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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휴온스의 자본잠식 기업 인수 승부수[데일리팜=이석준 기자] 휴온스가 4년 연속 완전자본잠식(자본총계 마이너스)에 빠진 크리스탈생명과학 인수를 추진한다. 이 회사는 수년 간 자본잠식 탈피 등 자구책에도 계속기업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휴온스가 손을 내밀었다. 휴온스는 크리스탈생명과학 100% 자회사 편입을 통해 고형제 등 신규 제품 생산능력(CAPA)를 확보하고 제조 효율화에 나설 계획이다. 그룹사 간 사업 시너지 창출에도 주력해 중장기적으로 헬스케어 시장 영향력 확대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주식매매계약에 따라 휴온스는 크리스탈생명과학이 보유한 채무 160억원에 대한 담보 제공한다. 휴온스는 CG인바이츠(구 크리스탈지노믹스)로부터 크리스탈생명과학 지분 100%를 확보한다.언뜻 보면 휴온스그룹의 결정에 의구심이 든다. 완전자본잠식 등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기업을 인수하기 때문이다.다만 휴온스그룹의 그간 행보를 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벌써부터 M&A 마법이 다시 한번 통할까라는 기대감도 든다.최근 M&A 마법 사례는 휴엠앤씨다.휴온스는 2021년 법원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화장품 부자재 기업 휴엠앤씨(옛 블로썸엠앤씨)를 580억원에 인수하는 모험을 강행했다. 이후 휴온스는 의약품 부자재 사업을 맡고 있는 휴베나를 휴엠앤씨에 흡수합병시키며 재무 건전성을 높이는 등 실적 개선에 주력했다.화장품과 제약·의료를 아우르는 '헬스케어 종합 부자재 기업'을 겨냥한 휴엠앤씨는 2022년 10월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 유지 결정을 받아 거래가 재개됐다. 2020년 5월 거래 정지 후 2년4개월여 만이다.휴온스는 2021년 2월 휴엠앤씨 인수 후 20개월 만에 기업 정상화를 이뤄냈다. 휴엠앤씨는 올 3분기 누계 매출액 371억원, 영업이익 38억원을 올렸다. 전년동기대비 각각 50%, 192.3% 오른 수치다. 어느덧 그룹 한 축을 형성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휴메딕스(옛 에이치브이엘에스)는 휴온스그룹의 대표 M&A 작품으로 꼽힌다.휴온스그룹은 2010년 매출 50억원, 영업적자 20억원이던 휴메딕스를 사들여 지난해 매출 1232억원, 영업이익 260억원 회사로 키웠다. 2014년 12월 코스닥 입성에도 성공했다. 올 3분기 누계 매출(1155억원)과 영업이익(321억원)을 감안하면 최대 실적이 점쳐진다.휴온스그룹은 제약업계에서 M&A로 커온 대표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윤성태 휴온스글로벌 회장은 수차례 M&A를 통해 그룹을 7000억원대 회사로 만들었다.휴온스의 4년 연속 완전자본잠식크리스탈생명과학 인수. 보통은 우려가 앞서지만 휴온스의 그간 행보를 봤을 때 또 한 번의 M&A 성공 사례를 기대케 한다. 윤성태 회장의 또 한번의 승부수가 던져졌다.2023-12-26 06:00:21이석준 -
[모연화의 관점] 조금 더 공부하고 해볼게요(40)자신을 바라보는 관점은 커뮤니케이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그룹의 의견을 미루어 짐작하는 관점은 커뮤니케이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과한 신념으로 확언을 내뱉는 사람들의 특징은 무엇일까? 오늘은 세 가지 심리적 특징과 커뮤니케이션의 관계를 생각해보자.1. 공부를 많이 하는 A약사를 만났다. 대화를 나눌수록 그의 반짝이는 능력이 다른 약사들에게 도움이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강의를 해보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는 순간, 그는 "저는 아직 준비되어 있지 않아요. 조금 더 공부하고 해볼게요"라고 말한다.공부를 끊임없이 하는 약사들은 의외로 자신이 별로 똑똑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성취한 건, 운이 좋아서 혹은 누군가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거로 생각하며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한다. 그리고 언젠가 사람들이 이런 사실을 알게 될 것이라 걱정한다.이러한 현상은 가면 증후군(Imposter Syndrome)으로 설명할 수 있다. 1978년 미국의 임상심리학자 폴린 클랜스(Pauline Clance)와 수잔 임스(Suzanne Imes)는 깊게 공부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고, 그들이 근거 없는 불안을 호소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심리적 특징을 '가면 증후군'이라고 명명했다.가면 증후군이 있는 사람은 일반인의 70%에 이른다고 한다. 그들은 그저 암기를 잘했을 뿐이에요, 저는 머리가 좋지 않아요 등의 생각을 하며, 자신이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진정으로 똑똑하지 않고, 언젠가 사람들이 알아챌 거로 판단하여 불안해 한다.2. 약과 관련한 이슈에 관해 명징한 관점을 가진 B약사를 만났다. 문제 분석 및 해결 방안 도출 과정이 체계적인 사람이었다. 연재 글을 써보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는 순간, 그는 "다른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를 싫어할 거에요. 제 의견은 소수의 의견일 뿐이니까요. 다음에 해볼게요"라고 말한다.이러한 현상은 다원적 무지(pluralistic ignorance)로 설명할 수 있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인 플로이드 올포트(Floyd Allport)와 다니엘 카츠(Daniel Katz)는 목소리가 큰 몇몇 의견이 다수의 의견이라 가정하고, 다수의 사람이 그 생각을 수용하고 있다고 잘못 판단하는 심리적 현상을 다원적 무지로 명명했다.어떤 이들은 자신의 의견이 소수의 의견일 거라 가정한다. 그리고 다수의 사람이 자신과 다른 의견일 거라 가정한다. 