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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최고의 후보물질이 넓은 특허가 아닌 이유신약개발팀이 수십 개의 후보물질을 합성하고 평가한 끝에 가장 높은 활성을 보이는 물질을 찾았다고 가정해 보자. 선택성과 약동학적 특성도 양호하고 동물모델에서 효능까지 확인됐다면, 개발 후보를 정할 근거는 충분해 보인다. 그러나 특허를 설계할 때는 질문이 달라진다. 최고 성능을 보인 물질 하나가 아니라, 그 물질과 구조적으로 유사한 후보군을 어디까지 하나의 기술적 범위로 설명할 수 있는가. 구조가 달라져도 효과가 유지되는 범위는 어디까지이며, 어느 지점부터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워지는가. 리드 후보를 선정하는 실험은 가장 좋은 물질을 찾는 데 초점이 있다. 반면 여러 후보물질을 포괄하는 권리를 설계하려면 구조가 달라질 때 효과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설명해야 한다. 좋은 후보물질을 찾았다는 사실이 곧 넓은 특허범위까지 뒷받침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최고점은 범위를 설명하지 않는다 후보물질을 최적화하는 과정에서는 활성, 선택성, 독성, 용해도, 대사 안정성과 약동학적 특성을 비교해 개발 가능성이 높은 물질을 압축한다. 여러 평가항목을 종합했을 때 가장 우수한 물질이 리드 후보가 되고, 성능이 낮거나 개발성이 부족한 후보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난다. 이 데이터는 어떤 물질을 개발할지 결정하는 데 유용하다. 하지만 하나의 후보물질이 우수하다는 사실만으로 그 주변의 구조적 변형까지 동일한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고 설명하기는 어렵다. 구조적으로 매우 유사한 화합물 사이에서도 작은 변화로 활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액티비티 클리프(activity cliff)’는 구조가 유사하지만 효능에는 큰 차이가 나는 화합물 쌍을 의미한다. 이러한 화합물 쌍은 작은 구조 변화가 활성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기 때문에 구조활성관계, 즉 SAR을 파악하는 데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작은 변형이 언제나 작은 효과 차이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2024년 11월 온라인 공개된 연구는 ChEMBL 34의 고신뢰도 생물활성 데이터를 이용해 37만4979개의 단일 원자 변형 화합물 쌍을 구성했다. 연구진은 탄소와 질소, 산소와 탄소의 치환뿐 아니라 수산기와 수소, 메틸기와 수소, 할로젠과 수소 사이의 변형 등 10가지 유형을 분석해 7400개가 넘는 액티비티 클리프를 확인했다. 이 결과가 곧 특정 특허의 적정 권리범위를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하나의 우수한 후보에서 확인된 효과를 구조적으로 유사한 후보군 전체로 확장할 때 별도의 검증이 필요한 이유는 보여준다. 공통 골격을 공유한다는 사실과 그 후보들이 공통된 효과를 나타낸다는 사실은 구분해야 한다. 최고 후보와 넓은 권리 사이에는 데이터의 간극이 있다 출원 단계에서는 확보하고 싶은 사업영역을 기준으로 청구범위를 넓게 설계하려는 유인이 생긴다. 경쟁사가 선택할 가능성이 있는 치환기와 유사체를 최대한 포함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이 희망하는 사업범위와 현재 데이터가 설명하는 기술범위는 구분해야 한다. 청구항의 문언을 넓히는 것만으로 데이터가 보여주지 못한 구조와 효과의 관계까지 설명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확인된 후보 하나만 지나치게 좁게 보호하는 것도 최선은 아니다. 현재 데이터로 공통 원리를 설명할 수 있는 범위, 추가 비교실험을 통해 확장 가능성을 검토할 범위, 후속 연구와 별도 출원으로 남겨야 할 범위를 나눠 볼 필요가 있다. 넓은 권리를 확보하려면 가능한 많은 후보물질을 실시예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비슷한 구조와 긍정적인 결과만 반복하면 실시예 수는 늘어도 후보군의 기술적 경계는 여전히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치환기를 공유하는 유사체 여러 개가 모두 활성을 나타냈더라도, 청구하려는 범위가 위치·크기·전자적 특성과 입체구조가 다른 치환체까지 포함한다면 기존 데이터가 그 범위를 고르게 대표하는지는 별도로 살펴봐야 한다. 같은 골격을 공유하더라도 치환기 변화에 따라 활성뿐 아니라 선택성·용해도·대사 안정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실시예 수가 상대적으로 적더라도 구조적 변형의 서로 다른 지점에 배치돼 있다면 후보군의 공통성과 경계를 설명하는 데 더 유용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몇 개의 물질을 만들었는지가 아니라, 어떤 기술적 질문에 답하도록 물질과 비교군을 배치했는가다. 데이터의 특허상 가치는 개수보다 설명력에 있다 후보군의 권리범위를 검토할 때 필자는 데이터를 세 가지 축으로 나눠 본다. 첫째는 구조적 대표성이다. 확보한 데이터가 청구하려는 후보군의 일부에 집중돼 있는지, 서로 다른 구조적 변형을 실제로 대표하는지를 본다. 둘째는 효과의 연속성이다. 구조가 달라져도 목표 효과가 일정한 경향으로 유지되는지, 작은 변화에서 급격히 무너지는지를 확인한다. 효과가 비교적 연속적으로 나타난다면 후보군을 관통하는 공통 원리를 설명하기가 수월하다. 셋째는 선행기술과의 비교 가능성이다. 자사 후보 중 어느 물질이 가장 좋은지를 보여주는 것과, 가장 가까운 선행물질보다 왜 기술적으로 의미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은 다른 문제다. 새로 도입한 구조적 차이가 활성·선택성·독성·안정성 또는 생산성에서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지를 판단할 비교군이 필요하다. 세 기준은 서로 연결돼 있다. 구조적으로 다양한 물질을 확보했더라도 공통된 효과가 보이지 않으면 하나의 넓은 후보군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반대로 효과가 우수하더라도 가까운 선행물질과의 비교가 없다면 그 결과가 새롭게 도입한 구조적 특징에서 비롯됐는지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다. 결국 데이터의 특허상 가치는 절대적인 개수보다 배치에서 나온다. 최고 성능 후보 주변에 유사한 성공 사례를 추가하는 것보다, 청구하려는 범위의 서로 다른 지점과 효과가 달라지는 경계를 보여주는 비교실험이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리드 후보를 선정하는 데이터는 어느 물질을 개발할지 알려준다. 권리범위를 설계하는 데이터는 그 물질이 속한 후보군을 어디까지 하나의 기술적 원리로 설명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좋은 후보물질은 가장 높은 성능값에서 발견될 수 있다. 그러나 넓은 권리는 최고점 하나가 아니라, 구조가 달라져도 효과가 유지되는 구간과 그 효과가 무너지기 시작하는 경계를 데이터가 얼마나 설명할 수 있는지에서 결정된다. ◆글 석종헌 변리사(특허법인 린) 바이오·화학 분야의 특허 포트폴리오 설계와 IP-R&D를 자문한다. 신약 후보물질과 바이오 플랫폼의 연구데이터, 경쟁사 특허와 사업 확장 경로를 연결하는 IP 전략을 수행하고 있다.2026-09-02 06:00:40데일리팜 -
