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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집합 연수교육 논란이 남긴 것[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최근 약사사회에서는 대면에 해당하는 집합 연수교육이 이슈가 됐다. 집합교육을 강화하려는 대한약사회의 방침을 계기로 웨비나의 집합교육 인정 여부가 논란이 됐고, 병원·산업약사 등 직역별 교육 환경 차이에 따른 형평성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화상회의와 웨비나가 일상적 교육 방식으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이를 집합교육으로 볼 수 있는 지를 둘러싼 논쟁 역시 충분히 제기될 수 있는 문제였다. 교육 방식은 연수교육의 접근성과 운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논란을 지켜보며 한 가지 아쉬움도 남는다. 형식에 대한 부분이 화두로 떠오른 상황에서 정작 연수교육의 본질인 '무엇을 배우고 있는가'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서다. 전문직의 연수교육은 면허를 유지하기 위한 법정 의무교육에 해당되지만, 그 출발점은 약사의 전문성 유지와 향상에 있다. 약사의 경우 새로운 치료 환경과 의약품 정보를 익히고, 변화하는 의료 현장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연수교육의 본래 목적이다. 그렇다면 교육 시간을 어떻게 인정할 것인지뿐만 아니라 교육 내용이 그 목적에 부합하고 있는지도 함께 돌아볼 필요가 있다. 사실 연수교육의 질에 대한 문제 제기는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지역 약사회에서 진행되는 일부 교육을 두고 특정 회사나 제품 중심의 강의가 반복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강사진과 주제가 매년 비슷하다는 의견도 있고, 임상 현장에서 실제 도움이 되는 교육보다 제품 설명에 가까운 내용이 적지 않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물론 모든 연수교육이 그렇다는 의미는 아니다. 지역 약사회마다 우수한 강의를 마련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실제 회원들의 호응을 얻는 교육도 적지 않다. 하지만 법정 의무교육인 만큼 교육의 질이 지역이나 강사에 따라 크게 달라져서는 안 된다는 점 역시 분명하다. 대한약사회는 복지부 요구로 코로나19로 유연하게 적용됐던 집합교육을 강화하는 쪽으로 연수교육 방향을 잡았다. 이번 개편 취지가 단순 형식을 바꾸는 것이 아닌 교육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면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교육 방식만 관리할 것이 아니라 교육 내용도 함께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의의 학술성과 객관성은 충분한지, 특정 제품이나 기업 홍보로 흐르지는 않는지, 최신 치료지침과 임상 근거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는지 등을 점검하는 체계도 함께 마련될 필요가 있다. 회원 약사들의 교육 만족도와 피드백을 체계적으로 반영하고 우수 강의를 공유하거나 표준화하는 방안도 고민해볼 만하다. 약사의 역할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통합돌봄, 방문약료, 전문약사 제도, 비대면진료, 인공지능 활용까지. 약사가 갖춰야 할 역량은 과거보다 훨씬 다양해졌다. 그만큼 연수교육이 다뤄야 할 내용도 달라져야 한다. 연수교육은 단순히 평점을 채우는 절차가 아니라, 약사의 전문성을 사회와 환자 앞에서 증명하는 가장 기본적인 장치다. 이번 집합교육 논란이 온라인과 대면 중 어느 방식이 더 적절한지를 가리는 데 그치지 않았으면 한다. 오히려 이를 계기로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를 넘어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를 함께 고민하는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2026-07-16 06:00:40김지은 기자 -
[전문가 칼럼] 상가임대차 10년, 약국 권리금 포기는 금물필자는 변호사이자 약사로서 약국 관련 분쟁을 직접 수임해왔다. 상담을 하다 보면 반복적으로 마주치는 안타까운 장면이 있다. 10년간 성실하게 약국을 운영하신 약국장님들이 임대인으로부터 "계약갱신요구권이 끝났으니 권리금 없이 나가라"는 통보를 받고, "10년이 지났으니 어쩔 수 없다"며 포기하시는 것이다. 이는 법적으로 완전히 틀린 판단이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하 상가임대차법)은 임대차기간 10년 초과 후에도 약사님의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호하고 있다. 1. 계약갱신요구권과 권리금 회수권은 완전히 별개다 약사님들께서 약국 임대차에서 가장 혼동하기 쉬운 지점이다. 계약갱신요구권은 약사님에게 최소 10년간 안정적인 영업기간을 보장하는 제도다. 10년이 지나면 임대인이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 여기까지는 맞다. 그러나 권리금 회수 기회 보호는 전혀 다른 권리다. 