기사의 댓글에 달린 글이 다수의 생각이라 착각하고, 적극적으로 반대 의견을 제시하지 않는 것도 다원적 무지 현상의 일종이다.3. 확신에 차 있는 C약사를 만났다. 자신의 사업 모델이 완벽하게 성공할 거라는 확언, 많은 사람이 의견에 동의하고 있으므로 '탄탄대로'라는 그의 설명을 듣는 중에 그의 자신감만이 부러웠다.논리적으로 따져보면 앞, 뒤가 맞지 않는 설명이 많아 몇 개를 슬쩍 찔러보았다. 그런 건 별거 아니라는 손사래와 함께 이미 많은 사람이 변화에 동참했다는 의기양양한 눈빛을 보낸다.이러한 현상은 허위 합의 효과(false consensus effect)로 설명할 수 있다. 허위 합의 효과는 대다수가 자신처럼 생각하지 않는데 남들도 자신처럼 생각하고 있다고 잘못 가정하는 현상을 말한다.즉,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이 실제보다 더 널리 수용되었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을 비정상이라고 쉽게 낙인 찍는 특징도 보인다. 허위 합의, 혹은 허상의 합의를 쉽게 하는 사람은 자기 향상 메커니즘을 잘 돌리며 높은 자신감을 보인다.A, B, C 세 약사의 커뮤니케이션은 어떠할까? 쉬이 상상할 수 있다. A 약사는 여전히 공부를 더 하고 말하겠다며 차일피일 미룰 것이고, B 약사는 집단의 의견에 따르며 방관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C는 말이 없는 다수가 이미 동의를 했다고 착각하며, 더 크게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다. 결론은? C의 말이 다수의 의견처럼 보이게 될 것이다.A와 B를 위한 결론은 다음과 같다. 가면증후군과 다원적 무지라는 단어를 기억하자. 명칭은 진실을 깨닫게 한다는 순자의 말을 기억하면서, 물 위로 올라가려는 자신이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자신의 겸손이 어쩌면 사회적 공포의 일종일 수 있음을 상기시키자. 과거의 성취를 객관적으로 돌아보기 위해, 다양한 피드백을 받아보는 것도 효과적이다.C를 위한 결론은 시간이 약이지 않을까. 부디 자기 과시적 확언을 통과한 후에 겪을 실패의 경험이 새로운 지식 체계에 도움이 되길 바라야 하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우리도 그 과정을 겪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하는 말이다. 겸손을 배우는 과정일 수 있다는 생각을 권유하는 바이다.2023-06-12 13:20:39데일리팜 -
[모연화의 관점] 학문으로서의 커뮤니케이션(39)폐암 말기 환자가 '동물용 구충제(펜벤다졸)를 먹고, 암이 완치됐다'라는 사연이 소셜미디어에 소개된 후, 일시적으로 구충제 토네이도가 약국가를 덮쳤다. 많은 약사가 한 사람의 사연이 약성을 증명할 수 없다는 과학적 진리를 다양한 채널을 통해 설명했지만, 역부족이었다.시간이 흘러 복용자 개개인이 그 결과를 공유하면서 자연스레 돌풍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몇몇 사례 혹은 체험례라는 이름으로 특정 성분은 유행을 탄다.펜벤다졸의 예처럼 한사람에게만 효과적인 물질은 약학이라는 학문 관점에서 약이 될 수 없다. 학문적 관점에서 약이 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연구 과정을 통해 타당성과 보편성을 획득해야 하기 때문이다.타당성과 보편성은 과학적 연구방법론을 통해 축적된 체계적인 지식체계인 학문을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타당성은 연구에서 측정하거나 조사하고자 하는 것을 정확하게 측정하거나 조사하는 정도를 말한다. 내부 타당성 관점에서는 펜벤다졸을 복용하고 암이 낫는다는 인과를 '다른 변인을 통제한 상태'에서 검증할 수 있어야 과학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한편, 보편성은 일반성을 뜻하는데 유사한 상황에서 일반적으로 같은 결과가 나타나야 보편적이라고 평가된다. 즉, 펜벤다졸이 만인에게 효과적이어야지 특정인에게만 효과적이라면 그것은 약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의미이다.약사들은 체계적인 학문 과정을 통해 약의 과정과 기능에 관한 과학적 연구방법론을 통해 특정 가설의 타당성과 보편성을 증명하는 법을 배운다.그래서 약사들은 TV에 나온 누군가의 '노니는 누구누구를 치료했기 때문에, 약입니다'라는 식의 주장을 믿지 않는다. 보편성과 타당성 그리고 검증가능성이 부족한 주장이기 때문이다.그런데 이러한 약사들 역시 범주가 바뀌면, 학문의 과정과 정의를 쉬이 잊어버린다. 일례로, 커뮤니케이션을 정답이 있는 기술로 대하는 태도가 그러하다.커뮤니케이션학은 인간사회의 커뮤니케이션 현상을 과학적 방법을 통해 연구하며 보편타당한 지식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 현상을 다양한 변인과 이론을 통해 설명하고 효과를 예측하여 커뮤니케이션 발전에 이바지하는 사회과학 학문이다.그런데 우리는 정보 평등 사회에서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은 공감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는 막연하다. 이에 커뮤니케이션을 몇 가지 단편적인 기술로서 습득할 수 있다고 착각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매출 커뮤니케이션, 항생제 커뮤니케이션, 진통제 커뮤니케이션 이런 식으로 말이다.덧붙여, 약사들의 정성적인 커뮤니케이션이 환자들의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현장의 체감은 있지만, 그것을 과학적 연구방법론을 통해 정량적으로 증명해 나가는 것 또한 이루지 못하고 있다.학문으로서의 커뮤니케이션은 몇가지 기술만으로 습득되지 않는다. 아울러 커뮤니케이션 효과성 검증은 학문이기 때문에 사회과학적 방법론을 따라야 관련 저널에 게재될 수 있다.이는 몇 명에게 효과적이었다는 사실로 약이 되지 않는 약학이라는 학문과 일맥상통하며, 약의 관련된 모든 것이 관련 저널에 게재되어 평가를 받는 것과 같다.즉, 우리가 약학이라는 학문을 다양한 면에서 체득했듯이 커뮤니케이션학 역시 기능적, 구조적, 의미적 차원에서 세분화된 지식체계를 습득해야, 실제 현장에 커뮤니케이션의 원리를 적용할 수 있다.