제도가 무엇이 있는지를 살펴보고 각자의 분야에서 대책을 모색할 예정이다. 한 달에 1~2번 정기적으로 회의를 진행, 연내 대책 도출을 목표로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 계단형 약가제도 폐지·제네릭 약가인하 '만지작'

복지부는 2012년 약가제도 개편 이후 제네릭이 급격히 늘어난 현상을 주목하는 분위기다. 사실상 복지부가 꺼낼 수 있는 카드는 '계단형 약가제도 부활'과 '제네릭 상한기준 인하' 두 가지로 압축된다.

2012년 약가제도 개편 이전에는 제네릭 진입 시기가 늦을수록 한 달 단위로 가격이 떨어지는 계단형 약가 제도를 시행했다. 최초에 등재되는 제네릭은 특허 만료 전 오리지널 의약품 약가의 68%를 받고, 이후에는 한 달 단위로 10%씩 깎이는 구조다. 사실상 퍼스트제네릭이 진입한 이후 6개월만 지나면 제네릭의 원가에도 못 미치는 약가를 받을 수 있어 후발 제네릭의 시장 진입이 뜸했다.

하지만 계단형 약가제도 폐지 이후 특허가 만료된지 오래된 시장에도 제네릭이 속속 문을 두드렸다.

노바스크 제네릭 약가제도 개편 전후 약가 분포 비교(단위: 개, 자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08년 특허 만료된 고혈압약 '노바스크'의 경우 약가제도 개편 전인 2011년 12월1일 기준 20개의 제네릭이 200원대 1개, 300원대 17개, 400원대 2개 등으로 다양한 약가를 형성했다. 가장 먼저 등재된 제네릭보다 낮은 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달 기준 제네릭은 85개로 4배 이상 증가한데다 84개가 300원대의 약가로 등재됐다. 이중 56개는 최고가인 367원으로 책정됐다. 15개 제네릭은 351~365원의 약가가 형성됐다. 약가제도 개편 이후 등장한 제네릭은 대부분 최고가를 선택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사실 계단형 약가제도 철폐는 제네릭 업체들에 자발적인 약가인하를 통한 가격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장치였다. 오리지널 의약품과 똑같은 53.55%의 약가가 형성되면 제네릭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자진인하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노림수가 있었다.

제네릭 업체 입장에선 경쟁 제품보다 파격적으로 떨어뜨려도 많이 팔린다는 확신이 없어 조금 덜 팔더라도 더욱 많은 마진을 챙기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한번 인하된 제네릭 가격은 다시 올릴 수 없기 때문에 자진 약가인하를 시도하기엔 적잖은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만약 계단형 약가제도가 다시 시행되면 제네릭 업체들은 과거와 같이 최고가를 받기 위해 무더기로 퍼스트제네릭 경쟁을 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또 다시 나온다. 위수탁이 활성화된 상황에서 하나의 업체가 만든 20~30개의 제네릭이 동시에 허가와 약가를 신청할 수 있어 근본적인 대안이 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복지부 입장에선 특허 만료 전 오리지널 의약품의 53.55%인 최고가 기준을 낮추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제네릭의 가격을 높게 받지 못하면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제네릭 진입이 줄어들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제네릭 가격인하 카드는 제약업계로부터 강력한 저항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 제약사 한 관계자는 “2012년 일괄 약가인하와 동시에 시행된 약가제도 개편은 제약사들이 집단 소송을 추진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대다수 제약사들이 제네릭을 캐시카우로 수익을 거둬 신약개발 재원에 투입하는 상황에서 제네릭 약가인하를 추진하면 반발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자체 생산 제네릭과 위탁 제네릭간 약가 차등을 두는 방안도 제안하는 의견도 있다. 제제합성과 생동성시험을 직접 진행한 제네릭에 높은 약가를 부여하면 무분별한 위탁 제네릭의 시장 진입도 줄어들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식약처, 공동생동 규제 강화 등 검토...수수료 인상 가능성

제네릭 허가제도에서는 공동(위탁)생동 규제 강화가 우선적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식약처는 지난달 23일 발사르탄 의약품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위탁생동 등 제네릭 의약품 관련 허가제도 전반에 대하여 근본적으로 재검토 중이다"면서 유일하게 공동생동 규제를 거론했다.