임대차가 종료되더라도, 약국 운영을 통해 형성한 유·무형의 재산적 가치를 회수할 수 있도록 임대인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별개의 제도다. 10년간 운영한 약국에는 시설·장비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단골 환자와의 신뢰관계, 의료진과 구축한 처방 네트워크, 지역 내 약국으로서의 인지도와 신용도가 모두 권리금의 핵심 요소다. 이 가치들은 10년이 지났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2. 대법원이 확립한 권리금 회수권 — 2019년 판결 이 문제에 대해 대법원은 2019년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다. 법원은 "임대차기간 10년 초과는 권리금 회수 기회 보호의 예외사유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오히려 "임대인의 갱신거절로 임차인 이익이 침해되는 가장 전형적인 경우"가 바로 10년 초과 상황이라고 보았다. 판결의 핵심 논리는 세 가지다. 첫째,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는 계약갱신요구권 행사기간 만료를 권리금 회수 의무의 예외로 규정하지 않았다. 둘째, 10년이 지나도 약국이 형성한 고객·거래처·신용 등 재산적 가치는 여전히 유지된다. 셋째, 이러한 해석이 임대인의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볼 수 없다. 3. 임대인이 협조를 거부한다면 — 손해배상 청구 임대인은 임대차 종료 6개월 전부터 종료 시까지, 약사님이 신규 임차인을 구할 수 있도록 협조할 의무를 부담한다. 구체적으로는 신규 임차인 주선을 방해하거나,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 체결을 거부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임대인이 이 의무를 위반할 경우, 약사님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실제로 10년 운영 후 임대인의 비협조로 권리금을 회수하지 못한 약국장님, 암차인들이 법원에서 상당한 손해배상을 인정받은 경우가 많이 있다. 4. 권리금 회수 전략과 주의사항 권리금을 성공적으로 회수하려면 다음 순서로 움직여야 한다. ① 6개월 전 서면 통지: 임대차 종료 6개월 전부터 임대인에게 서면으로 권리금 회수 협조를 요청한다. 구두 통보는 증거가 되지 않는다. ② 신규 임차인 적극 주선: 스스로 신규 임차인 후보를 찾아 임대인에게 소개해야 한다. 임대인이 거절하면 그 거절 의사와 이유를 서면으로 남겨야 한다. ③ 합리적인 권리금 산정: 시장가격을 현저히 초과하는 권리금을 요구하면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과의 계약을 거절해도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있다. 한편 임대료 연체나 신뢰관계 파괴 사유가 있었다면 권리금 회수 기회가 제한될 수 있다. 권리금 분쟁은 복잡한 법적 절차가 따르므로, 전문가와 함께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필수다. 맺음말: 10년 후에도 포기하지 마시길 임대차기간 10년이 지났다고 해서 권리금을 포기할 이유는 없다.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명확한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 Disclaimer: 위 내용은 참고용으로 작성된 것이어서 정확성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위 내용의 정확성에 대해 작성자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음을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 필자 소개 이일형 변호사는 대한민국 변호사·약사·변리사 자격을 보유하고 미국 회계사(Maine) 시험에 합격하였다. 셀트리온, 법무법인 그루제일, 법무법인(유한) 대륜 제약바이오헬스케어 센터장을 역임하고 현재 법률사무소 리오(RIO Law Office) 대표변호사로 있다. 약국·의료기관 관련 임대차·권리금·형사·민사 사건 전반을 전문으로 다루고 있다.2026-07-16 06:00:38데일리팜 -
[기자의 눈] 소아 지사제 혼란, 깜깜이 행정이 키운 참사[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의약품 안전을 책임지는 주무부처의 불통과 행정 편의주의가 보건의료 현장을 통째로 뒤흔들었다. 옥타헤드랄스멕타이트 제제의 소아 적응증 전면 삭제는 식약처와 제약사, 의약단체간 소통 부재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단면이다. 이번 사태의 가장 큰 맹점은 철저한 현장 소통의 부재다. 성인은 물론 소아·청소년 환자의 설사 등에 가장 많이 사용되던 지사제의 소아 투여 금지 조치는 그 어떤 사전 예고도 없이 하루아침에 내려졌다. 어제까지 아무 문제 없이 먹이던 약이 갑자기 '만19세 미만 복용금지 약물'이 됐음에도 정부와 제약사는 선제적 예방 조치라는 명분만 내세울 뿐 유예기간이나 대안에 대한 일언반구 안내도 없었다. 결국 폭탄은 일선 병의원과 약국이 맞았다. 처방을 급히 수정하고 제품마다 19세 미만 복용 금지 스티커를 일일이 붙이며 구슬땀을 흘린 것은 의사와 약사의 몫이었다. 최후의 보루여야 할 DUR 시스템 마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금지된 약이 처방·조제되는 대혼란까지 야기됐다. 제약업계의 안일한 대응도 혼란을 부채질했다. 