커뮤니케이션학의 비조(鼻祖)로 불리는 호블랜드 교수는 메시지 특성, 커뮤니케이터 특성, 매체 특성, 주위 상황으로 구성된 커뮤니케이션 상황, 상황과 어느 정도 관련되어 있는지 정도(내용 유관 요인, 커뮤니케이터 유관요인, 매체 유관요인)에 따라 커뮤니케이션 수용자의 주의-이해-수용의 단계를 통해 의견, 감정, 행동 등의 변화가 나타난다고 커뮤니케이션 모형으로 설명했다.그렇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 현상을 이해하고, 내 맥락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앞서 나열된 특성들을 포함한 이론을 공부하고, 보편타당한 이론의 원리들이 '약국 커뮤니케이션 맥락'에서도 검증되는지 살펴야 한다.우리는 의사의 속성, 약사의 속성, 약국의 특징, 메시지의 형태, 복용하는 사람의 속성, 문화-사회적 요인 등의 관계를 파악하는 사회과학적 공부를 통해 다양한 맥락에서 가장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시도하면서 약국 맥락에서 필요한 커뮤니케이션 관련 지식체계를 쌓아나가야 한다.이 같은 실증적 시도와 과학적 검증이 체계화 하지 않으면, 결코 환자 중심의 커뮤니케이션을 현실화할 수 없다. 덧붙여, 약사의 커뮤니케이션 효과 또한 보편 타당한 과학적 방법론으로 검증하지 않으면, 학문적 관점에서 그 가치를 주장하기 어렵다.안타깝게도, 이러한 연구는 남이 해주지 않는다. 이에, 융합 학문 관점에서 약사의 정성적 과정과 기능을 정량적으로 증명하는데 필요한 학문들을 배울 수 있길 바랄 뿐이다.2023-06-12 13:12:57데일리팜 -
[모연화의 관점] 약사 리더십 커뮤니케이션(38)전문가의 리더십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tvN의 '천 원짜리 변호사' 드라마 주인공인, 천지훈 변호사는 시보에게 "사람들은 법에 대해 알고 싶어 오는 게 아니라, 도움이 필요해서 온다"며 변호사가 의뢰인에게 법을 설명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의뢰인 관점에서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거라 말했다.마찬가지로 사람들은 약에 대한 정보만을 위해 약국에 오는 게 아니라, 건강 문제 관련 도움이 필요해서 온다.약의 복용, 식품의 섭취를 포함해 질병을 예방 및 치료하는 영역은 계속 확장하고 있다. 이 영역의 다면체적이고 포괄적인 특성은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의 참여도 가능하게 만들어 다양한 콘텐츠를 탄생시켰다. 덧붙여 새로운 미디어 출연과 디지털 혁신은 정보에 관한 독립성을 예전보다 증가시켰고 건강 결정의 중심축을 환자 쪽으로 옮겼다.하지만 개인이 스스로 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점검하고, 선택하는 과정에서 역설적으로 전문가의 리더십이 더 필요해졌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왜냐하면 다양한 사람들이 안내하는 건강 여정 속에서 사람들은 전문적 내비게이션 없이 건강 결과에 도달할 수 있는 올바른 길을 찾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이에 약사와 사람의 관계, 약사 그룹과 공중(public)의 관계에 필요한 새로운 범주의 리더십이 요구되고 있다.십여년 전만 해도 약사 리더십은 임상 영역을 중심으로 약사가 직접 만나는 사람들에게 근거 중심(evidence-based) 정보를 전달, 그 사람의 건강 결과에 책임을 지는 전문가 주의 측면이 강조됐다.그런데 '전문가주의'로 설명되는 목표지향적인 리더십(goal-oriented leadership)은 사람들의 개별적 상황을 인정하고, 맞춤형 동기 부여를 통해 스스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돕는 변혁적 리더십(transformational leadership)으로 확대되고 있다. 아울러, 지역 커뮤니티 및 사회의 건강 증진을 위한 관계 지향적 리더십(relation-oriented leadership)도 약사사회에 요구되고 있다.이러한 리더십과 관련된 커뮤니케이션은 크게 세 가지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다.첫째, 개별 약사는 사회적 지지, 환경에 관한 이해를 통해, 넓은 맥락의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해야 한다. 다시 말해, 약사는 환자가 속한 사회경제적 지위(socioeconomic status) 및 주변 환경을 고려해 환자가 선택할 수 있는 최적의 길을 안내해야 한다.둘째, 약사회 및 약학 관련 학회는 지역 커뮤니티 및 사회의 건강 증진을 위한 관계 지향적 리더십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가령, 학회는 의약품과 관련한 문제가 발생하면 적극적인 전문가 집단의 의견을 표명해야 한다. 이 과정을 반복하여 약에 관한 최고 권위를 가진 단체로서 사회 및 사회 속의 공중과 관계를 맺어야 한다.구체적으로, 작금의 다빈도 의약품 품절사례, 어린이 시럽 리콜 사례 등 약물과 관련한 공중 건강에 관한 커뮤니케이션에 임상약학회, 약학회, 보건사회약료경영학회, 한국약사커뮤니케이션과커뮤니티케어학회등 약학 관련 학회들은 적극적으로 가담해 담론을 생성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약학 단체들은 약물과 관련한 주요 의제를 제기하고 공중과 관계 맺기를 통해 여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셋째, 의약품과 관련한 교육에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특히 약사들은 의약품에 관한 가짜 뉴스, 마약 및 향정신성 의약품과 관련한 문제 등에 관해 교육 기관, 법무부와 함께 예방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 약물 중독의 기전과 심각성에 관한 지식은 약사들이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참고로, 마약 및 향정신성 의약품에 관한 예방 교육은 시급한 실정이다. 하지만 마약이 일반 중독과는 다르게 지각된 심각성이 높아야 함에도 헬스 커뮤니케이션 전략 없이 '마약은 중독입니다' 수준의 플래카드(placard)가 붙어 있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한글을 겨우 읽는 아이들에게 호기심만 부추기고, 마약이 뭐냐고 묻는 아이들에게 엄마들이 알아서 대답해 주라는 것인가 싶어 착잡하다. 아이들에게 저것이 왜 문제인지, 어떤 심각성이 있는지, 어떻게 피할 수 있는지 눈높이에 맞게 구체적인 위험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데 말이다.요약하면 약사는 변혁적, 관계적 리더십을 기반으로 개인과 사회가 직면한 건강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줘야 한다. 특히 약물 남용 및 오용, 중독 문제의 해결에는 더욱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고, 약사로 구성된 단체 역시 직능을 넘어 다양한 건강 문제에 담론을 제기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다양한 교육부, 법무부 등의 기관과 커뮤니케이션 채널 구축의 노력 역시 필요하다.2023-06-12 12:19:48데일리팜 -
