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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계단형 약가제·공동생동 규제 폐지 여파...제네릭 난립

  • 천승현
  • 2018-09-11 06:30:47
  • [기획]②허가·약가제도 변화 특허만료약 쏟아져...위탁 제네릭 허가용 생산 폐지도 영향
  • 2012년 계단형 약가제도 철폐 이후 무더기 최고가 등재...공동생동 무제한 제네릭 허가 봇물

업계에서는 2013년 이후 제네릭 개수가 갑작스럽게 급증한 원인을 정부 정책의 변화로 지목한다.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제네릭 개수가 급증했다면 당시에 시행한 정책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의구심에서다. 2010년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보건복지부가 각각 제네릭 허가와 보험약가제도에 큰 변화를 가하면서 제네릭 난립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복지부, 2012년 계단형 약가제도 철폐...후발 제네릭 최고가로 진입

2012년 시행한 약가제도 개편이 제네릭 급증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복지부는 지난 2012년 약가제도 개편을 통해 특허만료 신약의 가격을 특허만료 전의 80%에서 53.55%로 인하했다. 제네릭은 최초 등재시 특허만료 전 오리지널 의약품의 59%까지 약가를 받을 수 있고 1년 후에는 오리지널과 마찬가지로 상한가격이 53.55%로 내려간다.

이때 복지부는 제네릭의 약가 등재 순서에 따라 높은 가격을 책정하는 ‘계단형 약가제도’를 폐지했다.

2012년 이전에 시행한 계단형 약가제도는 제네릭 진입 시기가 늦을 수록 한달 단위로 가격이 떨어지는 구조다. 최초에 등재되는 제네릭은 특허 만료 전 오리지널 의약품 약가의 68%를 받고, 이후에는 한달 단위로 10%씩 깎이는 구조다. 다만 첫 번째 제네릭이 동시에 여러 개 등재되면 퍼스트제네릭의 보험약가도 떨어지는데, 13개 이상이 동시에 등재되면 제네릭 최고가는 54.4%로 책정된다.

2012년부터는 시장에 뒤늦게 진입한 제네릭도 최고가격(특허 만료 전 오리지널 의약품의 53.55%)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과거에는 제약사들이 뒤늦게 제네릭을 발매할수록 낮은 가격을 받기 때문에 지금처럼 후발주자들이 제네릭 시장에 진입하려는 시도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약가제도 개편 이후 시장에 늦게 진입해도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제약사들은 특허가 만료된지 오래 지난 시장도 적극적으로 제네릭을 발매할 수 있게 됐다.

지난 2014년 특허가 만료된 고지혈증치료제 ‘크레스토’의 사례를 보면, 특허만료 직후인 2014년 총 136개(5mg 29개, 10mg 63개, 20mg 66개)의 제네릭이 등재됐다. 이후에도 크레스토 제네릭은 매년 수십개씩 쏟아졌고 현재 제네릭은 292개에 달한다. 특허만료 이듬해부터 156개의 제네릭이 추가로 진입한 셈이다.

연도별 크레스토 제네릭 개수 추이(단위: 개, 자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만약 계단형 약가제도가 유지됐다면 지속적으로 제네릭이 등장하는 현상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란 견해가 많다. 매달 최고가가 10% 떨어지기 때문에 특허 만료 이후 1년 가량 지난 이후 등장하는 제네릭은 사실상 원가에도 못 미치는 약가를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리피토, 플라빅스, 디오반 등 대형 제네릭 시장도 특허 만료가 한참 지났는데도 지속적으로 제네릭이 등장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분석된다. 공교롭게도 약가제도 개편이 이뤄진 2012년 이후 제네릭 개수가 급증한 것도 약가제도가 제네릭 난립에 결정적인 요인을 제공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실제로 2012년 약가제도 개편 이후 최고가 수준의 가격으로 등재되는 제네릭의 빈도가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약가제도 개편 시행 전후를 비교하기 위해 2011년 12월 1일과 2018년 9월 1일 기준 주요 제네릭 제품의 약가 분포를 분석해봤다.

리피토 제네릭 약가제도 개편 전후 약가 분포 비교(단위: 개, 자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리피토10mg의 경우 2011년 12월 기준 제네릭이 29개에서 현재 118개로 늘었다. 7년 전에는 제네릭의 보험약가가 400원대에서 800원대로 고르게 분포됐다. 600원대가 14개로 가장 많았고 800원대가 9개로 뒤를 이었다.

그러나 현재 리피토의 제네릭 118개 중 115개는 최고가 수준인 600원대의 약가로 등재된 상태다. 이중 95개의 제네릭은 최고가와 근접한 652~663원으로 보험약가가 책정됐다. 제네릭의 80.5%는 책정할 수 있는 가장 비싼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약가제도 개편 이후 제네릭이 받을 수 있는 최고가격 수준은 다소 떨어졌지만 대다수의 제네릭이 최고가격 수준의 가격을 선택했다는 의미다.

플라빅스 제네릭도 비슷하다. 2011년 12월 기준 플라빅스 제네릭 34개 중 가장 높은 1700원대에 12개의 제네릭이 포진했고 400원대부터 1600원대까지 다양한 가격대에 제네릭의 가격이 형성됐다. 그러나 9월1일 기준 플라빅스 제네릭은 105개로 급증했는데 이중 87개가 가장 비싼 1100원대 의 보험약가를 나타냈다.

