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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최고의 후보물질이 넓은 특허가 아닌 이유신약개발팀이 수십 개의 후보물질을 합성하고 평가한 끝에 가장 높은 활성을 보이는 물질을 찾았다고 가정해 보자. 선택성과 약동학적 특성도 양호하고 동물모델에서 효능까지 확인됐다면, 개발 후보를 정할 근거는 충분해 보인다. 그러나 특허를 설계할 때는 질문이 달라진다. 최고 성능을 보인 물질 하나가 아니라, 그 물질과 구조적으로 유사한 후보군을 어디까지 하나의 기술적 범위로 설명할 수 있는가. 구조가 달라져도 효과가 유지되는 범위는 어디까지이며, 어느 지점부터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워지는가. 리드 후보를 선정하는 실험은 가장 좋은 물질을 찾는 데 초점이 있다. 반면 여러 후보물질을 포괄하는 권리를 설계하려면 구조가 달라질 때 효과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설명해야 한다. 좋은 후보물질을 찾았다는 사실이 곧 넓은 특허범위까지 뒷받침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최고점은 범위를 설명하지 않는다 후보물질을 최적화하는 과정에서는 활성, 선택성, 독성, 용해도, 대사 안정성과 약동학적 특성을 비교해 개발 가능성이 높은 물질을 압축한다. 여러 평가항목을 종합했을 때 가장 우수한 물질이 리드 후보가 되고, 성능이 낮거나 개발성이 부족한 후보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난다. 이 데이터는 어떤 물질을 개발할지 결정하는 데 유용하다. 하지만 하나의 후보물질이 우수하다는 사실만으로 그 주변의 구조적 변형까지 동일한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고 설명하기는 어렵다. 구조적으로 매우 유사한 화합물 사이에서도 작은 변화로 활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액티비티 클리프(activity cliff)’는 구조가 유사하지만 효능에는 큰 차이가 나는 화합물 쌍을 의미한다. 이러한 화합물 쌍은 작은 구조 변화가 활성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기 때문에 구조활성관계, 즉 SAR을 파악하는 데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작은 변형이 언제나 작은 효과 차이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2024년 11월 온라인 공개된 연구는 ChEMBL 34의 고신뢰도 생물활성 데이터를 이용해 37만4979개의 단일 원자 변형 화합물 쌍을 구성했다. 연구진은 탄소와 질소, 산소와 탄소의 치환뿐 아니라 수산기와 수소, 메틸기와 수소, 할로젠과 수소 사이의 변형 등 10가지 유형을 분석해 7400개가 넘는 액티비티 클리프를 확인했다. 이 결과가 곧 특정 특허의 적정 권리범위를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하나의 우수한 후보에서 확인된 효과를 구조적으로 유사한 후보군 전체로 확장할 때 별도의 검증이 필요한 이유는 보여준다. 공통 골격을 공유한다는 사실과 그 후보들이 공통된 효과를 나타낸다는 사실은 구분해야 한다. 최고 후보와 넓은 권리 사이에는 데이터의 간극이 있다 출원 단계에서는 확보하고 싶은 사업영역을 기준으로 청구범위를 넓게 설계하려는 유인이 생긴다. 경쟁사가 선택할 가능성이 있는 치환기와 유사체를 최대한 포함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이 희망하는 사업범위와 현재 데이터가 설명하는 기술범위는 구분해야 한다. 청구항의 문언을 넓히는 것만으로 데이터가 보여주지 못한 구조와 효과의 관계까지 설명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확인된 후보 하나만 지나치게 좁게 보호하는 것도 최선은 아니다. 현재 데이터로 공통 원리를 설명할 수 있는 범위, 추가 비교실험을 통해 확장 가능성을 검토할 범위, 후속 연구와 별도 출원으로 남겨야 할 범위를 나눠 볼 필요가 있다. 넓은 권리를 확보하려면 가능한 많은 후보물질을 실시예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비슷한 구조와 긍정적인 결과만 반복하면 실시예 수는 늘어도 후보군의 기술적 경계는 여전히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치환기를 공유하는 유사체 여러 개가 모두 활성을 나타냈더라도, 청구하려는 범위가 위치·크기·전자적 특성과 입체구조가 다른 치환체까지 포함한다면 기존 데이터가 그 범위를 고르게 대표하는지는 별도로 살펴봐야 한다. 같은 골격을 공유하더라도 치환기 변화에 따라 활성뿐 아니라 선택성·용해도·대사 안정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실시예 수가 상대적으로 적더라도 구조적 변형의 서로 다른 지점에 배치돼 있다면 후보군의 공통성과 경계를 설명하는 데 더 유용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몇 개의 물질을 만들었는지가 아니라, 어떤 기술적 질문에 답하도록 물질과 비교군을 배치했는가다. 데이터의 특허상 가치는 개수보다 설명력에 있다 후보군의 권리범위를 검토할 때 필자는 데이터를 세 가지 축으로 나눠 본다. 첫째는 구조적 대표성이다. 확보한 데이터가 청구하려는 후보군의 일부에 집중돼 있는지, 서로 다른 구조적 변형을 실제로 대표하는지를 본다. 둘째는 효과의 연속성이다. 구조가 달라져도 목표 효과가 일정한 경향으로 유지되는지, 작은 변화에서 급격히 무너지는지를 확인한다. 효과가 비교적 연속적으로 나타난다면 후보군을 관통하는 공통 원리를 설명하기가 수월하다. 셋째는 선행기술과의 비교 가능성이다. 자사 후보 중 어느 물질이 가장 좋은지를 보여주는 것과, 가장 가까운 선행물질보다 왜 기술적으로 의미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은 다른 문제다. 새로 도입한 구조적 차이가 활성·선택성·독성·안정성 또는 생산성에서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지를 판단할 비교군이 필요하다. 세 기준은 서로 연결돼 있다. 구조적으로 다양한 물질을 확보했더라도 공통된 효과가 보이지 않으면 하나의 넓은 후보군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반대로 효과가 우수하더라도 가까운 선행물질과의 비교가 없다면 그 결과가 새롭게 도입한 구조적 특징에서 비롯됐는지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다. 결국 데이터의 특허상 가치는 절대적인 개수보다 배치에서 나온다. 최고 성능 후보 주변에 유사한 성공 사례를 추가하는 것보다, 청구하려는 범위의 서로 다른 지점과 효과가 달라지는 경계를 보여주는 비교실험이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리드 후보를 선정하는 데이터는 어느 물질을 개발할지 알려준다. 권리범위를 설계하는 데이터는 그 물질이 속한 후보군을 어디까지 하나의 기술적 원리로 설명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좋은 후보물질은 가장 높은 성능값에서 발견될 수 있다. 그러나 넓은 권리는 최고점 하나가 아니라, 구조가 달라져도 효과가 유지되는 구간과 그 효과가 무너지기 시작하는 경계를 데이터가 얼마나 설명할 수 있는지에서 결정된다. ◆글 석종헌 변리사(특허법인 린) 바이오·화학 분야의 특허 포트폴리오 설계와 IP-R&D를 자문한다. 신약 후보물질과 바이오 플랫폼의 연구데이터, 경쟁사 특허와 사업 확장 경로를 연결하는 IP 전략을 수행하고 있다.2026-09-02 06:00:40데일리팜 -
[전문가 칼럼] 약사들을 위한 현지조사 대응 해설최근 보건소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현지조사가 부쩍 늘고 있다. 이미 환수 처분까지 받은 약국이 적지 않고, 그에 따라 필자에게 문의를 주시는 약사님들도 눈에 띄게 많아졌다. 그런데 상담을 하다 보면 안타까운 경우가 반복된다. 조금만 다르게 대응했다면 충분히 다퉈볼 여지가 있었을 사안이, 조사 당일 작성한 서류 한 장 때문에 손쓰기 어려워진 경우다. 바로 사실확인서다. 이 글에서는 조사관이 약국에 찾아온 바로 그 순간, 약사님께서 무엇을 하셔야 하는지를 실무적 관점에서 정리한다. 1. 현지조사는 무엇을 위한 절차인가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인 약국이 청구한 요양급여비용이 관련 법령에 맞게 청구되었는지를 직접 방문하여 확인하는 절차다. 조사 결과 부당청구로 판단되면 부당이득 환수에 그치지 않는다. 부당금액과 비율에 따라 업무정지 또는 과징금 처분이 뒤따르고, 개설약사에 대한 면허 자격정지, 사안에 따라서는 형사고발까지 이어질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사안의 출발점이 되는 사실관계는 대부분 조사 당일, 현장에서 확정된다. 2. 약국에서 실제로 문제되는 유형들 약국 현지조사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되는 유형은 대체로 정해져 있다. 처방 내역과 다른 의약품의 조제 및 대체조제 후 사후통보 누락, 약사가 아닌 종업원에 의한 조제 관여, 조제기록부·처방전 등 관계 서류의 미작성 또는 미보존, 본인부담금의 임의 할인·면제, 야간 조제 부당청구 등이 대표적이다. 3. 사실확인서는 한번 서명하면 되돌리기 어렵다 조사관이 예고 없이 방문해 사실확인서를 내미는 상황에서, 당황한 나머지 내용을 충분히 검토하지 못한 채 그대로 서명하는 경우가 많다. 조사관과 얼굴을 붉히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일단 협조하면 좋게 마무리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현지조사 과정에서 작성된 사실확인서에 상당한 증명력을 인정하고 있다. 작성 과정에 위법한 강압이 있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증명되지 않는 한, 본인이 직접 서명한 문서의 내용은 쉽게 뒤집히지 않는다. 