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의 눈] 수술실 막장, 오죽하면 CCTV 법안이흔히 진료 환자와 의사 간 신뢰관계를 '라포(rapport)'라고 부른다. 라포 또는 라뽀는 사람 사이에서 생기는 상호 신뢰관계를 말하는 심리학 용어인데, 치료 효과를 배가시키는 주요 요소이기도 하다. 요새 말인 '케미'와도 유사한 것 같다. 이 케미를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일들이 의료 소비자와 환자들에서 폭로로 제기되고 있다. 바로 '고스트 닥터(유령수술)', '집도의 바꿔치기' 등이 그것이다. 최근 소비자시민모임과 환자단체연합회는 '고스트닥터'와 수술실 일탈행위를 없애기 위해 '유령수술감시운동본부'를 발족했다. 또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법안 국회 통과를 압박하고 나섰다. 사실 '고스트닥터'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간 축적된 사례들이 이들 단체들을 통해 분출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수술실은 외부에 노출되지 않는 공간이다. 일부 의료기관에서 마취로 의식이 흐릿한 환자를 두고 벌어지고 있는 엽기행각이 도를 넘었다. 의식 없는 환자에게 의료진이 성희롱과 욕설을 하는 것은 기본이고, 수술직전 케이크를 가져와 촛불을 켜고 파티를 벌이는가 하면 비위생적으로 돈을 세거나 환자를 상대로 장난를 친 뒤 SNS에 '인증사진'을 올리는 일까지 벌어졌다. 예정된 집도의사는 온데간데 없고 다른 의사가 수술을 하거나 심지어는 무면허 수술까지 자행된다는 폭로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윤리·도덕의 잣대로 볼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으니, 의료계 자정에 기댈 게 아니라 이제는 법적 제재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 고발 사례들은 대부분 특정 과목에 치중됐지만, 도 넘은 백태에 소비자-환자단체는 아예 과목을 망라해 수술직전 행동수칙까지 만들어 대국민 홍보를 전개하고 국회에 CCTV(영상기록장치) 의무설치 법안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여기서 CCTV는 묘하다. 개인정보보호와 공익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도구가 바로 이 기기인데, 선진국에서는 아직도 CCTV가 개인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뜨겁다. 물론 우리나라도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CCTV 설치·운영이 엄격히 관리되고 있다. 소비자-환자들이 개인정보 침해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수술실, 그 은밀한 현장을 영상기록장치로 반드시 남겨달라고 외치는 것은 단순히 의사·의료진을 간접적으로나마 감시하겠다는 것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의료선진국과 의료세계화를 향해 내달리는 현재, 환자들이 라포를 잃어버린 상태에서 바라보는 의료진은 더 이상 '절대 의느님(의사+하느님)'이 아닌, 언제든 피해를 당할 수 있는 공포의 객체가 될 수 있다는 시사점을 남기는 대목이기도 하다.2015-04-23 06:14:46김정주 -
[기자의 눈] 의협 대의원회 의장 '5파전' 의미는?5파전. 제39대 대한의사협회장 선거에 이어 제28대 대의원회 의장 선거 모두 5파전, 과열양상을 띠고 있다. 의협회장 자리는 11만 의사들의 대표로 의사회원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꿀 수 있지만, 의장 자리는 조금 다르다. 전 지역, 직역을 대표해 직·간접적으로 뽑힌 250명의 중앙대의원 투표로 선출되는 의장은 정기대의원총회 및 임시대의원총회를 이끌며 최종의결권 등의 지니게 된다. 임기는 매 3년. 신임 의장은 전임 의장의 임기가 끝나는 날 열리는 정기대의원총회 현장에서 250명 중앙대의원 직접투표로 선출되기 때문에 의장의 자리는 중앙대의원 이외 대부분의 의사회원들은 관심이 없었다. 