허가 변경 사항을 가장 먼저 파악했어야 할 제약사들은 뒷짐만 진 채 일선 유통망과 약국에 관련 사실을 신속히 공지하지 않았다. 약국가에는 소아 용량이 버젓이 기재된 구 패키지 제품이 그대로 방치됐고, 제약사가 약속한 스티커 제작·배부는 일주일이 넘도록 도착하지 않았다. 소아 보호자들의 정보 공백도 적지 않다. 가정 내 구비하고 있는 스타빅·포타겔 제품을 복용하거나, 성분과 연령에 따라 세분화된 지사제는 약사들 조차 가이드를 헷갈릴 처지다. '만약 스멕타가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으로 지정·확대됐더라면 어쩔 뻔 했나'라는 성찰도 나왔다. 그나마 병의원과 약국처럼 전문적인 스크리닝 기능이 작동하는 공간에서 벌어진 혼란이었기 때문에 짧은 시간 내 수습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만약 가이드라인 없이 유통되는 편의점 매대에 약이 올려져 있었더라면, 더 큰 혼란이 야기됐을 수 있다. 또한 역설적으로 '안전하고 무해한 약은 없다'는 진실 또한 깨닫게 해줬다. 식약처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꽤나 억울함을 토로해 왔다. 기습, 방치 같은 용어에 집착하며 의약단체에 안내가 이뤄졌다는 입장만 수차례 반복했다. 하지만 소아 적응증 삭제는 단순히 문서상의 의약품 허가 사항이 변경되는 문제가 아니었음을 깨닫는 계기가 됐을 것으로 여겨진다. 국민 안전을 핑계로 행정 편의주의적 통보만 툭 던지는 식약처의 관료적 태도는 이제 바뀌어야 한다. 철저한 사전 예고제 도입과 DUR 실시간 연동 체계 고도화, 제약사의 책임있는 유통 관리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지사제 소아 적응증 삭제 사태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식약처의 존재 이유가 국민의 안전한 의약품 사용에 있다면 행정의 칼날을 휘두르기 전에 현장과의 소통부터 챙겨야 할 것이다.2026-07-15 06:00:46강혜경 기자 -
[특별기고] 면허대여의 뿌리, '자본 종속 구조' 해부1편에서 우리는 면허대여가 몇몇 약사의 도덕적 해이가 아니라 구조의 산물이라고 짚었다. 그 구조의 심장부에는 냉정한 사실 하나가 자리한다. 자본은 조제실 문턱을 넘지 못한다는 것이다. 약사법이 세운 그 문턱을 넘는 단 하나의 열쇠가 바로 약사의 면허다. 그래서 자본은 약국을 사는 대신, 약국을 열 수 있는 '사람'을 산다. 이번 편에서는 자본이 왜 하필 약사의 이름을 탐하는지, 면허대여의 뿌리인 '자본 종속 구조'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자본이 넘지 못하는 문턱, 약사의 면허 이 매력적인 사업에는 자본이 결코 넘을 수 없는 조건이 하나 붙어 있다. 약국의 문은 오직 약사의 이름으로만 열린다는 것이다. 부동산은 매입하면 되고 설비는 리스하면 되지만, '개설할 자격'만은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다. 면허는 양도할 수도, 상속할 수도, 담보로 잡을 수도 없는 인격적 권리이기 때문이다. 국가가 오직 약사 개인에게만, 그것도 평생에 걸쳐 부여한 신뢰의 증표인 까닭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제목의 질문에 답이 나온다. 자본이 하필 약사의 이름을 탐하는 것은, 그것이 약국이라는 사업에 진입하는 유일한 열쇠이면서 동시에 시장에서 결코 살 수 없는 유일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살 수 없으니 빌리려 하고 온전히 빌릴 수 없으니 사람을 붙잡아 두려 한다. 자본이 원하는 것은 약사의 손끝 전문성이 아니라, 약사만이 남길 수 있는 그 '자격의 서명'이다. 약사의 이름이 찍힌 개설 자격만은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희소 자원이다. 자본은 약국을 소유하지 않고 '지배'한다 여기서 흔한 오해 하나를 짚어야 한다. 많은 이들이 면허대여를 소유권 다툼으로 여기지만, 자본의 진짜 목표는 등기부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 아니다. 서류상 주인은 약사여도 상관없다. 자본이 원하는 것은 소유가 아니라 지배, 곧 약국을 실제로 움직이는 의사결정의 실권이다. 소유하지 않고도 지배할 수 있다면, 자본으로서는 법적 위험은 줄이면서 실익만 취하는 가장 영리한 방식이다. 그리고 그 지배는 요란하지 않게, 단계적으로 완성된다. 처음에는 개설 자금과 시설 비용을 대는 투자자로 등장한다. 이어 의약품의 발주처와 매입 조건을 정하고, 인력 채용과 근무표를 조율하며, 진열과 동선까지 '효율'이라는 이름으로 표준화한다. 계약서 곳곳에는 지분과 의결권, 위약금과 물품공급 조건이라는 장치가 촘촘히 심긴다. 어느 순간 약사에게 남는 것은 조제대 앞의 판단뿐, 그 밖의 결정은 이미 자신의 손을 떠나 있다. 약국의 간판은 그대로인데, 그 안을 흐르는 결정의 물줄기는 완전히 뒤바뀌어 있는 것이다. 그 입구에는 늘 달콤한 제안이 놓여 있다. '매달 고정 수입을 보장하겠다', '함께 동업하자', '투자를 받아 크게 시작하자'. 처음에는 대등한 파트너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관계는 뒤바뀐다. 자본이 주인이 되고, 약사는 그 밑에서 이름을 빌려주는 하청의 처지로 내려앉는다. 월 고정수입이라는 미끼 뒤에는 반드시 낚싯바늘이 숨어 있다. '동업'이라는 이름의 인수, '투자'라는 이름의 예속 이 모든 과정은 결코 험악한 얼굴로 다가오지 않는다. 오히려 가장 다정한 단어를 앞세운다. 문제는 그 관계의 저울이 처음부터 한쪽으로 기울어 있다는 데 있다. 자본은 언제든 발을 뺄 수 있지만, 이름을 건 약사는 발을 뺄 수 없다. 