그 결과 이후 이의신청이나 행정소송 단계에서 '그때는 상황을 잘 몰랐다', '사실은 그런 취지가 아니었다'고 진술하더라도 이미 서명한 사실확인서를 번복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조사 당일의 짧은 순간이, 이후 수개월, 수년의 절차를 좌우하게 되는 셈이다. 4. 사실과 다른 부분은 현장에서 분명히 부인해야 한다 따라서 아무리 당황스럽고 조사관과 이견을 조율하는 것이 부담스럽더라도, 사실관계와 다른 내용은 그 자리에서 명확하게 부인해야 한다. 이는 조사를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사실관계를 기록으로 남기는 정당한 권리 행사다. 여기서 반드시 구분해야 할 것이 있다. 현지조사 자체를 거부·방해하거나 관계 서류의 제출을 거부하는 것은 그 자체로 제재 사유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사실확인서에 기재된 내용 중 사실과 다른 부분의 정정을 요구하거나 자신의 의견을 함께 기재하는 것은 조사 거부와 전혀 다른 문제다. 협조할 것은 협조하되, 사실관계는 정확하게 남기면 된다. [주의사항] '부당청구 사실을 모두 인정합니다'와 같은 포괄적·추상적 문구는 특히 위험하다. 개별 건별로 사정이 다름에도 조사 대상 전체를 한 번에 인정한 것으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인정할 부분이 있다면 그 범위를 구체적으로 특정해서 기재해야 한다. 5. 기재된 사실이 맞더라도 경위는 함께 남겨야 한다 나아가 기재된 사실관계 자체는 맞더라도, 그렇게 조제하거나 청구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이 있다면 이 역시 반드시 사실확인서에 함께 남겨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렇게 남겨둔 한두 줄이 이후 이의신청이나 소송에서 약사님의 입장을 뒷받침하는 출발점이 된다. 반대로 아무것도 남기지 않으면, 이후에 아무리 타당한 설명을 하더라도 '처분을 받고 나서 만들어 낸 주장'으로 평가받기 쉽다. 6. 소송까지 가지 않더라도 소명 기록은 필요하다 소송을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마찬가지다. 소명 자료가 남아 있어야 복지부 단계에서 환수 범위가 조정될 여지가 생긴다. 아무런 이의 없이 조사 결과를 그대로 인정해 버리면 사실상 청구 내용이 전부 부당청구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고, 부당금액이 확정되면 그에 연동되는 업무정지 기간과 과징금, 자격정지 기간도 함께 자동으로 확정된다. 법적으로 다툴 생각이 없는 경우에도 최소한의 기록은 남겨두어야 하는 이유다. 7. 서명 전 실무 체크리스트 ①조사관의 소속과 성명, 조사 대상 기간과 범위를 먼저 확인한다. ② 사실확인서의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읽는다. ③ 사실과 다른 부분은 그 자리에서 정정을 요구하고, 정정된 부분에는 서명 또는 날인을 한다. ④ 사실관계가 맞더라도 그렇게 처리할 수밖에 없었던 약국 측의 경위와 의견을 함께 기재해줄 것을 요청한다. ⑤ 내용이 채워지지 않은 백지나 여백이 남은 문서에는 서명하지 않는다 맺음말: 조사 당일이 사실상의 1심이다 정리하면, 현지조사가 갑자기 들어오더라도 너무 당황하지 말고 ①사실과 다른 부분은 명확히 부인하고, ②약국 측 입장은 사실확인서에 함께 기재해 두어야 한다. 그리고 만약 사안이 매우 중대하다면(예를 들면, 억울하게 면대 의심을 받는 경우 등) 조사관에게 요청하여 당일이라도 변호사의 입회를 요구하는 것 또한 도움이 된다. 이러한 내용들만 지켜도 이후 절차에서 다툴 수 있는 폭이 완전히 달라진다. 특히 최근 들어 보건소, 심평원의 현지조사 빈도와 강도가 세지는 추세이며,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으로 판단된다. 약사님들께서는 이러한 내용들을 잘 숙지하셔서 갑작스러운 조사로 인해 억울한 일을 당하시지 않으시길 소망한다. ☆ Disclaimer: 위 내용은 참고용으로 작성된 것이어서 정확성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위 내용의 정확성에 대해 작성자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음을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 필자 소개 이일형 변호사는 대한민국 변호사·약사·변리사 자격을 보유하고 미국 회계사(Maine) 시험에 합격하였다. 셀트리온, 법무법인 그루제일, 법무법인(유한) 대륜 제약바이오헬스케어 센터장을 역임하고 현재 법률사무소 리오(RIO Law Office) 대표변호사로 있다. 약국·의료기관 관련 임대차·권리금·형사·민사 사건 전반을 전문으로 다루고 있다.2026-09-01 06:00:40데일리팜 -
[전문가 칼럼] 여성 탈모, 미녹시딜부터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최근 여성 탈모로 고민하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다. 여성 탈모는 단순히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특히 여성형 탈모의 경우 모발이 점점 가늘어지고 모발의 밀도가 감소하면서 가르마와 정수리 부위의 두피가 눈에 띄는 형태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탈모가 의심된다면 단순히 빠지는 머리카락의 숫자만 확인하기보다는 모발의 굵기와 밀도 변화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여성 탈모의 원인은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여성형 탈모를 비롯해 휴지기 탈모, 출산 후 탈모, 급격한 체중 감소, 스트레스, 수면 부족, 영양 불균형 등이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갑상선 질환이나 철분 부족 등 전신적인 건강 상태와 관련된 경우도 있기 때문에 탈모가 지속된다면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갑자기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기 시작했다면 단순한 여성형 탈모가 아니라 일시적인 휴지기 탈모 등의 가능성도 고려해야한다. 여성 탈모 치료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성분이 바로 미녹시딜(Minoxidil) 이다. 미녹시딜은 탈모 치료에 오랫동안 사용되어 온 성분으로, 모발의 성장기 유지와 모발 성장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여성형 탈모에서는 모발이 가늘어지는 과정이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미녹시딜을 이용해 가늘어진 모발의 성장을 돕고 모발의 밀도를 유지·개선하는 방향으로 치료하는 경우가 많다. 미녹시딜은 바르는 제형과 경구 제형이 있으며, 어떤 치료가 적합한지는 탈모의 유형과 정도, 연령, 기존 질환, 복용 중인 약물 등을 고려해 의료진이 결정해야 한다. 바르는 미녹시딜,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 바르는 미녹시딜은 2%, 3% 또는 5% 제제를 사용하고 있으며,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제품에 표시된 사용법과 의료진의 지시에 따라 탈모가 나타나는 부위의 두피에 직접 도포, 규칙적으로 꾸준히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탈모 치료제는 며칠 사용한다고 바로 눈에 띄는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모발에는 성장 주기가 있기 때문에 치료 효과를 평가할 때도 일정 기간 꾸준히 사용하면서 모발의 굵기와 밀도 변화를 관찰해야 한다. 처음 사용했는데 머리카락이 더 빠진다면? 미녹시딜을 사용하기 시작한 초기 일부 사람에게서는 일시적으로 모발이 더 빠지는 것처럼 느껴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를 흔히 초기 쉐딩(shedding)이라고 부른다. 미녹시딜 사용 초기 약 2~8주 동안 일시적으로 탈모가 증가할수 있으며, 이후 모발이 다시 성장하면서 이러한 현상이 줄어들 수 있다. 따라서 미녹시딜 사용 후 탈모가 갑자기 심해졌거나 두피에 이상 증상이 나타난다면 임의로 치료를 중단하기보다는 의료진과 상담하는 것이 중요하다. 먹는 미녹시딜은 어떨까? 최근에는 여성 탈모 치료에서 경구 미녹시딜(먹는 미녹시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경구 미녹시딜(Minoxidil 5mg)은 원래 혈압 치료에 사용되던 약물이지만, 모발 성장 효과가 알려지면서 탈모 치료에 저용량으로 활용되고 있다. 다만 탈모 치료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구 미녹시딜은 모든 사람에게 적합한 치료법은 아니다. 혈압이나 심혈관계 상태 등에 따라 주의가 필요하며, 부종, 두근거림, 어지럼증, 다모증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먹는 미녹시딜은 반드시 의료진의 판단과 처방에 따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임신 중이거나 임신을 계획하고 있는 여성이라면 약물 사용 전 반드시 의료진에게 알려야한다. 미녹시딜은 '꾸준함'이 중요하다. 탈모 치료에서 가장 흔한 실수 중 하나는 치료를 시작하고 짧은 기간 안에 효과가 없다고 판단해 중단하는 것이다. 모발은 성장 속도가 느리고 성장주기가 있기 때문에 치료 효과를 확인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또한 미녹시딜은 사용하는 동안 모발 성장을 돕는 치료이므로, 치료를 임의로 중단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탈모가 진행될 수 있다.