[모연화의 관점] 커뮤니티케어와 커뮤니케이션(37)보건복지부는 2018년 3월, 커뮤니티케어 추진본부를 구성하고 '커뮤니티케어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후 관련된 여러 분야에서 토론회와 공청회가 열렸고, 단기간에 커뮤니티케어에 대한 관심은 급증했다.하지만 지역사회의 돌봄(community care)이라 불리는 커뮤니티케어와 지역사회의 건강을 위한 기반 기관인 지역약국(community pharmacy) 간 연결고리는 좀처럼 이슈화되지 않고 있다.이것은 지역약국들이 지역사회를 위해 (이미) 하고 있고, 앞으로 할 수 있는 커뮤니티케어에 관한 전략적 공감대가 낮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아울러, 지역약국과 공중의 건강 관계에 관한 내용이 사회적으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의료비용의 절감 및 합리적 커뮤니티케어를 위해, 약사 인력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건 세계적인 추세이다. 커뮤니티케어 정책은 환자의 삶의 질과 국가적인 의료비용의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건강대계이고, 성패는 ‘지속가능성’에 달려있기 때문이다.그래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약물 관리의 지휘부 역할을 누가 수행에 관한 기준 제시의 중요성은 계속 강조되고 있다. 약물 복용과 관련한 지역약국 돌봄 활동에는 처방조제, 건강 교육, 처방감사, 부작용 관리, 약물 조정, 전염병 예방 활동 등이 존재한다.하지만 눈에 보이는 행위인 조제 이외에, 지역약국이 수행하는 다른 역할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이것은 약사들이 행동을 수행할 때 행동의 의미를 고객에게 알리는 커뮤니케이션을 덜 하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고, 정책기관이 전문가가 행하는 일 중, 보이지 않는 정성적 가치는 평가 절하하고 키워내지 않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처방감사는 현재, 약사가 환자에게 처방전이 검토되고 있다는 커뮤니케이션을 해줘야 인식될 수 있는 행위이다. 예컨대, 약사가 눈으로 쓱 처방전을 보는 행위는 그저 종이를 본 것이 아니라, 용법과 용량이 타당한지 확인하고, 에러를 걸러내는 행위이다.하지만 약사들은 약의 용법과 용량을 확인하고 있다는 사실을 (대부분) 알리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시민은 약사가 처방전의 적합성을 검토한다는 사실을 모른다.물론 정책적 PR을 통해 환자의 처방전이 감사 되고 있다는 것을 알릴 수도 있지만, 지금은 약사들이 직접 커뮤니케이션 해야 시민들이 알 수 있다. 이에, 필자는 약사가 '당신의 용법과 용량을 검토했다는 메시지'를 환자에게 전달하는 것을 돌봄의 안전과 신뢰 측면에서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으로 권고한다.또 다른 약국 돌봄 활동으로는 약물조정(medication reconciliation)이 있다. 지역약국에는 고령화에 의해 5개 이상의 약물이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다제약물(polypharmacy) 처방이 빈번하다.한국 노인의 다제약물 유병율을 조사한 연구(김홍아, 신주영, 김미희, 박병주, 2014)에 따르면 1인당 6개 이상의 약물을 동시 복용하는 비율은 86.4%, 11개 이상을 복용하는 비율이 44.9%에 이른다고 한다.이러한 맥락에서, 약국을 방문하는 환자들은 다수의 의료기관에서 처방받은 약물 중 효능이 중복되는 약물, 부작용이 중첩되는 약물에 관해 높은 우려를 나타낸다. 효능이 중복되는 경우, 환자의 안전과 안정을 위해 약사는 처방의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처방 수정을 시도할 수 있다. 이는 의료비 절감과 환자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혹은 어떤 이유에서든 정해진 처방대로 약물을 복용하지 못해, 약물이 남아 있는 경우에도 환자들은 약물 조정을 원한다. 마찬가지로 팀 의료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고, 이는 버려지는 약을 줄일 수 있는 전략이다.부작용 관리 역시 중요한 약국 돌봄 활동이다. 지역약국의 부작용 보고는 타 직역의 보고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약동학 및 상호작용 영역에 이르기까지 가치 있는 정보로 구성된 경우가 많다는 평가를 받는다.약사들은 "약을 드시고, 불편하신 부분은 없으셨나요?"라는 질문을 통해 환자들이 약물 복용 이후 겪는 다양한 증상의 원인을 함께 탐색하고, 관련 내용을 기록하여 안전을 위한 약물 감시(pharmacovigilance) 체계에 이바지할 수 있다.마지막으로 지역약국은 전염병 예방 및 관리를 위한 약물학적, 비약물학적 행동과 관련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다. 특히 팬데믹과 같은 위험 시, 약국의 관리는 공중의 예방적 집단행동을 촉진할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는다.아울러, 약사는 전염병에 대한 고객의 질문에 응대 및 정부의 전염병 예방 지침을 공중에 전달하여 미디어 노출이 적은 지역이나 특정 연령층에서 생길 수 있는 정보 격차를 줄여주는 역할도 할 수 있다.커뮤니티케어는 영국에서 1950년대를 전후로 주창된 복지 개념으로, 일반화된 정의나 원칙에 의해 움직이기보다는 정치, 경제, 사회적 합의에 따라 국가별로 다르게 전개된다. 커뮤니티라는 용어 역시, 다의적이다. 