누가 의장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 의장선거는 무엇인가 다르다. 제39대 의협회장에 출마했던 임수흠 전 서울시의사회장이 의장선거 출사표를 던졌다. 의협회장 낙선 이후 의장 출마는 전례조차 없었다. 왜 이토록, 이번 의장선거는 과열양상을 보이는 것일까. 아마도 지난해 의협 106년 역사 상 처음으로 노환규 제37대 의협회장의 불신임이 대의원들의 손에 의해서 이뤄졌다는 것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대의원회는 의협의 사업계획이나 1년 예산 등을 의결하는 의결기구로서의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노 전 회장 재임 당시는 달랐다. 의협의 견제기구로서 역할을 톡톡히 한 것이다. 의협이 긴급을 요하는 안건을 상정해 임시총회 개최를 요구해도, 대의원회가 의결하지 않으면 집행조차 할 수 없게 됐다. 오죽하면 '회장보다 의장의 권한이 더 세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을까. 물론 현재 의장선거에 출마한 5명의 의장 후보자 모두, 의협을 견제하기 위해 출사표를 던진 것은 아닐 것이다. 의협에 힘을 보태고 더 다양한 사업을 이끌어 갈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겠다는 뜻이 더 많으리라 본다. 이번 의장선거의 과열양상이, 지난해 회장 불신임이라는 '악몽'을 되풀이하기 위함이 아니라, 의사단체가 화합을 통한 정책 실현으로 국민들에게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가는 단체로 성장할 수 있는 첫 걸음이 되길 기대한다.2015-04-20 12:14:50이혜경 -
[기자의 눈] DUR 의무화법안과 '양심'에 대한 잡설마흔이 넘은 사람이 새삼 '양심(良心)'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 세상 사람들은 두 가지 상반된 반응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 세상을 사는 데 지켜야 할 기본적 가치이며, 그나마 '양심'이 있어서 살만하다고 할 것이다. 일종의 '정언명령'의 영역이다. 그런데 가까운 사람이 이 문제로 고초(?)를 겪거나 손해를 입으면 말린다. 바보 짓 말고 타협하라고. 양면성이다. 양심의 사전적 의미는 '사물의 가치를 변별하고 자기의 행위에 대해 옳고 그름과 선과 악의 판단을 내리는 도덕적 의식'이라고 한다. '의약품처방조제지원서비스(DUR)'를 보면서 왜 이런 생각이 들었을까? 최근 국회는 피감기관 업무보고에서 안전과 관련한 의약품 허가사항 변경내용이 DUR에 늦게 반영되는 실정을 비판했다. '안전성 서한'이 발령됐는데도 DUR에 반영되기까지 수 백일 이상이 걸리는 사례가 있으니 문제는 문제였다. 식약처와 심평원은 지적대로 신속히 '칸막이'를 헐어야 한다. 국민의 안전한 의약품 사용과 관련한 쟁점 아닌가.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DUR에 반영하면 뭘하나? 의약사, 아니 요양기관이 현장에서 활용하지 않는 상황에서 시스템만 만들면 해결되나?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다. 의사와 약사가 의약품을 처방 또는 조제하기 전에 DUR 사전점검을 의무화하는 입법이 수년째 이들 전문가집단의 반대로 발목 잡힌 상황에서 난센스처럼 보였다는 얘기다. 의약사는 국가로부터 면허와 함께 배타적 권한을 부여받았다. 국민은 이들을 믿고 이들이 처방하고 조제한 의약품을 복용한다. 이런 신뢰는 의약사가 양심에 따라 최선의 진료와 최적의 의약품을 선택해 투약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과연 의약사는 수 천개나 되는 의약품 성분의 특성을 다 알고 환자에게 가장 좋은 의약품을 선택할까? 아니 그런 능력이 있을까? 그럴 수 있으면 좋겠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구나 사람인 이상 실수할 수도 있다. DUR은 적어도 이런 실수를 최소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시스템이다. 