따라서 미녹시딜을 약 6~12개월 정도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며, 단기간의 변화보다 장기적인 모발 상태의 변화를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성 탈모, 샴푸만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탈모가 고민되면 가장 먼저 탈모 샴푸부터 찾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탈모 샴푸는 두피와 모발을 청결하게 관리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기능성 화장품이지, 모든 유형의 탈모를 치료하는 의약품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여성형 탈모가 의심된다면 샴푸에만 의존하기보다 정확한 진단을 받고 필요한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성 탈모는 초기에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성 탈모는 하루 아침에 심해지는 경우보다 서서히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처음에는 “요즘 머리가 조금 빠지는 것 같다” 정도로 생각하다가 가르마가 넓어지고 정수리 두피가 눈에 띄게 된 뒤 병원을 찾는 경우가 있다. 다음과 같은 변화가 지속된다면 탈모 여부를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가르마가 예전보다 넓어졌다 ▲정수리 두피가 점점 잘 보인다 ▲머리카락이 예전보다 가늘어졌다 ▲머리를 묶었을 때 모발량이 줄어든 느낌이 든다 ▲머리카락이 지속적으로 많이 빠진다 ▲가족 중 탈모가 있는 사람이 있다 등이다. 여성 탈모는 원인과 유형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온라인에 노출되는 개인의 후기성 치료법을 그대로 따라 하기보다는 의료진과 상담을 통해 현재 자신의 탈모 유형을 정확하게 진단받고 그에 맞는 치료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여성 탈모 치료의 핵심은 정확한 진단과 꾸준한 관리이다. 여성 탈모는 더 이상 숨겨야 할 문제가 아니다. 여성형 탈모부터 휴지기 탈모까지 원인은 다양하고, 치료 방법 역시 개인마다 달라질 수 있다. 미녹시딜은 여성 탈모 치료에서 중요한 선택지 중 하나이지만, 바르는 제형과 경구 제형의 사용 방법과 주의점이 다르기 때문에 본인에게 적합한 치료인지 의료진과 상담하는 것이 좋다. 꾸준한 관리와 적절한 치료가 여성 탈모를 관리하는 첫걸음이다. ※ 본 칼럼은 일반적인 건강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자세한 의약품 및 치료는 의료진의 진료와 상담을 요청드립니다. 필자 약력 분당365일의원 박성창 원장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의학석사 전남대학교병원 본원 내과 전공의 수료 아주대병원 소화기내과 임상교수 수료 아주대병원 소화기내과 외래교수 전남대병원 부설 류마티스 연구소 수석 연구원 역임 현) 분당365일의원 대표원장2026-08-31 06:00:36데일리팜 -
[전문가 칼럼] 내용증명과 협상, 약국 컨설팅 분쟁 해결 방안약국 개설 과정에서 컨설팅 업체와의 분쟁은 생각보다 자주 발생한다. 그러나 이미 계약을 체결하고 권리금까지 지급했다는 이유만으로 손해를 그대로 감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관계와 계약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면 내용증명과 협상만으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사건이 적지 않다. 필자는 약사 출신 변호사라는 배경상 약사님들로부터 약국 컨설팅 분쟁과 권리금 분쟁에 관한 의뢰를 자주 받고 있다. 최근에는 대부분의 사건을 소송에 이르기 전, 내용증명과 협상 단계에서 마무리하고 있다. 오늘은 약사님들께서 골머리를 앓고 있을 수도 있는 ‘컨설팅 업체’와의 협상 전략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한다. 최근 해결한 사건의 의뢰인 약사님께서는 신규 약국 개설을 위해 컨설팅 업체와 계약을 체결하고 권리금을 지급했다. 그러나 이후 해당 건물에 기존 약국의 독점 운영에 관한 특약이 존재해 정상적인 약국 개설이 사실상 어렵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계약 체결 여부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사항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던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컨설팅 업체와의 분쟁에서의 핵심은 '상대방이 협상에 응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것'에 있다. 실무상 컨설팅 업체는 단순한 항의나 환불 요구만으로는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계약은 적법하게 체결됐고 최종 판단은 약사가 한 것이라는 논리로 시간을 끄는 경우가 많다. 해당 사실을 자신들도 알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사례도 흔하다. 이 때 대리인은 초기부터 이 분쟁이 쉽게 마무리되지 않을 것이고, 이 분쟁의 약사님과 대리인은 실제로 민사, 형사상 분쟁을 불사할 것 같다는 인상을 상대방에게 분명히 심어줄 필요가 있다. 앞서 말한 사건에서 필자는 계약 체결 경위와 관련 자료를 전면 재검토한 뒤, 민법상 계약 취소와 손해배상 책임은 물론 형사상 쟁점까지 함께 살폈다. 이후 내용증명을 통해 상대방의 법적 책임을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후속 절차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명확하고 강한 톤으로 전달했다. 중요했던 것은 내용증명이라는 서류 자체가 아니라 대리인의 대응 의지와 이를 잘 보여주는 표현과 문체였다. 상대방이 '끝까지 법적 책임을 물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인식한 시점부터 협상의 분위기는 달라졌다. 이후 수차례 협의를 거쳐 약 2개월 만에 소송 없이 권리금 전액을 반환 받는 합의에 이르렀다. 물론 모든 사건이 같은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특히 내용증명과 협상은 소송과 같은 강제력이 없다는 점에서 한계도 존재한다. 다만 필자가 느끼기로는, 약국 컨설팅 분쟁은 초기에 사실관계를 얼마나 치밀하게 정리하고, 상대방에게 얼마나 명확한 법적 메시지를 전달하느냐에 따라 조기 해결 가능성이 크게 올라갈 수 있다. 만약 이 글을 보시는 분이 아직 약국 개설을 준비 중인 약사님이시라면 계약 체결 전에 독점 운영 특약, 임대차 제한사항, 권리금 구조, 컨설팅 업체의 조사·설명 의무를 반드시 확인하기를 권장 드린다. 안타깝게도 이미 분쟁이 발생한 약사님이시라면, 단순한 환불 요구에 그치기보다 초기부터 전략적인 대응을 검토하는 것을 권장 드린다. 필자는 다시 한번 분쟁을 해결하는 것은 내용증명이라는 서류 한 장이 아니라, 상대방이 협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하게 만드는 대리인의 준비와 대응 의지이고, 초기 대응이 신속하고 강할수록 불필요한 소송을 줄이고 신속한 해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 글을 마무리한다. ☆ Disclaimer: 위 내용은 참고용으로 작성된 것이어서 정확성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위 내용의 정확성에 대해 작성자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음을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필자 소개 이일형 변호사는 대한민국 변호사·약사·변리사 자격을 보유하고 미국 회계사(Maine) 시험에 합격하였다. 셀트리온, 법무법인 그루제일, 법무법인(유한) 대륜 제약바이오헬스케어 센터장을 역임하고 현재 법률사무소 리오(RIO Law Office) 대표변호사로 있다. 약국·의료기관 관련 임대차·권리금·형사·민사 사건 전반을 전문으로 다루고 있다.2026-08-04 06:03:40데일리팜 -
[전문가 칼럼] 건강보험의 우선순위 원칙은 무엇인가?지난 7월 1일, 건강보험에서는 두 가지 일이 조용히 시작됐다. 성인 중증 원형탈모증 환자에 대한 바리시티닙의 급여가 개시됐고, 같은 날 그동안 과잉 이용 논란이 끊이지 않던 도수치료가 '관리급여'라는 이름으로 급여권에 편입됐다. 그런데 그 이틀 전인 6월 29일, 정부는 '탈모치료제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첫 의제로 내걸었던 국민참여 공론장 '모두의 토론회'를 개최 나흘 전에 전격 취소했다. 한쪽에서는 논의의 문이 닫히고, 다른 쪽에서는 급여의 문이 열렸다. 우리는 탈모를 급여할 것인지 결정하지 못한 채 이미 탈모의 일부를 급여하기 시작했고, 문제가 많다고 지적된 비급여 항목을 급여권으로 끌어들이는 것까지 시행에 옮겼다. 정작 답하지 못한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건강보험의 우선순위 원칙은 무엇인가? 반대론의 논리는 '우선순위'? 토론회를 무산시킨 것은 재정 논리와 우선순위 논리, 두 가지였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의학적 필수성과 급여 우선순위를 정면으로 흔드는 포퓰리즘"이라며 중단을 요구했고, 한국환자단체연합회도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재정 논리는 새로운 급여 항목이 등장할 때마다 반복되어 온 익숙한 주장이지만, 이번에 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쪽은 우선순위 논란이다. 생명이 걸린 환자가 먼저라는 주장은 직관적으로 강력할 뿐 아니라, 숫자로도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공단이 지난해 말 공표한 2024년 보장률을 보면, 4대 중증질환 보장률은 81.0%로 전년보다 0.8%p 떨어졌고 암질환은 76.3%에서 75.0%로 하락했다. 