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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 화장품 몇 개 놓는다고 경쟁력 생기지 않아…결국 상담"[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약국 화장품 시장은 이미 열렸습니다. 중요한 것은 약사들이 이 기회를 어떻게 자기 것으로 만드느냐입니다." 최근 약국을 바라보는 화장품 업계의 시선이 달라졌다. 제약사들이 앞다퉈 더마코스메틱과 기능성 화장품을 내놓고 있고 제품 광고에서도 '약국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강조하기 시작했다. 약국 역시 변하고 있다. 일부 대형 약국에서는 화장품을 전면에 내세우고 외국인 관광객까지 유치하고 있으며 동네약국에서도 화장품을 새로운 경영 품목으로 바라보는 약사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양덕숙 한국약국화장품학회 초대 회장(62, 중앙대)은 시장 확대 자체보다 누가 이 시장의 주도권을 갖게 될 것인지에 주목했다. 화장품이 약국에서 많이 팔리는 것과 '약국 화장품 시장'이 만들어지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약사의 전문 상담이 빠진 채 제품과 가격만으로 경쟁한다면 결국 다른 유통채널과 차별화할 수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양 회장은 최근 데일리팜과 만나 "K-뷰티가 성장하고 제약사들도 약국으로 눈을 돌리는 지금이 약사들에게는 중요한 기회"라며 "시장이 열렸을 때 약사들이 적극적으로 공부하고 상담하면서 약국의 영역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약국화장품학회가 지난 5월 공식 출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학회는 단순히 화장품을 잘 판매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조직이 아닌 임상약사와 학계, 산업계를 연결하고 약국 현장에서 축적되는 피부·화장품 상담 경험을 학술적으로 체계화하는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다. 양 회장은 올해 안에 학회의 사단법인화를 마무리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그는 "정관 등 필요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약사들이 화장품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고 전문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화장품 몇 개 놓는다고 경쟁력 생기지 않아…결국 상담" 양 회장이 인터뷰 내내 가장 강조한 단어는 '상담'이었다. 최근 약국가는 일반의약품을 중심으로 가격 경쟁이 거세지고 있다. 창고형약국 등장으로 소비자가 온라인을 통해 약국별 가격까지 비교하면서 동네 약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양 회장은 이런 환경에서 가격 경쟁을 외면할 수도 없지만 가격만으로 경쟁하는 것은 동네 약국의 해법이 될 수 없다고 봤다. 그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똑같아 보이는 제품을 훨씬 비싸게 살 이유가 없다"면서 "약국이 그 차이를 채워줄 수 있는 것이 결국 상담"이라고 말했다. 화장품은 오히려 약사가 이러한 차이를 보여주기 좋은 영역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약국에는 피부 문제만 갖고 오는 소비자가 드물다. 의약품을 복용하면서 피부 건조나 색소침착 등을 호소하기도 하고, 만성질환이나 노화에 따른 피부 변화를 함께 겪는 경우도 있다. 약사는 약물과 피부 상태, 화장품 성분을 함께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화장품 판매채널과 다른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양 회장은 "약국에서는 아토피 피부염이나 약물 부작용에 따른 색소침착, 만성질환과 관련된 피부 이상, 노화에 따른 가려움이나 건조증 등 다양한 문제를 접한다"며 "약사는 생리적 기전을 이해하고 화학·바이오 성분을 과학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기본적인 역량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복용 중인 약까지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은 약사의 강점으로 꼽았다. 광과민성을 유발할 수 있는 약물을 복용하거나 레티노이드 계열 치료제를 사용하는 소비자라면 자외선 차단이나 화장품 성분 선택에 더 주의가 필요하다. 단순히 피부 타입만 보고 제품을 권하는 것과 다른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 "화장품만 봐서는 안 됩니다. 이 사람이 어떤 약을 복용하고 있는지, 어떤 피부 상태인지 같이 봐야 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화장품을 바르는 것보다 먼저 확인해야 할 문제가 있을 수도 있어요. 바로 이런 상담이 일반 판매자와 약사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SNS 보고 제품명부터 찾는 소비자…'상담법' 만든다 문제는 모든 약사가 화장품 상담에 익숙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제품은 갖춰놨지만 어떤 소비자에게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지, 성분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몰라 적극적으로 상담하지 못하는 약국도 적지 않다는 게 양 회장의 판단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백 관련 제품이다. 소비자는 광고나 SNS를 통해 특정 제품이나 성분은 잘 알고 있지만 정확한 사용 범위나 주의사항까지 알고 약국을 찾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학회는 이런 약국 현장의 실제 사례를 모아 교육 콘텐츠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양 회장은 "약사가 제품을 갖고 있어도 어떻게 설명하고 상담해야 하는지 모르면 판매로 이어지기 어렵다"며 "대표적인 성분과 사례부터 약국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상담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인터뷰에서도 성분별로 짧고 실용적인 상담법을 정리해 약국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강조했다. 학회 교육도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성분 이해부터 제형 특성, 피부 생리기전, 상담 실무, 부작용 대응, 관련 규제까지 포괄하는 교육과정을 마련하고 올 가을 첫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약국 화장품 상담이 약사 교육의 한 영역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약학대학 교육과정과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단순 제품을 소개하는 교육과는 거리를 두겠다는 방침이다. 나이아신아마이드, PDRN, EGF, 엑소좀 등 소비자 관심이 높은 성분도 세포·동물실험 수준의 근거인지, 인체 임상자료가 있는지, 규제기관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를 따져 근거 수준에 맞춰 정보를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대형·화장품 전문약국도 "시장 키우는 역할"…관건은 약사 전문성 학회가 추진하는 또 하나의 사업은 약국 내 '팜뷰티존(Pharm Beauty Zone)'이다. 양 회장은 약국 화장품 시장이 성장하려면 약사의 전문성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약국에서도 화장품을 상담받고 구매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도록 만드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봤다. "소비자는 약국에 화장품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약국에 몇 개 가져다 놓고 안 팔린다고 하면 안 됩니다. 소비자가 들어왔을 때 화장품을 취급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보여줘야 합니다." 학회는 약국 유통 화장품 업체들과 연계해 약국 내 별도의 팜뷰티존을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단순 진열대를 넘어 제품을 직접 살펴보고 약사에게 상담 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학회 측이 살펴보고 있는 관련 업체는 30여곳이다. 다만 모든 제품을 일률적으로 입점시키기보다 약국 규모와 상권, 약사의 관심 분야 등에 따라 취급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양 회장은 "대형 상권과 동네약국은 당연히 필요한 제품과 진열 방식이 다르다"며 "각 약국이 자기 지역과 고객에 맞게 선택하고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것은 양 회장이 최근 등장하고 있는 대형 화장품 전문약국을 반드시 부정적으로만 바라보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화장품을 대량으로 판매하는 약국이 등장하면 가격 경쟁에 대한 우려는 생길 수 있지만, 한편으로 소비자와 화장품 업체의 시선을 약국으로 끌어오는 효과도 있다는 것이다. 양 회장은 "그런 약국들이 시장을 넓혀주는 측면도 있다"며 "결국 약국 안에서 시장을 키우는 것이고, 운영자가 약사인 만큼 약사의 역할을 어떻게 접목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동네 약국까지 똑같은 방식으로 가격과 물량 경쟁에 뛰어들어서는 승산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결국 소비자가 특정 제품의 가격만 묻고 나가는 약국이 아니라 피부 상태와 복용약 등을 함께 상담하고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찾을 수 있는 약국을 만드는 것이 차별화의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양 회장이 학회 설립과 동시에 교육을 가장 먼저 꺼낸 이유도 여기에 있다. "K-뷰티 커지는데 약사가 빠질 이유 없어…이번에는 놓치지 말아야" 양 회장은 지금을 약국 화장품 시장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과거 약국에서 접할 수 있는 화장품은 일부 외국 브랜드나 제한된 제품군에 그쳤지만 최근에는 가격대와 성분, 제형이 다양해졌고 제약사들의 시장 진입도 활발해졌다. 무엇보다 광고에서 '약국 판매 제품'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사례가 늘었다는 것이 그가 현장에서 체감하는 가장 큰 변화다. 