함께 먹으면 안되는 약, 소아나 노인 또는 임산부가 복용해서는 안되는 약 등을 걸러주고, 다른 처방전에 의해 이미 복용 중인 약이 중복 투약되지 않게 점검해 준다. 의약사 입장에서는 고맙기만한 시스템이다. 하지만 의사들은 '처방권 제한' 운운하며 반대하고, 약사들은 행정비용 운운하며 보상(DUR 수가)을 요구한다. '양심'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건 이런 것이다. 국회는 피감기관만 다그칠 게 아니라 이런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현재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중인 DUR 의무화법안을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 국민을 위한 책무다. 의약계는 의도하지 않게 발생할 수 있는 잘못된 처방이나 조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DUR 의무화를 수용해야 한다. 이런 게 바로 '양심'에 부합하는 이야기다. '양심'에 대한 태도는 양면성이 있을 수 있지만, 결국 '양심적'인 사람, '양심적인' 집단이 많아져야 세상은 더 살만해질 것이다.2015-04-16 06:14:48최은택 -
[기자의 눈] 약 없는 드럭스토어 다시보기지금이야 희대의 성공한 화가로 이름을 드날리고 있지만, 피카소는 살아 생전 동시대 작가들에게는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입체주의의 대가로 알려져있지만 정작 입체주의(큐비즘)를 피카소와 함께 이끌어 자리잡게 한 건 조르주 브라크라는 프랑스 화가였다. 브라크와 피카소의 초기 작품이 놀랍도록 유사한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브라크가 아닌 피카소가 입체주의의 대가로 이름을 날렸고, 그가 그린 작품들은 고가에 팔려나갔다. 물론 브라크를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말이다. 일각에서는 입체주의를 두고 피카소가 아닌 브라크의 아이디어를 피카소가 모방했다는 설도 있다. 맘씨 좋은 브라크는 자기 작품을 따라한 피카소를 내치지 않고 함께 연구해 입체주의를 완성한 것이다. 정설이라 하긴 어렵지만 이와 유사한, 이런 일화도 전해지고 있다. 한때 피카소 작업실이 위치했던 곳은 많은 작가들의 작업실이 모여있던 곳인데, 피카소가 나타나면 작가들이 서둘러 현관문을 잠갔다는 에피소드 말이다. 그가 작업실에 들어와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살피고 따라 그린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화가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보호하기 위해 그가 나타나면 작품을 숨기기에 바빴다. 하지만 '베끼기'가 나쁜 영향만 미친 것은 아니었다. 작가들이 같은 성향의 작품을 쏟아내면 이는 곧 하나의 사조가 되었다. 이는 미술 뿐 아니라 음악, 문학, 무용 등에 해당하는 일이었다. 인상주의를 모네 혼자만이 아닌 고흐, 시슬레, 드가, 르누아르 등이 같은 철학의 작품을 생산하며 미술사에 남았다. 지금 국내 전시 중인 마크 로스코의 모더니즘 혹은 추상 표현주의 역시 드 쿠닝, 뒤뷔페 등이 함께 활동하지 않았다면 역사는 영향력 있게 평가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예술가들은 서로 경쟁하면서도 좋은 영감을 공유하며 시대를 표현했다. 이렇게 표현된 작품들은 작가들의 이름을 모두 품고 거대한 시대적 흐름이 됐다. 함께 비슷한 작품을 만들어낸 예술가들이 같이 성공한 반면, 시장의 논리는 다르다. 하나가 성공하는 듯 해 너도 나도 같은 콘셉트의 다른 상품을 내놓는다? 성공이 아닌, 실패를 공유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우리는 매번 이렇게 우후죽순 생겨났다 언제인지 모르게 사라지는 유행성 음식들을 먹고 마신다. 10년 전에는 찜닭 붐이 일어 한가게 건너 하나씩 찜닭집이 성업했고 지금은 스몰비어가 한 골목에 두곳 이상 자리한다. 