중증·고액진료비 상위 30위 질환의 보장률도 80.2%로 0.7%p 낮아졌다. 정작 지켜야 할 영역의 보장이 뒷걸음질치는 국면에서 새로운 항목을 얹을 필요가 있느냐는 문제 제기는 정당하다. 여기에 탈모치료제 재정 추계가 더해진다. 2025년 공급액을 기준으로 본인부담률 30%를 적용하면 연간 약 1,797억 원, 대상 범위에 따라서는 최대 5,000억~7,000억 원까지 소요된다는 추계가 나와 있다. 평생 복용하는 약제의 급여화는 지출을 영구히 고착시킨다는 지적도 타당하다. 우선순위는 공정하게 지켜지고 있는가? 문제는 그 다음이다. 우선순위를 근거로 무언가를 막으려면, 그 우선순위가 이미 작동하고 있어야 한다. 현행 급여 목록을 열어보면 사정이 그리 간단하지 않다. 첩약 건강보험 적용 2단계 시범사업을 살펴보자. 2024년 4월 시작된 이 사업의 급여비 지급액은 당초 정부 추계치 1,188억 원을 크게 넘어선 1,913억 9,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24년 계획 487억 원에 집행 866억 원, 2025년 계획 699억 원에 집행 예상 1,376억 원으로 집행률이 각각 177.8%, 196.9%에 달했다. 재원이 가장 많이 투입된 질환은 기능성 소화불량(2025년 603억 5,000만 원)과 알레르기 비염(346억 5,000만 원)이었다. 이 두 질환에만 한 해 950억 원이 쓰인 셈이다. 여기서 짚어야 할 것은 금액이 아니라 임상적 유용성 근거의 수준이다. 첩약의 임상적 유용성에 대해서는 근거가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기능성 소화불량과 알레르기 비염에는 임상 근거가 확립된 대체 치료제가 이미 여럿 있는데도 첩약을 건강보험에서 급여해야 하는 이유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자연 경과로 호전되는 급성상기도감염이 해마다 다빈도 상병 목록의 최상위를 지키고, 2025년 OECD 보건통계 기준 우리 국민 1인당 외래 진료 횟수가 연 18.0회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많다는 사실도 같은 맥락에 놓여 있다. 과연 탈모치료제의 임상적 유용성과 질환 치료의 사회적 필요도를 견주어 보았을 때, 첩약이나 경증 외래 진료에 비해 우선순위가 뒤처진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대학(大學)』은 다스림의 요체를 혈구지도(絜矩之道)라 했다. 구(矩)는 목수가 쓰는 곱자, 곧 잣대로 같은 자를 위아래에 똑같이 대라는 것이다. 지금 탈모치료제 급여 논쟁에서 없는 것은 재정이 아니라 이 곱자다. 기능성 소화불량과 알레르기 비염에는 첩약을 급여하고 감기 외래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이용량을 허용하면서 탈모에만 '삶의 질 영역이라 안 된다'는 잣대를 들이대면, 그 잣대 자체가 설득력을 잃는다.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첩약이나 경증 외래 진료의 급여를 철회하라는 주장이 아니다. 우선순위라는 잣대를 들었으면 그 잣대를 모든 항목에 똑같이 대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제약회사와 공공기관에서 건강보험업무를 담당하면서, 어떤 항목은 정교한 경제성평가와 재정영향분석을 수년간 수행해서 겨우 등재되고 어떤 항목은 정책적 판단이라는 이름으로 훨씬 수월하게 진입하는 장면을 여러 차례 지켜봤다. 그 비대칭이 쌓이면 제도의 신뢰가 무너진다. 탈모 논쟁이 이토록 감정적으로 번진 데에는 그 축적된 불신의 몫이 있다. 실현 가능한 대책은 제도 안에 이미 있다 따라서 현재 필요한 것은 '전면 급여냐 비급여 존치냐'라는 양자택일이 아니라, 그 사이를 설계하는 일이다. 다행히 우리 제도에는 중간지대를 다루도록 만들어진 선별급여, 관리급여 등의 장치가 이미 마련되어 있다. 부족한 것은 장치가 아니라 그 장치를 일관되게 적용하는 원칙이다. 첫째, 급여 우선순위 판단 기준을 명확히 하여 공개해야 한다. 임상적 유용성, 비용효과성, 재정영향, 대체가능성, 사회적 요구도를 명시적 항목으로 두고 가중치를 공개하는 프레임워크가 있어야 한다. 기준이 있어야 '탈모는 되는데 왜 저것은 안 되는가'에도, '저것은 되는데 왜 탈모는 안 되는가'에도 답할 수 있다. 신규 항목만이 아니라 기존 급여 항목도 같은 잣대로 정기 재평가해야 한다. 둘째, 급여기준을 연령이 아니라 중증도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20~34세라는 연령 컷오프는 재정 통제에는 유리하나, 동일 질환에서 나이로 급여가 갈리는 구조는 형평성 시비를 자초한다. 7월부터 시행된 바리시티닙 급여기준은 기존 치료 실패와 SALT 50점 이상이라는 중증도 요건을 함께 걸고, 36주 시점에 SALT 20점 이하로 개선되어야 급여를 유지하도록 설계됐다. 남성형 탈모에도 이환 기간과 표준화된 중증도 지표, 전문의 진단을 결합한 객관적 기준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 셋째, 선별급여로 시작하는 것이 한 가지 대안이다. 비급여로 방치하지도, 전면 급여를 허용하지도 않으면서 가격과 사용량 관리를 건강보험 제도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높은 본인부담률의 선별급여로 출발해 실제 사용량·순응도·중단율 등의 데이터를 축적한 뒤 단계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이다. 다만 진입 시점에 상한금액을 어느 수준으로 정할지 합리적 원칙을 먼저 세워야 한다. 제네릭 경쟁으로 월 1만 원 안팎까지 내려온 실거래가보다 높은 보험약가가 매겨지면, 환자 본인부담은 줄어도 사회 전체 지출은 늘고 그 차액은 보험료가 메우게 된다. 넷째, 재정 불확실성은 사후관리로 흡수하여야 한다. 우리나라 건강보험 제도에는 사용량-약가 연동협상, 총액 상한제 등 재정을 통제할 수 있는 사후관리 장치가 있어 재정 불확실성에 따르는 위험에 대처할 수 있다. 여기에 일정 기간 후 재정영향·건강결과·형평성을 재평가하는 조항을 붙인다면 일각에서 우려하는 재정 문제는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 결론 취소된 토론회의 실패는 의제가 부당해서가 아니라 방식이 부실했기 때문이다. '찬성인가 반대인가'를 묻는 순간 그것은 숙의가 아니라 여론조사가 된다. 한정된 재정을 전제로 여러 대안을 함께 올려놓고 배분 순서를 정하게 했다면, 국민은 선택에 따르는 기회비용을 체감했을 것이고 그 결론은 어느 쪽으로 나든 정당성을 얻었을 것이다. 정부는 여론에 밀려 논의를 접을 것이 아니라, 위와 같은 설계안을 들고 다시 공론장에 나와야 한다. 탈모를 앓는 청년의 고통은 실재한다. 항암제 급여를 기다리다 시간을 다 써버리는 환자의 절박함도 실재한다. 이 둘은 대립하는 진영이 아니라 같은 곳간을 바라보는 이웃이다. 그리고 곳간을 지키는 방법은 문을 걸어 잠그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 얼마만큼 어떤 조건으로 열어줄지를 미리 정해 두는 것이다.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은 수지 균형만으로 담보되지 않는다. 성실히 보험료를 내는 세대가 이 제도를 자기 것으로 여기지 않는 순간 재정 기반 자체가 흔들린다. 탈모 논쟁이 남긴 진짜 숙제는 머리카락이 아니라, 기준 없이 늘어난 급여 목록을 어떤 원칙으로 다시 세울 것인가이다. 우선순위를 말하려면, 먼저 그 우선순위를 글로 적어야 한다.2026-08-03 06:00:44데일리팜 -
[전문가 칼럼] 상가임대차 10년, 약국 권리금 포기는 금물필자는 변호사이자 약사로서 약국 관련 분쟁을 직접 수임해왔다. 상담을 하다 보면 반복적으로 마주치는 안타까운 장면이 있다. 10년간 성실하게 약국을 운영하신 약국장님들이 임대인으로부터 "계약갱신요구권이 끝났으니 권리금 없이 나가라"는 통보를 받고, "10년이 지났으니 어쩔 수 없다"며 포기하시는 것이다. 이는 법적으로 완전히 틀린 판단이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하 상가임대차법)은 임대차기간 10년 초과 후에도 약사님의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호하고 있다. 1. 계약갱신요구권과 권리금 회수권은 완전히 별개다 약사님들께서 약국 임대차에서 가장 혼동하기 쉬운 지점이다. 계약갱신요구권은 약사님에게 최소 10년간 안정적인 영업기간을 보장하는 제도다. 10년이 지나면 임대인이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 여기까지는 맞다. 그러나 권리금 회수 기회 보호는 전혀 다른 권리다. 임대차가 종료되더라도, 약국 운영을 통해 형성한 유·무형의 재산적 가치를 회수할 수 있도록 임대인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별개의 제도다. 10년간 운영한 약국에는 시설·장비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단골 환자와의 신뢰관계, 의료진과 구축한 처방 네트워크, 지역 내 약국으로서의 인지도와 신용도가 모두 권리금의 핵심 요소다. 이 가치들은 10년이 지났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2. 대법원이 확립한 권리금 회수권 — 2019년 판결 이 문제에 대해 대법원은 2019년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다. 법원은 "임대차기간 10년 초과는 권리금 회수 기회 보호의 예외사유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오히려 "임대인의 갱신거절로 임차인 이익이 침해되는 가장 전형적인 경우"가 바로 10년 초과 상황이라고 보았다. 판결의 핵심 논리는 세 가지다. 첫째,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는 계약갱신요구권 행사기간 만료를 권리금 회수 의무의 예외로 규정하지 않았다. 둘째, 10년이 지나도 약국이 형성한 고객·거래처·신용 등 재산적 가치는 여전히 유지된다. 