계약이 어그러지면 자본은 투자금을 회수하고 떠나면 그만이지만, 약사에게는 자신의 이름이 적힌 서류와 그 이름이 짊어질 책임만이 남는다. 그래서 겉으로는 대등한 동업처럼 보이는 이 거래의 실질은, 약사의 자격을 빌려 이루어지는 조용한 인수합병에 가깝다. 우호적인 계약서일수록 그 안에 숨은 통제 장치를 더욱 꼼꼼히 읽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호의의 탈을 쓴 조건일수록 값이 비싼 법이다. 세상에 대가 없이 흘러 들어오는 자본은 없다. 자본의 목표와 약사의 의무는 결국 충돌한다 자본 종속이 위험한 진짜 이유는 자본의 목표와 약사의 의무가 근본적으로 다른 곳을 가리키고 있다는 사실, 바로 거기에 있다. 자본의 언어는 수익 극대화이고, 약사의 의무는 국민의 안전이다. 평온할 때 두 가치는 공존하는 듯 보이지만, 이해가 충돌하는 순간 종속된 약국에서 우선순위는 이미 정해져 있다. 재고와 마진이 판단의 잣대가 되면, 환자에게 정말 필요한 약보다 이윤이 많이 남는 약이 먼저 권해질 확률이 커진다. 약국을 떠받쳐 온 전문성과 양심의 자리를 손익계산서가 슬그머니 대신하는 것이다. 면허대여가 한 개인의 위법을 넘어서 국민 보건 전체의 문제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자본에 넘어간 약국에서 가장 먼저 위협받는 것은 결국 환자다. 결국 자본이 탐하는 것은 약을 판매하는 능력이 아니라, 약을 판매할 수 있게 해 주는 약사의 이름 그 자체다. 이름을 내주는 순간 약국의 주인은 조용히 바뀌고, 그 이름에 실려 있던 국민의 신뢰까지 함께 저당 잡힌다. 그러나 이 구조는 결코 끊어 낼 수 없는 숙명이 아니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자본의 침투를 막아 낼 제도적 장치가 하나씩 마련되고 있다. 이어질 3회에서는 자본이 넘지 못하도록 개설·운영·광고, 세 단계에 걸쳐 걸어 둘 '세 개의 빗장'을 짚어 보고자 한다. [약사에게 한마디] 누군가 내 면허의 값을 먼저 계산해 온다면, 그 거래의 손해는 이미 내 몫이 된다. [필자약력] -성균관대 약대 -전 중랑구약사회장(3선) -전 대한약사회 정책이사 -현 서울시약사회장2026-07-15 06:00:44데일리팜 -
[기자의 눈] 준혁신형 인증 없이 쫓기듯 시작하는 약가개편[데일리팜=정흥준 기자]신규 제네릭 산정 방안이 담긴 약가제도 개편이 내달 ‘준혁신형’ 제약사 없이 시작될 예정이다. 복지부는 어제(13일)까지 제네릭 산정·가산 개편안을 포함해 ‘약제의 결정 및 조정 기준’ 일부 개정고시안에 대한 의견 수렴을 마쳤다. 내달 1일 시행 예정이다. 신약개발 생태계 조성은 정부 약가제도 개편 목적의 굵직한 뼈대 중 하나다. 혁신 지향적 생태계 마련은 지난 3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도 첫 번째 주요 목표로 언급된 바 있다. ‘준혁신형’ 기업에 대한 약가 가산과 특례 방안도 이같은 맥락에서 신설됐다. 다만, 시행일을 앞둔 현재 준혁신형 인증을 받은 기업은 한 곳도 없다는 게 큰 아쉬움이다. 준혁신형과 혁신형 인증 절차를 마무리하는 시점으로 시행일을 수개월 미루자는 의견이 업계 일각에서 나왔지만, 정부는 시행 시점에 대해서는 완강한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준혁신형에 대한 약가 우대 방안을 마련해둔 뒤 차후 대상 기업을 선발해도 문제가 되지 않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정부와 산업계의 추산에 차이가 있지만 준혁신형 제약사는 10~20곳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정부 인증을 받기 전까지는 제네릭 산정률 45%, 인증 이후에는 50%의 산정률이 적용된다. 약가 가산은 최대 4년까지 유지된다. 약가제도 개편은 제품의 특성에 따라 약가 가산이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혁신성에 따라 가산이 부여된다. 즉, 준혁신형 인증이 붙어있으냐 없느냐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약가의 상한선이 달라진다는 의미다. 각 등재 품목의 시장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5% 산정률, 4년의 가산 유지 적용에 따라 매출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준혁신형 신청 대상이라고 스스로 판단하고 있는 10~20곳의 제약사들은 준혁신형 인증을 받기 전까지는 제네릭 급여 출시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오는 12월 혁신형 인증을 새로 받으려고 하는 소수의 제약사도 마찬가지다. 신규 인증을 받는다면 60% 가산과 4년의 가산 유지가 적용되기 때문에 인증까지 약 5개월은 제네릭 등재를 미루는 선택을 할 수 있다. 정부는 기업들이 각자의 경제적 이익을 따져 제네릭 출시 시점을 결정하면 된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약가제도 개편을 시작으로 서서히 산업계 변화를 이끌어내야 할 상황에서 적절한 태도는 아니다. 14년만의 약가제도 개편은 단순히 약가를 더 주거나, 깎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약산업계의 체질 개선이라는 목표에서 출발했다. 제약산업 현장의 수용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소 미흡한 준비로 서둘러 시작하는 약가제도 개편에 아쉬움이 남는다.2026-07-14 06:00:46정흥준 기자 -