이뿐이랴. 굳이 꼽지 않아도 서로 비슷한 브랜드는 지금도 차고 넘치는 것을. 올해 헬스앤뷰티 스토어의 성적이 여전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사년 전까지만 해도 CJ 올리브영의 폭발적인 성장을 질투한 웬만한 대기업들이 하나씩 론칭해 보유했던 헬스앤뷰티 스토어지만 상황은 달라졌다. 점포 확장 중단을 선언한 회사가 있는가 하면, 지난해 매출 실적마저 공개하지 않는 곳도 있다. 헬스앤뷰티 스토어에서 화장품, 건기식 브랜드로 아예 노선을 바꾼 브랜드도 있다. 아직 길거리에는 헬스앤뷰티 스토어는 차고 넘치지만 그 힘있던 성장세는 무뎌진지 오래다. 남이 성공한다 해서 무조건 모방하는 브랜드를 '미투' 브랜드라 한다. 남이 성공하니 '나도 한다'는 뜻이다. 벌써 '미투'라는 네이밍에 비꼼과 조롱이 포함돼있다. 그러나 시장은 미투든 원조든 그 성적을 매기는 데 있어 냉정하다. 때론 원조 브랜드가 살아남고, 유연성을 갖춘 미투 브랜드가 성공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모든 브랜드가 다같이 영원히 성공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 약국 가까이에 서있는 헬스앤뷰티 스토어에서도 볼 수 있다. 젊은 여성층이 열광했던 헬스앤뷰티 스토어가 홍대와 종로, 이태원과 같은 핫 플레이스에 언제까지 자리할 수 있을까. 남의 것이 좋아보인다고 무조건 따라하려는 약국에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2015-04-13 06:14:49정혜진 -
[기자의 눈] 품절약 공지 이제는 바로잡자회사는 분명히 약을 공급한다는데, 정작 약국엔 약이 없다? 아이러니해 보이지만 요즘 약국가 풍경이다. 일부 의약품 품절이 빈번해 지면서 병원에선 분명 처방이 나오지만 약국은 약이 없어 환자를 돌려보내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지겹도로 회자됐던 다빈도 의약품 품절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품절 의약품에 대처하는 일부 제약사들의 방식엔 분명 심각한 문제가 있다. 일부 회사는 병원, 약국은 물론 심지어 유통사인 도매업체에도 약 품절로 인한 공급 불가 상황을 공지하지 않는가 하면 일부는 병원과 약국의 상반된 공지로 약국을 곤란하게 하고 있다. 약국엔 약이 품절 상태라 공급이 어렵다하고 병원에는 별다른 공지를 하지 않거나 약 공급에 문제가 없다는 ‘딴 소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약 품절 상태를 병원에 알리면 혹시나 병원 코드에서 삭제되진 않을까 하는 우려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 업체의 이기적인 생각은 결국 약을 처방하는 병원과 조제하는 약국, 복용하는 환자 모두에게 혼란을 가져다 주고 있다. 이 가운데 병원과 환자 사이에서 최종적으로 약을 전달하는 약국은 무성의한 공지에 뜻하지 않은 상처도 입는다. 실제 최근 한 약사는 약이 품절이란 도매업체 공지를 받고 해당 약을 처방받은 환자에게 대체조제를 했다 날강도 취급을 받았다고 했다. 처방약이 없어 다른 약으로 대체하겠단 말을 제약사에 직접 확인한 환자가 약사가 거짓말을 했다며 해명하라고 따져물었다는 것이다. 약국과 병원, 환자에 각기 다른 약 품절 공지를 한 제약사의 태도가 결국 약사를 일부러 싼 약으로 대체조제나 하는 거짓말쟁이로 둔갑시킨 셈이다. 물론 원료 수급 상의 문제 등으로 인한 의약품의 품절 자체를 문제삼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에 대한 대처 방식에 대해선 병원과 약국, 환자 간 신뢰관계를 위해서라도 명확한 시스템이 마련될 필요는 있다. 약사회는 지속되는 의약품 품절 사태에 대해 관련 제약사를 통해 명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공지 시스템에 대해서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복지부는 반복되는 품절로 환자에게 필요한 의약품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못하는 이유를 파악해야 한다. 또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 마련도 필요하다.2015-04-09 06:14:51김지은 -
