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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RB코리아, 환골탈태로 답하라환골탈태는 '뼈대를 바꿔 끼고 태를 벗는다'는 뜻으로 통상 '새로운 출발과 각오'를 다짐할 때 쓰는 한자성어다. 국민적 재앙으로 기억되는 가습기 사태 발생 2년여가 지난 현시점에서 RB코리아가 상기해야 할 지표와 방향성 중 하나로 평가된다. RB코리아의 사업영역은 크게 생활환경용품·의약품사업부로 나뉜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는 바로 생활환경용품사업부에서 터졌다. 주력 제품은 옥시크린, 데톨 등이 있다. 의약품사업부에서는 제산제 개비스콘과 트로키형 인후염치료제 스트렙실 등의 대표 브랜드를 컨트롤한다. 가습기 사태는 RB코리아 기업이미지 실추는 물론 불매운동 여파로 매출 급락을 가져왔다. 350명이던 직원 수도 76명으로 줄었다. 공장을 폐쇄하면서 생산직 부서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야 했다. 대리점과 대형마트 영업담당자들도 실직했다. 의약품사업부는 PM격인 학술담당자 1명과 헬스케어 카테고리 매니저 1명 등을 포함해 4명이 전부다. 유통은 쥴릭파마가 대행하고 있다. 영국 본사와 경영진의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로 인한 피해를 소비자와 직원들이 고스란히 떠안은 셈이다. 사면초과에 놓인 개비스콘과 스트렙실 외형은 반토막 났다. 한때 100억원대 매출을 올렸던 개비스콘의 지난해 실적은 38억원에 그쳤다. 60억원대 스트렙실도 36억원으로 주저앉았다. 거센 불매운동 속에서도 상당한 실적을 올릴 수 있었던 이유는 마니아 소비층이 비교적 두터웠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사실상 영업/마케팅이 올스톱된 RB코리아는 2016년 8월부터 배상을 시작해 1·2차 피해자 98%가 보상을 받았다고 밝히고 있다. 1·2차 조사 당시 피해자 배상금은 2124억원 규모다. 올해부터 시작된 3차 배상 진행율은 50% 수준이다. 옥시 제품을 사용해 조금이라도 피해를 입은 소비자에게는 책임배상 하겠다는 입장이다. 배상은 사망과 상해로 구분돼 지급되고 있다. 사망의 경우에는 1회성 일괄 배상, 상해는 노동력 상실과 의료비·간병비·지연 이자 등으로 합산돼 평생 보장된다. 유아사망은 10억원 일괄지급 기준이 적용된다. 하지만 이미 회복 불가능한 치명적 폐 손상 등을 입은 소비자들에게 RB코리아는 가슴속 깊은 용서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 가습기 살균제에 쓰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의 유해성을 법적인 방식으로만 접근했다는 점과 진심어린 사과를 받기 위해 사태 초반 영국 본사를 찾아간 가습기 피해 가족과의 적극적 커뮤니케이션 부족은 국민적 공분을 샀다. 한국형 레몬법 도입과 징벌적 손해 배상 강화 여론에 무게 중심이 실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재 RB코리아는 가습기 피해자 배상에 집중하고 있다. 책임에 따른 당연한 의무다. 배상금액과 피해자 합의 자체를 면죄부로 오인해서는 안된다. 일각에서는 국내 철수 여론도 제기됐지만 '끝까지 남아 책임과 의무를 다하겠다'는 것이 RB코리아의 공식입장이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사회적 기업으로 재탄생하겠다는 적극적 행보를 취할 때다. 진심은 통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안티로 돌아선 여론과 불매운동을 주장하는 소비자단체들의 반발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뼈를 깎겠다는 마음으로 사과하고, 다시 태어나겠다'는 기업에게 돌을 던질 사람은 없다. 이런 환골탈태의 자세가 아니라면 철수가 답이다.2018-05-02 06:29:50노병철 -
[기자의 눈] 마약류통합관리, 준비 잘 돼갑니까?이제 약 보름 남았다. 오는 5월 18일 마약류통합관리보고제도에 의해 일선 요양기관들은 마약류를 취급할 때 반드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통합시스템에 온라인으로 보고해야 한다. 일선 개원가와 약국가, 병원약국들은 웹보고 방식이 아닌 연계보고 방식을 대부분 채택할 가능성이 큰 만큼 청구S/W와 자체 개발 프로그램, 시중에 출시된 상용 연계 프로그램 등을 가교 삼아 전산보고할 것으로 전망된다. 마약류통합관리는 일명 '우유주사'로 명명됐던 연예인 프로포폴 남용 사건으로 촉발돼 다년간의 시범사업과 연구를 거쳐 시행에 이르렀다. 일부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올바르지 못하게 투약했던 향정신성의약품, 가짜 비아그라와 같은 가짜약 유통(RFID 등 일련번호)과 '살 빼는 약'에 대한 무분별한 처방 등을 해결하기 위해 식약당국이 내놓은 마지막 카드였던 셈이다.