[특별기고] 데이터가 바꾸는 제약 산업의 미래"얼마나 팔렸는가?" 과거 제약 산업의 성공은 단 하나의 질문으로 정의되었다. 그러나 지금 시장은 전혀 다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 치료는 실제로 환자에게 어떤 가치를 만들어냈는가?" 이 질문은 단순한 환경 변화가 아니다. 제약 산업이 근본적으로 새로운 시대로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데이터가 있다. 제약 산업의 진화는 곧 데이터의 진화였다 제약 산업의 변화는 데이터의 변화와 궤를 같이해 왔다. 과거 우리는 판매량과 시장점유율이라는 '결과'를 통해 시장을 이해했다. 판매 데이터는 이미 일어난 일을 설명하는 데는 유용했지만, 변화가 어디서 시작되고 있는지, 왜 발생하는지, 그리고 다음에 무엇이 일어날지를 잘 알려주지는 못했다. 따라서 의사결정은 경험과 전문성, 그리고 리더들의 직관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평균과 집계 중심의 데이터는 시장의 미세한 변화와 초기 신호를 가려버렸고, 기존의 판단을 강화하는 역할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었지만 정작 변화의 시작은 놓치고 있었고, 성공을 만들어냈던 경험과 판단 체계는 때로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가로막는 제약 요인이 되기도 했다. 최근 들어 제약 산업은 데이터의 '해상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판매 데이터 중심의 분석을 넘어 환자와 치료 여정을 이해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실사용 데이터(RWD)와 다양한 의료 데이터가 결합되면서 보다 정교한 인사이트가 가능해지고 있다. 데이터는 더 이상 단순한 분석의 대상이 아니다. 숫자 속에 묻혀 있던 환자가 비로소 드러나기 시작했고, 데이터는 미래를 예측하고 더 나은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지능(Intelligence)으로 진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동일한 제품이 시장에서 일정한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병원에서는 처방이 빠르게 증가하고, 다른 지역에서는 정체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과거에는 이를 영업력의 차이나 일시적인 변동으로 해석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환자 데이터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특정 환자군에서 치료 효과가 높게 나타나거나, 특정 질환 단계에서 우선적으로 선택되는 패턴이 발견되기도 한다. 데이터는 이제 단순히 '무엇이 팔렸는가'를 넘어, '어떤 환자에게, 어떤 상황에서, 어떤 치료가 선택되고 있는가'라는 훨씬 본질적인 질문에 답하기 시작했다. 이 변화는 단순히 기술 발전의 결과만은 아니다. 질병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으며 치료는 개인화되고 있다. 환자는 더 많은 정보를 요구하고, 규제 환경은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역량은 곧 기업의 경쟁력으로 연결되고 있다. 다음 시대의 경쟁력은 '속도'에서 결정된다 많은 기업들이 여전히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미래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것은 데이터의 양이 아니다. 얼마나 빠르게 데이터를 인사이트로 전환하고, 그 인사이트를 행동으로 연결할 수 있는가. 과거의 데이터가 이미 발생한 결과를 설명하는 데 머물렀다면, 오늘날의 데이터는 환자를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하며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역할로 진화하고 있다. 미래의 선도 기업에서는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연결되고, 분석은 자동화되며, 의사결정은 지연 없이 이루어진다. 결국 경쟁력은 데이터의 양이 아니라 통찰력(Insight)을 만들어내는 속도에서 나온다. Data strategy is business strategy(데이터 전략이 곧 비즈니스 전략) 제약 산업은 이제 제품 중심 산업에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산업으로 전환되고 있다. Healthcare is no longer episodic. It is continuous, personalized, and predictive(헬스케어는 더 이상 특정 시점에만 이뤄지는 단발성 서비스가 아니다. 지속적이고 개인 맞춤형이며, 예측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 그것은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시작된 현재의 이야기이다. [필자약력] - 서울대 약대 - 전 SK 주식회사 포트폴리오실 실장 - 전 SK SUPEX 전략지원실 임원 - 현 한국아이큐비아 대표이사2026-07-13 12:05:26데일리팜 -
