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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 면허범위 토론, 의협·한의협 간 불꽃 논쟁

  • 이혜경
  • 2016-09-02 06:15:00
  • 다시 불붙은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논란

의료법과 의료인의 면허범위'를 주제로 개최한 제2회 HeLP 헬스케어 콜로키엄이 열렸다. 오랜만에 의사협회와 한의사협회 대표가 참석해 면허범위에 대한 논쟁을 벌였다.
의료인의 면허범위 문제를 내부정치에 활용하지 말아달라던 사전 당부는 첨예한 입장 앞에서 무력했다.

고대 법학연구원 보건의료법정책연구센터가 1일 '의료법과 의료인의 면허범위'를 주제로 연 제2회 HeLP 헬스케어 콜로키엄이 결국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문제를 둘러싼 대한의사협회와 대한한의사협회 간 날선 논쟁으로 번졌다.

행사를 주최한 강윤구 보건의료법정책연구센터 소장은 콜로키엄 내내 "의학의 우월성을 위한 토론회가 아니다. 주제를 생각해 달라", "김태호 한의협 약무이사가 답변하다가 과부하가 걸리겠다, 숨을 돌릴 수 있도록 각도를 달리해 질문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한의협을 향해 의협 관계자들이 질문을 쏟아내자, 강 소장은 "의협과 한의협은 이 문제의 당사자로 질문이 편중될 수 있다"며 더 이상 질문을 받지 않기도 했다.

의사들,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은 '아류 자청' 맹비난

패널로 참석한 이용민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소장은 "한의학이 어려운 이유는 자신의 분야를 특화시켜서 발전시킬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라며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겠다는 변칙적인 방법으로 스스로 아류를 자청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2011년 개정된 한의약육성법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한의약육성법은 우리의 선조들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의학의 기초로 한 한방행위 외 과학적으로 응용·개발한 한방의료행위를 한의약으로 개정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 소장은 "한의사들은 '한의학의 기초로 한 한방행위'를 빼고 과학적인 부분부터 한의약육성법을 이야기 한다"며 "전통적인 방법을 발전, 개선해서 한국적인 것을 세계적으로 발전시키라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한의협 홈페이지 메인에 '한의학은 현대의학입니다'라고 적혀 있는 부분을 발견했다면서, 이 소장은 "얼마나 답답하면 한의학을 포기하고 현대의학을 자정하는지 안쓰럽다"며 "한의학의 강점은 무엇인지 생각해본 적 있냐"고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청중으로 참석한 이필수 전남의사회장은 "흉부외과 전문의가 된지 3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자신있게 흉부 엑스레이를 판독하지 못한다"며 "한의사들이 150시간 교육을 받고 국가시험을 치렀다고 했지만, 과연 자신있게 판독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김숙희 서울시의사회장 또한 "한의학을 과학화 하고 검증이 가능한 의학으로 만들면 한의학이 아니다"라며 "의학의 범주에 들어오는 근거중심의학이 된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최근 의료인 면허범위를 두고 의료행위가 법관에 의해 구분돼야 하는지 회의감이 들고 있다"며 "차라리 의료행위의 구분을 명확히 하고, 면허를 합치거나 통합하는 등 면허제도를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의계 "사회적 요구 따라야", 법조계 "의료범위 어디까지"

김태호 한의협 약무이사는 "한의사는 의료법상 의료인으로 의료재료와 치료를 선택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며 "현대의료기기 사용 또한 객관적인 정보를 수집하고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해서 선택할 권리를 가진다"고 받아쳤다.

의료법, 의료기기법에 제한하는 특별한 규정을 가지고 있지 않고 있다는게 그 이유다.

김 약무이사는 "의료법이 의사, 한의사 이원적 의료체계를 가지고 있어서 문제가 있다고 하지만 오히려 갈등이 증폭되고 사법부의 판단에 목매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회적 갈등과 사회적 비용이 증가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콜로키엄에는 의례적으로 의사협회 집행부가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또한 현재 한의학이 400년전 유물이 아니며, 사회적 요구에 따라 의료행위의 범위가 변해야 한다는게 김 약무이사의 입장이다.

그는 "현재 일본에서는 이번 토론회의 주제이기도 한 골밀도측정기를 헬스장에서 사용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또한 어떻게 하면 국민에게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의사의 감각에 따라 진단하는 수준을 넘어서 현대의료기기 등을 사용한 객관적인 데이터 활용이 국민들의 요구사항이라는 얘기다.

손계룡 법무법인 이인 대표변호사와 주호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교 교수 겸 한국의료법학회 회장 또한 현재 사법부의 판단 및 국민들의 요구사항에 따라 의료인의 의료범위 또한 변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손 변호사는 "2011년 한의약육성법 개정은 한의학의 과학화를 위한 입법자들과 행정부의 판단이 녹아 있다"며 "한의계는 한방에 기초를 둔 첨단의료기기, 한방이 가미되어 각색된 의료기기를 발달시켜 활용해도 될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놨다.

주 회장은 "결론적으로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의 경우, 할 수 있으면 해도 좋다는 생각"이라며 "규범적으로 판단할 부분도 있지만 실제 한의사가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단, 학문적 원리를 허용하면서 환자들이 위험해져서는 안된다"며 "여러 제한이 있겠지만 법을 정확하게 해석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신성식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어느 단체라고 말할 수 없지만, 이 문제를 내부정치에 활용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대한민국의 환자들이 조금 더 과학적으로, 의학적으로, 나은 서비스를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청중 질문에 의협 관계자 수두룩...좌장 지적도

콜로키엄 2부에 진행된 청중 질의응답에서 질문이 오가고 있다.
1부 패널 토론 이후 진행된 2부 토론에서 첫 질문은 이용민 의료정책연구소장이 맡았다.

이 소장은 "한의사가 의료법 상으로 의사와 동등한 지위라고 하지만, 어떻게 하면 한의학이 더 강점일지에 대한 생각을 한 적 있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손 변호사는 "지금 토론회는 양의학의 우월성을 판단하는게 아니다"고 비난했고, 강 소장은 "손 변호사의 말을 좌장의 말로 대체하겠다"면서 토론회 주제에 대한 질문을 요구했다.

이필수 전남의사회장과 김숙희 서울시의사회장의 지적과 관련, 김태호 한의협 약무이사는 "의사들은 한의사들이 엑스레이를 찍어서 무엇을 판독할 수 있냐고 이야기 한다"며 "흉부외과 전문의 소견이 필요한 진료가 아닌, 현재 한의원에서 이뤄지는 추나요법의 객관적인 기본 데이터 수준의 판독을 할 수 있도록 요구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약무이사는 "의과에서도 일반의들의 초음파, 엑스레이 사용은 제한이 없다"며 "그들도 새로운 기기가 나오면 졸업 이후 보수 교육을 받고 있다. 우리도 공평하게 보수교육이나 추가교육을 통해 학문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한의사가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면 한의학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김 약무이사는 "한의학이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면 한의학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쉽다"며 "중국에서 중의학을 발전시켜서 현대화를 한 사례를 봐야 한다. 지금 세계는 전통적인 의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발전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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