셋째, 이러한 해석이 임대인의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볼 수 없다. 3. 임대인이 협조를 거부한다면 — 손해배상 청구 임대인은 임대차 종료 6개월 전부터 종료 시까지, 약사님이 신규 임차인을 구할 수 있도록 협조할 의무를 부담한다. 구체적으로는 신규 임차인 주선을 방해하거나,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 체결을 거부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임대인이 이 의무를 위반할 경우, 약사님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실제로 10년 운영 후 임대인의 비협조로 권리금을 회수하지 못한 약국장님, 암차인들이 법원에서 상당한 손해배상을 인정받은 경우가 많이 있다. 4. 권리금 회수 전략과 주의사항 권리금을 성공적으로 회수하려면 다음 순서로 움직여야 한다. ① 6개월 전 서면 통지: 임대차 종료 6개월 전부터 임대인에게 서면으로 권리금 회수 협조를 요청한다. 구두 통보는 증거가 되지 않는다. ② 신규 임차인 적극 주선: 스스로 신규 임차인 후보를 찾아 임대인에게 소개해야 한다. 임대인이 거절하면 그 거절 의사와 이유를 서면으로 남겨야 한다. ③ 합리적인 권리금 산정: 시장가격을 현저히 초과하는 권리금을 요구하면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과의 계약을 거절해도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있다. 한편 임대료 연체나 신뢰관계 파괴 사유가 있었다면 권리금 회수 기회가 제한될 수 있다. 권리금 분쟁은 복잡한 법적 절차가 따르므로, 전문가와 함께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필수다. 맺음말: 10년 후에도 포기하지 마시길 임대차기간 10년이 지났다고 해서 권리금을 포기할 이유는 없다.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명확한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 Disclaimer: 위 내용은 참고용으로 작성된 것이어서 정확성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위 내용의 정확성에 대해 작성자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음을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 필자 소개 이일형 변호사는 대한민국 변호사·약사·변리사 자격을 보유하고 미국 회계사(Maine) 시험에 합격하였다. 셀트리온, 법무법인 그루제일, 법무법인(유한) 대륜 제약바이오헬스케어 센터장을 역임하고 현재 법률사무소 리오(RIO Law Office) 대표변호사로 있다. 약국·의료기관 관련 임대차·권리금·형사·민사 사건 전반을 전문으로 다루고 있다.2026-07-16 06:00:38데일리팜 -
[전문가 칼럼] 약사 조제 실수, 어떤 법적 책임이 발생할까조제는 약사의 전문성과 집중력이 가장 직접적으로 요구되는 업무다. 처방전 확인부터 의약품 선택, 용량과 용법 검토, 조제 및 최종 검수까지 어느 한 단계에서라도 오류가 발생하면 환자의 건강에 영향 줄 수 있다. 약사는 조제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전문가이지만, 약사도 사람인지라 간혹 실수가 있을 수 있다. 특히 처방전이 한꺼번에 몰리는 문전약국이나 여러 약사가 교대로 근무하는 대형약국에서는 조제 실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더욱 크다. 이와 관련해서 약사 출신 변호사이자 약국전문변호사로 활동하는 이일형 변호사는 “조제 실수가 발생했다고 해서 모든 사건에서 동일한 법적 책임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며 “실수의 내용과 환자에게 발생한 피해, 인과관계, 약국의 검수 시스템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한다. 약국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조제 실수 조제 오류의 형태는 다양하다. 이름이나 포장이 유사한 의약품을 혼동하는 경우, 처방된 용량과 다른 함량의 의약품을 조제하는 경우, 복용 횟수나 기간을 잘못 표시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정제와 서방정 등 제형을 혼동하거나 처방 의약품 일부를 누락하는 사례도 있다. 처방전 자체에 오류가 있었지만 약사가 이를 확인하지 못한 경우에는 처방의 적정성 검토와 의사에 대한 확인 의무가 쟁점이 될 수 있다. 조제 실수의 법적 책임을 판단할 때는 단순히 약이 바뀌었다는 결과만 보지 않는다. 약사가 당시 부담했던 주의의무가 무엇이었는지, 통상적인 검수 절차를 준수했는지, 오류를 발견한 뒤 어떤 조치를 했는지 등이 함께 검토된다. 조제 실수에 따른 민사상 손해배상책임 잘못 조제된 의약품을 복용한 환자에게 손해가 발생하면 약사는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 손해배상 범위에는 잘못된 약을 복용하면서 발생한 추가 진료비와 치료비, 일하지 못해 발생한 손실, 후유장해에 따른 손해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도 문제될 수 있다. 다만 조제 실수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환자가 주장하는 모든 손해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조제 오류와 환자의 증상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환자의 기존 질환과 복용 중이던 다른 의약품, 실제 복용량과 복용 기간 등이 중요한 판단 자료가 된다. 따라서 사고가 발생하면 처방전과 조제기록, 의약품 재고 및 전산기록, 복약지도 내용 등을 보존해야 한다. 사실관계를 정확히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책임을 전부 인정하거나 반대로 사고를 축소·은폐하려는 대응은 분쟁을 키울 수 있다. 환자가 다치면 형사책임도 가능한가 조제 실수로 환자가 상해를 입거나 사망한 경우에는 업무상과실치상 또는 업무상과실치사죄가 문제될 수 있다. 실제 와파린 1일 처방용량이 7.5mg이었는데 약사가 3mg으로 잘못 조제해 환자가 약 4개월 동안 처방량보다 적게 복용한 사건이 있었다. 이후 환자에게 운동실조와 뇌경색증 등이 발생했고, 형사재판에서 약사의 주의의무 위반과 인과관계가 쟁점이 됐다. 춘천지방법원 2020년 1월 17일 선고 2017노780 판결에서는 1심이 약사에게 금고 8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으나 항소심은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 사례는 조제 실수가 단순한 환불이나 교환 문제에 그치지 않고 형사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와파린처럼 치료 범위가 좁고 용량 변화에 따른 위험이 큰 의약품은 보다 엄격한 확인 절차가 필요하다. 실수로 다른 약을 조제하면 처방 변경죄인가 약사법 제26조는 약사가 처방전을 발행한 의사 등의 동의 없이 처방을 변경하거나 수정해 조제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그렇다면 실수로 다른 약을 조제해 결과적으로 처방 내용이 변경된 경우에도 약사법상 처방 변경에 해당할까. 전주지방법원 2017년 6월 7일 선고 2016고단2065 판결은 알프람정 0.25mg 대신 졸피람 10mg을 조제했다는 이유로 약사가 기소된 사안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해당 재판부는 약사법상 처방 변경·수정 조제에 관한 처벌 규정은 고의로 처방을 변경한 경우에 적용된다고 판단했다. 즉 실수로 다른 의약품을 조제해 처방을 변경한 것과 같은 결과가 발생했다는 사정만으로 고의적인 처방 변경죄가 곧바로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다만 해당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과 조제 실수에 대한 책임이 전혀 없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환자에게 피해가 발생했다면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이나 업무상과실치상 책임은 여전히 검토될 수 있다. 근무약사가 실수하면 약국장도 책임질까 근무약사가 업무 중 조제 실수를 한 경우 해당 근무약사의 책임뿐 아니라 고용주인 약국장의 책임도 문제가 된다. 민법상 사용자책임에 따라 종업원이 업무 수행 중 제3자에게 손해를 입히면 사용자가 함께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 따라서 근무약사가 조제 과정에서 환자에게 손해를 입혔다면 약국장도 민사상 책임을 질 가능성이 있다. 약국장이 직접 조제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항상 책임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약국의 인력 배치와 검수 체계, 근무약사에 대한 교육·감독, 고위험 의약품 관리 방식 등이 함께 검토될 수 있다. 형사책임은 개인의 과실을 원칙으로 하므로 근무약사의 실수가 곧바로 약국장의 형사책임으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약국장에게 별도의 관리·감독상 과실이 있었는지는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될 수 있다. 문전약국과 고위험 의약품은 이중 확인 필요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 앞 문전약국은 항응고제, 항암제, 면역억제제 등 복용량 변화가 환자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의약품을 취급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약국에서는 조제 속도보다 검수의 정확성을 우선해야 한다. 