[기자의 눈]"아직도 박카스 500원 받는 약국보면""옆 건물 대형약국은 박카스를 지금도 500원 받고 있어요. 재고가 소진되는 몇 개월 동안 500원을 받겠지요. 박카스 가격을 600원으로 하자는 반회차원의 논의도 무용지물이예요." "4월부터 출시된 풀케어 제네릭 제품도 판매가격 책정을 놓고 약국 간 치열한 눈치작전이 펼쳐지고 있어요. 특히 주변 약국이 들여놓지 않은 제품을 찾기 위해 시매를 하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약사들의 불만이 커지자 약사회 리더들도 앞다퉈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서울시약사회 김종환 회장은 지난 2일 열린 2015년 학술강좌에서 "가격으로 승부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며 "지금은 약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상담을 통해 건강관리자의 역할을 약국이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북약사회 길강섭 회장도 최근 약국에 편지까지 보냈다. 길 회장은 "불법적인 난매와 환자유인은 공멸의 길"이라며 "의약분업 이후 일반약 가격이 약국의 경쟁력이 되는 시절은 이미 지나갔다"고 지적했다. 가격경쟁 시대는 이미 끝났다는 것이지만 가격으로 승부하는 약국들이 아직도 많다는 게 약사들의 지적이다. 분회나 반회차원에서 다빈도 품목 판매가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는 가격담합의 차원이 아닌 적정 마진을 받는 약국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수단이다. 일부 약국이 약국 공급가에 근접한 가격으로 광고품목을 팔다 보니 20~30%의 소매 적정마진을 붙여 판매하는 약국만 고객 항의를 받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주변 약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약사들이 개설한 인터넷 쇼핑몰에서 의약외품, 의료기기 가격파괴는 이미 시작됐다. 박리다매 전략이다. 또 일반약국의 공급가 수준으로 대형약국이 어린이 영양제를 택배로 판매하는 사례도 포착됐다. 일반약 난매와 본인부담금 할인 모두 마찬가지다. 미래에 더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 현재의 불가피한 손해는 감수하겠다는 전략이다. 결국 복약지도, 환자서비스 향상 등 정도 경영을 하는 약사들만 답답할 노릇이다. 단돈 몇백 원에 환자의 약국선택 기준이 달라지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대안은 내부 소통과 신뢰 회복이다. 가격경쟁의 시대가 계속되면 그 피하는 고스란히 약사들에게 되돌아온다. 길강섭 회장은 "약국의 대형화, 카운터와 면대약국 문제들이 불거지면서 약사사회 내부의 신뢰와 소통이 사라졌다"며 "우선 유명 일반약 가격질서 회복과 건기식에 밀리고 있는 일반약 확대에 힘써야 하는 게 약사 역할"이라고 주문했다.2015-04-06 06:14:50강신국 -
투자없이 발전도 없다는걸 보여준 한미한미약품이 지난 2년간 2600억원을 연구개발에 쏟아부었을 때 사실 기대보다는 걱정이 많았다. 국내 제약업계 사상 그렇게 많은 돈을 투입한 적도 없거니와 여태껏 신약개발로 글로벌시장에서 성공한 케이스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글로벌 신약개발 프로젝트가 임상 한단계를 넘어갈 때마다 성공 기대감보다 막대한 자금투입에 대한 우려가 먼저 나왔다. 지난달 19일 한미약품이 글로벌 릴리와 7000억 규모의 면역질환치료제 라이센스 아웃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은 그런 우려를 단번에 날리는 계기가 됐다. 상업화까지 아직 많은 단계가 남았다. 글로벌 후기임상도 진행해야 하고, 까다로운 FDA 허가절차도 거쳐야 한다. 