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이들 약제에 대한 유통·투약 문제는 상당수 개선되겠지만, 이를 차치하고서라도 그 과정에서 시행을 준비하는 약국가와 병원약국의 혼란은 보름여 남은 지금까지도 현재진행형인 것만은 분명하다. 최근 몇 달 새 기자가 약국장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어왔던 제도 관련 하소연은 "잘못된 처방 관행으로 약국에 불똥이 튀었다"는 얘기였다. 의약품 유통 문제로 제도가 밑바닥부터 변화 할 때 약을 가장 많이 취급하는 소매 단계의 약국이 가장 큰 변화를 겪었던 점을 고려하면 일면 '틀린' 말도 아닐 것이다. 이 제도와 관련해 약사들의 목소리가 유독 컸던 이유는 여러가지다. 청구S/W 프로그램의 더딘 개발·탑재도 그렇거니와 전산 직원의 숙련도와 약국 규모, 인근 의료기관 처방과 주력과목에 따라 약국 업무 가중 차이가 명확하게 갈리는 탓도 있다. 정보 입수의 편차 혹은 잘못된 정보의 확산도 빼놓을 수 없다. 정부의 청구S/W 프로그램 연동이 더딘 탓에 시험 테스트를 제대로 해보지도 못한 약국들은 정부의 설명회와 약사회의 홍보에도 불안감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한 약국은 데일리팜 기자에게 "위층 의원에게 물어보니 '우리는 안 한다'고 하는데 왜 약국만 하는 것이냐"고 제보(?) 아닌 제보를 해오기도 했었다. 그만큼 제도 수용에 대한 현장의 불안감에 잘못된 정보까지 가세해 왜곡된 현상 마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어찌됐건 제도 시행은 목전에서 카운트다운 중이고, 약국가는 행정처분 유예만을 믿고 일단 참여를 하게 됐다. 이제는 정부와 업체, 현장 간 파트너십을 갖고 앞으로 나타날 지도 모를 위기대응에 초점을 맞춰 진행해야 할 것이다. 현장에서 문제가 불거질 때 곧바로 대응할 수 있는 실시간 상담 SNS나 정부-업체, 업체-현장 간 핫 라인 강화도 이 시점에서 빼놓지 말아야 할 항목이다. 언제나 그렇듯 제도 시행 직전과 직후에는 정부와 현장 간 신뢰와 소통이 제도 안착과 개선에 가장 중요한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2018-04-30 06:29:40김정주 -
[기자의 눈] 테라노스가 제약업계에 남긴 교훈지난주 코스닥과 코스피시장에 상장한 제약바이오기업들은 힘겨운 한주를 보내야 했다. 금융감독원이 제약·바이오업계의 개발비 무형자산화 현황에 대한 테마감리 실시를 예고한 데 이어 한미약품의 신약개발 포기소식이 더해진 탓이다. 한동안 뜸한듯 보였던 제약바이오주의 '거품 논란'이 고개를 들면서 투자자들의 불신도 하나둘 커지는 분위기다. 이 같은 혼란을 지켜보다 보면 한 인물이 떠오른다. 천재 과학자에서 희대의 사기꾼으로 전락해버린 테라노스(Theranos)의 창업자 엘리자베스 홈즈다. 19세의 나이에 스탠퍼드대학을 중퇴한 뒤 테라노스를 창업했던 홈즈는 에디슨이란 혈액진단키트를 개발하면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젊고 미인에 고(故) 스티브 잡스를 연상케하는 검은 터틀넥을 입고 등장한 그녀가 "50달러 짜리 에디슨 키트만 있으면 손가락 끝에서 채취한 혈액 몇 방울로 260여 개의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고 주장하자 수많은 매체는 열광했다. 미국의 경제지 '포춘(Fortune)'은 홈즈를 2014년 6월호 잡지의 커버스토리로 내세우면서 테라노스의 기업가치를 90억 달러로 평가한 바 있다. 하지만 4년이 채 지나기 전에 포춘지는 사과기사를 내고, 테라노스의 가치를 0달러로 변경하기에 이른다. 2015년 10월 월스트리트저널이 테라노스 기술의 유효성에 의문을 제기한 뒤 존재하지 않는 기술로 사기행각을 벌였음이 밝혀진 것이다.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홈즈가 투자자들을 속여 유치한 금액은 7억 달러가 넘는다.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하던 홈즈는 결국 지난달 벌금 50만 달러를 지불하고, 테라노스 의결권을 박탈당했다. 향후 10년간 어떤 상장사에서도 임원급 관리자가 되지 못한다는 조건도 수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테라노스 사태가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와 투자자들에게 시사하는 교훈은 무엇일까. 바이오기업에 대한 무분별한 투자를 경계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전부는 아닐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홈즈 역시 처음부터 사기를 목표로 하진 않았으리라 믿고 싶다. 그런데 유명세의 단맛에 취해버린 그녀의 거짓말은 사회 전체에 걷잡을 수 없는 파문을 낳았다. 연구에만 집중하기 위해 검은 터틀넥만 입는다던 그녀는 갈색 머리카락을 금색으로 염색한 뒤 PR 활동에 매진하기 시작한다. 