유사한 명칭이나 포장을 가진 의약품은 보관 위치를 분리하고, 고위험 의약품은 별도의 표시와 이중 검수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조제자와 검수자를 가능하면 분리하고 환자 이름, 의약품명, 함량, 복용법을 최종 단계에서 다시 확인해야 한다. 오류를 발견했을 때의 대응 절차도 미리 정해둘 필요가 있다. 환자의 복용 여부를 신속히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처방 의료기관과 협의해 환자의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 처방전과 조제기록을 임의로 수정하거나 폐기해서는 안 되며 사고 발생 및 대응 과정도 객관적으로 기록해야 한다. 조제 실수 관련 자주 묻는 질문 -조제 실수가 발생하면 무조건 형사처벌을 받나. 그렇지 않다. 약사의 주의의무 위반과 환자의 상해, 조제 오류와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 등이 확인돼야 한다.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형사책임의 성립 여부도 달라질 수 있다. -근무약사가 배상하면 약국장은 책임이 없나. 근무약사가 업무 중 발생시킨 손해라면 약국장에게도 민법상 사용자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실수로 다른 약을 조제하면 고의적인 처방 변경인가. 단순한 조제 착오와 고의적인 처방 변경은 구분된다. 다만 처방 변경죄가 성립하지 않더라도 민사책임이나 업무상과실에 따른 형사책임은 별도로 검토될 수 있다. 조제 실수는 환자의 생명·건강과 약국의 신뢰를 동시에 위협한다. 사고가 발생한 뒤 법적 책임을 다투는 것보다 인력 배치와 검수 절차, 고위험 의약품 관리체계를 사전에 정비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정확한 조제 시스템은 환자를 보호하는 장치이자 약사와 약국장을 보호하는 가장 현실적인 법적 안전망이다. 필자 약력 -영남대학교 약대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7기) -주식회사 셀트리온 -법무법인 그루제일 -법무법인(유한) 대륜 제약바이오헬스케어 센터장 -(현)법률사무소 리오 대표 변호사2026-07-01 06:00:45데일리팜 -
[전문가 칼럼] 약국 개설, 벽 하나로 나눴다고 끝 아니다약국 개설에는 보증금과 권리금, 인테리어 비용 등 상당한 자금이 투입된다. 특히 병원이나 의원이 밀집한 메디컬빌딩에 약국을 개설할 때는 예상 처방전 수와 환자 동선이 주요 판단 기준이 된다. 그러나 의료기관과 가까워 환자 접근성이 좋다는 장점이 오히려 약국 개설등록을 가로막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약국이 의료기관과 충분히 분리되지 않았거나 의료기관에서 약국으로 이어지는 전용통로가 설치돼 있다면 약사법상 개설등록 제한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약사 출신 변호사이자 약국전문변호사로 약국 관련 분쟁을 다뤄온 이일형 변호사는 “약국 출입구가 병원 출입구와 다르다는 사정만으로 개설등록 가능 여부를 단정해서는 안 된다”며 “공간의 구조와 환자 동선, 의료기관과 약국의 기능적 관계를 종합적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구내약국이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구내약국은 의료기관의 시설 안이나 구내에 설치된 약국을 의미한다. 의약분업의 기본 취지는 의약품을 처방하는 의료기관과 이를 조제하는 약국을 서로 독립시키는 데 있다. 이에 약사법은 의료기관과 약국의 공간적·기능적 결합을 제한하고 있다. 약사법 제20조 제5항은 ▲약국을 개설하려는 장소가 의료기관의 시설 안 또는 구내인 경우 ▲의료기관의 시설이나 부지 일부를 분할·변경 또는 개수해 약국을 개설하는 경우 ▲의료기관과 약국 사이에 전용 복도·계단·승강기·구름다리 등의 통로가 설치된 경우 등에 대해 개설등록을 제한한다. 이때 약국이 병원 건물 내부에 있는 전형적인 구내약국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외관상 의료기관과 약국이 분리돼 있어도 의료기관 시설을 인위적으로 나눠 약국을 만들었거나 사실상 병원 환자만 이용하는 연결통로가 있다면 개설등록이 거부되거나 기존 등록이 취소될 수 있다. 약국 전용통로는 어떻게 판단하나 전용통로 규정은 의료기관과 약국을 형식적으로만 분리해 의약분업 원칙을 우회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예를 들어 병원 출구에서 시작되는 복도 끝에 약국이 있고, 환자가 외부로 나가려면 사실상 해당 약국 앞을 지나야 하는 구조라면 전용통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병원과 약국 사이에 별도의 문이나 벽이 설치돼 있다는 이유만으로 안전하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반대로 병원 환자뿐 아니라 일반 보행자도 자유롭게 이용하는 공용 복도나 계단이라는 사실이 확인된다면 전용통로가 아니라고 판단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통로의 명칭이나 건축도면상의 표시보다 실제 이용 형태가 중요하다. 전용통로 여부를 검토할 때는 다음 사항을 살펴봐야 한다. 첫째, 의료기관과 약국의 출입구가 실질적으로 분리돼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둘째, 약국에 들어가기 위해 의료기관 내부를 통과해야 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셋째, 해당 복도나 계단을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지, 병원 환자만 주로 이용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넷째, 병원 안내표지나 직원의 안내가 특정 약국으로 환자를 유도하는지도 검토 대상이다. 병원 공간을 가벽으로 나눠 만든 약국도 주의 실무에서는 의료기관이 사용하던 공간을 분할해 약국을 개설하는 사례도 문제가 된다. 병원 대기실로 사용하던 1층 공간에 가벽을 설치하고 한쪽은 카페, 다른 쪽은 약국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외관상 각각 독립된 점포처럼 보이더라도 과거 의료기관 시설의 일부였던 공간을 분할·변경한 것이라면 약사법 제20조 제5항에 해당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 건축물대장이나 임대차계약서만 확인해서는 부족하다. 해당 공간의 과거 용도, 의료기관의 임차 범위, 건축물 변경 과정과 공사 내용까지 살펴봐야 한다. 계약 전에 관할 보건소에 개설등록 가능성을 문의했다고 하더라도 실제 구조와 제출 자료가 달라지면 결과도 달라질 수 있다. 판례가 보는 핵심은 ‘구조적·기능적 독립성’ 구내약국과 전용통로 관련 판례의 핵심은 약국이 의료기관으로부터 구조적·기능적으로 독립돼 있는지 여부다. 대법원 2004년 7월 22일 선고 2003두12004 판결과 대법원 2018년 5월 11일 선고 2014두1178 판결 등의 취지를 종합하면, 법원은 단순히 벽이나 출입문이 존재하는지만 보지 않는다. 약국에 접근하는 방법과 환자 이동 경로, 건물의 구조, 해당 공간의 과거 이용 상태, 의료기관과 약국의 운영 관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실질적인 독립성을 판단한다. 출입구가 별도로 설치돼 있어도 의료기관 환자가 자연스럽게 특정 약국으로 유도되는 구조라면 기능적 독립성이 부정될 가능성이 있다. 약사가 약국을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의료기관과 임대차계약이나 자금 관계가 없다는 사정 또한 중요한 판단 요소다. 그러나 형식적으로 운영 주체가 다르다는 사실만으로 공간적·기능적 결합 문제가 모두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약국 계약 전 확인해야 할 체크리스트 구내약국 논란을 예방하려면 임대차계약이나 권리금계약 체결 전에 최소한 다음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 ▲의료기관과 약국의 출입구가 완전히 분리돼 있는지 ▲병원을 통하지 않고 외부에서 약국에 접근할 수 있는지 ▲복도·계단·승강기를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지 ▲과거 의료기관이 사용했던 공간인지 ▲의료기관 시설을 분할하거나 개수한 이력이 있는지 ▲건축물대장과 실제 구조가 일치하는지 ▲병원 안내판이나 직원이 특정 약국 이용을 유도하는지 등이다. 이미 영업 중인 약국을 양수하는 경우에도 기존 약사가 개설등록을 받았다는 사실만 믿어서는 안 된다. 과거 등록 당시와 현재의 건물 구조가 다르거나 행정청이 뒤늦게 위법 사정을 확인하면 등록취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구내약국 관련 자주 묻는 질문 병원과 약국 사이에 벽만 설치하면 개설할 수 있나. 그렇지 않다. 벽과 출입문의 존재뿐 아니라 환자 동선과 공간의 과거 용도, 의료기관과 약국의 기능적 관계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공용 엘리베이터로 연결된 경우도 전용통로인가. 의료기관과 약국만을 위한 승강기인지, 건물의 다른 이용자도 자유롭게 사용하는 공용시설인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기존 약국을 인수하는 경우에도 다시 확인해야 하나.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기존 개설등록이 향후에도 유효하다고 보장할 수 없으며, 인수 후 구조 변경이나 새로운 위법 사정이 발견될 수도 있다. 약국 입지는 매출과 직결되지만 개설등록이 불가능한 장소라면 높은 처방전 수와 권리금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계약금을 지급한 뒤 문제를 발견하면 임대인·양도인과의 분쟁까지 이어질 수 있다. 메디컬빌딩이나 병원 인접 약국을 계약할 때는 입지 분석과 함께 약사법상 구조적·기능적 독립성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필자 약력 -영남대학교 약대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7기) -주식회사 셀트리온 -법무법인 그루제일 -법무법인(유한) 대륜 제약바이오헬스케어 센터장 -(현)법률사무소 리오 대표 변호사2026-06-23 06:00:42데일리팜 -