[기자의 눈] 10년에 걸친 약가인하, 반품·정산 대책 마련을[데일리팜=정흥준 기자]내년부터 10년에 걸친 기등재 의약품 재평가가 이뤄지면서, 매년 일선 현장에서는 약가인하 대란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내년 4월 재평가에 따른 약가인하가 시작되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약가 인하에 뒤따르는 반품과 정산의 혼란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 역시 이번 약가제도 개편이 책임져야 할 과제다. 내년부터 2033년까지 이뤄지는 1단계 약제와 2030년부터 2036년까지 이뤄지는 2단계 약제는 매년 2%의 단계적 약가인하가 예정돼 있다. 53.55%의 약가가 45%로 서서히 인하되는 구조다. 기준요건을 미충족한 품목은 해당 연차의 인하율에 80% 약가로 떨어진다. 각 품목별로 보자면 인하 금액이 크지 않을 수 있지만 문제는 규모에 있다. 사후관리 정례화에 맞춰 매년 4월 또는 10월에 수천개 품목의 약가인하가 예상된다. 아직은 약가인하 대상 품목을 분류하는 데 모든 행정적 관심이 집중돼 있지만, 그 뒤에는 약가 조정에 따른 현장의 혼란이 기다리고 있다. 또 4월과 10월에 약가인하되는 품목은 기등재 재평가뿐만 아니라 사후관리 정례화에 따른 사용량-약가연동 품목도 포함된다. 수천개 약제가 한꺼번에 약가인하되면 약국은 재고 손실을 방어하기 위해 대대적인 차액 정산에 나설 것이다. 기존 약가인하 방식처럼 촉박한 일정으로는 현장에서는 반품 전쟁이 벌어질 것이 불보듯 뻔하다. 최소 1개월 전 인하 대상 품목과 인하율을 투명하게 확정 공고해, 약국과 유통업계가 차액 정산 등의 절차를 차질 없이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야 한다. 지난 2012년 일괄인하 때에도 서류상 반품 원칙을 마련하고, 차액 보상이 이뤄졌지만 품목수가 많아 현장 혼란이 불가피했다. 기등재 재평가는 무려 10년이라는 긴 호흡으로 시장을 흔들게 된다. 일회성 충격이 아닌 10년간 매년 현장에 영향을 미칠 연례 행사가 된 만큼, 당장 내년 첫 단추를 꿰기 전에 예측 가능하고 투명한 완충 시스템을 선제적으로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는 제약바이오협회, 유통협회, 약사회 등과 협의를 거쳐 대책 방안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약가제도의 완성도는 새로운 가격을 결정하는 정교한 산식뿐만 아니라 현장의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과 혼선 없이 작동할 때 결정된다.2026-09-02 06:00:40정흥준 기자 -
[특별기고] 약국 인테리어 계약 전 확인해야 할 것들좋은 공사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부터 시작됩니다. 인테리어 상담을 하다 보면 이런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이 업체랑 계약해도 괜찮을까요?" 사실 이 질문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업체마다 장점도 다르고 운영 방식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있습니다. 좋은 계약은 좋은 업체를 만나는 것보다, 좋은 질문을 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약국 인테리어는 완성된 제품을 구매하는 일이 아닙니다. 설계부터 시공까지 수많은 선택과 의사결정을 함께 만들어 가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계약 전 몇 가지는 반드시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첫 번째는 공사 범위입니다. 견적서의 총금액보다 중요한 것은 어디까지 포함되어 있는지입니다. 철거는 어디까지인지, 냉난방과 간판은 포함되는지, 전기와 급·배수 설비는 별도인지 미리 확인해야 합니다. 같은 금액의 견적이라도 포함된 공사 범위에 따라 실제 비용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오래된 건물은 철거 후 예상하지 못했던 배관이나 누수 문제가 발견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변수는 누구의 잘못도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추가 공사가 왜 필요한지, 비용은 어떻게 산정되는지 충분히 설명해 주는 업체인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의사소통 방식입니다. 좋은 디자이너는 요청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아니라, 더 좋은 결과를 위해 질문하는 사람입니다. "왜 그렇게 사용하시려고 하나요?", "운영 방식은 어떠신가요?"라는 질문이 많을수록 오히려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테리어는 함께 만들어가는 프로젝트이기 때문입니다. 네 번째는 A/S 기준입니다. 인테리어는 공장에서 찍어내는 완제품이 아니라 현장에서 만드는 작업입니다. 시간이 지나며 작은 하자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하자가 발생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대응하느냐입니다. 그래서 A/S 기간과 대응 기준을 계약 전에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마지막은 신뢰입니다. 계약 전에는 충분히 비교하고 질문하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계약을 결정했다면 끊임없이 의심하기보다 같은 목표를 가진 한 팀이라는 마음으로 소통하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만듭니다. 계약은 도장을 찍는 순간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날부터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약속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좋은 인테리어는 시공 기술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좋은 질문과 좋은 의사소통이 좋은 공간을 만듭니다.2026-09-02 06:00:32데일리팜 -