어떤 언론매체와의 인터뷰도 마다하지 않았으며, 테크크런치 디스럽트, TED 등 컨퍼런스의 연사로 자주 등장하면서 유명세는 날로 더해졌다. 혹자는 그녀가 PR 활동에 드는 수고를 줄였더라면 진짜 기술개발에 성공했을지 모른다고 말했을 정도다. 사업가에게 있어 투자유치가 필수불가한 요소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테라노스와 같은 스타트업에게는 속도 역시 중요하다. 다만 그녀는 가장 중요한 한가지 사실을 간과했던 것 같다. 테라노스가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헬스케어 업종이라는 것. IR 활동을 하는 제약바이오기업들에게 보다 신중하고 정확한 태도가 요구되는 이유 역시 거기에 있지 않을까. 신약개발 과정에서 속도보다 안전성 점검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끈질긴 취재 끝에 테라노스의 사기극을 밝히는 데 성공했던 월스트리트저널의 기자 존 카리유(John Carreyrou)는 실리콘밸리의 개발자들을 향해 이런 메시지를 남겼다고 한다. "만약 당신이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이나 소셜네트워크를 개발 중이라면, 미처 준비되기 전에 대중에게 알린더라도 사람이 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의학관련 기술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릴진 모르나 테라노스의 교훈을 새기고, 투자자 및 대중과의 신뢰를 쌓아나간다면 제약바이오업계를 향한 거품론도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2018-04-23 06:22:20안경진 -
[기자의눈] 항암제 임의비급여 처방 원하는 환자들두 번째 만남이었다. 작년 8월 29일, 그리고 올해 4월 6일. 네이버 면역항암카페에 가입한 암환자와, 그들의 보호자들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관리실이 위치한 서울 국제전자센터 앞에서 집회를 가졌다. 지난 6일은 몇 날 며칠 따뜻했던 봄날이 이어지다가, 하필 비소식이 전해졌던 때였다.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바람이 세찼다. 그곳에 암환자와 보호자 70여명이 모였다. 첫 번째 만남 때보다 인원이 2배 이상 늘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그들의 걱정이 더 걱정될 수 밖에 없었다. 사정은 절박했다. 약제관리실 앞 첫 만남에서도, 두 번째 만남에서도, 그리고 지금까지도 그들의 가장 큰 요구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사항을 초과(오프라벨)하더라도 의사가 의학적으로 안전하다고 판단하면 처방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었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해 9월부터 허가초과 약제 사용제도 개선 협의체를 운영했고, 암환자들이 조금이라도 더 빨리 오프라벨로 항암제를 처방받을 수 있는 합법적인 절차를 마련하는데 주력했다. 그렇게 나온게 허가초과 약제 사후승인제도 도입과 사전신청 확대 등이다. 하지만 암환자와 보호자들은 한 발 더 나갔다. 사후승인제도를 적용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이 전국에 30여곳 있다면,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지방환자들은 혜택에서 제외될 수 밖에 없다는 문제와 사전신청 기관을 확대해도 자신이 치료 받는 병원에서 귀찮아서 제대로 응할지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그래서, 이어진 요구사항이 임의비급여 허용이었다. 한 환자 보호자는 "내 돈으로 내가 항암제를 처방 받겠다는데 왜 나라에서 통제를 하냐. 급여, 비급여, 기준비급여는 인정하면서 왜 임의비급여는 인정하지 않느냐"고 따졌다. 당시 병원에서 환자에게 보여준 건 '업무정지 처분 기준 강화 기준'으로, 사전신청 없이 고가항암제를 처방할 경우 임의비급여로 업무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다는 병원 내부 문건이었다. 먼저 이야기 하자면, 임의비급여는 허용할 수 없다는게 원칙이다. 식약처 허가를 받지도 않았고, 안전성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은 약제를 환자들에게 처방하면 환자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오프라벨에 대한 사전신청이 마련된 것이다. 이미 임의비급여 사태는 2006년부터 2012년까지 크게 치른 적이 있다. 2006년 여의도성모병원에서 급성골수성백혈병으로 치료를 받던 환자가 사망했고, 유가족이 심평원에 진료비 확인요청을 했다. 