양 회장은 이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약사들이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면 기업 역시 결국 다른 유통채널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시장이 생겼을 때 잡아야 합니다. 업체에도 약국에서 제품이 판매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고, 약사들도 공부하고 상담하면서 적극적으로 취급해야 합니다. 우리가 하지 않으면 결국 시장은 다른 곳으로 갑니다." 학회는 이를 위해 임상·교육·검증·대외협력 등을 중심으로 조직을 갖추고 향후 약국에서 축적되는 소비자 사용 경험과 이상반응 사례도 체계적으로 수집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대학과 연구소가 기초 연구를, 제약·화장품사가 제품화를, 약사가 현장 검증과 상담을 맡고 학회가 이들을 연결하는 구조가 궁극적인 모델이다. 양 회장이 그리고 있는 최종 그림은 단순한 '화장품 잘 파는 약국'이 아니다. 약사가 성분을 이해하고 근거를 평가하며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피부 상태까지 종합적으로 살펴 소비자에게 필요한 선택지를 제시하는 한국형 약국 화장품 모델이다. 그는 이를 'K-파마코스메틱'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프랑스의 더마코스메틱이나 일본 드럭스토어 모델을 그대로 따라가기보다 국내 약국 유통구조와 소비자 특성에 맞는 모델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화장품은 이제 약국에서 덤으로 취급하는 품목이 아닙니다. 약사가 가진 전문성을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영역이 될 수 있어요. K-뷰티 시장이 이렇게 커지고 기업들도 약국을 바라보는 지금, 약사들이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됩니다."2026-09-02 06:00:42김지은 기자 -
'천일염의 재발견'…바이오벤티스, 약국 더마 시장 도전장[데일리팜=김진구 기자] 10년 이상 자연 숙성한 천일염에서 형성된 미생물을 피부 소재로 활용하는 바이오벤티스가 더마코스메틱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바이오벤티스는 신안 갯벌 천일염을 장기간 숙성하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호염성 토착 미생물 군집을 활용한 원료 ‘솔트바이옴’을 개발했다. 이를 적용한 ‘BAC1 아토솔트’를 시작으로 아토피 피부 케어 시장을 공략하고, 향후 제품군 확대와 병원용 의료기기(MD) 시장 진출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김종규 바이오벤티스 대표는 “솔트바이옴을 기반으로 한 소재 개발과 제품화에 주력하고 있다”며 “장기간 자연 숙성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미생물과 미네랄 성분의 조합이 피부 장벽과 진정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10년 숙성 천일염서 형성된 미생물군집…“피부 장벽 개선에 초점” 바이오벤티스에 따르면 솔트바이옴은 신안 갯벌 천일염을 10년 이상 자연 숙성하면서 형성되는 호염성 토착 미생물 군집을 배양·원료화한 소재다. 회사는 천일염이 장기간 숙성되는 동안 고염도 환경에 적응한 미생물군이 형성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바이오벤티스는 이 미생물 생태계를 소재로 개발해 피부에 적용했다. 김 대표는 “10년 이상 자연 숙성되는 과정에서 형성된 미생물 군집 자체가 솔트바이옴의 핵심”이라며 “특정 균주 하나를 선별해 배양하는 방식과 달리 자연환경에서 형성된 미생물 생태계를 활용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솔트바이옴의 핵심 요소는 소금 속 미네랄과 미생물의 대사산물이다. 솔트바이옴에 포함된 활성 미네랄은 피부에서 생체이온 완충작용에 관여해 피부 환경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민감해진 피부의 가려움을 완화하고 진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미생물에서 유래하는 대사산물은 피부 세포의 신호 전달에 관여한다. 바이오벤티스는 이 대사산물이 특정 mRNA의 발현을 촉진하고, 이를 통해 피부 장벽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김 대표는 “미네랄 성분은 피부 환경을 안정시키고 진정에 관여한다. 미생물 대사산물은 피부 장벽과 관련된 mRNA 발현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결국 피부가 외부 자극에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바이오벤티스는 이러한 소재 특성을 기반으로 피부 진정과 장벽 관리에 초점을 맞춰 제품을 구성했다. ‘수딩 로션’과 ‘인텐시브 크림’ 두 가지 제형을 통해 피부 상태와 사용 목적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항염·항산화·미백과 관련한 연구도 진행했다. 국내 4개 대학과 공동연구를 통해 콜라겐과 엘라스틴 촉진, 항염·항산화·미백 관련 효능을 확인했다. 2022~2023년 정부 과제를 통해 아토솔트 프로토타입 개발과 효능 검증도 진행했다. 현재는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KTR)에서 미백과 주름개선 등을 포함한 유효성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김 대표는 “향후 연구 결과에 따라 미백이나 주름개선 등으로 제품의 기능을 넓혀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중 광고 대신 약국 채널 초점…“전문가 신뢰로 시장 진입” 회사는 BAC1 아토솔트의 1차 타깃으로 피부가 예민하거나 아토피 피부 관리가 필요한 소비자를 꼽았다. 이어 고기능 ‘아토솔트 플러스’ 라인과 페이셜 크림과 미스트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바이오벤티스가 택한 유통 채널은 약국이다. 대중적인 온라인 광고를 통해 제품을 알리는 방식보다 약사의 상담과 추천을 통해 소비자에게 제품의 성분과 특징을 전달하는 방식에 무게를 뒀다. 더마코스메틱 시장의 치열한 경쟁 상황도 고려했다. 이미 다양한 아토피·민감성 피부 제품이 출시된 만큼, 바이오벤티스는 원료의 특성과 제품의 차별성을 전문가 채널을 통해 알리는 전략을 택했다. 김 대표는 “피부 제품은 소비자가 원료와 성분을 꼼꼼하게 확인하는 경우가 많다”며 “약국에서는 제품을 단순히 진열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약사가 원료와 제품의 특성을 설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초기에는 약국을 통해 제품에 대한 설명과 상담이 이뤄지는 구조를 만들고 싶었다”며 “이후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소비자 접점을 늘려 브랜드와 소재에 대한 인지도를 높여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여성 전문 프리미엄 플랫폼 ‘해피문데이’와 협력해 2030 여성 소비자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진행하고, 향후 팝업스토어를 통한 제품 체험 기회도 확대할 예정이다. 또한 중장기적으로는 화장품을 통해 솔트바이옴의 활용 가능성을 확인한 뒤, 병원용 MD와 바이오 소재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김 대표는 “아토솔트는 BV1을 활용한 첫 번째 제품군”이라며 “화장품에서 시작해 다양한 분야로 소재의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임상과 인증을 통해 데이터를 축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2026-09-02 06:00:34김진구 기자 -
"내가 뛰어보니 달라졌다"…러너들이 찾는 성지약국[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예전 같으면 '무릎이 아프다'는 말에 소염진통제부터 생각했을 겁니다. 지금은 먼저 물어요. 얼마나 뛰세요? 대회는 언제예요?" 약사가 달리기를 시작하자 약국 상담도 달라졌다. 철분제를 찾는 러너에게는 단순히 제품을 건네기보다 대회가 언제인지, 최근 검사 수치는 어떤 지부터 묻는다. 장거리 대회를 앞두고 다리가 아프다며 진통제를 찾는 환자에게는 약으로 버티며 뛰는 것보다 쉬어야 할 때가 있다는 이야기를 먼저 건넨다. 서울 여의도에서 삼남매약국을 운영하는 정보라 약사(46·서울대)는 러닝계에서 이제 본명 만큼이나 '런약사'로 익숙하다. 풀코스 최고기록은 3시간19분, 하프마라톤은 1시간33분, 10㎞는 41분. 마흔을 앞두고 사실상 처음 달리기를 시작한 사람의 기록이라고 하기에는 선뜻 믿기 어려운 수준이다. 하지만 정 약사에게 기록보다 더 큰 변화는 따로 있었다. 2019년 달리기 시작 이후 6년. 러닝은 세 아이의 엄마와 약사라는 좁은 생활반경에서 지쳐가던 그에게 온전히 자신을 위한 시간을 만들어줬다. 그 경험은 다시 환자 상담으로 이어졌고 평범했던 동네 약국은 어느새 멀리서 러너들이 찾아오는 특화약국으로 변했다. 정 약사는 "내가 좋아하는 일이 어느새 약국에 접목됐다. 정말 좋아하고 계속 하다 보니 어느 순간 달리기와 약사라는 일이 자연스럽게 만나게 됐다"고 말했다. 세 아이 키우며 하루 종일 약국…새벽 러닝이 터닝포인트로 정 약사가 현재 약국을 연 것은 2019년. 20대에 개국 경험이 있었지만 세 아이를 낳은 뒤 약국 일을 한동안 쉬었다. 다시 문을 연 약국은 처음부터 '명당'은 아니었다. 집이 가깝고 아이들의 학교와 유치원이 인근에 있다는 이유로 음식점이었던 자리에 개국을 결심했다. "아이 셋을 키웠으니 동네에 아는 사람도 많고, 지인들이라도 오겠지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그런데 새로 생긴 약국이라는 걸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 자체가 정말 어렵더라고요." 개국 초기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자리를 지켰다. 일요일에도 문을 열었다. 근무약사 없이 하루 대부분을 혼자 약국에서 보내는 날도 많았다. 문제는 몸과 마음이었다. 퇴근하면 늦은 저녁을 먹고 곧바로 잠들었다. 생활반경은 집과 약국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고, 체중이 빠르게 늘었다. 아침에 다시 약국으로 향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로 느껴질 정도로 지쳤던 때 만난 것이 달리기였다. "아이 학부모 모임에서 만난 친구가 같이 뛰어보자고 제안했어요. 그래서 엄마 다섯 명이 새벽 5시30분에 모여 뛰기 시작했죠. 그 친구가 아니었다면 지금처럼 달리지는 못했을 것 같아요.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였어요." 그때의 경험 때문일까. 누군가에게 자신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5명으로 시작했던 모임의 이름이 '눈 떠지면 달리자', 일명 '눈떠달'이다. 