플라빅스 제네릭 약가제도 개편 전후 약가 분포도 비교(단위: 개, 자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업계 한 관계자는 "2012년 계단형 약가제도를 철폐한 이후 제약사들은 뒤늦게 시장에 진입해도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매력에 퍼스트제네릭 선점에 실패하더라도 후발 제네릭을 만드는데 주저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공동생동 규제 철폐·위탁 제네릭 허가용 생산 폐지 등 제네릭 난립 부추겨

제네릭 허가제도에서는 '공동(위탁) 생동 규제'가 제네릭 난립의 원인이라는 의견이 가장 많이 거론된다.

'공동(위탁) 생동 제한' 규제는 국내 제네릭 의약품의 불신으로 한시적으로 시행한 제도다. 지난 2006년 생동성시험 데이터가 무더기로 조작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총 307개 품목의 허가가 취소됐다. 이른바 '생동 조작 파문'이다. 식약처(당시 식약청)는 제네릭 난립도 생동조작의 원인 중 하나라고 판단, 생동성시험을 진행할 때 참여 업체 수를 2개로 제한하는 공동생동 제한 규제를 2007년 5월부터 시행했다.

당시 공동생동 제한은 같은 공장에서 생산하는 똑같은 제품에 대해 임상시험을 별도로 해야한다는 불필요한 규제라는 성토가 업계에 만연했다. 예를 들어 A업체가 5개 업체로부터 위탁을 의뢰받고 총 6개의 제네릭을 허가받을 때 3번의 생동성시험을 진행해야 한다는 의미다. 같은 공장에서 생산하는 의약품인데도 똑같은 절차를 여러 번 거쳐야 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오리지널 의약품을 보유한 B업체가 다른 업체에 포장만 바꿔 새롭게 허가를 받는 ‘쌍둥이 제품’을 내놓을 때에는 같은 오리지널 의약품 2개를 두고 생동성시험을 진행해야 하는 불합리한 현상도 나타났다. 결국 규제개혁위원회의 개선 권고에 식약처는 2011년 11월 이 규제를 전면 철폐했다.

공동생동 규제 폐지 이후 제네릭의 허가 건수도 급증했다. 위탁생동을 통해 제네릭 허가를 받은 업체들 입장에선 허가비용과 시간을 단축했는데도 높은 가격으로 내놓을 수 있다는 매력이 생겼다.

식약처에 따르면 생물학적동등성 인정 품목은 2010년 437개에서 2011년 909개로 2배 이상 늘었다.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보이다 2016년에는 1112개로 늘었다.

연도별 생물학적동등성 인정품목 추이(단위: 개, 자료: 식품의약품안전처)
위탁 생동을 통해 제네릭을 허가받는 비중이 커졌다. 공동생동 규제가 폐지된 2012년부터 위탁 생동 건수가 직접 생동실시를 앞질렀다. 2011년 직접실시가 543개로 위탁생동 366개보다 월등히 많았다. 2개 업체만 하나의 생동성시험에 참여할 수 있어 산술적으로 위탁생동 건수가 직접실시 건수를 넘을 수 없는 구조였다.

2012년에는 위탁생동으로 생동성을 인정받은 제품이 337개로 직접실시(251개)보다 86건 많았다. 2016년에는 위탁생동으로 허가받은 제품이 984개로 직접실시 128개보다 월등히 많았다. 2016년 기준 생동성인정품목 1112개 중 위탁생동 비율이 88.5%를 차지했다. 허가받은 10개의 제네릭 중 9개 가량은 생동성시험을 직접 진행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공동생동 규제 폐지가 제네릭 개수 증가의 한 요인이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 셈이다.

허가 제도에서 공동생동규제만이 제네릭 개수 증가를 부추긴 것은 아니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식약처는 지난 2014년 의약품을 생산하는 모든 공장은 3년마다 식약처가 정한 시설기준을 통과해야 의약품 생산을 허용하는 내용의 ‘GMP 적합판정서 도입’이라는 새로운 제도를 시행했다. 이때 허가용 의약품을 의무적으로 생산해야 하는 규정이 완화됐다.

기존에는 다른 업체가 대신 생산해주는 위탁 의약품의 허가를 받으려면 3개 제조단위(3배치)를 미리 생산해야 했다. 생산시설이 균일한 품질관리 능력이 있는지를 사전에 검증받아야 한다는 명분에서다.

당시 제약업계에서는 “정부로부터 검증을 받은 제품인데도 또 다시 허가용 의약품을 만드는 것은 중복 규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적합판정을 통과한 제조시설에서 생산 중인 제네릭은 3배치를 생산하지 않고도 제품명과 포장만 바꿔 허가받을 수 있게 됐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위탁을 통해 제네릭 허가를 받을 때 별도의 생동성시험과 허가용 의약품 생산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영세제약사의 경우 1년에 1배치 분량에 해당하는 30만정을 팔기도 벅차다. 3배치를 허가용으로 만들어도 사용기한내 모두 소진할 수 없다는 걱정이 많았는데 위탁 제품에 한해 허가용 생산 규제가 완화되면서 적극적으로 제네릭 허가에 나설 수 있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연간 생산실적이 100억원 미만인 업체는 2016년 192곳으로 전체 생산실적이 있는 업체 353곳 중 절반이 넘었다. 생산실적 100억원 미만 업체는 2010년 134곳에 불과했지만 2015년 202곳으로 크게 늘었다.

이종혁 호서대 제약공학과 교수는 "제네릭 난립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시장 진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허가와 약가제도를 면밀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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