공동생동 규제 강화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지속적으로 건의 중인 내용이다. 제약바이오협회는 2016년과 지난해 공동(위탁)생동 허용 품목을 원 제조업소를 포함해 4곳(1+3)으로 줄이는 방안을 식약처에 건의했다. 올해는 정식 건의를 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공동생동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무제한 공동생동 허용 이후 제네릭 개수가 급격히 늘어나 과당경쟁과 같은 부작용이 우려된다. 공동생동 제한은 종전에 비해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이지만 국내 제약산업의 건전한 생태계를 위해 건의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로서는 식약처는 공동생동 규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리지 않고 있다. 다만 7년 전 규제개혁위원회의 개선 권고로 폐지한 제도를 부활시켜달라고 요구하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식약처는 지난 2016년 제약바이오협회가 관련 건의를 제안했을 때 제약바이오협회 이외의 다른 유관 협회에도 해당 내용을 문의하기도 했다. 과연 전체 제약업계의 공통된 입장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만약 제약바이오협회의 건의대로 공동생동 규제가 강화되면 위수탁 생산을 활발하게 진행 중인 중소형 제약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불 보듯 뻔하다.

제네릭 난립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위탁 제네릭 허가용 의약품 생산 폐지도 고려할 수 있는 선택지다.

식약처는 지난 2014년 의약품을 생산하는 모든 공장은 3년마다 식약처가 정한 시설기준을 통과해야 의약품 생산을 허용하는 내용의 ‘GMP 적합판정서 도입’이라는 새로운 제도를 시행했다. 이때 허가용 의약품을 의무적으로 생산해야 하는 규정이 완화됐다.

다만 규제 합리화 취지로 개선한 제도를 제네릭 난립을 이유로 다시 규제를 강화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식약처가 꺼낼 수 있는 또 다른 카드는 허가 수수료 인상이다. 식약처는 지난 2008년 25년 만에 허가수수료를 대폭 인상한 이후 2017년에도 소폭 인상을 단행했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과 유럽과 비교하면 허가수수료가 턱없이 낮은 수준으로 알려졌다. 현재 위탁 제네릭을 허가받을 때 내는 수수료는 100만원 안팎에 불과하다.

제네릭 허가시 안전성과 유효성 자료 제출을 더욱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 식약처는 국내 생산 제네릭 제품이 미국, 유럽 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시장에도 적극 진출하지 못하는 이유를 국내 허가시 제출한 자료가 해외에 비해 상이할 수 있다는 의심을 제기한다.

식약처 관계자는 "해외에서 제네릭 허가시 제출하는 자료를 들여다보고 국내에서 유독 완화된 기준을 적용 중인 부분은 없는지 검토할 계획이다"면서 "제네릭 허가 전반에 걸쳐 살펴보고 복지부와 협의해 결론을 도출할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제약업계 "제네릭 개수 많으면 문제인가...시장 자율에 맡겨야" 반발

이에 대해 제약업계 일각에서는 정부의 제네릭 규제 강화 움직임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는 상황이다.

단지 제네릭 개수가 많다는 이유로 국내 의약품 시장을 비정상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시각이 많다. 기업들의 자율적인 시장 경쟁을 유도하되 불법행위만 엄격히 처벌하면 되지 않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위수탁 규제 움직임에 대해 이해관계가 얽힌 업체들의 불안감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위수탁을 장려하는 추세다. 특정 업체가 특정 제품을 집중적으로 만들면 품질관리가 잘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서다.

계단형 약가제도 폐지가 고가 제네릭만을 양산한 것은 아니라는 하소연도 나온다. 일부 시장에서는 제약업체들이 제네릭의 약가를 자진인하하며 건전한 경쟁을 펼치는 사례도 있다.

글리벡과 제네릭 약가분포(단위: 원, 자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만성백혈병치료제 '글리벡'의 경우 제네릭 제품의 가격경쟁이 펼쳐지면서 3000원대에서 1만원대로 폭넓은 약가가 형성중이다.

정부는 제네릭 난립은 과당경쟁으로 인한 불법 리베이트와 같은 부정행위, 저가 원료 사용으로 인한 부적합 제품 유통을 우려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불법 리베이트 차단을 위해 지속적으로 강력한 제재를 도입하면서 단지 제네릭 개수가 많다는 점을 문제삼으면 안된다"라고 토로했다.

정부는 지난 2010년 리베이트를 주고받는 자를 모두 처벌하는 쌍벌제를 시행한 이후 점차적으로 리베이트 처벌 강도를 높였다. 리베이트 의약품을 제재하기 위해 약가인하와 건강보험 급여 중단 제도가 반복적으로 시행 중이다. 리베이트 의약품의 판매금지 기간도 1개월에서 3개월로 확대됐다.

저가 원료 사용에 대한 불신에 대해서도 제약업계는 억울함을 감추지 못한다.

제약사 한 관계자는 "정부가 승인한 원료를 사용했고 정식 절차를 거쳐서 허가받은 제품인데도 저가 원료를 사용했다고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무책임한 태도다”면서 “정부는 기업들의 자율적인 시장경쟁에 맡기고 불법행위에 대한 감시와 감독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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