지금은 약 70명이 함께한다. 매일 새벽 원효대교 인근에 가면 누군가는 뛰고 있다. 가입비도, 거창한 운영규칙도 없다. 새벽 5시30분이라는 약속만 있을 뿐이다. 특히 이 모임에는 40~50대 여성들이 많다. 정 약사는 "젊은 남성 중심이거나 저녁에 활동하는 러닝크루는 많지만 40~50대 엄마들이 편하게 갈 수 있는 곳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며 "혼자 뛰기는 싫고 어디에 가야 할지 모르던 분들이 하나둘 찾아왔다"고 했다. 1㎞도 힘들었는데 풀코스 3시간19분…"꾸준함'이 바꿨죠" 정 약사는 달리기 전까지 제대로 운동을 해본 경험이 거의 없었다. 학창시절에는 공부가 우선이었고 세 아이를 연달아 키우면서 운동은 더 멀어졌다. 처음 1년가량은 하루 30분, 5㎞ 안팎을 뛰었다. 하지만 새벽 한강으로 나가는 그 시간이 좋았다. "아이들이 어릴 때잖아요. 아무도 깨지 않은 조용한 새벽에 혼자 나와 뛰는 게 정말 행복했어요. 1㎞도 못 뛰던 내가 5㎞를 뛰고, 10㎞, 20㎞를 뛰는 게 너무 신기했고요. 하루아침에 늘지는 않아요. 그런데 계속 하면 1년 뒤에는 분명히 달라진 내가 보여요. 저는 이런 경험 자체가 처음이었어요." 첫 공식대회 출전은 러닝을 시작한 지 3년이 지난 2022년이었다. 코로나19 기간 대회가 중단된 탓도 있지만 당시에는 기록이나 SNS에 큰 관심 없이 그저 뛰는 것 자체를 즐겼다. 오히려 정 약사는 이것이 지금의 자신을 만든 중요한 과정이었다고 말한다. 최근 러닝 열풍으로 입문 몇 개월 만에 기록과 대회에 몰두하는 초보 러너들이 많지만 그는 서두르지 말라고 조언한다. 정 약사는 "3개월 뛰고 10㎞ 대회 목표기록을 정해오는 분들도 있는데 어차피 평생 뛸 생각이라면 1~2년 천천히 뛰어도 된다"며 "SNS에서 다른 사람 기록과 비교해 빨리 따라가려다 보면 부상이 찾아오기 쉽다. 나 역시 3년을 꾸준히 뛰고 나서 대회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쌓인 6년의 결과가 풀코스 3시간19분이다. 하프 최고기록은 1시간33분, 10㎞는 41분까지 단축했다. 정 약사 자신도 예상하지 못한 기록이다. "40살 가까이 돼 달리기를 시작했잖아요. 그런데 아직도 기록이 좋아지고 있어요. 저도 그게 너무 신기해요. 그래서 누구든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철분제 주세요"에서 끝나지 않는다…'러너의 몸' 이해하는 상담 정 약사의 달리기는 어느 순간 약국 안으로 들어왔다. 처음부터 러닝 특화약국을 만들어야겠다는 계획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러닝크루가 커지고 유튜브와 SNS를 통해 정 약사를 알게 된 러너들이 하나둘 약국을 찾아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여기 약국이 어디예요?'라는 DM이 계속 왔어요. 한 명이라도 러너가 찾아오면 저는 너무 좋죠. 달리기 이야기만 해도 너무 재미있으니까요." 2년 여 전부터는 아예 약국에 '러너를 위한 약국'이라는 정체성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간판과 공간을 손보고 자신이 실제 사용해 본 제품과 러너들이 찾는 품목을 별도로 구성했다. 러닝 콘텐츠를 통해 약국이 알려지면서 타지역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도 생겼다. 하지만 정 약사가 생각하는 러닝 특화약국의 핵심은 제품이 아니다. 상담의 질문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정 약사는 "러너가 철분제를 찾으면 '대회가 언제냐'고 묻게 된다"며 "검사수치를 가져오는 분도 있고, 그 사람의 일정과 상태를 보면서 상담의 방향을 달리하게 됐다"고 했다. 진통제 상담에서도 변화가 컸다. 달리다 무릎이나 발목이 아프다고 하면 무조건 약으로 통증을 눌러 뛰도록 하기보다 현재 훈련량과 대회 일정을 확인하고 휴식이 필요한 상황인지부터 생각한다. 특히 장시간 달리는 러너가 진통제를 습관적으로 복용하며 운동하는 문제에 대해 정 약사는 경계하는 편이다. 그는 "예전이라면 '달리고 나서 아프다'는 이야기에 소염진통제를 먼저 생각했을 수 있지만 지금은 얼마나 뛰는지, 대회를 앞둔 상황인지를 먼저 묻는다"며 "약을 먹어가며 무리하기보다 쉬어야 할 상황이라면 쉬도록 이야기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직접 뛰면서 더 많이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정 약사에게는 러너들이 기록에 집착하며 부상을 감수하는 심리도 낯설지 않다. 대회를 앞두고 쉬면 그동안 훈련한 것이 사라질 것 같아 불안해하는 마음을 자신도 경험했기 때문이다. "뛰지 않는 사람은 '아프면 그냥 쉬면 되지'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그런데 대회를 준비한 러너는 그게 쉽지 않다는 걸 알아요. 그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지금은 쉬어야 한다고 이야기해주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바로 이 대목이 정 약사가 생각하는 '뛰는 약사'의 강점이다. 약학 지식만으로도, 러닝 경험만으로도 부족하다. 두 경험이 만났을 때 러너의 말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 약사 약국에는 이제 러닝 상담을 받기 위해 전화로 방문 가능 여부를 묻고 찾아오는 사람도 있다. 정 약사는 현재 SNS와 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달리기와 약학 정보를 알리고 있다. 유튜브 구독자도 인터뷰 당시 1만3000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그는 '특화'를 위해 억지로 무언가를 만들어낸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생각해보면 결국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걸 해야 하는 것 같아요. '이걸로 돈을 벌어야지', '우리 약국을 특화해야지'라고 시작한 게 아니었거든요. 제가 달리기에 너무 진심이고 정말 좋아하니까 그냥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달리기가 깊어질수록 오히려 약학 공부에 대한 갈증도 커졌다. 정 약사는 2004년 대학을 졸업했다. 이후 출산과 육아 등으로 오랜 기간 경력이 단절되거나 약학 공부에 충분한 시간을 쏟지 못했다는 게 스스로의 평가다. 러닝 상담을 요청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이제는 다시 책을 펼치고 있다. "약 이야기를 더 제대로 하고 싶어요. 저는 늘 부족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졸업한 지 오래됐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공부를 많이 하지 못한 시간도 있으니까 지금은 더 열심히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스포츠약학 분야에도 관심을 두고 관련 약사들과 교류하고 있다. 러닝과 약학을 결합한 콘텐츠도 조금씩 늘릴 생각이다. 정 약사는 자신을 전문 선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평범한 40대 여성이 뒤늦게 시작해 매일 조금씩 성장했다는 점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저는 지금도 더 잘 뛰고 싶어요.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이 제 인생에서 몇 번 없는 기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달리기도, 유튜브도 최선을 다해보고 싶어요." 그가 앞으로 가고 싶은 방향도 결국 그 연장선에 있다. 기록만 빠른 러너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경험한 시행착오와 약사의 전문성을 이용해 다른 사람들이 조금 더 오래, 건강하게 달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저도 누군가의 권유로 달리기를 시작했고 그게 제 인생을 바꿨잖아요. 그래서 저 역시 누군가에게 달리기가 얼마나 좋은지 알려주고 또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해요. 그것이 제가 매일 새벽 달리는 이유이기도 하고요."2026-08-31 11:57:47김지은 기자 -
"다발골수종 기존 치료 한계 극복…'카빅티' 임상효과 두각"[데일리팜=손형민 기자] 다발골수종에서 레날리도마이드는 1차 치료와 유지요법 등에 널리 사용되는 핵심 치료제다. 그러나 치료 과정에서 레날리도마이드에 불응하게 되면 이후 선택할 수 있는 약제가 제한되고 치료 효과도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이 같은 환자군에서 키메라항원수용체 T세포(CAR-T) 신약이 기존 표준요법 대비 뚜렷한 생존 개선 효과를 보이면서 새로운 치료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존슨앤드존슨의 CAR-T 치료제 '카빅티(실타캅타젠오토류셀)'는 레날리도마이드 불응성 다발골수종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3상 결과 무진행생존(PFS) 분석에서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표준치료 대비 71% 낮췄다. 전체생존(OS) 분석에서도 사망 위험을 45% 줄였다. 단회 투여 이후 장기간 치료 반응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도 기존 치료와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다발골수종은 여러 약제를 장기간 반복 투여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치료를 받지 않는 기간인 '휴약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환자의 삶의 질 측면에서 주요 가치로 거론된다. 박성수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는 최근 데일리팜과 만나 "레날리도마이드 불응 상태에서는 치료 옵션이 매우 제한적이고 기존 치료의 효과도 크게 떨어진다"며 "카빅티는 이러한 한계를 CAR-T 치료를 통해 처음으로 극복한 치료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특히 박 교수는 카빅티의 임상 3상 CARTITUDE-4에서 확인된 PFS 위험비 0.29에 주목했다. 박 교수는 "지금까지 진행된 다발골수종 연구 가운데 가장 강력한 위험비 개선"이라며 "환자 입장에서는 한 번 치료를 받은 뒤 장기간 반응이 유지돼 휴약기를 가질 수 있다는 점도 매우 큰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레날리도마이드 불응 이후 치료 선택지 제한 다발골수종은 형질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는 혈액암이다. 과거에는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가 제한돼 생존기간이 짧았지만 최근 프로테아좀억제제, 면역조절제제, 항체치료제 등 새로운 약제가 잇따라 도입되면서 장기 생존이 가능해지고 있다. 다만 완치를 기대하기보다는 장기간 질환을 조절하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의 환자에서 재발 가능성이 남아 있다. 