상업화 이후 시장성공은 나중 문제다. 그럼에도 한미의 이번 라이센스 아웃 계약은 성공작이라고 볼 수 있다. 애초에 글로벌 제약사 기술이전을 목적으로 진행된 과제인데다 상업화 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이 그렇다. 게다가 계약조건도 나쁘지 않다. 상업화에 성공한다면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다. 우리 제약사들이 글로벌 신약개발을 홀로 진행하기에는 경험도 없거니와 자금력도 달린다. 신약개발로 성공할 수 있는 현실적인 모델은 길리어드가 그랬듯 기술이전을 바탕삼아 성장하는 것뿐이다. 아직 많은 신약후보 과제들이 남아있지만, 릴리 기술이전으로 한미는 불확실성 우려를 지웠다. 또 한가지는 '투자없이는 발전도 없다'는 교훈을 남겼다. 미래 리스크가 걱정돼 투자하지 않는다면 점점 작아지는 내수시장을 벗어날 수 없다. 한미가 개발하고 있는 신약 후보들의 성공을 아직 단언하긴 어렵지만, 가능성 하나만으로도 시장이 반응하고 있다. 최근 주식시장의 움직임은 그것을 증명한다. 늘 하던대로 일정비율의 보수적 R&D 투자로는 앞으로 나갈 수 없다. 계속되는 약가인하와 제네릭 위주 산업구조로 볼 때 미래는 더 부정적이다. 이제는 과감한 투자만이 살 길이다. 말만 성장동력을 외치지 말고, 발전의 기회라도 잡아야 하지 않겠나.2015-04-02 06:14:51이탁순 -
끝 안보이는 불공정과 윤리의 충돌카오스(chaos)는 그리스의 우주 개벽설에서, 우주가 발생하기 이전의 원시적인 상태를 말한다. '캄캄한 텅빈 공간'을 의미하는 말이나 보편적으로 혼돈이나 무질서 상황을 일컫는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카오스 이후 가이아(Gaia 땅, 대지)와 타르타로스(Tartaros 지하세계), 에로스(Eros 사랑, 욕구)가 순서대로 나타났다. 이후 가이아(땅)로부터 우라노스(하늘)가 태어나고, 가이아와 우라노스의 결합. 즉, 땅과 하늘의 사랑의 결합에 의해 그리스 신화에서 신들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우주의 모든 물리적 공간적 요소들이 갖추어져 가는 과정 이전에 카오스가 있었다. 많은 이들이 제약업계가 혼돈의 시대를 겪고 있다고 말한다. 불공정행위와 윤리경영이 충돌하는 과도기로 인식하고 있다. 불행한 건 그 '과도기'가 정말 오랫동안 이어진다는 것이다. 2006~2007년 공정거래위원회 대대적인 불공정행위 조사로 제약업계에 CP(공정경쟁자율준수프로그램)가 본격 도입됐고, 이후 지금까지 수없이 외쳤던 단어가 바로 '윤리경영'이다. CP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제약사들은 아쉬움을 토로한다. 엄밀히 말하면 '나만 손해보고 있다'는 피해의식이다. 공정거래 정착을 위해 발벗고 나서니 매출액과 수익성이 악화되고, 오너들은 영업과 마케팅을 규제하는 CP운영에 대해 오히려 부담스럽게 생각하기도 한다. 그들의 질투대상이 되고 있는 소위 잘나가는 제약기업들은 항변한다. 좋은 전략을 세워서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지, 리베이트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강하게 피력한다. 어쨌든 최근 제약업계가 위기인 것 만은 분명하다. CSO와 관련된 검찰의 기획조사와 모 대학병원 리베이트 파장이 여전하다. 큰 기업을 비롯한 제약사들의 잇단 리베이트 적발 소식은 암울하기 까지 하다. 제약기업과 제약협회는 수없이 공정경쟁을 외쳤지만 정작 영업현장은 나아진게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오히려 과거보다 더 심해졌다는 이야기가 들릴 정도다. 고육지책이라는 비난속에서 제약협회가 리베이트 의심기업 무기명 투표를 강행하겠다는 방침은 서글픈 국내 제약산업 현실을 그대로 투영한다. 중소제약사들은 상위사들이 실적이 떨어지니 마녀사냥을 하겠다는 의도 아니냐며 강하게 반발한다. 결국 이 같은 갈등의 단초는 불신이다. 제약사들도 서로 믿지 못하는 것이다. 불신의 원인은 '보여주기'에서 비롯된다. 실제로 현재 CP전담팀을 운영하고 있는 제약사는 몇 곳이나 될까? 