지역사회라 해석되기도 하지만, 이상적인 공동체를 제시하는 실천적 개념으로 활용되기도 한다.즉, 공동체의 건강과 국가 의료비 절감을 위해 지역사회에 존재하고 있는 의, 약료 기관에 어떤 커뮤니티케어 역할을 부여할지 사회적 논의 및 합의가 필요하다는 의미이다.앞서 설명했듯이, 약국은 문턱이 낮은 요양기관으로서, 접근 가능한 약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다른 의료 서비스 제공자와 협력하고, 취약 계층의 약물치료 과정에도 개입할 수 있다.마지막으로, 약물 복용 행동만큼, 개인의 건강에 꾸준히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행위가 있을까? 필자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개별적 존재의 건강을 위해 약사와 약국의 커뮤니티케어 역할은 커뮤니케이션과 함께 확장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바이다.2023-06-05 14:45:25데일리팜 -
[모연화의 관점] 그럼에도 설득이 필요합니다(36)4년 전, 큰아이가 초등학교 6학년이었을 때 스마트폰을 사주었다. 핸드폰을 바라보는 아이에게 핸드폰이 학습에 미치는 영향, 두뇌에 미치는 영향, 팝콘 같은 지식은 인간을 생각하지 못하게 한다며, 원래의 취미인 독서로 돌아오라는 이야기를 주야장천 했었다.그런데도 아이는 스마트폰을 자제력 있게 사용하지 못한 채, 고등학교 1학년이 되었다. 중간고사를 망친 후 아이는 앉아있는 시간 동안 실제 집중하는 시간이 짧은 이유가 스마트폰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스마트폰과 헤어지는 연습을 하고 있다.스마트폰을 사주기 전 왜 사주지 않는지부터, 사준 후 어떻게 사용하는 게 좋은지를 약 7~8년간 에토스, 로고스, 파토스 전략 안에서 설명했지만, 내 아이가 실제로 변한 건 스스로 인과관계를 발견하고 자신이 자신을 설득하고, 스마트폰에 죄를 묻겠다 결심한 후이다.나는 나의 메시지가 기반이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는 자신이 결정했다 생각한다.바로, 이것이 설득이다. 다시 말해, 설득이란 내가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사람의 자기 설득을 돕는 것이다.많은 이들은 설득을 자신이 말하는 대로 상대가 행동하는 마법 같은 거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설득이 아니다. 그것은 내 의견에 따르라는 위계적 세계관에 의한 강요일 뿐이다.설득은 자유의지를 가진 대상자에게 영향을 미치고자 할 뿐, 선택은 대상자의 몫이라는 걸 이해하며 시작해야 한다. 아울러, 한쪽만 이익을 보는 주장, 일명 선전, 선동, 가스라이팅 같은 비윤리적인 심리전도 설득 커뮤니케이션 범주에 들어올 수 없다.노스웨스턴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 교수인 다니엘 오키프(Daniel J. O'Keefe)가 설득을 “일정한 자유를 가진 피설득자를 대상으로 그의 관념이나 생각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적 노력”으로 설명한 이유도 바로 설득의 주체는 사실 대상자이기 때문이리라.종합하자면, 설득은 인내와 지구력을 가지고, 대상자에게 끊임없이 다가가고, 주장에 다양한 근거를 추가해 시시때때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 커뮤니케이션 과정이다.게다가 대상자의 기억 속에 그 메시지가 존재해야 하므로 장기 기억에 들어갈 수 있는 메시지 전략 역시 중요하다. 특정 상황에서, 대상자는 관련 기억을 꺼내어, 다시 생각하고 자신에게 ‘엄마가 그러는데/ 약사가 그러는데/ 미디어가 그러는데, 이게 맞을까?’라며 묻고, 다양한 수단으로 검증하고 나중에서야, ‘그럴싸하군. 혹은 믿을 만하군’으로 결론 내리기 때문이다.이것을 마케팅 용어로는 회상(recall)과 재인(recognition)으로 설명한다. 마케팅 맥락에서, 회상은 보조 도구 없이도 브랜드 관련 지식을 떠올리는 걸 의미하고, 재인은 어떤 보조 도구를 통해 로고나 광고 메시지를 떠올리는 걸 의미한다.인간의 인지구조에서, 정보는 나의 기존 지식을 토대로 의미를 구조화한 스키마에 의해 해석된다. 우리는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회상과 재인 과정을 토대로 나의 스키마를 발동시킨다.그래서 좋은 메시지에 꾸준히 노출되는 경우, 그 메시지에 의해 서서히 설득되고 급기야 좋은 행동으로 발현되는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존재한다. 꾸준히 좋지 않은 메시지에 의해 삶을 부정적으로 볼 수밖에 없게 설득되는 경우 건강하지 않은 행동을 하게 되기도 한다.그러므로 권고할 만한 행동에 관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양한 메시지 전략을 사용해서 상대에게 왜 이 행동이 필요한지, 이로운지 설명하고 꾸준한 진정성을 느끼게 만들어 궁극적으로, 진정 대상자가 원해서 그 행동을 하도록 이끌어줘야 한다.즉, 설득은 순간이 아니다. 그래서 설득에 능한 사람들은 대상자가 지금 당장 행동의 변화를 보이지 않아도 슬퍼하지 않는다. 원래 그렇다는 것을 알기에, 하염없이 기다릴 줄 안다. 그리고 대상자의 변화 결과에 진심으로 응원을 보낼 수 있다.사실, 설득자도 사람인지라 설득 성공 이후, “내가 말했잖아.”라고 말해주고 싶을 거다. 하지만 메신저는 사라지고 메시지만 남는 수면자 효과(sleeper effect)를 기억해야 한다. 설득한 나는 사라지고, 상대가 취득한 메시지가 상대의 걸로 남는 것은 보편적인 일이다. 누군가 감사를 표한다면, 그가 난사람이라는 의미이다.마지막으로, 약사 커뮤니케이션의 맥락으로 들어가 보자. 약사는 매 순간 대상자의 약물 요법, 건강 결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건강 행동을 권고한다. 하지만 뭐 팔려고 그러나? 라는 눈빛을 마주하거나, 듣고 싶어 하지 않는 상대의 반응을 보며 지쳐가기도 한다.단언컨대, 진정성이 담긴 메시지는 반드시 쌓인다. 진심으로 상대를 위해 전달한 메시지는 상대의 장기 기억 속에 들어가 기존 지식과 합쳐서 스키마로 형태로 존재하다가, 언젠가 반짝 나오게 될 것이다.그러니, 우리의 역할- 고객의 건강 결과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설득을 오늘도 시도해보자. 어떻게 하면 약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먹을 수 있는지, 도움을 줄 수 있는 영양성분은 무엇인지, 어떤 생활습관을 교정하는 게 좋은지 끊임없이 이야기해 보자.결국엔, 상대의 스키마에 메시지를 넣어준 사람만이 남지 않을까. 의식적으로 메시지의 주인은 기억하지 못해도, 무의식적으로 신뢰할 테니 말이다.2023-05-30 18:56:00데일리팜 -