특히 초기 치료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레날리도마이드에 불응한 이후에는 치료 선택이 어려워진다. 현재 국내 급여 범위에서는 레날리도마이드 불응 환자에게 포말리도마이드, 카르필조밉, 다라투무맙 등을 중심으로 치료할 수 있지만 선택지가 제한적이다. 박 교수는 "레날리도마이드에 불응성이 나타나면 현재 급여되는 약제뿐 아니라 지난 20년간 도입된 대부분의 신약도 알려진 효능 대비 실제 효과가 약 25% 수준까지 감소한다"고 말했다. 레날리도마이드가 1차 치료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면서 향후 불응 환자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게 박 교수의 판단이다. 박 교수는 "레날리도마이드가 1차 치료로 허가된 시점이 2017년경이다. 그간 효과가 좋았던 환자들도 치료 후 5~10년이 지나면서 결국 약제에 노출된 상태로 재발하게 된다"며 "치료 차수가 증가할수록 레날리도마이드 불응 환자의 비율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어 “다라투무맙·보르테조밉·탈리도마이드·덱사메타손(DVTd) 4제 유도요법 이후 레날리도마이드 유지요법을 사용하는 치료가 강력한 치료 옵션으로 사용돼 왔는데, 해당 환자들도 결국에는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며 “결국 레날리도마이드 불응 환자의 비율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에 대한 요구가 가장 큰 환자군”이라고 덧붙였다. 카빅티, 표준치료 대비 진행·사망 위험 71% 낮춰 이처럼 기존 치료에 불응하거나 재발한 환자에서 새로운 기전의 치료 필요성이 커지면서 CAR-T 치료제가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카빅티는 환자의 T세포를 채취해 골수종세포를 인식할 수 있도록 유전적으로 변형한 뒤 다시 주입하는 맞춤형 세포치료제다. 국내에서는 이전에 프로테아좀억제제와 면역조절제제를 포함해 1차 이상의 치료를 받은 레날리도마이드 불응성 재발 또는 불응성 다발골수종 환자 치료제로 허가돼 있다. 다발골수종 적응증에서 유일하게 국내 허가된 CAR-T 치료제다. 카빅티의 임상적 유용성은 CARTITUDE-4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CARTITUDE-4는 프로테아좀억제제와 면역조절제제를 포함해 1~3차 치료를 받은 레날리도마이드 불응성 다발골수종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무작위배정 오픈라벨 임상 3상이다. 카빅티군 208명과 포말리도마이드·보르테조밉·덱사메타손(PVd) 또는 다라투무맙·포말리도마이드·덱사메타손(DPd)을 투여한 표준치료군 211명을 비교했다. 임상 결과 중앙 추적기간 33.6개월 분석에서 PFS 중앙값은 카빅티군에서 도달하지 않은 반면 표준치료군은 11.8개월이었다. 카빅티는 표준치료 대비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71% 낮췄다. 30개월 시점 PFS율은 카빅티군 59.4%, 표준치료군 25.7%였다. OS 중앙값은 두 군 모두 도달하지 않았다. 카빅티군은 표준치료군 대비 사망 위험을 45% 낮췄고, 30개월 OS율은 각각 76.4%와 63.8%였다. 전체반응률(ORR)은 카빅티군 85%, 표준치료군 67%였다. 완전반응(CR) 또는 엄격한 완전반응(sCR)은 각각 77%와 24%로 차이를 보였다. 미세잔존질환(MRD) 평가가 가능했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사후 분석에서는 10⁻⁶ 수준 MRD 음성률이 카빅티군 86%, 표준치료군 19%로 나타났다. 박 교수는 “최근에는 여러 항암제의 PFS가 지속적으로 길어지고 있어 새로운 평가 지표가 필요해졌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MRD다. MRD는 치료 후 몸속에 남아 있는 극소량의 골수종 세포를 측정하는 지표로, PFS 및 OS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는 것으로 증명돼 치료 효과를 보다 빠르게 평가할 수 있는 감시적 지표(Surrogate Marker)로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치료 옵션이 부족한 환자에서는 이러한 지표를 활용해 신속하게 치료 효과를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카빅티는 MRD와 PFS 모두에서 우수한 결과를 보여주었기 때문에 이러한 측면에서도 높은 임상적 가치를 가진다고 평가한다”고 부연했다. 단회 치료 뒤 휴약기…지속치료 부담 줄여 CAR-T의 또 다른 특징은 치료 방식이다. 기존 다발골수종 치료는 여러 약제를 병용하거나 지속적으로 투여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반면 CAR-T는 환자의 T세포를 이용해 한 차례 치료한 뒤 반응이 유지되는 동안 추가적인 항암치료를 받지 않을 수 있다. 박 교수는 이러한 휴약기를 치료 효과 못지않은 CAR-T의 주요 가치로 꼽았다. 그는 "주요 항암제들은 지속적으로 투여해야 하지만 CAR-T는 한 번 치료받은 뒤 장기간 반응이 유지되면 휴약기를 가질 수 있다"며 "CAR-T는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 우수한 치료 효과를 제공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카빅티는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 우수한 치료 효과를 제공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다발골수종은 재발할 때마다 새로운 치료를 이어가는 경우가 많아 치료 차수가 늘어날수록 환자의 신체적 부담도 커진다. 실제 서울성모병원에서는 12차수까지 치료를 받은 사례도 있었다. 박 교수는 "5차 치료까지 접근할 수 있는 환자는 적지 않지만 반복되는 치료 과정에서 체력이 떨어져 다음 치료를 받을 수 없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다발골수종 환자들은 평생 치료를 받고 비용을 부담하면서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치료 효과가 높은 약제를 가능한 앞선 치료 단계에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박 교수의 견해다. 그는 "카빅티는 초기 비용이 높지만 다른 약제에 대한 지속적인 노출도 줄일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라며 "다른 약제를 병용해 수년간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발생하는 누적 비용까지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효과뿐 아니라 환자 삶의 질 고려도 동반돼야" CAR-T와 함께 최근 다발골수종에서는 이중특이항체 등 T세포를 활용한 새로운 치료 옵션도 등장하고 있다. 두 치료 모두 환자의 면역세포를 이용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치료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CAR-T는 체외에서 환자의 T세포를 유전적으로 변형해 다시 주입하는 반면 이중특이항체는 체내에 존재하는 T세포가 골수종세포를 공격하도록 연결하는 방식이다. 박 교수는 특정 치료가 모든 환자에게 일률적으로 적합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특히 CAR-T는 환자별로 세포를 제조해야 하는 만큼 질환이 빠르게 진행해 제조기간을 기다리기 어려운 환자에게는 적용이 제한될 수 있다. 그럼에도 레날리도마이드 불응 환자에서 CAR-T와 이중특이항체는 기존 치료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중요한 옵션으로 평가된다. 박 교수는 "사전에 어떤 환자가 어떤 치료에 가장 적합할지를 완벽하게 구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중요한 것은 카빅티와 같이 효과가 확인된 치료를 더 앞선 단계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환자에게 투여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발골수종 치료는 생존기간이 길어지면서 단순히 암을 얼마나 줄이는지만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장기간 치료를 이어가는 과정에서 환자가 어떤 삶을 유지할 수 있는지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피력했다.2026-08-31 06:00:42손형민 기자 -
제조사도 모르는 API 가격…아픽소라, 20년 묵은 거래 바꾼다[데일리팜=이석준 기자] 해외 원료의약품(API) 제조사가 제품을 출하한다. 국내 제약회사가 이를 구매한다. 단순해 보이지만 두 회사 사이에 유통업체 5곳이 참여한 사례도 있다. 거래단계가 늘어날 때마다 비용과 마진이 붙는다. 정작 제조사는 한국의 최종 공급가격을 모른다. 국내 제약회사도 제조사의 출하가격과 유통경로를 정확히 알기 어렵다. 최기탁 아픽소라(APIXORA) 대표(47)가 20년 넘게 API 업계에서 목격한 거래구조다. 그는 API 제조와 품질관리부터 해외 제조원 실사, 규제 대응, 수입·유통, 개발영업까지 관련 업무를 두루 경험했다. 아픽소라는 제조사와 제약회사 사이의 정보 비대칭을 줄이기 위해 설립됐다. 실제 역할이 불분명한 거래단계는 줄이고 가격과 품질, 규제 적합성, 공급 안정성을 한곳에서 비교하는 방식이다. 목표는 중간업체를 없애는 것이 아니다. 규제와 품질, 물류, 사후관리를 책임지는 전문 파트너는 남기되 각 업체의 역할과 비용을 명확히 하겠다는 구상이다. 견적요청(RFQ)부터 샘플, 품질검토, 원료의약품 등록(KDMF), 계약과 발주까지 소싱 전 과정도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한다. 담당자의 이메일과 엑셀파일에 흩어진 정보를 회사의 데이터로 축적하는 구조다. 최 대표는 “아픽소라는 단순히 API를 사고파는 사이트가 아니다”며 “20년 넘게 크게 변하지 않은 API 거래방식 자체를 바꾸고자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최기탁 아픽소라 대표와의 일문일답. Q. 아픽소라를 설립한 계기는 무엇입니까. 20년 넘게 API 분야에서 일했습니다. 처음 10년은 제조업체에서 QC와 QA, RA를 담당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대응과 해외 제조원 실사, 품질 클레임 처리도 경험했습니다. 이후 10년 이상 API 수입·유통업체에서 RA와 BD, 마케팅, 개발영업을 맡았습니다. API가 만들어져 국내 제약회사에 공급되기까지 대부분의 과정을 경험한 셈입니다. 그 과정에서 해외 제조사의 공장 출하가격과 국내 제약회사의 실제 구매가격 사이에 왜 큰 차이가 생기는지 의문을 품었습니다. 물류비와 금융비용, 재고 부담, 품질·규제 관리 비용과 합리적인 마진은 필요합니다. 다만 그것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사례도 있었습니다. 이 의문이 아픽소라의 출발점입니다. Q. API 유통구조에서는 어떤 문제를 확인했습니까. 가장 큰 문제는 정보의 비대칭성과 유통구조의 불투명성입니다. 