제약협회는 50여곳 정도가 CP팀을 가동하고 있다고 발표했지만, 관계자들은 약 10여 곳 정도만이 제대로 된 CP부서를 운영중이라고 말한다. 이런 의미에서 리베이트에 연루된 제약사와 의사 등에 대한 강력한 조사와 처벌도 있어야 겠지만, 이제는 정말로 '리베이트와의 단절'을 선포하는 행동과 의지가 필요할 때이다. 오는 4월 14일 진행하는 제약협회의 리베이트 의심기업 무기명투표가 여러 부작용을 노출시킬 수 있는 리스크를 안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공정경쟁 정착을 위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제약기업들은 이를 감내해야 한다. 협회도 투표를 통해 야기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 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신뢰를 기반으로 한 제약사 설득작업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보여주기식 CP전담팀 운영이 아닌, 실질적인 공정거래 자율준수 전담 조직을 가동해 업계에 고착화 된 불신의 벽을 깨야한다. 그리스 신화에서 우주의 모든 물리적 공간적 요소들이 갖춰지기 전에 카오스가 있었다는 것은, 제약산업에도 희망이 있다는 이야기다. 제약사들이여! '품목 세일즈'도 중요하지만 '희망세일즈'에 적극 나서자.2015-03-26 06:14:50가인호
-
허가특허, 준비한 자가 기회 얻는다허가특허연계제도가 지난 15일 본격 시행됐다. 예상대로 15일을 전후해 업체들의 치열한 눈치싸움이 벌어졌다. 특허심판이나 우선판매품목허가를 얻기 위한 신청접수만 봐도 이는 여실히 드러난다. 15일을 기준으로 5일전까지 특허심판 청구는 220건 이상이 몰렸다. 특히 13일에만 100건이 넘는 심판청구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제품 수로 보면 약 40개에 달한다. 우선판매품목허가를 위한 신청 건수도 80건이나 됐다. 사실상 이 제도가 시행되기 이전부터 제약사들의 개발 경쟁은 이미 시작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 제도시행 이전 재심사가 만료된 품목은 제네릭 품목허가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특허만료되는 시알리스나 알림타, 쎄레브렉스, 바라크루드 등 대형 품목에 대한 제네릭은 각각 수 십개씩 이상이 허가를 받았다. 우선품목허가를 굳이 받지 않아도 기허가 품목의 경우 특허가 침해되지 않는 한 발매에는 영향이 없었던 탓에 이미 개발시장이 달아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특허 전략도 마찬가지다. 제도 시행 이전에 특허소송을 진행할 경우 우선품목허가를 받을 수 있는 조건에 해당되기 때문에 시행 며칠 전에 특허소송이 몰렸다. 제도 시행 5일전까지 특허심판에 참여한 업체수는 약 40개 가량이다. 이 중 6개 업체는 10개 이상의 심판청구를 진행했다. 이 중 일부 업체는 특허회피가 비교적 어렵다고 판단되는 물질특허 심판을 진행한 곳도 있다. 무리수일 수는 있지만 나름의 전략인 셈이다. 제도가 시행되기 전에 특허심판을 통한 우선판매품목허가는 상위사만의 전유물이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뚜겅을 열어보니 특허심판 절반 가량은 중소사 몫이었다. 한미FTA 체결 당시부터 의약품산업에 피해를 입힐 것이라고 전망됐지만, 테바는 치밀한 특허전략을 통해 세계적인 제네릭 전문업체로 성장할 수 있었다. 꼼꼼한 특허전략을 세운다면 어떤 업체에는 큰 이익을 줄 수도 있는 제도라는 소리다. 준비한 자만이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이미 시행된 제도에 대해 푸념을 늘어놓기보다는 많은 업체들이 기회를 얻기 위해 더 많은 준비를 해야 할 때다.2015-03-23 06:14:49최봉영 -
