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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원외탕전실 인증제, 한약 안전성 담보할까정부가 한약 원외탕전실 평가인증제를 이달부터 시행했다. 첩약과 약침 등에 쓰이는 한약재 원료 입고에서 부터 보관, 한약 조제, 포장, 유통까지 관여해 더 안전한 한약을 국민 앞에 내놓겠다는 포부다. 긍정적인 제도 시행 취지에도 원외탕전실 평가인증제는 한약사와 약사, 의사 반대에 부딪혔다. 이들은 더 안전한 한약이 만들어질 것이란 정부 주장을 반박했다. 되레 조제가 아닌 대량제조 한약이 불법 양산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와 일부 보건의약 직능단체 간 찬반 대립을 잠시 뒤로하고 본질을 짚어보자. 원외탕전실 인증제는 정말 더 안전한 한약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여기서 우린 '안전한 한약'이란 표현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식품이 아닌 의약품과 한약에서 '안전성(safety)'은 '품질(quality)'과 섬세하게 구분해야 한다. 질병 치료가 목적인 의약품과 한약의 안전성은 단순 품질보다 부작용과 더 친숙한 표현이기 때문이다. 복지부 정책홍보에 내포된 '탕전실 관리 기준을 강화하면 한약 안전성도 덩달아 높아질 것'이란 논리가 다소 위험하고 혼란 유발 소지가 있는 이유다. 쉽게 말하면 복지부 홍보문은 자칫 "평가 인증제가 지금보다 부작용이 적은 한약을 만들어 낼 것"이란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 문제다. 물론 운영 기준이 강화되고 주기적으로 인증을 반복(3년 마다)하면 과거보다 불순물이 함유되거나 문제가 있는 한약재가 쓰일 확률은 낮아질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한약 조제 과정 중 위생 등 품질 향상을 기대할 수 있을 뿐 약효가 증가하거나 부작용이 줄어들 것이라 예단할 수는 없다. 첩약과 약침의 약효·안전성은 투약 환자가 부작용 없이 병세가 완화됐는지 여부로 판단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인증제가 국민에 더 안전한 한약을 제공할 것이란 표현은 다듬어져야 한다. 인증제는 기존 대비 더 깨끗하고 품질이 우수한 한약이 조제될 환경을 마련할 뿐 부작용이 줄거나 약효가 뛰어난 한약 조제에는 기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원외탕전실 인증제는 한약사를 중심으로 약사, 의사도 인증 기준 등 문제점을 지적하며 기준 변경 등 정책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제도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세부 시행안을 수정해야 자칫 발생할 수 있는 불법 한약 조제를 막을 수 있다는 목소리다. 이처럼 돌연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인증제를 직역갈등과 국민혼란 없이 운영하려면 더 구체적이고 정확한 정책홍보와 함께 개선된 기준마련이 필요하지 않을까.2018-09-05 16:15:18이정환 -
[기자의 눈]온라인서 구입하는 비만약, 규제장치 절실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티드 3mg)라는 피하주사형 비만치료제가 살을 빼려는 환자들 사이에서 인기다. 지난 3월 출시됐지만 지금은 품절 상황으로 인기가 얼마나 높은지 실감할 수 있다. 삭센다는 당뇨병 치료에 사용하는 GLP-1유사체로 기존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비만치료제와 달리 부작용이 적어 오래 사용할 수 있다. 3~4kg 체중 감소를 보여 복용 목적 만큼 효과가 좋다. 삭센다 허가사항에도 장기 복용과 부작용에 관한 내용이 있지만 조금만 검색해봐도 블로그 등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미용성형 업계에서는 '드라마틱'하다는 단어가 있다. 기대했던 것보다 효과가 무척 좋다는 뜻이다. 기존 비만치료제 단점을 극복한 이 치료제는 환자들에게 드라마틱하게 다가왔다. 병원에서는 드라마틱한 효과를 보이는 삭센다가 품절이니 미리 처방을 받으라는 '암시성' 안내판을 놓기도 했다. 어쩌면 그런 효과를 바라는 환자의 '간절함'을 이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간절한 마음의 환자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약국으로도 갔지만 이들의 종착지는 온라인이었다. 