이 때 심평원은 병원 측에서 환자 전액본인부담, 치료재료 별도산정, 그리고 허가초과 약제 사용에 대한 임의비급여를 확인하고 1800여만원의 진료비 환불 처분을 했다. 이 사건은 2012년 대법원에서 예외적 임의비급여를 인정해주면서 일단락됐다. 진료행위 당시 급여 조정 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거나 절차가 있더라도 시급한 경우, 진료행위가 안전성과 유효성 뿐 아니라 의학적 필요성을 갖췄을 때, 환자 동의를 받았을 때 등 3가지 사유를 병원 측에서 입증하면 예외적으로 임의비급여를 허용하겠다는 판결이었다. 병원 측에서 가장 입증하기 힘든 부분이 의학적 필요성이다. 환자가 동의해도 스스로 의학적 필요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임의비급여로 전액환수 대상이 된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만들어 진 제도가 사전신청제도이고, 이 기간 동안 항암제 처방을 받지 못해 생길 수 있는 환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사후승인제도를 도입하려 한다. 환자들의 절박한 심정은 백번 이해한다. 하지만, 합법화 될수 없는 임의비급여의 허용을 요청하는건 스스로 최소한의 안전을 포기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다. 어떻게 하면 암환자들이 더 신속하게, 안전하고 유효한, 절실하게 필요한 항암제를 처방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답이 나올 때 까지, 고민은 계속돼야 한다. 그리고 하루라도 빨리 모두를 위한 해답을 찾아야 한다.2018-04-19 06:21:10이혜경 -
[기자의 눈] 의협, 문케어 투쟁 싸늘한 여론 돌파구 있나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 당선자를 축으로 전국의사회장단 등 300여명 의사들이 모여 '근조(謹弔) 대한민국 중환자의료'를 외친 지난 8일 광화문 집회날 날씨는 싸늘했다. 강풍에 비까지 내리면서 의사들은 준비한 우의를 꺼내 입고 약 2시간 동안 우중집회를 이어갔다. 수 개월째 경찰 수사에 성실히 응한 의료진을 증거인멸을 이유로 인신구속하는 것은 의료계를 좌절시키고 중환자실을 붕괴시키는 일이라고 외치는 의사 목소리엔 타당성과 진실성이 묻어 있었다. 시위집회 종료 후 취재를 마친 기자는 광화문 앞에서 귀갓길 택시를 잡아탔다. 택시기사는 목적지를 묻고난 뒤 승객과 수다를 일방적으로 이어갔다. "의사들은 왜 또 시위에요? 광화문이 조용할 날이 없어요. 이대목동병원 의료진 구속 반대집회? 신생아 4명이 죽었는데, 당연한 것 아니에요? 이번 의사회장이 굉장한 극우인사라면서요? 의료진 구속보다 문재인 정권 때문에 나온 것 아니에요? 문케어가 당장 의사 수입 토막낼까 불만이라 시위하는 것 아니에요? 우리야 전문가도 아닌데 무얼 알겠어요. 환자 진료비가 줄어든다는 정부발표에 의사들이 반대하는 것은 맞잖아요?" 택시기사의 거침없는 수다 속에는 여론 일각 목소리가 담겨 있었다. 의료계가 문케어를 정당히 저지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숙제들이 여실히 포함됐다. 의사도, 복지부도 아닌 일반 국민 입장에서 의료계 옥외집회는 단순한 '밥 그릇 싸움'에 불과했다. 증거인멸 우려, 도주 가능성이 낮은 이대목동 의료진 구속을 규탄하는 옥외집회는 택시기사의 짧은 수다 한 마디로 문케어 반대집회로 바뀌었다. 이처럼 의료계는 '문케어 투쟁=의사 진료수익 지키기'라는 여론 색안경을 벗겨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아직 투쟁에만 골몰하는 듯 하다. 대국민 홍보 활동이나 설득을 위한 움직임은 옥외투쟁 열기와 비교할 때 미미한 수준이다. 올해들어 주요 일간지 몇 군데에 의사가 문케어를 반대하는 이유를 늘어 놓은 광고만 몇 차례 집행한 게 전부다. 대정부 투쟁은 강렬하다. 시선 주목도도 높고, 파급력도 크다. 국내 모든 신문, 방송, 미디어들이 강성 최대집 의협회장 당선인의 입과 복지부의 맞대응을 신속 보도하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의협은 크고 작은 옥외집회 근육을 꾸준히 길러왔다. 그렇다면 대국민 홍보·설득을 위한 의료계 근육은 투쟁 근육 만큼이나 크고 단단할까. 느낌표 보다는 물음표가 떠오른다. 빅 마우스로 평가되는 택기기사의 수다 한 구절만으로 의료계 문케어 투쟁을 바라보는 싸늘한 여론 시각을 엿볼 수 있다. 최대집 당선인은 당선 전 의협 비대위 투쟁위원장 시절 투쟁과 대국민 홍보 활동을 병행하겠다고 외쳤었다. 동네의원에 문케어 반대 홍보물을 비치한다거나 길거리 유인물 등을 통해 의사가 바라보는 문케어 문제점을 낱낱히 설명하고 설득하겠다고 했었다. 대국민 설득은 지루하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당장 효과가 나타나지도 않는다. 열과 성을 다해 진실성을 보여도 의사 편에 서서 문케어를 바라볼 국민은 드물테다. 국민은 전문가나 의료공급자가 아닌 의료소비자인 탓이다. 정말 문케어가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동네의원과 중소병원 폐업률을 급증시킬 나쁜 정책이라면 의료계는 투쟁 근육 키우기에만 몰두할 게 아니라 국민 여론부터 의료계쪽으로 가져올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탑승요금을 정산하며 택시기사가 던진 마지막 말이 머릿속에 되뇐다. "의사, 정부 다 각자 할 말만 할 일만 하는거죠 뭐. 병원 단체파업도 한다면서요? 근데 너무 강하면 부러지는 거 아니에요?"2018-04-12 06:13:33이정환 -