[기자의 눈] 기등재 약가인하, 다른 출발선의 불공평[데일리팜=김진구 기자] 두 사람이 100m 달리기 시함을 한다고 가정하자. 처음에는 같은 출발선에 섰다. 그런데 경기를 앞두고 심판은 한 사람에게 여러 차례 뒤로 이동하도록 했다. 다른 사람은 그 자리 그대로 서 있다. 두 사람이 서 있는 위치가 달라졌다. 이때 심판이 마지막으로 명령한다. “지금 서 있는 곳에서 똑같이 뒤로 20m 물러나서 출발하라”고. 얼핏 같은 규칙이 적용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두 사람의 출발선은 같지 않다. 약가도 그렇다. 2012년 약가개편 이후 14년 동안 품목별 약가는 같은 경로를 밟지 않았다. 실거래가 약가인하나 사용량-약가 연동 등 여러 제도를 거치며 수차례 가격이 조정된 품목이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변동이 적었던 품목도 있다. 같은 시점에서 출발했지만 2026년 현재 서 있는 위치는 달라진 셈이다. 그런데 정부는 기등재 품목에 새로운 산정률 45%를 적용하면서 ‘현재의 약가’를 기준으로 삼는다. 표면적으로는 모든 품목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과거의 차이가 다시 문제가 된다. 이미 여러 차례 약가가 조정된 품목은 그 인하가 반영된 가격에서 새로운 산정률을 적용받는다. 상대적으로 약가 변동이 적었던 품목 역시 같은 45%를 적용받는다. 산정률은 같지만, 그 산정률을 적용받기 전의 출발점은 같지 않다. 이번 개편을 단순히 ‘약가를 또 깎는 중복 인하’로 볼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12년 이후 이미 여러 차례 약가 조정을 거친 품목과 그렇지 않은 품목에 동일한 45%의 산정률을 적용하는 게 과연 형평에 맞는지 따져야 한다. 결국 관건은 어디를 새로운 산정률을 어디에서부터 적용할 것인가다. 2012년 약가개편 직후의 가격을 출발점으로 볼 것인지, 이후 14년간의 각종 약가 조정을 모두 거친 2026년 현재 가격을 출발점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같은 45%라는 산정률이 가져오는 영향은 크게 달라진다. 현재 가격을 기준으로 삼는 방식은 제도 운영 측면에서는 명료하고 단순할 수 있다. 하지만 약가가 현재 수준에 이르기까지 거친 과정까지 단순화할 수 있는지는 다른 문제다. 지금의 약가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2012년 이후 각 품목이 거쳐온 약가 조정의 결과가 누적돼 있다. 이 누적된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현재 가격만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제도 적용의 편의성은 확보할 수 있어도 품목 간 형평성까지 확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과 같은 조건에서 출발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서로 다른 과정을 거쳐온 품목을 어디에서 다시 출발시킬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행정 편의성이 정책적 형평성보다 앞선 것은 아닌지, 정부가 답해야 할 문제다.2026-09-01 06:00:42김진구 기자 -
[전문가 칼럼] 약사들을 위한 현지조사 대응 해설최근 보건소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현지조사가 부쩍 늘고 있다. 이미 환수 처분까지 받은 약국이 적지 않고, 그에 따라 필자에게 문의를 주시는 약사님들도 눈에 띄게 많아졌다. 그런데 상담을 하다 보면 안타까운 경우가 반복된다. 조금만 다르게 대응했다면 충분히 다퉈볼 여지가 있었을 사안이, 조사 당일 작성한 서류 한 장 때문에 손쓰기 어려워진 경우다. 바로 사실확인서다. 이 글에서는 조사관이 약국에 찾아온 바로 그 순간, 약사님께서 무엇을 하셔야 하는지를 실무적 관점에서 정리한다. 1. 현지조사는 무엇을 위한 절차인가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인 약국이 청구한 요양급여비용이 관련 법령에 맞게 청구되었는지를 직접 방문하여 확인하는 절차다. 조사 결과 부당청구로 판단되면 부당이득 환수에 그치지 않는다. 부당금액과 비율에 따라 업무정지 또는 과징금 처분이 뒤따르고, 개설약사에 대한 면허 자격정지, 사안에 따라서는 형사고발까지 이어질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사안의 출발점이 되는 사실관계는 대부분 조사 당일, 현장에서 확정된다. 2. 약국에서 실제로 문제되는 유형들 약국 현지조사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되는 유형은 대체로 정해져 있다. 처방 내역과 다른 의약품의 조제 및 대체조제 후 사후통보 누락, 약사가 아닌 종업원에 의한 조제 관여, 조제기록부·처방전 등 관계 서류의 미작성 또는 미보존, 본인부담금의 임의 할인·면제, 야간 조제 부당청구 등이 대표적이다. 3. 사실확인서는 한번 서명하면 되돌리기 어렵다 조사관이 예고 없이 방문해 사실확인서를 내미는 상황에서, 당황한 나머지 내용을 충분히 검토하지 못한 채 그대로 서명하는 경우가 많다. 조사관과 얼굴을 붉히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일단 협조하면 좋게 마무리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현지조사 과정에서 작성된 사실확인서에 상당한 증명력을 인정하고 있다. 작성 과정에 위법한 강압이 있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증명되지 않는 한, 본인이 직접 서명한 문서의 내용은 쉽게 뒤집히지 않는다. 그 결과 이후 이의신청이나 행정소송 단계에서 '그때는 상황을 잘 몰랐다', '사실은 그런 취지가 아니었다'고 진술하더라도 이미 서명한 사실확인서를 번복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조사 당일의 짧은 순간이, 이후 수개월, 수년의 절차를 좌우하게 되는 셈이다. 4. 사실과 다른 부분은 현장에서 분명히 부인해야 한다 따라서 아무리 당황스럽고 조사관과 이견을 조율하는 것이 부담스럽더라도, 사실관계와 다른 내용은 그 자리에서 명확하게 부인해야 한다. 이는 조사를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사실관계를 기록으로 남기는 정당한 권리 행사다. 여기서 반드시 구분해야 할 것이 있다. 현지조사 자체를 거부·방해하거나 관계 서류의 제출을 거부하는 것은 그 자체로 제재 사유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사실확인서에 기재된 내용 중 사실과 다른 부분의 정정을 요구하거나 자신의 의견을 함께 기재하는 것은 조사 거부와 전혀 다른 문제다. 