[모연화의 관점] 파토스: 설득의 결과가 다르다(35)사람과 사람의 접점을 마케팅에서는 흔히, MOT(moment of truth: 진실의 순간)라고 부른다. 짧은 순간 무엇이 존재하길래, 이것은 결정적 순간이 된 것일까?바로, 감정이다. 면대 면의 접점이 존재하는 대면 상황에서는 정보만 건너오지 않는다. 말을 하는 사람의 감정, 이를테면 걱정, 관심, 우려, 격려 등의 감정이 함께 넘어간다. 이 감정은 순간적으로 청자의 감정으로 변환되어 마음을 움직이고 행동을 끌어낸다.이러한 청자의 감정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제시한 설득의 3요소 중 마지막 녀석인 파토스이다. 파토스는 청자가 원래 가지고 있던 감정 상태일 수도 있고, 화자에 의해 만들어지는 감정일 수도 있다. 모두 설득의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먼저 청자가 원래 가지고 있는 감정 상태의 파토스를 살펴보자. 청자가 화자에게 우호적인 감정이 있다면, 화자는 내용성(로고스)과 신뢰성(에토스)만 갖추면 진실의 순간을 완성할 수 있다.그런데 만약, 청자가 화자에게 적대적인 감정이 있다면? 어지간한 로고스와 에토스로는 설득할 수 없다.일례로, 약사에게 적대적인 감정을 가진 사람에게 논리적으로 말하면서, 전문성을 보인다 한들 결과는 좋기 어려운 것처럼 말이다. 이런 경우, 진정성 있는 태도나 부드러운 말투를 통해 전해지는 감정이 의외로 더 효과적일 수 있다.아울러, 약국 현장에서는 약사의 커뮤니케이션에 의해 감정이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가령, 아이 코감기약을 지어 가는 엄마에게, 약사는 "아이가 코 막혀 잠을 못 자면 너무 안쓰럽죠"라고 말하며, 걱정과 우려의 감정을 전할 수 있다. 약사의 진실한 감정을 느낀 사람들은 호감을 느끼게 되고, 약사의 다음 커뮤니케이션에 좀 더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혹은, 당뇨 환자에게 전달된 "오늘 당화혈색소 수치가 너무 좋아지셨네요. 꾸준히 약을 잘 드신 덕분입니다.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보아요"라는 너무나 당연한 말도, 응원과 희망, 그리고 당신이 좋아져서 나도 참 기쁘다는 감정과 함께 전달될 때 힘이 생긴다. 결과적으로 "그렇게 운동하라고 해도 듣지 않던 양반이, 약사님이 말하니까 그날부터 해요"라는 보호자의 반응을 얻게 된다. 이것은 보이지 않는 감정과 메시지의 결합 효과에 의한 것이라 할 수 있다.감정은 속도가 빠르다. 우리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접점에서 상대의 감정을 기민하게 느낄 수 있는 내재적 촉수를 가지고 있다. 상대가 나를 염려하는구나. 걱정하는구나. 라는 감정이 느껴지지 않으면, 현대인들은 상대의 말을 굳이 듣지 않는다.나를 잘 알지도 못하고, 위하는 마음도 없는 사람의 말을 듣지 않겠다는 굳은 다짐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비교 선택과 연결되어 있다. 사람들은 아무리 좋은 오프라인 공간일지라도, 부정적 감정이 느껴지면 그곳을 방문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대체하려고 한다.작금의 사람들은 소모되는 감정이 아니라, 저 사람을 만나면 기분이 좋아. 저 사람을 만나면 지지받는 느낌이야. 저 표정만 봐도 힐링이야. 이 정도 수준이 되어야, 굳이 오프라인으로 나와 그 사람을 마주한다. 이유 없이 북적이는 공간을 살펴보면, 그 안에는 사람 간의 긍정적 감정이 부유하는 걸 발견할 수 있다.바야흐로 사람처럼 말하는 기계어의 시대이다. 하지만, 기계어가 아무리 사람 같은들, 관계에서 주고받는 감정은 생성할 수 없다.특히 팬더믹 시대를 통해 경험한 단절과 외로움은 온정과 다정을 갈구하게 했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따뜻함은 시대적 정서이기도 하다. 따뜻한 콘텐츠와 담담한 위로에 열광하는 건, 감정의 위로에 목마름을 나타낸다.파토스가 느껴져야 사람은 움직인다. 그리고 움직여야, 건강 결과가 나타난다. 여기저기 들었던 당연한 말들도 감정이 건너갈 때,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 약국엔, 어떤 감정이 떠다니는가?2023-05-24 10:19:18데일리팜 -
[모연화의 관점] 로고스: 설득의 품질이 다르다(34)로고스(logos)는 흔히 논리로 해석되는 개념이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가 수사학(rhetoric)에서 설명한 로고스는 상대가 내 메시지를 말이 된다고, 타당하다고 생각하는 메시지 품질 평가이다.메시지의 내용과 형태에 대한 전략인 로고스는 앞선 칼럼에서 소개한 메시지 프레이밍, 숫자로 증거 나타내기, 메시지 양면성 전략 등으로 높일 수 있다. 그런데 메시지를 프레이밍 하거나 숫자로 표현하거나, 메시지의 측면을 계산하며 말하기란 생각보다 어려워서, 일상에서 쉽게 활용되지는 않는다.그렇다면, 일상생활 특히 약국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로고스 전략은 무엇일까?세 가지를 추천할 수 있는데 ▲첫째, 형용사 수식어 사용 ▲둘째, 은유(metaphor) 활용 ▲셋째, 행동 메시지 마무리이다. 하나씩 살펴보자.먼저 설명에 수식어를 넣는 것은 주의를 끌고, 기억에 남게 하는 것에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어린아이가 독감 진단을 받고, 타미플루를 처방받았다고 가정해보자.A약사는 "이 약은 항바이러스제인 타미플루이고요. 하루에 2번 1알씩, 5일간 식후에 드시면 됩니다"라고 설명했다.B약사는 "우리 (예쁜) oo 님이 독감에 걸렸군요. 오늘 처방받은 약은 그 5일간 (놓치지 않고 잘 먹이면 효과가 아주 좋은) 타미플루입니다. 타미플루는 (하루 세 번이 아닌) 하루 두 번이고요. (빈 속 말고) 식후에 먹이는 게 좋아요"라고 설명했다.표현력을 듬뿍 담아서 설명한 B 약사에게 좀 더 주의가 기울여지는가? 그런데 생동감 있는 단어를 사용해 살아있는 말하기를 하는 건 낯설 뿐이지, 생각보다 그리 어렵지 않다.엊그제 어머님이 김치를 주셨는데 "연화야, 김치 가져갈래?"가 아니라 "내가 아주~~ 맛있는 김치를 줄게"라고 하셨다. 