[기자의 눈] 계속되는 의약품 품절 대안이 필요하다일부 다빈도 의약품의 장기 품절은 약국가의 연례행사 중 하나로 여겨질 정도로 이제 일상의 풍경이 됐다. 처방은 나오는데 약은 없어 조제를 기다리던 환자는 황당하고 뚜렷한 설명도 못하는 약사는 송구한 이 상황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최근 약국에서 장기품절의 대표적인 제품이라면 단연 듀파락 이지시럽을 꼽을 수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조제용 시럽 품절에 약사들은 지칠대로 지친 모습이다. 처음에는 거래 도매업체를 쥐어 짜기도 하고 주변 약국에서 약을 빌리기도 했다는 약사들. 근데 이 마저도씨가 마른지 오래다. 급기야 일부 약사는 파우치 제품을 겨우 사입해 일일이 오픈하고 짜서 시럽병에 담아 조제하는 수고도 감수하고 있다. 일반 병보다 약가도 높고 파우치에서 짜 넣으면서 로스가 발생해 손해이지만 이렇게라도 환자에 필요한 약을 조제하고자 하는 약사의 의무감이다. 약사들의 황당함을 넘은 분노는 해당 제품을 생산하는 제약사 영업사원 방문 거부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예로 든 이 제품 이외에도 해마다 특정 시기 장기 품절로 약사들을 괴롭히는 단골 약들은 적지 않다. 대부분의 제약사들은 원료 수급 부족을 그 원인으로 꼽지만 반복되는 상황에 염증을 느끼는 약사들에 그 설명은 변명이고 핑계로 들릴 뿐이다. 이런 상황에 속수무책으로 환자의 컴플레인을 감수해야 하는 약사들은 일정 기간 약이 제대로 유통되지 않는 경우 보험코드를 삭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원료 수급 차질, 낮은 약가로 인한 불이익 등 품절에 원인을 일정부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듀파락 이지 시럽만 해도 약가인하 이후 같은 적응증의 다른 두 약이 모두 수지타산을 이유로 생산을 중단하면서 손해를 감수하고 약 생산을 계속하는 회사만 늘어난 수요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모든 이유를 차치하고라도 의약품이기 때문에 일반 공산품과는 달리 마냥 생산업체 입장을 들어줄 수 만은 없는 문제다. 보험 코드 삭제라는 극단적인 방법보다는 품절 기간만이라도 의료기관에 관련 내용을 공지하는 방안이 어떻겠냐고 제안하자 돌아오는 관련 업체들의 대다수 반응은 "상황 다 아시면서"였다. 제약사 입장에선 병의원에 일시적이라도 의약품 처방을 중단해달란 요청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곧 영원한 처방 중단으로 이어질 있다는 판단에서다. 회사의 애매한 입장, 이런 상황을 알리 없거나 알면서도 모른척 하는 병의원들. 그 속에서 약을 조제하는 약국과 복용해야 하는 환자만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약의 품절은 단순 조제 약국의 불편과 손실을 넘어 환자 안전과도 연결될 수 있는 문제란 것을 간과해선 안될 것이다. 지겹도록 문제를 제기한 장기 품절 의약품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마련되길 기대해본다.2018-03-30 11:08:11김지은 -
[기자의 눈] 토종바이오, 나스닥 상장과 안고수비고시합격 선배가 5번 이상 낙방을 거듭하는 후배에게 들려주는 사자성어 중 하나가 안고수비(眼高手卑)다. 눈은 높고, 손은 낮다는 말로 '이상은 높지만 그에 따른 실력과 능력이 뒷받침 되지 못해 조속히 다른 길로의 선택을 권유함'을 이르는 말이다. 최근 실적을 기반으로 한 펀더멘털 기준이 아닌 막연한 기대감과 모호한 모멘텀 그리고 군중심리를 이용한 기관과 개미투자자들의 묻지마 투자는 그야말로 바이오주 광풍을 몰고 왔다. 신약개발 성공확률은 0.01%로 그야말로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일이다. 현재 출시된 글로벌 혁신신약의 종류와 수만 봐도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정부의 무분별한 바이오기업 기술특례 상장제도는 '10년 연속 적자기업' 양산에 일조했다. 기업설립자와 VC(벤처캐피탈)들은 상장을 통해 10~200배의 수익을 챙겼지만 정작 치료제에 대한 결과물은 빈약하다. 신약개발보다는 상장수익실현을 위해 만들어진 프로젝트 회사라는 이미지가 강한 이유다. 