협조할 것은 협조하되, 사실관계는 정확하게 남기면 된다. [주의사항] '부당청구 사실을 모두 인정합니다'와 같은 포괄적·추상적 문구는 특히 위험하다. 개별 건별로 사정이 다름에도 조사 대상 전체를 한 번에 인정한 것으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인정할 부분이 있다면 그 범위를 구체적으로 특정해서 기재해야 한다. 5. 기재된 사실이 맞더라도 경위는 함께 남겨야 한다 나아가 기재된 사실관계 자체는 맞더라도, 그렇게 조제하거나 청구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이 있다면 이 역시 반드시 사실확인서에 함께 남겨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렇게 남겨둔 한두 줄이 이후 이의신청이나 소송에서 약사님의 입장을 뒷받침하는 출발점이 된다. 반대로 아무것도 남기지 않으면, 이후에 아무리 타당한 설명을 하더라도 '처분을 받고 나서 만들어 낸 주장'으로 평가받기 쉽다. 6. 소송까지 가지 않더라도 소명 기록은 필요하다 소송을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마찬가지다. 소명 자료가 남아 있어야 복지부 단계에서 환수 범위가 조정될 여지가 생긴다. 아무런 이의 없이 조사 결과를 그대로 인정해 버리면 사실상 청구 내용이 전부 부당청구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고, 부당금액이 확정되면 그에 연동되는 업무정지 기간과 과징금, 자격정지 기간도 함께 자동으로 확정된다. 법적으로 다툴 생각이 없는 경우에도 최소한의 기록은 남겨두어야 하는 이유다. 7. 서명 전 실무 체크리스트 ①조사관의 소속과 성명, 조사 대상 기간과 범위를 먼저 확인한다. ② 사실확인서의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읽는다. ③ 사실과 다른 부분은 그 자리에서 정정을 요구하고, 정정된 부분에는 서명 또는 날인을 한다. ④ 사실관계가 맞더라도 그렇게 처리할 수밖에 없었던 약국 측의 경위와 의견을 함께 기재해줄 것을 요청한다. ⑤ 내용이 채워지지 않은 백지나 여백이 남은 문서에는 서명하지 않는다 맺음말: 조사 당일이 사실상의 1심이다 정리하면, 현지조사가 갑자기 들어오더라도 너무 당황하지 말고 ①사실과 다른 부분은 명확히 부인하고, ②약국 측 입장은 사실확인서에 함께 기재해 두어야 한다. 그리고 만약 사안이 매우 중대하다면(예를 들면, 억울하게 면대 의심을 받는 경우 등) 조사관에게 요청하여 당일이라도 변호사의 입회를 요구하는 것 또한 도움이 된다. 이러한 내용들만 지켜도 이후 절차에서 다툴 수 있는 폭이 완전히 달라진다. 특히 최근 들어 보건소, 심평원의 현지조사 빈도와 강도가 세지는 추세이며,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으로 판단된다. 약사님들께서는 이러한 내용들을 잘 숙지하셔서 갑작스러운 조사로 인해 억울한 일을 당하시지 않으시길 소망한다. ☆ Disclaimer: 위 내용은 참고용으로 작성된 것이어서 정확성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위 내용의 정확성에 대해 작성자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음을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 필자 소개 이일형 변호사는 대한민국 변호사·약사·변리사 자격을 보유하고 미국 회계사(Maine) 시험에 합격하였다. 셀트리온, 법무법인 그루제일, 법무법인(유한) 대륜 제약바이오헬스케어 센터장을 역임하고 현재 법률사무소 리오(RIO Law Office) 대표변호사로 있다. 약국·의료기관 관련 임대차·권리금·형사·민사 사건 전반을 전문으로 다루고 있다.2026-09-01 06:00:40데일리팜 -
[데스크 시선] 같은 오너 2세, 서로 다른 시대의 숙제[데일리팜=이석준 기자] 오너 2세들을 만났다. 모두 1990년대생이다. 젊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이야기를 나눌수록 나이만으로 이들을 판단하는 건 맞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는 젊었지만 생각까지 어리지는 않았다. 공식적인 경영 경력은 길지 않았다. 그렇다고 회사와 업계를 접한 시간까지 짧은 것은 아니었다. 오너 일가의 구성원으로 성장하며 회사의 부침을 지켜봤고, 가족들의 대화를 통해 경영과 업계의 고민도 자연스럽게 접해왔다. 직함을 달기 전부터 나름의 경영 수업을 받아온 셈이다. 이들도 자신보다 어린 세대와의 차이를 느끼고 있었다. 2000년대생 직원들과 일하다 보면 생각하는 방식과 회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고 했다. 흔히 1990년대생과 2000년대생을 MZ세대로 묶지만 그 안에서도 세대 차이는 생기고 있었다. 반대로 이들은 1950년대생 업계 원로를 찾아 의견을 구했다. 자신들이 태어나기 전부터 제약업계에 몸담은 사람에게 회사와 경영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다. 새로운 세대라는 이유로 과거의 경험을 밀어내지 않았다. 한쪽에는 1950년대생 원로가 있고 다른 쪽에는 2000년대생 구성원이 있다. 그 사이에 1990년대생 오너 2세들이 서 있다. 위 세대의 경험을 이해하면서 아래 세대의 생각도 읽어야 하는 자리다. 오래된 방식을 무조건 따를 수도, 새로운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도 없다. 문득 ‘오너 2세’라는 말이 너무 많은 것을 하나로 묶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약업계에는 1960년대생부터 1990년대생까지 서로 다른 2세들이 있다. 나이 차이만 30년에 달한다. 부모가 창업주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회사를 물려받은 시대와 그때 회사가 처한 상황은 같지 않았다. 누군가는 선대가 일군 회사를 지켜야 했고, 누군가는 제네릭 중심 사업에서 벗어나 연구개발과 외형 확대를 고민해야 했다. 지금 등장하는 젊은 2세에게는 앞선 세대의 경험과 새로운 세대의 요구를 함께 담아야 하는 숙제가 놓였다. 필요한 것은 변화 그 자체가 아니다. 선대의 경험 가운데 무엇을 이어가고, 달라진 환경에 맞춰 무엇을 바꿀지 결정하는 일이다. 결정은 결국 이들의 몫이다. 원로의 조언을 듣고 젊은 직원과 소통한다고 경영 능력이 증명되는 것은 아니다. 들은 것을 자신의 판단으로 바꾸고 실제 경영에 담아야 한다. 그 선택이 맞았는지는 회사의 변화와 성과가 말해줄 것이다. ‘오너 2세’는 출발점을 설명할 뿐이다. 경영의 결과까지 말해주지는 않는다. 같은 이름으로 불려도 이들이 넘겨받은 회사와 마주한 시대는 다르다. 답해야 할 질문도 같을 수 없다. 이날은 ‘젊은 2세’라는 말보다 그들이 서 있는 자리가 먼저 보였다.2026-08-31 06:00:44이석준 기자 -