드라마틱한 효과를 봤든, 못 봤든 사용 후 남은 삭센다를 처분하기 위한 환자들도 온라인으로 갔다. 그 가운데 연결점 역할은 중고거래 사이트가 했다. 문제는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전문의약품이 거래되고 있다는 사실을 규제 당국이 인지하고 있는데도 쉽게 살 수 있다는 점이다. 삭센다를 비롯해 비만치료제로 쓰는 향정신성 성분의 식욕억제제도 너무나 쉽게 구할 수 있다. 식욕억제제 처방을 위해 환자의 체중과 다른 질환 등은 없는지를 확인하고 처방해야 하지만 담당 의사와 문진 없이 준비한 처방전을 가져만 가는 사례들이 많다. 또 처방 제한 일수를 넘는 수량을 꼼수로 처방받아가는 경우도 있다. 결국 비만치료제에 대한 국민 의식이 일반의약품을 대하는 수준과 비슷한 셈이다. 진료 현장에서부터 환자까지 의약품 사용을 '지도'해야 할 식품의약품안전처 규제 정책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닐까. 식약처에서는 현행 약사법으로는 온라인 등 의약품 거래 규제가 어렵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 등 정보통신망을 활용한 불법 의약품 거래 차단을 위한 약사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규제 자체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다만 국민 인식과 행태를 개선하기 위한 식약처의 '관심'이 살을 빼고 싶은 환자들의 마음처럼 간절해야 한다.2018-09-03 11:26:01김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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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영업익 77억' 부광약품의 R&D 생존법부광약품의 지난해 연구개발비(연결 기준)는 303억원, 영업이익은 77억원이다. 5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올 반기에도 R&D에 128억원을 투입했다. 영업이익의 3배 정도를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연구개발비는 영업이익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지난해 영업이익도 연구개발비 때문에 77억원에 그쳤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반기 17%)이 업계 최상위 수준인 부광약품이 지속적인 R&D를 하려면 묘수가 필요하다. '영업이익 77억원' 부광약품의 R&D 생존법(묘수)은 엑시트(투자금 회수)다. 유망 물질을 보유한 바이오벤처 등을 찾아내 투자하고 기업 가치가 오른 시점에 되파는 방식이다. 부광약품은 올해들어 엑스트가 잦다. 8월만봐도 안트로젠 주식(408억원) 및 신약 물질(400억원) 양도 등 2건의 투자 회수로 800억원 이상의 투자 수익을 올렸다. 지난해 영업이익의 10배를 웃도는 금액이다. 차익도 크다. 부광약품의 안트로젠 주식 양도 사례만 봐도 그렇다. 부광약품은 안트로젠 주식 40만주를 408억원에 양도키로 결정했다. 부광약품은 안트로젠의 최대주주다. 40만주는 부광약품의 안트로젠 보유주식 160만171주(20.12%)의 25% 수준이다. 160만171주 취득원가는 39억원 정도다. 결국 25%인 10억원 어치를 팔고 400억원 이상의 수익을 낸 셈이다. 취득원가 대비 40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차익은 400억원 가량이다. 부광약품 3대 주주는 올 3월 주주총회에서 기존 사업 성장과 신사업 진출 등이 정체돼 경쟁사나 유사업체에 비해 매출이나 수익이 나빠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R&D를 하더라도 어느정도 실적은 나와야하지 않겠냐는 취지다. 현 상황을 고려할때 부광약품 엑시트는 이 회사만의 R&D 생존법이자 최선책이다. 투자수익은 영업이익 증가로 이어져 R&D 부담을 덜 수 있다. 좋아진 현금유동성은 엑시트를 위한 투자에도 쓰일 수 있다. 여기에 주주 불만인 '수익성'까지 잡을 수 있다.2018-08-30 06:20:32이석준 -