[전문가 칼럼] 약사들을 위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해설약국 개설과 운영에는 막대한 자본이 투입된다. 권리금만 수억 원에 이르는 경우가 허다하고, 보증금과 월세 부담도 상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약사님들이 임대차 계약의 법적 지식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것이 현실이다. 필자는 변호사이자 약사로서 약국 현장의 임대차 분쟁을 직접 다루며, 조금만 일찍 알았더라면 막을 수 있었을 피해들을 목격해왔다. 이 글에서는 약사님들께서 반드시 숙지해야 할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하 '상가임대차법')의 주요 조항들을 실무적 관점에서 해설한다. 1. 상가임대차법이란 무엇인가 상가임대차법은 임차인인 상인(약사 포함)이 임대인에 비해 경제적·사회적으로 열위에 있다는 전제 하에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특별법이다. 이 법에서 임차인에게 유리한 내용은 통상 강행규정(당사자 간의 합의로도 배제할 수 없음)으로 적용되며 임차인에게 불리한 특약은 효력이 없다. 다만 이 법의 보호를 받으려면 '환산보증금' 개념이 핵심적인 분기점이 된다. 2. 환산보증금: 보호의 ‘강도’에서 차이를 만드는 중요한 기준점 환산보증금이란 '보증금 + (월차임 × 100)'으로 계산한 값이다. 이 금액이 지역별 기준액 이하인 경우에만 상가임대차법의 전면적 보호를 받으며, 기준액을 초과하는 경우 일부 조항의 적용이 배제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보증금 5,000만 원, 월세 500만 원인 약국의 환산보증금은 5,000만 원 + (500만 원 × 100) = 5억 5,000만 원이 된다. 환산보증금 기준이 얼마인지는 매년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인터넷 검색을 통해 최신 정보를 확인해야 한다. 특히 강남 문전약국이나 대형 메디컬 빌딩 입점 약국은 환산보증금이 기준액을 초과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실무 포인트】 일반적으로 환산보증금 초과 약국의 경우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시는 임차인 또는 약사님들이 많이 계신다. 그러나 환산보증금이 기준액을 초과하는 경우에도 대항력·계약갱신요구권·권리금 회수기회 보호는 적용된다. 다만 차임증액 5% 상한은 적용되지 않으므로 유의가 필요하다. 3. 대항력: 건물 주인이 바뀌어도 나는 계속 영업한다 대항력이란 임대인이 건물을 제3자에게 양도하더라도 임차인이 새로운 소유자에게 임대차 관계를 주장할 수 있는 권리다. 쉽게 말해, 건물 주인이 바뀌어도 계속 약국을 운영할 수 있는 법적 권리다. 대항력은 '건물 점유(인도) 개시 + 사업자등록 신청'을 마친 다음 날부터 발생한다. 따라서 약국 개국 첫날 또는 임대차 계약 직후 즉시 사업자등록을 신청해야 한다. 한편 상가임대차법의 경우 주택임대차법과 달리 전입신고가 아닌 사업자등록이 요건인 점도 유의해야 한다. 【주의사항】 사업자등록 신청일의 다음 날부터 대항력이 생기므로, 그 사이에 건물에 근저당이 설정되면 임차인이 후순위가 될 수 있다. 의외로 이러한 피해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는 한다. 당일 저당권이 설정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서는 없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계약 당일 신청이 최선이다. 4. 우선변제권: 경공매에서도 보증금을 지킨다 우선변제권은 임차 건물이 경매 또는 공매에 넘어갈 경우, 후순위 권리자보다 먼저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권리다. 이를 위해서는 대항력 요건(건물 점유 + 사업자등록) 외에 관할 세무서에서 '확정일자'를 받아야 한다. 환산보증금이 기준액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확정일자를 통한 우선변제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이 경우 보증금을 안전하게 보호받으려면 임대인과 협의하여 '전세권’이나 ‘근저당’을 설정해두는 것이 최선이다. 이는 임대인의 협조가 필요하다. 【실무 포인트】 계약 당일 임대차 계약서 원본을 지참하여 세무서에서 확정일자를 받아야 한다. 확정일자는 신청 당일 효력이 발생하며, 이날 이후 설정된 근저당에 우선한다. 5. 계약갱신요구권: 최대 10년의 영업 안정 상가임대차법은 임차인에게 최초 임대차 기간을 포함하여 전체 10년의 범위에서 계약 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다. 처음 2년 계약을 했더라도 10년이 될 때까지는 매 만료 시마다 갱신을 요구할 수 있고, 임대인은 법이 정한 사유가 없는 한 이를 거절할 수 없다. 환산보증금 초과 여부와 무관하게 적용된다. 갱신요구권 행사 방법 임대차 기간 만료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 사이에 서면(내용증명 등)으로 갱신을 요구해야 한다. 이 기간을 놓치면 묵시적 갱신으로 전환될 수 있으나, 계약갱신요구권을 정식으로 행사한 것으로 보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반드시 기간 내 서면 통지가 필요하다. 특히 환산보증금 초과 약국의 경우 묵시적 갱신 시 민법 규정이 적용되어 임대인이 임의로 해지할 수 있는 상태에 놓이게 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환산보증금 초과 약국의 경우 반드시 서면을 통한 갱신이 필요하니 주의해야 한다. 【실무 포인트】 월세를 3회분 이상 연체하면 계약갱신요구권과 권리금 회수 기회를 동시에 잃을 수 있다. 재정적으로 어렵더라도 월세 연체는 반드시 피해야 한다. 6. 차임 증액 제한: 5% 상한선 임대인은 차임(월세)이나 보증금의 증액을 청구하는 경우, 청구 당시 금액의 5%를 초과하여 증액을 요구할 수 없다. 단, 이 조항은 환산보증금이 기준액 이하인 경우에만 적용된다. 7.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약국 임차인의 핵심 권리 권리금이란 임차인이 영업시설, 거래처, 신용, 영업상 노하우, 지리적 이점 등의 유·무형 가치에 대해 지급하는 금액이다. 약국의 경우 문전약국의 입지 가치, 장기 단골 고객, 조제 처방 네트워크 등이 포함된다. 약국 권리금은 지역에 따라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이르며, 강남권 문전약국의 경우 조제료의 25~30배까지 형성되기도 한다. 상가임대차법은 임대인의 권리금 회수 방해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만약 권리금 회수를 방해한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실무상 임차인에게 유리한 판결이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혹시라도 임대인의 ‘갑질’을 당하고 있으신 약사님들께서는 주저하지 말고 법적 대응을 검토하는 것을 권장 드린다. 【중요 개념】신규임차인 주선 의무: 권리금 보호의 선결조건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를 받으려면 임차인이 먼저 신규임차인을 찾아 임대인에게 주선해야 한다. 임대인이 '계약을 거절하겠다'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힌 경우가 아닌 한, 임차인이 스스로 신규임차인을 찾지 않으면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실무 체크리스트】 임대차 종료 6개월 전부터 신규임차인을 물색하고, 주선 사실을 문자·이메일·내용증명 등 ‘서면’으로 통보해야 한다. 임대인에게 신규임차인 소개 사실을 서면으로 통지하고 회신을 보관해야 하며, 권리금 계약서에 임대인 동의 조건도 명시하는 것이 좋다. 임대인에게 권리금 회수 방해가 인정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 단계를 잘 설계해야 하므로 가급적이면 변호사와 상의하여 진행하는 것을 권장 드린다. 맺음말: 법을 아는 약사가 살아남는다 상가임대차법은 약사의 재산권을 지키는 든든한 방패다. 그러나 이 방패를 제대로 쓰려면 법의 내용을 미리 숙지하고, 계약 단계에서부터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임대차 분쟁은 발생 후 수습하는 것보다 미리 예방하는 것이 훨씬 쉽고 비용도 적게 든다. 특히 브로커나 공인중개사의 계약 검토에 의존하시는 약사님들이 계신대, 브로커나 공인중개사의 경우 기본적으로 계약이 체결되어야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주체라는 점에서 면밀한 계약 검토는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계약서 한 줄, 등기 하나가 수억 원의 권리금을 지키기도 하고 잃게도 한다. 만약 큰 규모의 계약(특히 문전 약국 등)이라면 임대차 계약 전 반드시 법률 전문가의 검토를 받기를 권해드리며 이 글을 마친다. 필자 약력 -영남대학교 약대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7기) -주식회사 셀트리온 -법무법인 그루제일 -법무법인(유한) 대륜 제약바이오헬스케어 센터장 -(현)법률사무소 리오 대표 변호사2026-06-01 12:00:44데일리팜 -