이와 중에 대기업계열 바이오기업과 몇몇 바이오벤처들의 나스닥 상장 추진설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물론 해당 기업들은 최고의 기술력과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신만만하다. 해외 상장을 준비하는 명분도 그럴듯하다. 그들의 나스닥 명분론은 "글로벌 임상이 진행 중이고, 제품 타깃 자체가 해외 시장인 점을 감안할 때 나스닥 상장은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고객 신뢰도 향상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으로 평가하고 있다. 패기와 열정은 높이 사지만 현실을 직시할 필요는 분명하다. 2000~2010년대 초반 재계를 주름잡으며 성장가도를 달렸던 STX는 그 좋은 예다. STX그룹은 지난 2005년 7월 국내기업 최초로 계열사 STX팬오션을 싱가포르 증권거래소(SGX)에 상장시켰다. 이어 또다시 2010년 11월에도 계열사 STX OSV 홀딩스를 싱가포르증시에 상장시키는 성과를 올렸지만 지금은 상황이 여의치 않아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나스닥 불가론 중 첫 번째는 해외 바이오텍과 글로벌 공룡 제약사들과 겨룰만한 진정한 실력을 갖추고 있느냐다. 단백질과 당에 케미칼을 결합시킨 링커기술을 가진 기업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하지만 이 기술은 이미 로슈가 상용화했고, 글로벌 선점 포지션도 한 수 위다. 신약의 반열은 아니더라도 개량신약으로서의 지위를 얻기 위해서는 기존 치료제 보다 한 가지라도 치료효과가 개선돼야 한다. 그것이 바로 FDA가 말하는 허가 조건과 괘를 같이 한다. 꼭 북미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후진국으로 알고 있는 남미 역시 FDA 규정을 준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제약기업들이 아직도 남미를 미개척지로 남겨 놓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두 번째로는 재정적 실익 부분이다. 주식거래 수수료와 IR팀 운영, 투자유치 규모 등을 꼼꼼히 따져 볼 필요가 있는데 코스닥 상장이 더 유리한 면이 많다. 코스닥과 나스닥에 상장할 경우, 상장심사수수료와 상장수수료, 연부과금 등의 수수료가 발생한다. 상장규정시행규칙 별표4를 살펴보면 자기자본 1000억원 이하 기업의 상장심사수수료는 500만원이다. 상장수수료는 시가총액 500억 이하는 100만원부터 시작해 5000억 초과는 2220만원+5000억 초과금액의 10억당 1만원의 밴딩 폭으로 적용된다. 연부과금은 평균시가총액 100억 이하는 10억당 1만원, 5000억 초과는 114만원+5000억원 초가금액의 10억원당 500만원으로 이루어진다. 반면 나스닥 글로벌 마켓 상장수수료는 시가총액 322억 이하일 경우 1억 3400만원, 1073억 초과 시 2억 4151만원의 수수료가 부과된다. 나스닥 자본시장은 시총 161억까지는 5368만원, 초과할 경우 8052만원의 수수료가 적용된다. 나스닥 글로벌 마켓 연부과금은 시가총액 107억 이하는 4831만원, 1610억 초과는 1억 6640만원이 적용된다. 나스닥 자본시장은 107억 이하는 4509만원, 107억~536억은 5904만원, 536억 초과는 8052만원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만약 자기자본 1000억 규모의 국내 바이오기업이 코스닥·나스닥에 상장할 경우 각각 2834만원·4억 791만원의 수수료가 발생한다는 얘긴데, 이는 나스닥 수수료가 국내에 비해 14배 가량 높다. 제품화된 파이프라인이 없는 기업이라면 나스닥 상장은 '돈 먹는 하마'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해외 주식거래 수수료도 투자자들의 접근성을 저해할 수 있다. 보통 증권사 해외 주식거래 수수료는 0.25~0.5%로 1억을 거래한다고 치면 최고 50만원의 수수료가 재비용으로 발생한다. 이에 반해 상당수의 증권사들은 HTS 거래 시 국내 수수료를 면제해 주고 있다. 양도소득세 발생도 해외 주식거래의 발목을 잡을 복병으로 분석된다. 국내 투자자가 해외 주식투자 시, 1500만원까지는 양도소득세가 면제되지만 초과할 경우에는 양도소득세 20%와 주민세 2%를 납부해야 한다. 주식으로 1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었다면 2200만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는 말이다. 아울러 이에 대한 소득을 관할세무서에 자진신고해야 한다.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는 기업들은 상장만 되면 대규모 자금을 끌어 모을 수 있을 것이란 장밋빛 전망에 부풀어 있다. 