[데스크 시선] 암질심과 OS의 위력...기다림에 대한 조율[데일리팜=어윤호 기자] 전체생존기간, OS의 위용은 여전했다. 동시에 암질환심의위원회에 상정된 CDK4/6억제제 2종은 각기 다른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OS 데이터를 확보한 '버제니오'는 통과, 그렇지 못한 '키스칼리'는 급여 기준 설정에 실패한 것. "OS 없이 암질심 통과를 바라지 말라"는 사실상 불문율이 된 듯하다. 특히 고형암에서는 더욱 그렇다. 클래스 이펙트의 적용이냐, OS 위용의 사수냐를 두고 이어진 갑론을박은 OS의 입지를 지키는 쪽으로 결론이 내려진 모습이다. 여전히 복지부와 심평원은 임상적 유용성을 비롯, 사회적 요구도, 재정 영향 등을 모두 고려해 판단한다고 설명하지만, 지난 3년 간의 암질심 결과 분석과는 상반되는 이야기다. 이번 결정은 또 다른 질문도 남긴다. 클래스 이펙트 효과를 보지 못한 키스칼리는 버제니오와 달리 재발 위험이 높은 림프절 음성(N0) 환자들에 대해서도 급여 신청을 했다는 점에서, 고민이 필요하다. 조기 유방암에서 림프절 전이는 가장 중요한 예후 인자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최근 치료 패러다임은 림프절 전이 여부만으로 환자의 재발 위험을 판단하지 않는다. 종양 크기(T stage), 조직학적 등급(Grade), 세포 증식 지수(Ki-67) 등 다양한 병리학적 위험 인자를 함께 고려해 재발 위험을 평가하는 것이 현재 임상 현장의 표준이다. 실제로 일부 고위험 특성을 가진 N0 환자는 림프절 1~3개 전이를 동반한 N1 환자와 유사한 수준의 재발 위험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시 말해 '림프절 전이가 없다'는 사실만으로 재발 위험이 낮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변화는 주요 임상연구에도 반영되고 있다. 키스칼리의 NATALEE 연구는 림프절 양성 환자뿐 아니라 재발 위험이 높은 N0 환자까지 포함해 보조요법 효과를 평가했다. 이는 조기 유방암 치료가 병기 중심에서 환자별 재발 위험을 보다 정교하게 평가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런 점에서 이번 암질심 결과는 단순히 한 약제의 급여 여부를 넘어 N0 고위험군의 치료 접근성이라는 과제를 다시 환기시킨다. OS 데이터가 성숙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근거 축적에 시간이 필요한 보조요법의 특성상, 재발 위험이 높은 일부 환자들의 치료 기회 역시 함께 늦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OS 데이터는 앞으로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이다. 실제 조기 유방암 보조요법 연구들도 장기 추적을 통해 보다 성숙한 생존 데이터를 계속 축적하고 있다. 다만 조기암 보조요법의 치료 목적은 단순히 생존 기간을 연장하는 것에만 있지 않다. 재발을 줄이고, 원격전이를 예방하며, 환자가 진행성 유방암 치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을 막는 것 역시 중요한 치료 목표다. 유럽종양학회(ESMO)의 임상적 유익성 평가 척도인 ESMO-MCBS v2.0에서도 보조요법에서는 성숙한 OS 데이터가 없더라도 DFS 개선을 중요한 임상적 가치로 평가할 수 있도록 한다. 이는 OS 데이터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재발 예방 자체가 환자에게 의미 있는 치료 혜택이라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암질심은 여전히 숙제를 갖고 있다. OS 데이터는 중요한 근거이지만, 그것만으로 가치를 모두 설명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보조요법에서 DFS가 이미 주요 평가체계에서 임상적 가치 판단에 반영되는 지표임에도 불구하고, 최종 장기 OS 데이터가 입증될 때까지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제한하는 것이 최선의 의사결정일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OS 데이터가 성숙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 현실에서, 그 시간을 환자들이 기다릴 수 있을지, 기다림 만이 정답이라 확신할 수 있는지 말이다.2026-07-13 06:00:40어윤호 기자 -
[기자의 눈] 보건의료 입법, 여야·직능 이익 쏠림 없어야[데일리팜=이정환 기자] 제22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을 둘러싼 여야 협상이 진전없이 교착에 빠지면서 보건복지위원장을 여야 중 누가 맡게 될지 불투명한 상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전반기 맡았던 복지위원장을 국민의힘에게 내주는 결정을 내렸지만,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법제사법위원장을 양보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원 구성 재협상을 촉구중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포함한 11개 상임위원장 일방 선출 행위를 번복하지 않으면 7개 상임위원장도 포기하는 안까지 고민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후반기 복지위원장을 국민의힘이 아닌 민주당이 맡게 될 가능성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복지위원장을 여야 어느 쪽이 맡게 될지 여부에 따라 국회 계류중인 주요 보건의료 법안의 논의 경과와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의료계와 약사회, 정부부처는 후반기 원 구성 협상 진행사항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실정이다. 