[전문가 칼럼] 부실 임상시험을 부르는 이해 충돌부실 아파트 공사는 두말할 것 없이 커다란 사회 문제다. 최근 두 사례를 보겠다. 2023년 인천 검단 신축 아파트 지하 주차장이 붕괴되었다. 철근 누락 및 배근 불량 구조 검토, 시공, 감리(監理) 모두 실패하였고 핵심 공정에서 감리의 실질적 검측 미이행 등이 원인으로 규명되었고 “감리가 제대로만 됐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사고”로 공식 발표되었다. 2022년에는 광주 화정 아이파크가 공사 중 붕괴되었다. 콘크리트 강도 미달, 동바리 조기 철거, 공정 압박으로 감리 형식화, 현장 관리 부재 등이 원인으로 지적되었다. 결론은 “서류감리+공정무리”의 전형적 참사였다. 이 두 사건에서 공통적으로 지적되는 원인은 부실 내지는 형식적 감리(監理)다. 감리가 제 역할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감리사(監理使)는 관련 국가기술자격, 실무경력, 법령상 요건을 충족시켜야 하고 시공사와는 독립적이어야 한다. 감리사가 시공사와 유착되어 있다든지 감리 업무를 규정대로 하지 않는다면 2023년 검단 ‘순살’ 아파트 주차장 붕괴, 2022년 광주 아이파크 붕괴 같은 대참사는 언제든 또다시 발생할 수 있다. 건설 시공에서 감리가 치명적(critical)으로 중요하며 건설 시공사를 감독하기 때문에 반드시 독립적이어야 한다. 1962년 미국에서 Kefauver-Harris 약사법 개정안이 미 의회에서 통과되면서 현대적 신약개발 과정인 IND와 NDA 제도가 도입되었고 임상시험 시대가 열렸다. 1962년 이전에 승인된 의약품 가운데 1000개 이상이 유효성 부족 등의 이유로 퇴출되었다. 임상시험의 법적∙제도적 장치가 완성되기까지 상당 시간이 걸리면서 1970년대 후반기에 들어서면서 비로서 신약 개발과 임상시험이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필자가 1977년 미국 National Cancer Institute에서 신약 개발과 임상시험에 참여하기 시작했는데 지금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크게 느껴진다. 프로토콜(protocol)조차 제대로 작성할 수 있는 스폰서가 별로 없었고 임상시험과 관련된 제대로 된 책 하나 없는 시절이었다. 당시 임상시험 데이터 부정행위와 위조(data fraud and falsification)는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었다. 두 사례를 보자. 1980년대 초, Harvard 의대의 John Darsee 교수는 cardiology 임상시험에서 환자 데이터를 조작하고 랩 분석결과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내고 follow-up 기록을 변경한 것이 밝혀지면서 100편 이상의 심장 질환 논문이 취하되었다. Veterans Affairs 병원의 Dr. Robert A. Poisson은 심장질환 임상시험에서 부적격(ineligible) 환자를 등록하고 CRF(Case Report Form)를 조작하고 endpoint를 위조하였다. 이런 행각이 발각되면서 Dr. Poisson이 참여한 수십개의 multicenter 임상시험 결과를 무효화(無效化)시켰다. 위의 아파트 부실공사들과 유사한 부실 임상시험들이다. 1980년 당시 임상시험 사기 형태를 보면 data fabrication(모든 환자와 병원 방문 조작), data falsification(lab value 또는 결과 변경), protocol violations(가장 흔하게 inclusion/exclusion criteria위반), backdated entries(병원 방문일자 조작), ghost patients(유령환자), selective reporting(음성적결과 의도적 누락) 등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사기형태는 대부분 우연히 발견된 것이고 감사(audit)에 의한 것은 아니었다 한다. 임상시험 사기의 직접 피해자는 임삼시험 참가자다. 안전성 데이터를 위조함으로써 참가자는 임상시험 중인 의약품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해도 제대로 보호를 받지 못할 수 있다. 위조된 임상시험 결과로 승인된 의약품으로 인해 결국 소비자가 피해자가 된다. 스폰서인 제약사도 커다란 경제적 손실을 입게 된다. 한국의 감사원에 해당하는 미국 Government Accounting Office는 FDA 감사(audit)의 취약함을 지적했고, 미의회는 임상시험 시스템의 결함을 지적했다. 결국 FDA는 “honor system” science (의사 과학자가 정직할 것이라고 믿다)에 의존한 것이 잘못이라고 인정했다고 한다. 임상시험이 제대로 감리 감독되었다면 그런 일은 예방될 수 있었다는 의미로 읽힌다. 1988년 US FDA는 모니터링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당시 임상시험 스폰서는 모니터링 의무가 있었으나 병원에서 시행하는 임상시험의 병원기록 접근권이 없기 때문에 병원에서 제출한 데이터만 모니터링 할 수 있었다. 병원에서 제출하는 데이터의 조작(操作) 또는 진위(眞僞) 여부를 가릴 수 있는 방법도 권한도 없었다. 1988 US FDA 모니터링 가이드라인의 핵심 포인트는 아래와 같다: FDA에 제출되는 자료의 정확성을 보장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개별 피험자 기록(subject records)과 기타 지원 문서를 검토하고, 해당 기록들을 연구자가 스폰서에게 제출하기 위해 작성한 보고서와 대조·비교하는 것이다. 동 가이드라인에서 정기적 사이트 방문을 통해 모든 기록을 대조·비교하기 보다는 표본으로 선정된 적정 수의 피험자 기록 및 기타 관련 근거 문서를 연구자가 작성한 보고서와 비교·검증해야 하는 것을 추천한다. 모니터링 요원의 자격에 대한 내용도 있다. 모니터링 가이드라인이 발표되면서 제약회사들은 자체적으로 모니터링을 하기도 했지만 CRO에 임상시험 모니터링을 위탁하면서, CRO 업계가 기존에 담당하던 데이터관리(Data Management), 통계분석, 컨설팅 업무에 모니터링 업무까지 추가되면서 급성장하게 되었다. 임상시험 실무에서 스폰서, 병원/연구자, CRO가 있다. 스폰서는 병원/연구자에게 임상시험을 위탁하고 CRO에게는 연구자가 시행하는 임상시험 모니터링 업무를 위탁하고, CRO는 자격을 갖춘 모니터링 요원(CRA: Clinical Research Associate)을 채용하고 교육해 임상시험을 모니터링한다. CRA는 연구자(investigator)가 제출한 임상시험 데이터를 병원기록과 비교하고, 연구자가 규정과 SOP와 프로토콜(protocol)을 준수하고 동의서를 규정과 절차에 따라 진행하는지 등을 모니터링한다. 따라서 아파트 건설시공에서 시공사와 감리사가 독립적이듯 임상시험에서는 연구자와 CRA의 독립성이 보장되어야 무결성 모니터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병원/연구자와 스폰서가 이해충돌이 있어서도 안 되고, 연구자와 CRA가 유착되어도 안 되고, 스폰서가 CRO/CRA에게 모니터링에 대하여 부당한 압력을 가하면 “무결성 모니터링”이 어려워질 수 있을 것이다. 국내 CRO 가운데 연구자들에게 주식을 나눠 준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주식을 증여 받은 연구자들은 스폰서에게 해당 CRO에게 위탁할 것을 압박하였다 한다. CRO와 연구자들의 유착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여부를 떠나서 이런 유착은 모니터링의 독립성과 무결성에 유해할 수 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연구자가 스폰서에게 특정 CRO를 지정하며 그 CRO와 하고 싶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연구자의 지원을 받아서 스폰서로부터 모니터링 업무를 위탁 받는 경우 CRO가 모니터링을 원래 가이드라인대로 공정하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생기게 된다. 1999년 이후 US FDA는 임상연구자(clinical investigator)의 재산공개(financial disclosure)를 통해 재정적 이해충돌(financial conflict of interest)을 사전 예방하고 있다. 한국에는 미국처럼 독립된 재정적 이해충돌 법령체계는 없지만 식약처(MFDS)는 GCP 실태조사(inspection)를 통해 이해충돌 미신고, 이해충돌로 인해 자료 왜곡 보고 누락, 스폰서의 경제적 이익에 유리하게 판단해 편향이 발생하면 중대한 위반 사유로 간주될 수 있다고 한다. 1980~90년대에 미국에서는 제약회사가 의사 학회를 후원하여 호화 유람선(cruise ship)에서 학회를 갖고 가족들까지 초청하여 학회를 빙자한 접대용 호화판 유람이 횡행하였다. 최근 모 CRO가 주선해 연구자들을 단체로 중국으로 초청하여 골프접대를 하였다는 소문이 업계에 떠돈다. 사실이라면 대단히 심각한 이해 충돌이 될 수 있다. 해당 CRO가 스폰서의 요청으로 연구자들에게 골프 접대를 하였다면 이는 스폰서의 리베이트 행위를 CRO가 대행하는 행위가 되는 것이고 만약 해당 CRO가 연구자들과 친목을 위하여 그런 행위를 하였다면 연구자와 CRO 유착의 한 단계가 되는 것이다. 부실한 임상시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US FDA는 1988년 모니터링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국내에서도 2002년 12월부터 본격적인 임상시험을 시작하면서 미국의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데 CRO와 연구자와의 부적절한 관계가 용납 혹은 묵인되기 시작하면 우리 임상시험도 1980년대 미국의 임상시험과 같이 될 수도 있고 임상시험판 광주 아이파크 내지는 인천 검단 순살 아파트 주차장 사건이 발생하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끝으로 1988년 US FDA 모니터링 가이드라인은 EDC가 발전하고 널리 사용되면서 2013년 폐기되었고 RBM(Risk-based Monitoring)으로 대체되었다.2026-01-27 12:10:21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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