어머님은 로고스의 수식어 전략을 아시는 듯.한편, 은유(metaphor)는 '사랑은 나비인가 봐'처럼 동떨어진 A와 B의 개념을 연결하는 수사법이다. 예를 들어, 꾸준한 복용을 강조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가정해보자.C약사는 "매일 아침, 하루에 1번, 꾸준히 드세요"라고 설명했다.D약사는 "건강은 정성입니다. 정성을 다해야, 더 건강해지실 수 있습니다. 그러니, 매일 아침 잊지 말고 꾸준히 드세요"라고 설명했다.건강=정성이라는 메타포를 사용한 D약사의 문장이 좀 더 나아 보이지 않는가? 운동, 좋은 식품 섭취 등 꾸준함을 필요로 하는 영역에서 정성이라는 단어는 적절한 비유라 할 수 있다.어머님이 운전을 시도하지 않는 나에게, 운전은 신발이라고 하셨다. 내 걸음을 도와주는 수단이라고 하시면서 말이다. 어머님은 로고스의 은유 전략도 아시는 듯. 이러한 은유법은 메시지 앞 부분에서 사용해야, 흥미 유발이 가능하다. 덧붙여, 사람들이 알고 있는 단어들을 조합해 친근감을 느끼게 하는 게 유리하다.마지막으로, 행동 메시지 마무리이다. 일반적으로 전문가들은 말의 끝맺음을 분명한 권고 행동 메시지로 마무리하는 것에 약하다.예컨대, 전문가들은 필요한 성분에 관한 설명을 통해 암시적으로 설득이 완료됐을 거로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것을 어떻게 드셔야 하는 지 구체적이고 분명한 행동 메시지가 결론에 제시되어야, 설득력이 높아질 수 있다."이 약은 처방된 임의로 중단하지 마시고, 4주간 꾸준히 드시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잊지 말고 챙겨 드세요" 라든지 "이 제품은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시도해 보세요." 같은 행동을 독려하는 메시지가 대표적이다.정리하자면, 메시지의 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로고스는 감정을 가득 담은 수식어 사용, 다양한 은유 활용, 환자의 건강 결과에 도움을 주는 행동 메시지 제시로 획득될 수 있다.이 중, 지금 당장 약국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은 수식어 사용이다. 문어체에서는 형용사와 부사가 명사의 적이라 하지만, 구어체에서 형용사와 부사는 명사를 도와 설득력을 높일 수 있다.또한, 수식어는 말하는 사람의 감정도 일으킨다고 한다. 오늘 하루, 약사님들이 고객에게 전달하는 문장 곳곳에 다양한 수식어를 사용해 보고, 좋은 감정을 느껴 보셨으면 좋겠다.2023-05-17 10:15:00데일리팜 -
[모연화의 관점] 에토스: 설득의 출발선이 다르다(33)"아니, 왜! 내가 말 할 때는 귓등으로 듣더니, 똑같은 말을 하는 저 사람 말은 듣는대?"라는 문장을 내뱉어 본 경험이 있는가? 사람들은 대충 큰 줄기가 같으면, 의미가 비슷하면 설득의 조건이 같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누가 설득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말하는 화자의 차이에 의한 설득력의 차이는 지금으로부터 2300년 전,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rhetoric)을 통해 소개된 에토스(ethos) 기본 개념이다. 듣는 사람이 말하는 사람을 신뢰하면, 말하는 사람의 주장에 설득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은 자명하다.그런데 수사학이 위대한 책인 이유는 화자의 특징(character of speaker)이라는 에토스가 화자가 아니라, 청자에 의해 부여되는 개념이라는 것을 언어화 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다시 말해, '나는 진실하다. 나는 똑똑하다. 나는 착하다'라는 나의 특징은 나 말고는 모른다. 에토스는 당신은 진실하다. 당신은 똑똑하다. 당신은 믿을만하다는 '청자의 평가'로서, 나 외의 사람들 생각을 통해 만들어지는 성품이다. 즉, 나의 특징이 다른 이들에게 어떻게 보이느냐를 점검하게 만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묵직한 통찰이라 할 수 있다.그래서 현대 설득커뮤니케이션학에서 에토스는 '공적인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능력'이라는 사전적 의미가 있는 공신력(credibility)으로 개념화되었다.아울러, 학자들은 공신력의 하위개념에 관한 연구를 통해, 공신력은 화자의 전문성(expertise)과 믿음성(trustworthiness)으로 구성되고, 추가로 매력(attractiveness), 유사성(similarity) 등은 공신력에 도움을 주는 요인이라고 밝혔다.그렇다면, 공신력을 구성하는 전문성과 믿음성은 어떻게 획득할 수 있을까? 약사의 전문성은 우선 국가기관이 보증한 면허증으로 부여된다. 덧붙여 학위, 출판물 발행, 상장, 언론 보도 등으로 자신의 상대적 전문성을 보강하기도 한다.잇달아 강조하지만, 전문성은 내가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평가하는 것이다. 병원에 가면, 의사의 약력이 크게 붙어있고, 병원 곳곳에 상패와 상장들이 있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당신의 약국에도 '전문성 존(expertise zone)'이 있는가?두 번째, 믿음성은 어떻게 획득할 수 있을까? 믿음성은 신뢰(trust)와 다르다. 믿음성은 믿을 수 있다는 확신의 정도를 말한다.즉, 믿을 수 있다는 확신을 어느 정도 느끼고 있느냐를 뜻하며 마찬가지로, 청자의 평가로 이루어지는 개념이다. 이러한 믿음성은 유사성, 매력의 영향을 받는다.먼저, 유사성은 공통분모라고 생각하면 된다. 설득을 잘하는 약사는 청자와의 유사한 부분, 예컨대 공통된 경험을 통한 유사성 획득을 잘한다.예를 들어, 아이 엄마에게 해열제를 설명할 때, 아이를 돌본 경험은 공통분모가 될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은 꼭 엄마만 갖는 건 아니다. 조카를 돌본 경험, 친구의 아이를 본 경험 역시 공통분모가 될 수 있다. 다시 말해, 공통분모는 발견하는 것이고 그것을 표현하는 건, 믿음성을 높이는 전략이다.매력 역시 믿음성에 영향을 준다. 매력은 외향적인 부분으로서 첫인상과 관계가 높다. 본태가 좋으니 무엇을 입어도 빛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의도적으로 매력 포인트를 드러내야 한다. 왜냐면 사람들은 매력적으로 보이는 사람이 정직하고 심지어 똑똑할 것이라고 평가하기 때문이다.