하지만 의외로 해외 투자자들의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현실 장벽은 아직도 높은 게 사실이다. 1971년에 있었던 현대그룹 고 정주영 명예회장과 영국 바클레이즈은행 차관 유치 일화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전형을 보여 준 예라할 수 있다. 빅파마가 즐비한 미국 증시에서 실력을 갖춘 토종 제약·바이오기업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다면 그 얼마나 국위를 선양하는 일인가. 그러나 수요가 적으면 공모가를 낮출 수밖에 없고, 주가 흐름도 우하향 곡선을 그리기 쉽다. 나스닥 상장이라는 상징성은 있지만 그 이상의 효과는 미지수다. 바이오광풍이 불고 있는 이 시점에서 '바람을 타는 기업'이 아닌 '바람을 바꿀 수 있는 실력있는 기업'이 탄생하길 기대해 본다.2018-03-26 06:10:00노병철 -
[기자의 눈] 베트남 순방, 국내제약 불평등 해소되길문재인 대통령이 한-아세안 상생협력 실현을 위해 오늘(22일) 베트남 국빈방문을 한다. 이번 순방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한-베트남 상생과 미래성장을 관통하는 경제협력이다. 현지법인 또는 투자를 예비한 기업들을 중심으로 실무자급을 대동한 점도 두드러진다. 이 가운데 일부 제약기업들도 문 대통령과 함께 나서게 된다. 베트남은 우리나라 의약품 수출국가 중 4번째로 큰 규모를 형성하는 중요한 국가다. 공공병원이 많은 이 나라는 보다 비용효과적인 의약품을 조달 입찰방식으로 구매하는 것이 특징이어서 제네릭 위주의 우리나라에게는 글로벌 진출의 주요 거점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최근 임박한 의약품 입찰기준 변경은 ICH 멤버 국가인 우리나라에게 부당한 차별 근거로 작용할 공산이 커졌고, 베트남이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 베트남이 의약품실사 상호협력기구(PIC/S) GMP를 인정하지 않고 EU GMP, cGMP, 일본 GMP만 1~2등급으로 인정하면서 우리나라는 등급이 5등급 이하로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업계는 입찰 환경에서 등급이 강등되는 것과 관련해 사실상 베트남 시장에서의 국내 제약 퇴출로 보고 있다. 최대 1500억원 규모의 수출 감소 전망이 여기서 비롯된다. 정부는 수년 전부터 이미 ICH와 PIC/S에 가입하고, CTD를 적용하는 등 국내 제약 글로벌 진출과 국산 의약품 품질을 담보하기 위해 까다로운 국제 규제기준을 도입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이 갈수록 열악해지는 제약 수출환경은 비단 정부 간 정책 사안으로만 풀어내기엔 한계가 있어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번 베트남 순방에 앞서 한국과 베트남 간 경제협력에 대해 양국의 상생번영에 기여하는 호혜적 방식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 맥락에서 이번 대통령 국빈방문을 통해 국내 제약사들이 베트남 시장에서 보다 평등한 선상에서 국제 경쟁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길 기대한다.2018-03-22 06:16:42김정주 -
[기자의 눈] 윤식당의 인기와 제약업계의 노동현실지난주 방송된 인기 예능프로그램 '윤식당2'에서는 스페인 손님들이 한국의 노동문화에 관해 이야기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노부모와 함께 윤식당을 찾은 딸은 "인도여행 중 한국인을 만난 적이 있다. 한국인들은 다들 대기업에 들어가고 싶어 하고 그 곳에서 하루에 12시간씩 일한다"며, "전 세계 노동시간 1위가 한국, 2위가 멕시코다. 나는 조금 일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는 삶이 좋지, 하루 중 10시간 넘게 대기업에 바치는 삶을 살고 싶지는 않다"고 말한다. 이 말을 들은 부모 역시 "말도 안된다. 완전 끔찍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같은 장면에 씁쓸함을 느끼면서도 쉽사리 반박할 수 없는 건 그들의 대화가 틀린 표현만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발표한 '2017 고용동향'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국내 취업자 1인당 평균 노동시간은 2069시간으로 OECD 회원 35개국 평균(1764시간)보다 305시간 많다. 1위를 차지한 멕시코(2255시간)와는 186시간, OECD 국가 중 연평균 노동시간이 가장 짧은 독일(1363시간)과는 자그마치 706시간 차이다. 반면 연평균 실질임금은 구매력평가(PPP) 기준 3만2399달러로, OECD평균(4만2786달러)의 75% 수준이었다. 