'구매자'를 둘러싼 심평원-공단의 간극15년이 지났다. 건강보험 통합과 함께 건보공단에서 심사·평가 업무가 분리된 세월은 강산을 한 번 넘게 변화시켰다. 건보공단과 심사평가원, 기관별 업무가 확장되고 세분화될수록 시각 차는 더 뚜렷하고 달라졌다. 혹자는 대립과 '틀림'에 무게 추를 놓기도 하지만, 사실 그 정도의 관점은 이제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중요 사안이 있을 때, 혹은 건강보험과 연관된 문제로 해석의 여지가 생길 때 양 기관은 상반된 입장을 보일 때가 간혹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각 기관 입장에 각이 생기는 현상이니, 부자연스럽다고 할 순 없다. 그런데 올해 들어서는 조금 다른 기류가 포착된다. 심평원 '구매자(혹은 구매관리자)론'이 그것이다. 건보공단 노동조합이 18일 늦은 오후, 성명을 내고 '구매자'론에 한껏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심평원이 오는 8월 '보건의료 구매기관장' 40명 등 350여명의 국내외 인사들을 초청하는 관련 국제 행사를 기획했기 때문이다. 행사 성격상 우리나라 구매기관장은 심평원장이 될 것이다. "심평원이 매년 2000억원이 넘는 돈(보험료)을 공단으로부터 지급받으면서, 그 돈으로 보험자(공단)를 흉내내는 일에 탕진한다"는 공단 노조의 비판은 양 기관 교집합의 크기가 얼마나 다른 지 대변해준다. 심평원은 자동차보험 심사와 각종 평가 심의로 업무를 확장하면서 고유 '색깔'을 더 크고 또렷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반면, 공단은 심평원을 일종의 공단 하위기관 수준으로 보는 대목에서 양 측의 교집합이 얼마나 이질적인 지 가늠할 수 있다. 사실 '구매자론'은 지금 갑작스럽게 나온 화두는 아니다. 지난해 초, 심평원 기관장이 바뀌면서 아이덴티티를 굳건하게 정립하기 위해 스스로를 구매자로 칭한 것인데, 지난해 말 공단 기관장이 바뀌면서 관점 차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거슬러 올라가면 공단은 과거, 스스로의 아이덴티티를 '보험자'로 규정하면서 심평원을 향해 '제 2보험자(공단 제 1보험자)'로서 급여 삭감하는 업무를 게을리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낸 바 있다. 보험자 위상을 높이고 내부 단결이라는 보이지 않는 효과를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를 두고 당시 심평원 내부에서는 "단일보험 시스템에서 '제 1' '제 2'가 어디서 규정됐냐"며 공단의 비판에 가치를 두지 않았다. 징수·지급과 심사·평가 시스템 분리로 날이 갈수록 기관별 전문성이 강화되면서 심평원은 과거 공단처럼 아이덴티티에 대한 고민에 빠졌을 것이다. 지금은 이 '구매자'가 국제적으로도 생경한 단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조금은 다를 수 있지만 논박의 입장이 뒤바뀐 셈이다. 아직 정답은 보이지 않는다. 공단이 심평원에 지급하는 2000억원도 따지고 보면 순수하게 공단이 벌어들인 돈이 아니라 국민이 낸 것이고, 기관이 분리된 이상 지급여부를 공단 마음대로 결정할 수도 없다. 심평원 또한 대내외 논란을 등지고 구매자론을 내세운다한들 정부와 학계, 시민사회·환자단체, 국민들이 오롯이 수용할 지는 미지수다. 다만 건강보험제도를 책임지는 양대 큰 축의 간극이 건강보험을 발전시키는 방향이 아닌, 서로를 소진하는 방향으로 전개돼선 결코 안될 일이다. 난산 끝 통합 건강보험을 이뤄냈고, 재정파탄의 굴곡을 거쳐 세계가 주목하는 제도를 운영한다는 양 기관의 교집합은 분명하고 또렷한 성과이자 지속과제이기 때문이다.2015-03-19 06:14:51김정주
오늘의 TOP 10
- 1약가제도 개선 향방은?…제약, 복지부와 협의 기대감
- 2P-CAB 신약 3종 작년 수출액 258억…글로벌 공략 시동
- 3'약물운전' 칼 빼든 정부…복약지도 의무화에 약사들 반발
- 4대웅-유통, 거점도매 간담회 무산…좁혀지지 않는 의견차
- 5명인제약 순혈주의 깼다…외부 인재 수혈 본격화
- 6셀트 1640억·유한 449억 통큰 배당…안국, 배당률 7%
- 7동성제약 강제인가 가시권…이양구 전 회장 "항소 예고"
- 8미국-이란 전쟁에 약국 소모품 직격탄…투약병·약포지 인상
- 9"약국 경영도 구독 시대"…크레소티 올인원 패키지 선보인다
- 10약사회, 조제료 잠식 금연치료제 반발…제약사 "차액 보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