그래서 약사는 고객에게 드러나는 가운의 형태, 머리의 모양 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약국의 매력 디자인은 약사의 설득력을 높이는 전략이기 때문에, 내 약국의 외향도 반드시 타인의 시선으로 평가해야 한다.궁극적으로, 에토스는 사전 설득 역할을 한다. 일례로, 우리는 상대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상대가 그 말을 해도 될 자격이 있는지 고려하곤 하니 말이다.설득의 심리학으로 유명한 로버트 치알디니(Robert Cialdin) 교수 역시 그의 저서, 초전 설득에서 설득이 난무하는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설득의 준비라 강조했다.소비자들이 품질 혹은 효용을 정확하게 알기 힘들어, 제공자에 대한 신뢰가 판단 기준이 되는 신용재를 기반으로 하는 의, 약료 서비스업에서 에토스 구축은 필수적이다. 에토스의 밑그림을 잘 그리는 건, 설득의 출발을 좀 더 원활하게 만든다는 것을 기억하자.2023-05-10 10:08:56데일리팜 -
[모연화의 관점] 야! 나두, 자기효능감 커뮤니케이션(32)최근 고혈압, 당뇨, 관절염, 심장질환, 암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우울감이 문제가 되고 있다. 세계정신건강연맹에 따르면 만성질환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 대비 2~4배 이상의 우울감을 호소한다고 한다.우울감은 의욕이 떨어져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상태인 무기력과 연결되고, 무기력은 약을 꾸준히 먹어야 하는 약물치료 및 생활습관교정과 같은 행동 치료를 방해한다.이에 세계보건기구는 만성질환자의 정신건강에 다차원적인 개입을 촉구하며, 관련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캠페인 형태의 국가 차원의 개입, IoT를 활용한 사회적 차원의 개입,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담당할 지역 의료 모델의 개발 등이 있다.이러한 프로그램들이 목표로 삼고 있는 개념은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이다. 자기효능감은 세계적인 심리학자 앨버트 밴두라(Albert Bandura)에 의해 제창된 개념으로, 자신의 능력치에 대한 신념을 뜻한다. 자신이 무언가를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은 건강 관리에 큰 영향을 미친다. 왜냐면 내가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없는 사람은 매일매일 품이 드는 '약 먹기, 덜 먹기, 더 걷기' 등의 건강 행동을 꾸준히 하지 않기 때문이다.인간은 지지를 양분 삼아 자신의 효능감을 인지하고, 나아가 사회활동을 할 수 있는 존재다. 그래서 자기효능감을 키워주는 건, 스스로 건강을 관리해야 하는 시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심리 요인이다.상호작용이 가능한 인공지능 프로그램들은 IoT가 자기효능감을 높여, 건강 결과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며 건강 영역 입성을 시도하는 중이다. 귀찮아하지 않고 말을 걸어주며, 잘하고 있다는 사인을 주기 때문에, 우울감 치료나 중독 치료에 활용될 수 있다는 논리다.예를 들어, 'SKT 인공지능 돌봄 1년, 노년층 자기효능감 높여 활동 늘렸다'라는 기사를 보자. 이 기사는 SK텔레콤의 인공지능 돌봄으로 노인의 자기효능감이 높아져 노인들이 통화도 많이 하고, 일 평균 걷기도 많이 했다는 것이다.자기효능감 맥락에서, 약국은 생각보다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약사는 많은 만성 질환 환자들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전문가이기 때문이다.약사는 대면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환자의 자기효능감 관리를 해줄 수 있다. 이를테면, 꾸준히 혈압약을 받으러 오는 환자에게 "이렇게 꾸준히 관리하기 쉽지 않은데, 자기 관리 만점입니다."라는 형태로 말이다. 약사가 전해주는 잘하고 있을 때는 응원과 지지는 환자의 자신감을 채워줄 수 있다.환자가 꾸준한 복용을 어려워할 때, 약사는 "누구나 꾸준한 약 복용을 어려워합니다. 그래도 이렇게 오셔서 건강 관리받는 거, 너무 잘하고 계신 겁니다. 앞으로 더 잘하실 겁니다"라는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며, 다시 시도하도록 독려할 수 있다.결과적으로 약국은 환자들에게 '마음이 안정되고 안심되는 장소', 약사는 '자신의 노력을 평가하고 인정해 주는 사람'으로 인식될 수 있고, 이러한 마음은 환자-자기효능감의 기반이 되어 준다.그런데,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약사가 환자-자기효능감을 높이는 커뮤니케이션을 하려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약사-자기효능감이다.약사 스스로가 '약물치료 과정의 중심에 약사가 있다는 각성'을 기반으로 '환자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능력'의 자기효능감을 가져야, 약사들이 환자의 효능감을 높이는 커뮤니케이션의 동기를 가질 수 있다.이에 많은 나라에서는 약대생에게 약사는 왜 필요한 업인 지, 또한 약사가 환자의 건강에 어떤 경로로 영향을 미치는 것에 관한 다양한 교육을 제공하고, 단단한 직업적 자기효능감을 가질 수 있게 노력한다. 약사가 약을 넘어 사람의 관점에서 자신의 업을 바라보게 하는 것은 설명 전문가가 저물어가는 이 시대에 필수적인 교육 과제라 할 수 있다.우리의 현주소는 어떠한지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다. 참고로, 자기효능감은 '나는 스스로 세운 목표 중 대부분을 달성할 수 있다', '나는 어려운 일에 부딪혔을 때, 그것을 극복할 수 있다고 확신하다', '나는 상황이 별로 안 좋아도 무슨 일이든 매우 잘할 수 있다' 등에 동의하는 정도에 따라 높고 낮음이 파악된다.약사로서, 당신의 효능감은 어떠한가?2023-05-03 10:03:57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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