그나마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근로시간 단축을 올해 역점사업으로 꼽으면서 '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Work and Life Balance)'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다행스럽게 여겨진다. 워라밸 열풍은 제약업계에도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들어 외국계 회사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연말휴가제를 도입하거나 공휴일 사이에 낀 샌드위치데이에 전사 휴무를 실시하는가 하면, 1년치 지정연차일을 미리 공지하는 국내사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3·1절 연휴를 활용할 수 있도록 3월 2일을 지정연차로 시행한 기업은 GC녹십자, 동아쏘시오홀딩스, 종근당, 한미약품, JW중외제약 등 24곳에 이른다. 이들 중 다수 기업이 5월 21일과 10월 8일 징검다리 연휴에 지정연차를 시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여전히 대부분의 회사들은 여름휴가를 극성수기인 7월 말~8월 첫주로 고정하고 있다. 회의나 월례조회를 출근시간보다 2시간 빠른 오전 7시 등으로 잡는가 하면, 영업사원들에게 지급한 태블릿 PC를 통해 수시로 위치를 파악하는 등 인권침해 수준의 행태를 보이는 기업들도 존재한다. 얼마 전 GPS 조작 앱(Fake GPS)을 사용해 허위로 거래처 방문보고를 했다가 인사위원회에 회부된 모 회사의 영업사원 사례는 제약업계의 워라밸 수준을 다시한번 곱씹어보게 만든다. 외국계 기업들의 현실도 크게 다르진 않은 모양이다. 5년 연속 여성가족부가 인증한 '가족친화 우수기업'으로 선정되며 워라밸의 대명사로 꼽혀온 모 다국적 제약사 한국법인의 대표는 출산휴가에 들어가는 여직원에게 "3개월 뒤 보자"라는 작별인사를 날리는 것으로 유명하단다. 3개월의 출산휴가를 마친 후 퇴직 수순을 밟았던 기자의 지인에 따르면, 전체 직원의 40%, 임원진의 무려 50%가까이를 여성 인력으로 채우고 있는 이 회사조차 법으로 보장된 1년의 육아휴직 기간을 채우는 직원은 찾아보기 드물다고 했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함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불과 며칠 전, 정시퇴근을 권장하는 회사가 건물 전기를 차단하는 바람에 노트북을 들고 카페로 이동해야 했다는 또다른 지인의 사례는 허울뿐인 워라밸 열풍의 단면을 여실히 드러낸다. 금요일 밤 윤식당을 통해서가 아니라 월~금까지 매일 출근하는 회사에서 삶의 질이 회복될 순 없을까. 업계 리더들로부터 일과 삶을바라보는 의식개혁이 일어나지 못한다면, 퇴근 후 일할 곳을 찾아헤메는 직장인들을 계속 만나게 될 것이다.2018-03-19 06:19:32안경진 -
[기자의 눈] 철저하게 '상품'으로 팔면서 "환자 위해?"국민건강과 기업논리. 제약회사에게 두 가치는 오래된 딜레마다. 아니, 딜레마여야 한다. '약'은 공공재 성격이 짙은 상품이다. 사람의 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지켜주는 수단이다. 우리나라는 국민건강보험까지 적용된다. 또 하나의 사실, 이를 만들고 파는 곳은 회사다.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목적이다. 사실 그렇다. 의약품은 잘 만 하면 떼돈을 벌 수 있는 고부가가치 상품이다. 제약사는 약을 홍보할때 버릇처럼 "환자를 위해"라 말한다. 훌륭한 얘긴데 감흥이 없을 때가 많다. 딜레마 없이 '상품' 쪽으로 부등호가 크게 열리는 회사들 덕분이다. 요즘 신약개발 트렌드는 항암제와 희귀난치성 질환이다. 인간의 생명과 직결된 다양한 암 영역에서 획기적인 신약들이 속속 출현하고 있다. 극소수만 앓기 때문에 마땅한 치료제 없이 고생하던 희귀난치성 환자들에게도 동아줄이 내려지고 있다. 그런데 비싸다. 해당 약들은 초고가약이 대부분이다. 식약처에 허가된지 한참이 지났는데, 처방이 이뤄지지 않는다. 급여 등재 절차는 끝날 줄 모른다. 심평원, 건보공단에 환자들의 항의전화는 빗발친다. 정부의 탄력있는 평가방식이 필요한 것은 맞다. 그렇다고 정부만 비난할 일은 아니다. 딜레마를 던져버린 제약사는 무섭다. 환자단체를 종용해 정부에 대한 비난 여론을 형성하는 회사, 정부의 보장성 방안에 포함될 것을 염두해 고의로 약가협상을 지연시키는 회사, 한국의 시장성이 떨어진다 판단해 아예 약의 도입을 무효화하는 회사, 모두 실존한다. 그 사이 환자 사망례는 증가한다. 국민건강, 함부로 운운할 단어는 아니지 않은가. 이윤을 추구해야 한다. 단, 공공재의 성격이 강함을 반영한 상태에서 말이다. 불가능한 가격을 제시해 놓고 싫으면 관두라면서 '최선을 다하겠다' 말하면 안되는 것이다. 딜레마는 지켜져야 한다.2018-03-15 06:20:20어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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