문득 드는 생각은, 국민 건강과 생명, 우리나라 의료 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보건의료 입법 성패가 과연 여야를 비롯한 의사, 약사 등 특정 직능의 파워에 따라 좌우되는 것을 당연시 바라봐도 될것인지다. 국민 중심 의정활동이 넘쳐 흐르는 국회가 아닌 여야, 의사와 약사 직능의 개별적인 이해관계나 로비력에 따라 국회가 운영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얘기다. 보건복지위원장 자리를 어느 당이 차지하는지, 의사나 약사 직능이 여야 각각 어떤 비중으로 점유하고 있는지에 따라 주요 보건의료 법안의 운명이 180도 뒤바뀌는 현실에 대해 의원들과 직능단체는 자성할 필요가 있다. 국민 건강에 실질적인 이익이 되고, 국민건강보험 재정에 유리하다면 여야, 의·약사를 떠나 가장 합리적인 입법이 가능하도록 국회가 작동·운영돼야 한다. 수급 불안정 의약품 사태 해결을 위해 발의된 '제한적 성분명 처방 허용법'이 처한 상황을 보면 후반기 국회 복지위원장을 여당이 맡을지 야당이 맡을지에 따라 성패가 엇갈릴 가능성이 크다. 실제 국민의힘과 의사들은 의료진의 진료권 보호·보장을 위해 아무리 제한된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성분명 처방 부분적 허용 법안을 절대 통과시켜선 안 된다는 입장인 대비 민주당과 약사들은 필수약 품절 문제를 근절하고 건보재정 건전성 강화를 위해 제한적 성분명 처방을 하루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국회의 법안 처리 과정은 여야 정치적 셈법과 의사, 약사 등 특정 직능 단체의 이해관계에 휘둘리고 있는 셈이다. 실종된 '국민 중심' 의정활동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국회는 민의의 전당이다. 진영 논리와 직능 이익 우선주의가 결합된 지금의 현실에 경각심을 갖고 국민 건강·생명과 국내 보건의료 시스템 선진화, 건보재정 건전성 확보란 미션을 이해관계 없이 해결할 때 국회의 존재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정치권이 의료계와 약업계 이익을 따지며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는 사이, 정작 정책의 실수요자이자 최종 수혜자가 돼야 할 국민 목소리는 배제된다. 여야 또는 특정 직역의 타격이나 수성이 입법 목표이자 성패의 잣대가 돼선 안 된다. 후반기 복지위원장을 여야 누가 맡게 될지, 여야 복지위원 의·약사 직능 구성이 어떻게 꾸려질지와 상관없이 국가 보건의료 정책 일관성과 국민 우선 의정활동 원칙이 흔들리지 않는 입법 심사가 필요하다.2026-07-10 06:00:44이정환 기자 -
[기자의 눈] 복잡한 약가 제도와 씁쓸한 로펌의 특수[데일리팜=김진구 기자] 대규모 약가제도 개편을 앞두고 제약바이오 업계의 발걸음은 세종시가 아닌 서울 서초동과 광화문의 대형 로펌으로 향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은 새로 도입될 혁신형·준혁신형 기준 충족 여부를 따져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국적제약사 한국법인들은 유연계약제와 사후관리 규정의 법적 틈새를 찾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제도 변화의 폭이 워낙 크다 보니, 기업의 자체 역량만으로는 대응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중장기적인 약가제도 개선의 필요성에는 업계 전반이 공감한다. 그러나 시장이 소화하기 어려울 정도의 급격한 변화는 동시에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낳고 있다. 정책을 만드는 정부와 이를 적용받는 제약바이오기업 사이에서 로펌들만 특수를 누리는 역설적인 풍경이다. 최근 몇 년간 업계에서 로펌은 단순한 법률 자문 역할을 넘어, 산업의 핵심 플레이어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규제가 복잡해지고 예측 가능성이 떨어질수록 로펌의 영향력은 비례해서 커졌다. 정부의 입법이나 고시개정에 방어 논리를 마련하고, 복잡한 규제를 풀이해주며 대응 전략을 제시한다. 약가 인하나 품목허가 취소 등 행정처분에 대응 시나리오를 구축하기도 한다. 규제와 행정이 맞닿는 영역에서 이제는 로펌이 개입하지 않는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대형 로펌들이 보건복지부 등 유관 부처 출신 전관들을 앞다퉈 영입하는 모습은 씁쓸함을 남긴다. 물론 개인의 전문성을 살린 재취업을 무조건 비판할 수는 없다. 기업 입장에선 복잡한 제도를 정확히 이해하고 대응 방안을 제시해줄 전문가가 절실하다. 로펌 역시 시장 수요에 맞춰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영입하는 게 자연스런 판단이다. 엄격한 고위공직자 취업 심사를 거쳤다면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 그러나 법적 테두리를 벗어나 현상의 본질을 들여다보면 서글픈 모순이 존재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 정부에서 제도의 틀을 설계하고 제약바이오산업의 공공성을 강조하며 규제 문턱을 높였던 이들이, 퇴직 후에는 정반대의 편에 서서 그 규제를 우회하거나 방어하기 위한 대응 전략을 컨설팅하는 모습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정책을 발표하면, 그 정책을 직간접적으로 설계했던 이들이 로펌의 이름으로 방어 논리를 개발한다. 