[전문가 칼럼] 여성 탈모, 미녹시딜부터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최근 여성 탈모로 고민하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다. 여성 탈모는 단순히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특히 여성형 탈모의 경우 모발이 점점 가늘어지고 모발의 밀도가 감소하면서 가르마와 정수리 부위의 두피가 눈에 띄는 형태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탈모가 의심된다면 단순히 빠지는 머리카락의 숫자만 확인하기보다는 모발의 굵기와 밀도 변화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여성 탈모의 원인은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여성형 탈모를 비롯해 휴지기 탈모, 출산 후 탈모, 급격한 체중 감소, 스트레스, 수면 부족, 영양 불균형 등이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갑상선 질환이나 철분 부족 등 전신적인 건강 상태와 관련된 경우도 있기 때문에 탈모가 지속된다면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갑자기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기 시작했다면 단순한 여성형 탈모가 아니라 일시적인 휴지기 탈모 등의 가능성도 고려해야한다. 여성 탈모 치료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성분이 바로 미녹시딜(Minoxidil) 이다. 미녹시딜은 탈모 치료에 오랫동안 사용되어 온 성분으로, 모발의 성장기 유지와 모발 성장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여성형 탈모에서는 모발이 가늘어지는 과정이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미녹시딜을 이용해 가늘어진 모발의 성장을 돕고 모발의 밀도를 유지·개선하는 방향으로 치료하는 경우가 많다. 미녹시딜은 바르는 제형과 경구 제형이 있으며, 어떤 치료가 적합한지는 탈모의 유형과 정도, 연령, 기존 질환, 복용 중인 약물 등을 고려해 의료진이 결정해야 한다. 바르는 미녹시딜,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 바르는 미녹시딜은 2%, 3% 또는 5% 제제를 사용하고 있으며,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제품에 표시된 사용법과 의료진의 지시에 따라 탈모가 나타나는 부위의 두피에 직접 도포, 규칙적으로 꾸준히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탈모 치료제는 며칠 사용한다고 바로 눈에 띄는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모발에는 성장 주기가 있기 때문에 치료 효과를 평가할 때도 일정 기간 꾸준히 사용하면서 모발의 굵기와 밀도 변화를 관찰해야 한다. 처음 사용했는데 머리카락이 더 빠진다면? 미녹시딜을 사용하기 시작한 초기 일부 사람에게서는 일시적으로 모발이 더 빠지는 것처럼 느껴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를 흔히 초기 쉐딩(shedding)이라고 부른다. 미녹시딜 사용 초기 약 2~8주 동안 일시적으로 탈모가 증가할수 있으며, 이후 모발이 다시 성장하면서 이러한 현상이 줄어들 수 있다. 따라서 미녹시딜 사용 후 탈모가 갑자기 심해졌거나 두피에 이상 증상이 나타난다면 임의로 치료를 중단하기보다는 의료진과 상담하는 것이 중요하다. 먹는 미녹시딜은 어떨까? 최근에는 여성 탈모 치료에서 경구 미녹시딜(먹는 미녹시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경구 미녹시딜(Minoxidil 5mg)은 원래 혈압 치료에 사용되던 약물이지만, 모발 성장 효과가 알려지면서 탈모 치료에 저용량으로 활용되고 있다. 다만 탈모 치료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구 미녹시딜은 모든 사람에게 적합한 치료법은 아니다. 혈압이나 심혈관계 상태 등에 따라 주의가 필요하며, 부종, 두근거림, 어지럼증, 다모증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먹는 미녹시딜은 반드시 의료진의 판단과 처방에 따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임신 중이거나 임신을 계획하고 있는 여성이라면 약물 사용 전 반드시 의료진에게 알려야한다. 미녹시딜은 '꾸준함'이 중요하다. 탈모 치료에서 가장 흔한 실수 중 하나는 치료를 시작하고 짧은 기간 안에 효과가 없다고 판단해 중단하는 것이다. 모발은 성장 속도가 느리고 성장주기가 있기 때문에 치료 효과를 확인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또한 미녹시딜은 사용하는 동안 모발 성장을 돕는 치료이므로, 치료를 임의로 중단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탈모가 진행될 수 있다.따라서 미녹시딜을 약 6~12개월 정도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며, 단기간의 변화보다 장기적인 모발 상태의 변화를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성 탈모, 샴푸만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탈모가 고민되면 가장 먼저 탈모 샴푸부터 찾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탈모 샴푸는 두피와 모발을 청결하게 관리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기능성 화장품이지, 모든 유형의 탈모를 치료하는 의약품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여성형 탈모가 의심된다면 샴푸에만 의존하기보다 정확한 진단을 받고 필요한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성 탈모는 초기에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성 탈모는 하루 아침에 심해지는 경우보다 서서히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처음에는 “요즘 머리가 조금 빠지는 것 같다” 정도로 생각하다가 가르마가 넓어지고 정수리 두피가 눈에 띄게 된 뒤 병원을 찾는 경우가 있다. 다음과 같은 변화가 지속된다면 탈모 여부를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가르마가 예전보다 넓어졌다 ▲정수리 두피가 점점 잘 보인다 ▲머리카락이 예전보다 가늘어졌다 ▲머리를 묶었을 때 모발량이 줄어든 느낌이 든다 ▲머리카락이 지속적으로 많이 빠진다 ▲가족 중 탈모가 있는 사람이 있다 등이다. 여성 탈모는 원인과 유형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온라인에 노출되는 개인의 후기성 치료법을 그대로 따라 하기보다는 의료진과 상담을 통해 현재 자신의 탈모 유형을 정확하게 진단받고 그에 맞는 치료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여성 탈모 치료의 핵심은 정확한 진단과 꾸준한 관리이다. 