국내 제약회사가 API를 구매하면서도 제조사의 출하가격이나 자신에게 도달하기까지 거친 업체 수를 알기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해외 제조원 실사와 거래관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제조사와 국내 최종 사용자 사이에 5개 업체가 참여한 사례도 확인했습니다. 이들이 물류와 금융, 품질, 규제, 재고관리 등 필요한 역할을 했다면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별다른 역할 없이 업체가 추가될 때마다 마진이 붙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해외 제조사 대표가 자신의 제품이 한국에서 얼마에 공급되는지 뒤늦게 알게 된 사례도 직접 봤습니다. 출하가격과 최종 구매가격의 차이가 예상보다 크다는 사실을 알고 제조사 측이 불쾌감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제조사와 최종 구매자가 모두 유통경로를 모르는 구조는 바뀔 필요가 있습니다. Q. 기존 도매상이나 에이전트를 없애는 것이 목표입니까. 전혀 아닙니다. API는 제조사와 제약회사를 연결한다고 거래가 끝나는 제품이 아닙니다. 비밀유지계약(CDA)과 샘플, 품질자료 검토, 제조원 실사, KDMF와 식약처 대응, 계약, 발주, 생산, 선적, 통관, 품질 클레임과 사후관리가 뒤따릅니다. 이런 업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하고 책임지는 에이전트와 파트너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문제는 중간업체의 존재가 아니라 실질적인 역할과 책임이 불분명한 거래단계가 반복되는 구조입니다. 중요한 것은 업체 수가 아니라 역할입니다. 한 회사든 두 회사든 명확한 가치를 제공한다면 문제가 없습니다. 필요한 역할은 남기고 불필요한 단계는 줄이자는 것입니다. Q. 셀테라온을 통해 사업모델을 먼저 검증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직장생활을 하며 품었던 의문을 실제 시장에서 확인해보고 싶었습니다. 셀테라온을 설립한 뒤 약 1년간 해외 제조사를 직접 발굴해 국내 제약회사와 연결했습니다.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경쟁력 있는 제품을 보유하고도 국내 영업에 어려움을 겪던 제조사 약 30곳을 만났습니다. 해외 제조사는 국내 제약회사에 접근할 방법을 몰랐고 국내 제약회사는 새로운 제조사를 찾을 때 기존 거래선과 개인 네트워크에 의존했습니다. 서로를 필요로 하지만 연결 방식은 여전히 이메일과 전시회, 엑셀파일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몇 명의 영업사원이 관리할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Q. 최저가 비교 플랫폼과 무엇이 다릅니까. API는 가장 싼 제품을 구매한다고 되는 상품이 아닙니다. 가격이 저렴해도 품질이 확보되지 않거나 규제자료가 부족하고 공급이 불안정하면 더 큰 비용과 위험이 발생합니다. GMP 수준과 불순물 관리, 제조공정, DMF 자료의 완성도, KDMF 가능성, 생산능력, 공급 안정성, 제조사의 대응속도를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가격과 품질, 규제 적합성, 공급 안정성을 종합적으로 비교해 제약회사가 자사 제품에 맞는 원료를 선택하도록 돕는 것이 목표입니다. RFQ부터 공급사 비교, 샘플, 품질검토, KDMF, 계약, 발주와 프로젝트 진행상황도 연결합니다. 구매·연구·BD·RA·QA 부서가 정보를 공유하고 담당자의 이메일이나 엑셀파일에 머물던 소싱 정보를 회사의 자산으로 축적할 수 있습니다. Q. 국내 제약산업의 원가 경쟁력에도 도움이 될까요. API 가격이 낮아진다고 보험약가가 곧바로 낮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의약품 가격과 보험약가는 여러 요소로 결정됩니다. 다만 원료비가 제약회사의 제조원가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같은 품질이라면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원료를 확보하고, 같은 비용이라면 품질과 공급능력이 더 나은 제조사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불필요한 유통비용을 줄이고 공급망을 효율화하면 국내 제약회사의 원가 경쟁력에도 도움이 됩니다. API를 몇 달러 싸게 사는 차원을 넘어 제약산업의 조달 경쟁력을 높이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Q. API 중간체까지 플랫폼에서 다루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API 중간체 시장에도 정보 비대칭과 복잡한 유통구조가 존재합니다. 중간체는 API 제조원가를 결정하는 주요 요소지만 여러 단계의 중개를 거치거나 실제 제조원을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국내 API 제조사가 경쟁력 있는 중간체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은 글로벌 경쟁력과 연결됩니다. 완제 제약회사가 구매하는 API뿐 아니라 국내 API 제조사에 필요한 중간체까지 연결해 공급망 전반의 효율성을 높이려 합니다. Q. 특허 출원과 AI 개발은 어떻게 추진하고 있습니까. 아픽소라는 단순한 기업 간 거래(B2B) 게시판이나 온라인 쇼핑몰이 아닙니다. 20년 넘게 경험한 API 업무를 시스템 안에 구현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RFQ부터 공급사 비교, CDA, 샘플, 품질검토, 규제업무, 계약, 발주, 생산, 선적, 사후관리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합니다. 이 과정에서 쌓인 데이터는 이후 의사결정에 다시 활용됩니다. 플랫폼 기획과 설계 과정에서 도출된 시스템과 기술은 지속해서 특허를 출원하고 있습니다. AI는 제조사·규제자료 분석, 공급사 비교, 프로젝트 관리 등 반복적인 업무를 줄이는 방향으로 적용할 계획입니다. Q. 장기적인 목표와 투자계획은 무엇입니까. 국내 제약회사가 새로운 API를 찾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플랫폼이 되고 싶습니다. 해외 제조사가 한국시장에 진출할 때 가장 먼저 찾는 플랫폼도 목표입니다. 한국에서 사업모델을 검증한 뒤 글로벌 API 제조사와 각국 제약회사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확장할 계획입니다. 기술과 AI 개발, 제조사 데이터 확대, 전문인력 확보를 위해 단계적인 투자유치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장기 성장계획에는 기업공개(IPO)도 포함돼 있습니다. 투자유치나 IPO 자체가 목적은 아닙니다. 사업을 키우고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은 결과로 이어져야 합니다. 아픽소라는 기존 산업을 부정하기 위해 만든 회사가 아닙니다. 제조사와 전문 유통사, 에이전트, 제약회사가 각자 제공하는 가치를 인정받으며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합니다. 20년 넘게 크게 변하지 않은 API 거래방식을 바꾸는 것이 목표입니다.2026-08-25 06:00:46이석준 기자 -
"건강한 행복을 채우세요"…약사가 전하는 중독 해방법[데일리팜=강혜경 기자] 행복 실천가로, 중독예방교육 강사로 전국을 누비는 오원식 약사(49·중앙대)가 두 번째 책 '해파밍'을 출간했다. 첫번째 저서 '행복을 씁시다' 이후 8개월 만이다. 해파밍(Happaming)은 행복(Happiness)과 파밍(Farming)의 합성어로, 맹목적인 도파밍(Dopaming, 도파민 중독)을 넘어 일상의 행복을 씨앗처럼 심고 가꿔야 하는 당위성과 함께 방법도 제시하고 있다. 중독은 의지가 약해서 빠지는 함정이 아니라 행복하고 싶어 잘못 들어선 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연 100회에 가까운 강연을 진행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질문 중 하나도 '대체 왜' 게임에, 약물에, 술에 빠지게 되느냐는 매커니즘이다. 이미 많은 뇌 과학자들은 제어되지 않는 도파민이 중독을 만들어 낸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오원식 약사 역시 도파민은 생존에 꼭 필요한 호르몬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목표를 가지고 열정을 다할 수 있는 것 역시 도파민 덕분이다. 하지만 도파민이 향하는 방향이 어딘가에 따라 우리를 행복으로 이끄는 가속 페달이 되기도, 중독의 늪에 빠트리는 함정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반드시 사랑의 따스함을 느끼게 해 주는 옥시토신, 안정감과 자존감을 높여 주는 세로토닌, 고통을 이겨낼 수 있게 도와주는 엔도르핀이 함께 균형을 이루며 제 역할을 다할 때 '살아 있어서 참 좋다'는 충만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는 설명이다. 다음은 오 약사와의 일문 일답. Q. 해파밍을 집필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 A. 수년간 중독예방 강의를 진행하며, 기존의 시선이 주로 중독 물질이나 행위, 혹은 중독자 개인을 '문제시'하는 데 집중돼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핵심은 중독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중독에 빠진 이의 환경과 마음을 이해하고 고통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희망과 실천법을 전하는 것이다. 이 접근법이 더 많은 사람에게 닿기를 바란다는 수강자분들의 진심 어린 권유가 계기가 돼 책을 집필하게 됐다. 중독은 분명 불행한 일이지만, 역설적으로 중독에 빠진 이는 '간절히 행복하고 싶었기에 잘못된 길을 선택한 사람'이기도 하다. 누구나 행동을 갈망하지만 어느 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도달하는 곳이 행복이 되기도, 중독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특히 치열한 입시 경쟁 속에서 행복을 누릴 새도 없이 고통을 견뎌야 하는 아이들은 중독에 노출되기 더 쉽다. 아이들의 중독을 탓하기 전에 중독에 빠지지 않을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우선이다. 타향살이의 외로움과 직장에서 인정받지 못한 소외감을 술과 도박으로 해소하고자 했던 저 역시 내면의 행복 에너지를 통해 이를 극복했던 것처럼 중독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는 아이들과 아이들을 도와주고 싶은 보호자, 선생님들에게 유용한 참고서가 됐으면 한다. Q. '도파민 터진다'는 표현이 칭찬으로 받아들여지는 시대다. 숏폼 영상 같이 일상에서의 자극이 넘쳐나는 가운데, 건강한 즐거움과 중독의 위험을 나누는 기준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긍정심리학의 창시자 마틴 셀리그만 교수는 행복의 요소로 '의미, 즐거움, 몰입'을 꼽았고, 탈 벤 샤하르 교수는 행복을 '의미와 즐거움의 합'이라고 정의했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교수는 '몰입'할 때의 감정을 행복의 최고조라고 설명했다. 