기업은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그 논리를 산다. 정책 변화가 거듭될수록 이러한 기이한 생태계는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기업의 자원 배분이다. 연구개발과 생산성 향상에 쓰여야 할 비용과 자원이 규제 대응과 법률 검토에 반복적으로 투입되는 구조는 제약바이오산업 경쟁력에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정책이 기업들의 혁신 경쟁이 아닌 규제 대응 경쟁을 유도하는 구조라면, 근본적인 설계 방향을 재검토해야 한다. 약가제도 개편의 목적은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제약바이오산업의 건강한 생태계를 만드는 데 있다. 그러나 약가제도 개편의 최대 수혜자가 제약바이오기업의 연구개발 조직이 아니라 대형 로펌이라면, 제도 설계와 추진 방식이 적절했는지 다시 한번 따져볼 필요가 있다.2026-07-09 06:00:40김진구 기자 -
[기자의 눈] ESG 경쟁력은 보고서의 두께가 아니다[데일리팜=최다은 기자]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일부 대형 제약사 중심으로 이뤄지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가 지주사와 중견 제약사, 바이오기업까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ESG는 더 이상 기업 이미지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사업을 이어가기 위한 필수 경쟁력으로 자리 잡으면서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도 공시 체계와 경영 수준을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올해만 봐도 변화는 분명하다. 창립 이후 처음으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한 기업이 잇따랐다. 기존 보고서를 내던 기업들은 공시 범위를 그룹 전체로 넓히거나 국제 기준을 반영해 보고 체계를 고도화했다. 계열사별 ESG 활동을 하나로 묶고, 이중 중대성 평가와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기준을 적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ESG가 더 이상 '있으면 좋은 경영 활동'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요구하는 기본 요건이 됐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해외 기술수출과 공동개발, 위탁개발생산(CDMO), 원료 공급 등 글로벌 협력 과정에서는 생산 역량뿐 아니라 공급망 관리, 인권, 윤리경영, 정보보안, 탄소배출 관리 수준까지 함께 검증받는다. 실제로 글로벌 제약사들은 협력사 선정 과정에서 ESG를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활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긍정적인 점은 국내 기업들의 ESG 접근법이 한 단계 성숙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봉사활동이나 친환경 캠페인 등 사회공헌 중심의 활동을 소개하는 데 무게를 뒀다. 최근에는 연구개발 혁신, 의약품 접근성, 제품 품질과 환자 안전, 공급망 관리, 사업장 안전보건처럼 제약산업의 본업과 직결되는 의제를 핵심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ESG를 별도의 활동이 아닌 경영 전략의 일부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기존에 보고서를 발간해 오던 기업들 역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공시의 질적 수준을 끌어올리고 있다. 국제 공시 기준을 반영하고 그룹 차원의 ESG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며, 이중 중대성 평가를 통해 핵심 이슈를 도출하는 등 공시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ESG가 형식적인 도입 단계를 넘어 실질적인 경영 체계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아직 보완해야 할 부분도 있다. 일부 기업의 보고서는 여전히 '무엇을 했다'는 활동 소개에 머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지, 어떤 한계가 있었는지, 앞으로 무엇을 개선할 것인지에 대한 객관적인 데이터와 정량적 성과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좋은 사례만 나열한 보고서는 홍보 자료로만 보여질 수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ESG는 이제 보고서를 얼마나 두껍게 만들었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얼마나 꾸준히 개선했는지가 경쟁력이 되는 단계에 들어섰다. 보고서의 두께가 기업의 신뢰를 결정하는 시대는 지났다. ESG 2.0 시대의 경쟁은 '발간'이 아니라 '증명'이다.2026-07-08 06:00:44최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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