여성 탈모는 더 이상 숨겨야 할 문제가 아니다. 여성형 탈모부터 휴지기 탈모까지 원인은 다양하고, 치료 방법 역시 개인마다 달라질 수 있다. 미녹시딜은 여성 탈모 치료에서 중요한 선택지 중 하나이지만, 바르는 제형과 경구 제형의 사용 방법과 주의점이 다르기 때문에 본인에게 적합한 치료인지 의료진과 상담하는 것이 좋다. 꾸준한 관리와 적절한 치료가 여성 탈모를 관리하는 첫걸음이다. ※ 본 칼럼은 일반적인 건강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자세한 의약품 및 치료는 의료진의 진료와 상담을 요청드립니다. 필자 약력 분당365일의원 박성창 원장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의학석사 전남대학교병원 본원 내과 전공의 수료 아주대병원 소화기내과 임상교수 수료 아주대병원 소화기내과 외래교수 전남대병원 부설 류마티스 연구소 수석 연구원 역임 현) 분당365일의원 대표원장2026-08-31 06:00:36데일리팜 -
[기자의 눈] 플랫폼 최저가 전문약 판촉, 정부는 뭐하고 있나[데일리팜=이정환 기자] 비대면진료 플랫폼 애플리케이션을 켜면 특정 비만치료제의 상품명은 물론, 용량, 1개월분 가격 등이 최저가 순으로 나열된다. 비대면진료 이용자(환자)는 의사와 비대면으로 만나 자신의 증상을 설명하고 약을 처방받는 비대면진료를 받기보다 원하는 약을 장바구니에 담듯 선택한 뒤, 의사에게 처방을 요구하는 절차를 거치고 있다. 대중광고가 엄격히 금지된 전문의약품이 온라인 비대면진료 플랫폼을 창구로 마치 공산품처럼 소비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이같은 편법성 비대면진료 운영을 관리하고 규율해야 할 정부부처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현행 약사법이 규정하고 있는 '전문의약품 대중 광고 금지' 조항를 비대면진료 앱 운영 실태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를 놓고 부처 간 시선이 엇갈리는 모습까지 드러내고 있다. 약사법 제68조6항에 따르면 전문의약품은 감염병 예방용 의약품 즉, 백신을 제외하고는 대중광고가 전면 금지된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플랫폼의 상품명·가격 노출 행위의 위법성을 두고 명확한 근거나 기준을 내놓지 못한 채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곧 비대면진료 환자 알 권리를 위한 단순 상품명·용량가격 정보 안내라는 플랫폼 주장과, 특정 약물 처방을 유도하는 사실상의 불법 전문약 광고·홍보 의료계·약계의 주장이 맞부딪히는 현상을 야기중이다. 비대면진료가 처음으로 시행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지금까지 시범사업 단계에 놓여있다는 이유만으로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는 플랫폼 운영 행위를 없는 듯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다. 주무부처의 흐릿한 기준 제시는 비대면진료 이용 환자는 물론, 보건의료·의약품 전문가인 의사와 약사의 불신과 혼란을 초래할 수 밖에 없다. 더욱이 대중 인기가 높은 GLP-1 계열 비만치료 주사제나 탈모약, 여드름 치료제 등 오남용 위험이 큰 비급여 전문약에 대한 비대면진료 과잉 처방 문제는 시범사업 시행 초기부터 의·약사가 해소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 꼽았던 이슈다. 지금처럼 전문약이 비대면진료 시행 의료기관들의 가격 경쟁 마케팅 수단으로 광고·소비되는 행태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의료 접근성을 향상하고 대면진료 보조 수단으로서 비대면진료를 연착륙시키겠다는 정부 취지는 훼손될 수 밖에 없다. 복지부와 식약처는 플랫폼 내 허용 가능한 의료행위, 전문의약품 정보 등의 범위와 방식을 구체화해야 한다. 오는 12월 24일 비대면진료 본사업 전환에 앞서 이뤄질 의료법 하위법령 개정 단계에서 불법과 편법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행정이 동반되길 기대한다. 정부부처의 명확한 기준 수립과 법령 설계는 환자 건강과 생명, 비대면진료 산업을 비롯한 디지털 헬스케어의 미래를 동시에 지키기 위한 필수조건이다.2026-08-28 06:00:42이정환 기자 -
[특별기고] 대한약사회, 임시총회 열고 총의 모아야어제 우리는 대한약사회 지부장회의가 열리는 현장으로 갔습니다. 서울 24개 분회장과 경기지역 분회장들이 함께했습니다.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고, 호소문을 전달하고 낭독했습니다. 왜 분회장들이 중앙회까지 찾아가야 했을까요. 약사회를 흔들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흔들리는 약사회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비대면진료와 의약품 배송 문제를 전체적으로 풀겠다고 선언하면서 전국 약사사회가 빗장풀린 약배송으로 약사회는 초 비상사태를 맞았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히 '약을 배송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닙니다. 환자와 약사의 만남이 사라지고, 복약지도가 약화되며, 약사의 전문성이 플랫폼의 편리함 뒤로 밀려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약은 일반 상품이 아닙니다. 약국은 물류센터가 아닙니다. 약사는 배송을 위한 포장 인력이 아닙니다. 약사는 환자의 얼굴을 보고 복용 상태를 확인하고, 약물의 중복과 상호작용을 살피며, 안전한 의약품 사용을 책임지는 보건의료 전문가입니다. 정부가 진정 국민의 편의를 생각한다면 편리함만을 이야기해서는 안 됩니다. 안전과 전문성, 그리고 국민 건강을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그런데 회원들을 더욱 답답하게 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 약사회에 대한 신뢰의 문제입니다. 전국의 민초약사들은 묻고 있습니다. "대한약사회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정부의 거센 정책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회원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질문이 쌓여 결국 서울과 경기의 분회장들이 움직였습니다. "이대로는 안 된다." 그래서 우리는 임시대의원총회를 요구했습니다. 누군가를 끌어내리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특정인을 공격하기 위해서도 아닙니다. 전국 대의원이 모여 이 위기를 함께 논의하고 약사사회의 총의를 모으자는 것입니다. 