즉, 건강한 행복이란 '의미있는 즐거움에 몰입하는 삶'이다. 자신에게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에 몰입하는 것은 나를 살리는 건강한 자극인 반면 아무런 의미 없이 일시적인 쾌락만을 좇는 도파민 자극에 머무른다면 결국 불행으로 귀결될 수 있다. 핵심은 무조건적인 참음과 인내가 아니라, 내 삶에 의미를 더하는 즐거움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다. 무언가를 억지로 끊어 내고 빈자리를 견디는 대신, 그 자리를 더 건강하고 의미있는 즐거움으로 채운다는 데서 해파밍이 정의된다. 순간적인 자극을 좇는 삶이 아닌 평범한 일상의 행복을 회복하는 것이야 말로 지속 가능한 변화의 출발점이다. Q. 어떻게 해야 중독에서 해방될 수 있나? A. 중독과 몰입은 같은 회로를 사용하지만 다른 방향으로 이끈다. 몰입한 사람의 뇌는 최적의 상태로 작동하며, 과제 수행에 필요한 집중려과 창의성은 더 예리하게 살아난다. 반면 장기간 약물이나 자극적인 매체에 노출되면 계획과 판단, 자기통제를 담당하는 전전두엽의 억제 조절 기능이 손상되고 이성 중추가 망가지게 된다. 문제는 중독에서 벗어나려 할 때 생기는 '교차중독'이다. 술을 끊었더니 담배가 늘고, 게임을 끊었더니 과식이나 도박에 손을 대는 식이다. 뇌의 보상 회로는 여전히 강한 자극을 원하는 데 그 자리를 억지로 비워 두니 뇌가 견디지 못하고 새로운 중독 대상을 찾아 나서기 때문이다. 중독 때문에 치솟았던 쾌락-고통의 저울이 평정심이라는 기준선을 되찾으려면 누구나 금단의 고통이라는 구간을 통과해야 한다. 다만 단순히 참기만 하면 그 과정이 너무나 고통스러울 수 있으니 회복의 시간을 견디며 뇌가 갈구하는 강한 자극의 빈자리를 생존에 유리한 자극들로 채워야 한다. 운동, 배움, 관계, 창작 같은 건강한 자극을 의도적으로 투입함으로써 기존의 나쁜 중독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것이다. 작지만 소중한 즐거움을 촘촘히 쌓는 일은 단순한 쾌락 하나보다 훨씬 단단하다. 아침 일찍 즐기는 햇살 한 줌, 소중한 사람과의 짧은 대화, 작은 목표 하나를 해낸 뿌듯함 같은 다양한 기쁨이 모이면 행복감을 높일 수 있다. 도파민(D), 옥시토신(O), 세로토닌(S), 엔도르핀(E)의 선순환을 이끌어 내는 도즈업 루틴(D.O.S.E-Up Routine)의 실천이야 말로 매일 성장해갈 수 있는 비법이다. 작은 성취로 의욕을 북돋고(도파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고(옥시토신), 햇빛과 식사, 좋은 생각으로 채우고(세로토닌), 웃음과 운동을 병행(엔도르핀)하는 도즈업 루틴 실천이야 말로 중독이 빠져나간 빈자리를 건강한 행복으로 채우는 비결이 될 수 있다. 나쁜 중독을 강제로 끊어 내기 위해 자신을 채찍질하며 고통스러운 노력을 강요하는 대신 매일 조금씩,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로 삶을 먼저 채워나가다 보면 에너지가 차오르고 노력은 자연스러운 결과로 따라오게 된다. Q. 책을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 한 구절을 꼽자면? A. 선행(先行)학습보다 선행(先幸)학습을 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남들보다 앞서가기 보다 행복한 경험을 먼저 쌓는 것이 제가 강조하는 선행학습이다. 행복한 아이는 중독에 쉽게 빠지지 않으며 설령 빠지더라도 그 행복한 추억이 다시 일어서는 유용한 자원이 된다. 아이의 행복한 경험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부모와 선생님의 행복이다. 아이에게 행복을 전하는 가장 확실한 길은 어른이 먼저 행복의 본보기가 되는 것이다. Q. 준비하고 있는 3번째 저서나 활동이 있나? A. 이번 책을 쓰면서 대중적인 베스트 셀러 작가가 되기 어렵다면 세상에 나누는 '베스트 기버(Best Giver)'가 되자는 결심을 했다. 판매 수익을 기부하고 강의를 통해 번 재원으로 책을 부지런히 출간해 나눌 생각이다. 제주도교육청에 1000권 기증을 약속했고, 최소 1만권 이상의 기부를 이어갈 계획이다. 아울러 해파밍을 통해 중독을 극복한 사례들을 모든 확장판과 함께 에세이 '두 번째 안식년', '이만하기 다행이다'(가제) 등 집필을 구상 중이다. Q. 책을 접하게 될 약사 혹은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A. 노력하면 성공하고 성공하면 행복해진다는 공식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성공하려고 애쓰지 마시고, 행복을 먼저 느낀 뒤 그 힘으로 잘 살기 위해 노력하라고 말하고 싶다. 무엇보다 먼저 행복해지는(先幸) 삶을 선택하기를 응원한다.2026-08-20 06:00:44강혜경 기자 -
취미 넘어 해양정화까지...심평원 '히라퐁당'의 특별한 잠수[데일리팜=정흥준 기자]사무실을 벗어나 탁 트인 바닷속을 유영하며 업무 스트레스를 씻어내는 이들이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의 사내 프리다이빙 동호회 '히라퐁당'이다. 단순한 취미 활동을 넘어, 바닷속 쓰레기를 줍는 해양 정화 활동 '플로빙(Ploving)'까지 실천하며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고 있는 히라퐁당의 고은재 과장(39, 빅데이터사업부)과 이호중 대리(33, 빅데이터정보부)를 데일리팜이 만났다. 히라퐁당은 2021년부터 프리다이빙을 즐기던 고은재 과장이 사내에 다이빙을 하는 직원이 여럿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시작됐다. 작년 7월 동호회가 결성돼 활동 2년차에 접어들었다. 깊은 물에 대한 공포와 접근성 문제로 진입장벽이 높은 스포츠지만, 사내에 강사 자격증 보유자가 있어 큰 힘이 됐다. 현재 동호회는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거나 교육을 받고 있는 인원으로 제한해 약 10명의 회원이 활동 중이다. 고은재 과장은 “5~6살 때부터 수영을 배우기 시작해서 입문이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도 자격증 과정을 통과하는게 힘들었다. 숨을 참거나, 이퀄라이징(압력 조절)이 안돼서 몇 년을 고생했다”며 프리다이빙 초창기를 회상했다. 고 과장은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해냈을 때의 성취감이 정말 크다. 한계를 뚫어가는 과정이 가장 큰 매력이다. 또 오롯이 내 몸에만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때에도 도움이 된다”며 프리다이빙의 매력을 설명했다. 여행을 즐기는 방식도 달라졌다. 고래상어, 바다거북이, 물고기떼와 깊은 수면을 함께 헤엄치는 시간은 그동안의 여행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경험이었다. 이호중 대리는 “그동안 맛집이나 명소를 구경하는 여행을 했다면, 지금은 바다거북이와 함께 수영하고, 다이빙포인트를 찾아 바다에 뛰어드는 재미로 다니고 있다. 사이판, 보홀에 갔었고 올해는 대만에 다녀왔다. 갈 수 있는 곳도, 경험할 수 있는 것도 많아진다”고 했다. 동호회 활동은 월 1~2회 모임을 갖고 있다. 퇴근 후 모여 용인, 가평, 성남 등에 위치한 잠수풀장을 찾는다. 지친 상태로 출발해도, 끝나고 돌아올 때면 다음 모임 계획을 짜느라 다들 들떠있다. 프리다이빙은 한 명이 물에 들어가 있는 동안 지켜봐 줄 사람이 반드시 필요해 2명 이상이 짝을 이뤄야 한다. 서로를 믿고 의지해야 하는 만큼 회원들 간 사이는 더욱 끈끈해질 수밖에 없다. 이 대리는 “다른 부서에 있어 만날 일이 없는 직원들도 만나고, 그렇다보니 업무 협조 측면에서도 수월하게 소통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며 동호회 활동의 장점을 설명했다. 고 과장은 “간혹 원주에 있는 걸 힘들어 하는 직원들도 있는데, 동호회 활동을 하면 삶에 많은 활력이 된다. 좋아하는 활동을 하니 공감대도 많고 대화가 끊이질 않는다. 휴일에도 만나 밥도 같이 먹고 가족처럼 지내고 있다”고 했다. "북한서 떠내려 온 쓰레기도 봤어요"...취미 넘어 사회공헌활동까지 히라퐁당은 단순한 레저를 넘어 해양 정화 활동인 '플로빙'에도 앞장서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전문 강사 초빙 하에 강원도 고성에서 해양 쓰레기 수거 활동을 진행했다. 관할 구청과 해경에 신고를 해야 하는 복잡한 행정절차가 있지만, 히라퐁당 회원들과 함께한 첫 플로빙인 만큼 즐거움이 더 컸다. 고 과장은 “바닷속에 생각보다 쓰레기가 더 많다. 플로빙은 부이(부표)를 띄워놓고 쓰레기를 주워서 자루에 담는 활동이다. 너울이 심해서 절반이 부이를 가지고 물 밖으로 나왔는데, 마침 쓰레기가 많은 포인트가 있어 남은 사람들이 부이 없이 파이프나, 철판을 어깨에 이고 나왔었다”며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고 과장은 “교육을 받고 있는 신규 회원도 같이 갔다. 바다가 처음이라서 걱정을 했는데 다들 힘들어하는데도 정말 잘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할머니가 해녀였다. 그 뒤로 ‘해녀수저’라고 불리며 모두의 부러움을 샀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 대리는 “북한에서 떠내려온 쓰레기들도 많았다. ‘쵸코레트 단설기’, ‘소고기맛 즉석국수’라고 적힌 익숙하지 않은 디자인들이라 신기한 경험이었다”며 동호회 첫 플로빙 경험을 돌아봤다. 히라퐁당은 앞으로 매년 1회 이상은 플로빙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또 활동 지역을 고성 외에 제주도, 울진 등으로 넓혀갈 예정이다. "플로빙하러 가실래요?"...원주 공공기관들과 연합 활동도 꿈꿔 원주에 위치한 여러 공공기관과 프리다이빙을 함께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연합으로 모일 수 있다면 플로빙과 같은 의미 있는 활동도 더욱 확대할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고 과장도 “앞으로 우리는 계속 바닷속에 들어갈 계획이다. 개인적인 바람이지만 원주에 있는 공공기관들과 연합으로 활동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 대리는 “프리다이빙 활동을 하는 기관들이 있는지 알아봤는데 운영 방식에 다소 차이가 있어 아직 실현되지는 못했다. 대신 플로빙 같은 이벤트를 통해 외부 인원도 참여할 수 있도록 확대해보려고 한다”고 했다. 또 이 대리는 “외부강사를 초청해 프리다이빙을 체험하거나 강습을 받을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여 회원을 늘려보고 싶다”며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전했다.2026-08-18 06:00:46정흥준 기자 -