지금처럼 중대한 상황이라면 평상시의 회무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비상한 상황에는 비상한 논의와 결단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임시대의원총회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회원들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왜 우리의 목소리를 함께 모을 기회조차 주지 않는가." 다시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겠다는 것, 회원들은 묻습니다. 현 상황에서 권영희 회장이 다시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겠다는 취지의 입장이 지부장 회의에서 거론되면서 회원들의 의문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회원들이 묻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무엇이 달라집니까?" 지금까지의 대응으로도 정부의 정책 추진을 막지 못했고, 현장의 불안과 불신이 이처럼 커진 상황입니다. 그런데 같은 지도체계 아래에서 다시 비상대책을 맡는다면, 이번에는 무엇이 달라질 것인지, 어떤 전략으로 돌파할 것인지 회원들에게 먼저 설명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이 질문을 했습니다. 대한약사회장님의 답은 비상대책을 꾸린뒤에 설명 하겠다고 했습니다. 언성이 높아졌습니다. 이것은 특정인을 공격하기 위한 질문이 아닙니다. 신뢰의 문제입니다. 비상대책위원회라는 이름만으로 위기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회원이 믿고 함께할 수 있어야 합니다. 회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전략과 실행계획이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누가 비상대책위원장이 될 것인가"보다 먼저, "어떻게 회원의 신뢰를 회복하고, 무엇으로 이 위기를 돌파할 것인가"에 대한 답입니다. 회원은 이제 말보다 행동을 보고 판단할 것입니다. 대한약사회 회장님께서 정말로 임시 대의원 총회를 열지 않고 본인이 비상대책위원장을 맡는다면 이해할수 없습니다. 우리는 대의원 총 1/3이상의 대의원들의 서명을 받아 임시 대의원 총회를 반드시 열어야 합니다. 16개 시·도지부장님들께 호소합니다. 지부장님들 회의결과는 너무 실망이었습니다. 대의원총회 소집이 무산 되었습니다. 권영희 회장님도 분회장 회의에 오셔서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럼 언제가 때인지를 말해야 합니다. 지금은 평상시가 아닙니다. 전시 상황입니다. 회원들은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지부장님들께서는 중앙회의 입장을 전달하는 역할에 머물지 말고 현장의 목소리를 중앙에 전달해 주십시오. 민초약사들은 아우성인데 왜 대한약사회와 지부장님들만 때가 아니라고 하십니까? 그럼 언제가 때인지 분명히 말해야 합니다. 회원들이 무엇을 걱정하고 무엇을 요구하는지 들어주십시오. 그리고 그 목소리를 당당하게 전달해 주십시오. 지금 필요한 것은 침묵이 아니라 소통이고, 관망이 아니라 결단입니다. 전국의 약사 여러분, 이제 함께해야 합니다. 이것은 서울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경기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개국약사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전국 모든 약사의 문제입니다. 오늘 서울에서 시작된 변화가 내일 전국의 약국으로 닥칠 수 있습니다. 정부와 플랫폼이 움직이고 있는데 약사사회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는 사람은 우리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끼리 싸우자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일수록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다만 단결이 침묵을 의미해서는 안 됩니다.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회원이 불안하면 불안하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중앙회의 대응이 부족하다면 부족하다고 요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약사회를 흔드는 일이 아니라 약사회를 살리는 일입니다. 약사회의 주인은 회원입니다. 나는 약사회를 사랑하기 때문에 쓴소리를 합니다. 약사회를 지키고 싶기 때문에 요구합니다. 우리가 지키려는 것은 단순한 밥그릇이 아닙니다. 약사의 전문성입니다. 지역약국의 가치입니다. 국민의 건강입니다. 그리고 약사라는 이름의 미래입니다. 그래서 다시 묻습니다. 약사회의 주인은 누구입니까. 회장도, 집행부도, 지부장도, 분회장도 아닙니다. 회원입니다. 회원이 주인이라면 회원의 목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회원이 총의를 모으자고 하면 그 자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회원이 "이대로는 안 된다"고 외치면 답해야 합니다. 우리가 어제 현장에 섰던 이유도 바로 그것입니다. 우리는 약사회를 흔들기 위해 간 것이 아닙니다.약사회를 살리기 위해 갔습니다. 이제 대한약사회가 답해야 합니다. 임시대의원총회를 열어주십시오. 회원과 대의원이 함께 논의하게 해주십시오. 비상대책을 추진한다면 회원이 납득할 수 있는 전략과 실행계획을 제시해 주십시오. 그리고 전국의 약사 여러분, 이제 침묵하지 맙시다. 서로의 손을 놓지 맙시다. 분열하지 맙시다. 그러나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말합시다. 약사회의 주인은 회원입니다. 그리고 지금, 회원의 목소리에 분명히 답해야 합니다. [필자 약력] -동대문구약사회장 -서울 24개분회장협의회장 -동대문문화원장 -전국청년약사회장(전) -대한약사회 정책기획단장(전) -서울시의회의원(전)2026-08-28 06:00:38데일리팜 -
[기자의 눈] 제약바이오 공시 개선…투자 관행도 달라져야[데일리팜=최다은 기자] 금융감독원이 제약·바이오 기업의 공시 체계를 손질했다. 신약 개발과 임상시험, 기술이전 등 투자 판단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정보를 보다 구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고, 중요 정보를 공시보다 언론을 통해 먼저 알리는 관행도 제동을 걸었다. 제약·바이오 산업은 다른 업종보다 미래 가치에 대한 기대가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현재 실적보다 개발 중인 신약의 성공 가능성, 기술이전 가능성, 향후 시장 규모가 주가에 더 크게 반영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만큼 투자자에게 제공되는 정보의 정확성과 균형이 중요하다. 하지만 그동안 시장에 전달되는 정보는 항상 충분하지만은 않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기술이전 계약이다. 기업들은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에 달하는 '총 계약 규모'를 앞세웠지만, 실제 계약 체결과 동시에 받는 계약금과 임상·허가·판매 성공을 전제로 한 마일스톤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가령 총 계약 규모가 1조원이라고 해도 당장 기업에 유입되는 계약금은 수십억원에 불과할 수 있다. 나머지는 개발 단계별 조건을 충족해야 받을 수 있는 금액이다. 임상이 중단되거나 허가에 실패하면 상당 부분은 현실화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1조원 기술수출'이라는 숫자가 먼저 소비된다. 확정된 가치와 아직 실현되지 않은 기대가 과도하게 부풀려질 여지가 생긴다. 금감원이 기술이전 계약을 계약금과 개발 마일스톤, 허가·판매 마일스톤, 로열티 등으로 구분해 공시하도록 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단순히 계약 규모를 보여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투자자가 계약의 실질을 판단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임상시험과 기업가치 산정 방식도 마찬가지다. 예상 시장 규모와 임상 성공확률, 허가·심사 리스크, 개발기간과 비용 등 기업가치 산정의 전제가 되는 가정을 더욱 구체적으로 제시하도록 했다. 성공했을 경우의 기대가치뿐 아니라 그 과정에 존재하는 실패 가능성도 함께 보여주겠다는 의미다. 주목할 부분은 금융당국이 공시 제도뿐 아니라 '언론보도 가이드라인'까지 마련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일부 제약·바이오 기업은 투자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을 보도자료나 언론 인터뷰를 통해 먼저 공개하기도 했다. 공시에는 담기지 않은 설명이 보도자료에 추가되거나, 객관적인 사실보다 기대감을 키우는 표현이 앞서는 사례도 있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중요 정보를 반드시 공시를 통해 먼저 공개하도록 하고 공시되지 않은 내용을 보도자료에 추가하거나 공시 내용과 다른 정보를 언론에 제공하지 않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기업 내부에도 보도자료 배포 전 적정성을 검토하는 절차를 두도록 권고했다. 다만 공시 기준을 강화한다고 제약·바이오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 정보를 정확하게 제공하는 것 만큼이나 시장이 그 정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도 중요하다. 특히 특정 질환이나 감염병이 유행할 때마다 과거의 개발 이력이나 단편적인 사업 연관성만으로 기업을 '테마주'로 묶는 투자 관행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임상시험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한 기업조차 특정 질환이 다시 유행한다는 이유만으로 주가가 급등하는 일이 반복된다.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이나 실적, 연구개발 성과와 무관하게 과거 한때 해당 분야에 뛰어들었다는 사실만으로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몰리는 식이다. 더 큰 문제는 한번 붙은 테마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개발 중단이나 임상 실패가 공시돼도 시장에서는 과거의 키워드가 다시 소환된다. 기업이 아무리 정확한 정보를 공시하더라도 투자자가 자신이 보고 싶은 정보만 골라 소비한다면 공시 개선의 효과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 현상은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특히 경계해야 한다. 신약 개발은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시험과 허가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실패 가능성도 높다. 과거의 개발 이력이나 특정 질환과의 막연한 연관성만으로 기업가치를 판단하는 것은 신약 개발의 현실과도 거리가 멀다. 기술이전 계약이라면 총 계약 규모뿐 아니라 실제 계약금과 마일스톤 조건을 살펴야 한다. 임상 결과 역시 '성공'이라는 표현보다 사전에 설정된 1차 평가지표를 충족했는지,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특정 질환이 유행한다는 이유로 관련주를 찾기에 앞서 해당 기업이 실제로 치료제나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순서다. 언론의 역할 역시 가볍지 않다. '1조원 기술수출', '임상 성공', '글로벌 신약 기대'와 같은 기업의 표현을 그대로 전달하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주가가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근거가 희박한 '○○ 관련주'라는 꼬리표를 반복해 붙이는 관행도 돌아봐야 한다. 언론이 근거 없는 테마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그 테마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은 아닌지 경계해야 한다. 제약·바이오 산업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제품의 미래 가치에 투자하는 산업이다. 기대가 큰 만큼 실패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래서 다른 어느 산업보다 정보와 숫자 하나의 무게가 크다. 이번 공시 개선은 투자자에게 더 정확하고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첫걸음이다. 하지만 투명한 공시만으로 건전한 시장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기업은 기대와 위험을 같은 무게로 알려야 하고, 언론은 이를 검증해야 하며, 투자자는 화려한 숫자와 익숙한 테마 대신 현재의 사업과 객관적인 근거를 살펴야 한다. 공시가 달라진 만큼 시장이 정보를 소비하는 방식도 달라질 때다.2026-08-27 06:00:40최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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