"살모넬라로 면역항암 한계 넘는다"…씨앤큐어의 상용화 도전[데일리팜=황병우 기자]면역항암제의 효과를 가르는 요인 중 하나는 종양 안으로 면역세포가 얼마나 들어갈 수 있느냐다. 면역세포가 부족한 '콜드 튜머'에서는 면역 억제 신호를 차단하더라도 치료 반응이 제한될 수 있다. 씨앤큐어는 이 한계를 살모넬라로 풀겠다는 회사다. 약독화한 살모넬라를 종양에 집적시켜 면역세포를 불러들이고 기존 면역관문억제제가 작동할 수 있는 환경으로 바꾸는 전략이다. 데일리팜은 박중곤 씨앤큐어 대표(56)를 만나 살모넬라 기반 항암제의 작동 원리와 안전성 확보 전략, 임상 이후 사업화 계획을 들어봤다. 콜드 튜머에 면역세포 호출…살모넬라의 역할 씨앤큐어는 2019년 설립된 항암 신약 개발 기업이다.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핵의학과 교수인 민정준 공동대표가 연구개발을, 박중곤 공동대표가 경영과 사업개발을 맡고 있다. 회사는 민 공동대표가 20년 이상 이어온 박테리아 항암 연구를 기반으로 합성 항암 미생물 플랫폼 SAM(Synthetic Anticancer Microbe)을 구축했다. 현재 리드 파이프라인 CNC-101과 후속 파이프라인 CNC-105를 개발 중이다. 박테리아 항암제는 약독화한 살모넬라가 저산소·면역억제 환경인 종양에 선택적으로 집적하는 성질을 활용한다. 살모넬라를 제거하기 위해 면역세포가 모이는 과정에서 콜드 튜머를 면역반응이 가능한 '핫 튜머'로 바꾸는 방식이다. 박 대표는 "CNC-101은 종양에 선택적으로 집적해 선천면역과 적응면역을 활성화한다"며 "면역세포가 충분히 침투하지 못하는 콜드 튜머를 핫 튜머로 전환해 병용 치료의 반응률을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씨앤큐어는 대장암 동물모델에서 CNC-101과 항 PD-L1 항체를 병용했을 때 항암 시너지 가능성을 확인했다. 현재 비임상 단계인 만큼 실제 환자에서의 안전성과 병용 효과는 임상을 통해 검증해야 한다. 병원성 유전자 73개 제거…정맥 투여 안전성 확보 살아 있는 세균을 혈관에 투여하려면 종양을 찾아가는 기능은 유지하면서 정상조직 감염 가능성을 낮춰야 한다. 씨앤큐어는 CNC-101에서 살모넬라의 병원성과 관련된 유전자 73개를 제거했다. 세균이 숙주세포에 독성 단백질을 전달하는 제3형 분비체계(T3SS) 관련 유전자군까지 삭제해 정상세포 침투 가능성을 구조적으로 낮췄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안전성은 박테리아 항암제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며 "CNC-101은 살모넬라의 병원성과 관련된 유전자 73개를 제거해 독성과 병원성을 낮췄다"고 말했다. 비임상 생체분포 시험에서도 CNC-101이 정상조직보다 종양에 선택적으로 집적하는 결과를 확인했다. 회사는 독성을 낮춘 균주가 종양에 모여 면역세포를 불러들이는 구조로 안전성과 면역 활성화를 함께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연구용 균주를 임상용 의약품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는 미국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을 선택했다. 2022년 4월 계약한 뒤 배양 규모 확대와 공정 최적화, 안정성 시험을 거쳐 cGMP 규격의 임상시험용 완제의약품 생산을 마쳤다. 단독으로 안전성 확인…면역관문억제제 병용 확대 CNC-101의 초기 임상은 단독 투여로 시작할 계획이다. 진행성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안전성과 내약성, 적정 용량을 먼저 확인한 뒤 면역관문억제제 병용으로 개발 범위를 넓힌다. 대상 암종은 대장암과 흑색종, 유방암 등을 중심으로 검토하고 있다. 특히 기존 면역항암제에 반응하지 않거나 치료 이후 내성이 발생한 환자에서 종양 미세환경을 바꿀 수 있는지 살필 예정이다. 씨앤큐어는 후속 비임상 안전성 평가와 추가 데이터 확보를 거쳐 2027년 2~3분기 호주 임상 1상에 진입한다는 목표다. 박 대표는 사람 대상 안전성 데이터를 사업화의 핵심 분기점으로 꼽았다. 비임상 결과가 긍정적이더라도 글로벌 제약사와 본격적인 협력을 논의하려면 사람에게 투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먼저 증명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그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요구하는 것은 사람에서의 안전성 데이터"라며 "비임상 자료가 좋아도 사람에게 투여한 결과를 확인한 뒤 이야기하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안전성이 확인되면 면역관문억제제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글로벌 제약사와 병용 공동개발 및 기술수출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병용 넘어 약물전달로…후속 파이프라인 확장 후속 파이프라인 CNC-105는 CNC-101에 치료 단백질을 탑재한 약물전달형 박테리아 항암제다. 종양 내부에서 세포독성 단백질과 면역증강 단백질을 발현해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면서 항암 면역반응도 유도하도록 설계됐다. 박 대표는 "CNC-101은 기존 면역항암제의 효과를 높이는 병용 플랫폼으로, CNC-105는 단독 치료 가능성까지 확장한 차세대 파이프라인으로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수출은 단일 후보물질 이전뿐 아니라 CNC-101의 적응증별 공동개발과 SAM 플랫폼을 활용한 신규 파이프라인 개발 등으로 구상하고 있다. 씨앤큐어는 글로벌 임상을 위해 시리즈B 투자유치를 진행 중이다. 유치 목표액 70억원 가운데 15억원의 납입을 완료했으며, 확보한 자금은 CNC-101의 후속 비임상과 임상에 우선 투입할 예정이다. 방사성의약품은 장기적인 확장 축이다. 진단용 CNC-201로 악성흑색종의 병변과 치료 대상을 확인하고 향후 치료용 방사성의약품으로 연결해 진단과 치료를 아우르는 테라노스틱스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구상이다. 박 대표는 "단순한 기업가치 성장을 넘어 글로벌 박테리아 항암치료 분야에서 씨앤큐어가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싶다"고 밝혔다.2026-08-18 06:00:44황병우 기자 -
"25년 약사회 홍보 외길, 한권의 책으로 담았다"[데일리팜=김지은 기자] "다른 사람들 인터뷰 자리만 만들다가 제가 직접 이렇게 나서려니 쑥스럽네요." 30년 넘게 대한약사회의 '입'을 맡아온 최헌수 커뮤니케이션국장이 이번에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기자 앞에 앉았다. 그에게 익숙한 자리는 늘 카메라 밖이었다. 누군가의 인터뷰를 준비하고, 보도자료를 쓰고, 때로는 위험한 발언이 나오면 메시지를 바로잡으며 조직과 언론 사이에서 접점을 찾는 것이 그의 일이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 다른 사람의 말을 세상에 전달해 온 그가 최근 자신의 이름을 내건 책 한 권을 펴냈다. 현장에세이 '정책홍보, 공약수(公約數)를 찾아라'. 처음부터 책을 쓸 생각은 아니었다. 시작은 후배들을 위한 작은 '홍보 업무 매뉴얼'이었다. 하지만 30년 넘게 현장에서 부딪치며 하나씩 얻은 경험을 꺼내놓다 보니 매뉴얼은 어느새 한 권의 책이 됐다. "협회나 단체에서 홍보 업무를 너무 쉽게 생각한다는 아쉬움이 있었어요. 저 역시 누군가에게 체계적으로 홍보를 배운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현장에서 부딪치며 배웠죠.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나름의 개념이 생기고, 그 개념들이 쌓이면서 제 나름의 철학이 만들어지더라고요." 매뉴얼로 시작한 기록, 한 권의 책이 되기까지 최 국장은 약사회에서 홍보 업무만 25년 넘게 담당했다. 하나의 일을 오래 한다는 것은 같은 일을 반복한다는 것과는 달랐다. 언론 환경은 달라졌고 집행부가 바뀔 때마다 조직이 강조하는 정책도 달라졌다. 현안마다 이해관계자의 입장도 제각각이었다. 그 과정에서 최 국장이 끊임없이 고민했던 것은 '어떻게 말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였다. 시중에서 찾은 홍보 관련 서적은 대부분 마케팅 홍보에 집중돼 있거나 정책홍보를 학술적으로 접근한 경우가 많았다. 정작 협회·단체의 홍보 담당자가 현장에서 펼쳐볼 만한 책은 찾기 어려웠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정책홍보를 하는 사람이 도움을 받아보려고 책을 찾아보면 무겁다는 느낌이 있었어요. 그래서 후배들에게 조금은 편하게 볼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들어주자는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주제별로 하나둘 적어놓은 글이 쌓이면서 주변에서는 차라리 책으로 만들어보라는 권유가 이어졌다. 당초 정년을 앞둔 지난해 11월 출간하려 했지만 촉탁 근무를 이어가게 되면서 원고를 다시 들여다볼 시간이 생겼다. 현장에서 체득한 생각들이 일반화된 홍보 이론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 확인하고 내용을 보완했다. 그렇게 매뉴얼로 시작했던 기록은 6년여의 시간을 거쳐 한 권의 책이 됐다. "이 바닥에서 오래 일한 만큼 제 업무에 대한 자신감은 있었습니다. 직원으로서 가질 수 있는 자부심을 후배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었어요. 홍보를 하다 보면 매일 늦을 수밖에 없거든요. 가족들에게도 제가 그동안 술만 먹고 다닌 건 아니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고요.(웃음)" 책 제목에 등장하는 '공약수'는 최 국장이 오랜 협회 홍보 경험 끝에 찾아낸 개념이다. 수학에서 여러 수가 공통으로 갖는 약수를 찾듯이 서로 다른 정책과 사업을 관통하는 조직의 핵심 가치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대한약사회를 예로 들면 그가 생각하는 공약수는 '안전한 의약품 사용 환경을 만드는 데 있어 약사와 약사회가 해야 할 역할'이다. "공약수가 조직 안에서 공유되면 어떤 사업을 설명하더라도 결국 하나의 방향으로 연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협회 홍보가 특히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집행부가 바뀌면 정책의 강조점이 달라지고, 임원들이 현장에서 바라보는 시각과 협회가 외부와 소통하면서 바라보는 시각 사이에도 차이가 생길 수 있다. 그 간극을 좁혀 하나의 메시지로 만들어내는 것이 홍보 담당자의 역할이라는 게 최 국장의 생각이다. "임원분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갖고 있는 생각과 제가 외부와 접점을 만들어오면서 고민했던 방향이 처음에는 다를 수 있습니다. 결국 그것들을 섞고 조율해야 합니다. 전문 영역의 생각과 대중성을 적절하게 조율하면서 접점을 찾아가는 것이죠." "메신저를 믿어야 메시지도 믿을 수 있다“ 30년 넘게 홍보를 하며 최 국장이 내린 결론은 의외로 단순하다. 결국 '사람'이라는 것. 책에서도 그는 신뢰와 투명성을 여러 차례 강조한다. "투명한 게 이긴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메신저를 믿어야 메시지도 믿을 수 있으니까요. 홍보하는 사람이 갖춰야 할 첫 번째 조건은 투명함이라고 봅니다." 책은 ▲오너십 홍보, 주인의식을 가져라 ▲홍보는 결국 사람 장사다 ▲홍보는 소통이다 ▲홍보의 첫 번째 임무는 '위기관리' ▲정책홍보는 나무보다 숲을 봐야 한다 ▲34년이 가르쳐 준 일과 사람에 대하여 등으로 구성됐다. 그중에서도 최 국장이 가장 오랜 시간을 들여 쓴 부분은 마지막 장이다. 앞부분이 홍보 실무자의 자세와 정책홍보에 대한 고민이라면 마지막에는 한 조직에서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한 선배로서 일과 사람에 대한 생각을 담았다. 그는 책에 적힌 내용이 '정답'이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20년 넘게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이기 때문에 틀리지는 않았다고 자부합니다. 하지만 이것만이 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여러 길 가운데 하나의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협회·단체 홍보에는 정형화된 매뉴얼이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완성된 정답지라기보다 현장에서 하나씩 주워 모은 경험을 실로 엮어놓은 '첫 번째 초안'에 가깝다. 책 한 권으로 증명한 34년…또 다른 출반선에서 6년 여에 걸친 작업을 끝내고 처음 완성된 책을 손에 들었을 때의 감정은 아직도 생생하다. 집필 과정에서는 "다시는 책을 쓰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부담이 컸다. 하지만 정작 책이 나오자 생각이 달라졌다. 무엇보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읽기 참 편하다"는 평가는 그에게 또 다른 용기가 됐다. 그리고 '다시는 쓰지 않겠다'던 다짐과 달리 그는 벌써 두 번째 책을 준비하고 있다. 가제는 '시니어 초고 책쓰기'다. 이번에는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한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을 한 권의 콘텐츠로 만들어보도록 권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사회생활을 오래 하고 어느 정도 정년을 바라보는 시기가 되면 사람이 위축될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 자신이 걸어온 길을 한번 정리해보고, 그것을 통해 자신을 증명하고 검증받으면서 또 다른 존재감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자가출판을 택한 것도 같은 이유였다. 거창한 출판 과정이나 큰 비용을 들이지 않더라도 누구나 자신의 경험을 콘텐츠로 남길 수 있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고 싶었다. 최 국장은 이 책을 홍보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만 권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협회·단체에서 정책을 세상에 전달해야 하는 실무자들이 우선적인 독자지만, 오랜 직장생활에서 얻은 경험을 담은 마지막 장만큼은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후배들도 읽어봤으면 한다. 30여년 동안 홍보를 해온 그에게 마지막으로 어떤 홍보인으로 기억되고 싶은지를 물었다. 거창한 수식어는 돌아오지 않았다. "계속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을 기본으로 갖고 있습니다. 소통하는 홍보인, 그리고 책임을 다하는 홍보인으로 기억되고 싶어요."2026-08-14 08:43:53김지은 기자 -
"CSO협회, 1인 업체 목소리도 담겠다…연내 사단법인 허가"[데일리팜=김진구 기자] 한국의약품판촉영업자협회(이하 CSO협회)가 보건복지부로부터 사단법인 설립 허가를 받기 위한 세 번째 도전에 나섰다. 그동안 시장의 급격한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공식적인 단체로서 지위를 확보하지 못해 한계를 겪어온 CSO협회가 신임 이규현 회장을 중심으로 임원진을 새로 정비하고 본격적인 허가 준비에 착수한 것이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불법 리베이트 근절과 지출보고서 실태조사, CSO 신고제 안착 등 현안 과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CSO 업계를 대표할 수 있는 ‘공식 소통창구’의 필요성에 전향적인 공감대를 형성한 바 있다. CSO협회의 사단법인 승인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도 긍정적인 국면으로 돌아서는 양상이다. 이규현 회장은 "정부의 변화에 발맞춰 이번 3차 도전에서는 양적·질적 요건을 완벽히 충족해 반드시 사단법인 설립 허가를 받아내겠다”며 “이를 통해 업계와 정부를 잇는 공식 정책 창구로 자리매김하겠다"고 강조했다. 2차례 고배 딛고 3차 도전…”대표성·재정 기준 보완으로 정면 돌파“ 사단법인 허가는 CSO협회의 숙원사업이다. 그러나 사단법인을 향한 도전은 앞서 두 차례나 고배를 마셨다. 지난 2022년 3월엔 1차 창립총회를 개최하고 복지부에 사단법인 인가를 신청했으나, 당시 복지부는 ‘임의단체로서 충분한 활동 이력을 쌓은 후 재신청하라’는 취지로 불허 통보를 내렸다. 이후 협회는 정책 세미나 개최, 회원 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의 활동에 집중했다. 2024년 10월엔 ‘CSO 신고제’ 시행이라는 법적 전환점을 맞이했다. 신고제 도입으로 판촉영업자가 법적 지위를 획득하자, 협회는 2025년 1월 2차 창립총회를 열고 곧바로 두 번째 사단법인 인가를 신청했다. 그러나 2025년 5월 돌아온 결과는 또다시 '불허'였다. 당시 복지부가 제시한 불허 사유는 ▲사업실적 부족 ▲회원수 미달과 대표성 미흡 ▲법인 운영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예산 기준 미충족 ▲독립된 사무공간‧전담 인력 부족이었다. 이에 대해 CSO 업계 내외부에서는 결국 '업계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대표성 확보'와 '지속 가능한 재정 체계 확립'이 복지부 승인을 결정짓는 최대 관건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렸다. 이에 협회는 부족했던 요건들을 원점에서 대대적으로 보완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규현 회장은 "과거 두 차례의 불허 통보는 협회에게 아픈 기억이었지만, 역설적으로 정부가 요구하는 법적 주체로서의 정량적·정성적 요건을 갖추는 계기가 됐다"며 "정부의 지적 사항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조직 정비와 회원 확보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1인 CSO 포함 대표성 확보…오는 9월 세 번째 사단법인 신청 계획“ 협회는 복지부 지적에 맞춰 ▲회원 확대 ▲재정 안정화 ▲실적 강화 ▲인프라 구축 등 ’4대 보완 전략‘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오는 9월 세 번째로 사단법인 설립 허가를 신청한다는 구상이다. 우선 '대표성 확보'를 위해 협회는 1인 CSO부터 대형 법인 CSO까지 아우르는 대대적인 회원 가입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기존에는 협회가 법인 CSO 위주로 구성돼, 1인 CSO의 목소리를 담아내지 못한다는 한계가 지적돼 왔기 때문이다. 업계 대표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시장의 다수를 차지하는 1인 CSO와 법인 CSO가 함께 어우러지는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에 협회는 1인 CSO의 진입 장벽을 대폭 낮추는 등 현장 친화적인 회원모집 전략을 펼치고 있다. 세 번째 사단법인 허가 신청 전까지 총 2000명의 회원을 모집한다는 게 협회의 목표다. 이 회장은 "그동안 CSO협회가 대형 플랫폼사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1인 CSO들의 실제 목소리를 전달하는 데서는 한계가 있었다”며 "사단법인 설립 허가를 받기 위해선 법인과 플랫폼뿐 아니라 1인 CSO까지 두루 참여하는 구조가 전제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1인 CSO들이 부담 없이 협회 울타리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연회비를 10만원으로 낮추고, 권익 보호 프로그램을 대폭 강화했다"며 "법인과 1인 영업자가 상생하는 통합 단체를 만들어 복지부에도 완벽한 업계 대표성을 증명해 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정 안정화' 측면에서는 27명의 협회 임원진이 직접 펀딩을 조성해 초기 운영비를 확보했다. 회비 납부 체계를 1인 CSO의 경우 연 10만원, 법인 CSO의 경우 연 50만원 선으로 정비했다. '실적 강화'를 위해 그간의 교육·세미나 활동 이력을 정밀 문서화하고, 정부·유관기관과의 협의 내역을 증빙 자료로 체계화했다. '인프라 구축'을 위한 서울 시내 독립 사무공간 확보와 사무국 전담인력 채용도 마무리 단계다. 이 회장은 "임원진의 펀딩과 정기 회비 구조 확립을 통해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입증했다"며 "오는 9월 국회에서 창립총회를 개최하며 대대적인 조직 리뉴얼을 알리고, 복지부에 3차 사단법인 허가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CSO 전용 공정경쟁규약+자체 인증제로 제약영업 선진화 앞장서겠다” 협회는 사단법인 설립 허가가 나면 본격적으로 의약품 영업 질서 선진화 사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핵심은 CSO 전용 공정경쟁규약과 협회 차원의 인증제 도입이다. 우선 제약사와 CSO 간의 불공정 거래 관행을 끊어내고 리베이트 예방을 위한 업계 차원의 'CSO 공정경쟁규약'을 제정해 현장에 적용할 계획이다. 법적 테두리 안에서 준수해야 할 준법 가이드라인과 교육 제도를 체계화해 현장 판촉영업자들의 윤리의식을 대폭 강화한다는 취지다. 이와 함께 준법 의식과 영업 역량을 정량적으로 평가해 우수 CSO를 발굴·격려하는 '우수 CSO 인증제'도 함께 추진할 방침이다. 성실하게 법을 준수하는 CSO가 제약사와의 파트너십이나 시장 거래에서 정당한 평가와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자율적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회장은 "공정경쟁규약 마련과 우수 CSO 인증제 추진은 불투명한 유통 관행을 끊어내고 합법적·전문적 영업자를 육성하기 위한 자율규제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협회의 궁극적인 목표가 제약바이오산업과의 상생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CSO는 단순히 제약사의 영업을 대행하는 외주업체가 아니라, 국내 제약산업의 글로벌 진출과 체질 개선을 함께 이끄는 중요한 파트너"라며 "정부와의 공식 정책 대화 창구로서 법령 준수 교육을 강화하고, 왜곡된 프레임으로부터 판촉영업자의 권익을 보호해 투명하고 전문적인 판촉영업 생태계를 완성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2026-08-13 06:00:48김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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