[기자의 눈]제약업계 코프로모션, 제 살 깎기 그만제품력과 영업력은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필요조건이라 할 수 있다. 업계 특성상, 2개 요소는 아직까지 국적으로 분류가 가능하다. 국내사들도 자체 개발 의약품이 늘어나면서 변화의 기류도 생겼지만 여전히 '제품력=다국적사', '영업력=국내사'라는 등식이 성립하고 있는 것이다. 제휴가 활발한 이유다. 특히 올해는 연초부터 현재까지 다국적사와 국내사간 판매제휴가 쏟아지고 있다. 그만큼 국내사는 먹거리가 부족하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국내사의 도매상 전락, 노예계약이라는 비판을 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단 버티기가 중요한 지금이다. 우선은 살아 남는 것이 중요하다. 다 이해가 간다. 그런데 경쟁이 심화된 탓일까. 최근 체결되는 제휴의 이면에는 제법 씁쓸한 단면들이 엿보인다. 첫번째는 무분별한 품목의 수용이다. 제휴를 하는 것은 좋다. 다만 자사의 품목, 혹은 이미 코프로모션 중에 있는 품목의 적응증이 겹쳤을때 신중한 고민이 필요하다. 지금 업계에는 같은 진료과목 의사에게 1개 제약사가 2개 이상의 적응증이 겹치는 약에 대한 영업활동을 전개하는 상황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실제 현장을 누비는 영업사원들은 딜레마에 빠져 허덕이지만 회사는 여기에 관심도 없다. '계열, 적응증 범위가 다르다'는 핑계를 들을때면 염증을 느낀다. 제휴는 회사와 회사가 '윈윈'하기 위해 이뤄진다. 하지만 그전에 업계 전체의 '윈윈'에 피해를 입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야 한다. 또 하나의 문제는 저마진이다. 한 다국적사가 꽤나 유망한 품목의 영업 파트너사를 물색하기 시작하면 최소 2~4곳의 국내사가 몰려든다. 어차피 영업은 조직이 제대로 갖춰진 회사들이 한다. 실력은 비슷하니 결국은 수수료 싸움이 되고 만다. 문제는 도가 넘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수수료율은 30% 초중반 선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20%대를 제시하는 회사들이 생겨나고 있다. 제 살 깎기다. 당장의 겉보기 매출을 일으키기 위해 국내사들이 다국적사들에게 안 좋은 버릇을 들이고 있는 셈이다. 그들에게 '여기까지도 수수료가 내려간다'라는 인식은 백해 무익하다. 다국적사 역시 아무리 기업논리라 하지만 최소한의 마진은 지켜줘야 한다. 도매업체, 대행사 등과 빚어지고 있는 마찰을 업계 전체까지 확대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2018-08-27 06:01:00어윤호 -
[기자의 눈] 약의 신을 기다리는 암환자들을 위해중국에서 '워부스야오선(我不是& 33647;神, 나는 약신이 아니다)'이란 제목의 영화가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지난달 초 개봉한지 보름만에 관객수 3000만명을 돌파한 이 영화는 중국의 어두운 제약 현실을 다뤘다. 영화에는 소위 '약의 신'이라 불리는 청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고가의 항암제 제네릭을 인도에서 공수해주는 일로 큰 돈을 만진 청윤은 제약업계의 압박과 경찰 수사에 불안감을 느낀 나머지 판권을 다른 사업자에게 넘긴다. 하지만 약을 구하지 못한 백혈병 환자가 약값을 대지 못해 자살했다는 소식을 접한 뒤 제네릭 판매를 재개한다. 암환자들에게 원가만 받고 제네릭을 공급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때부터 약의 신이란 별칭을 얻게 된 청윤은 밀수와 불법 의약품 판매 혐의로 체포돼 재판장에 서게 된다. 이 영화가 관객들의 공감대를 끌어낼 수 있었던 요소는 고가 의약품으로 고통받는 중국 환자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표현했다는 데서 찾아볼 수 있겠다. 실제 이 영화는 인도산 글리벡 제네릭을 복용하던 중 비슷한 처지의 다른 환자들에게 약을 대신 구매해줬던 백혈병 환자 루융(陸勇)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2013년 불법의약품 판매 혐의로 기소된 그는 환자들의 탄원으로 검찰기소가 취소되고, 2015년 1월 석방된 바 있다. 고무적인 건 3년 여만에 비슷한 소재를 다룬 영화가 흥행하면서 사회적 논란이 커지자, 중국 정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외신들에 따르면 리커창 총리는 최근 공개석상에서 영화 '워부스야오션'을 언급하고, "서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리 총리는 "암 등 중증 질환자가 돈이 없어 약을 못 사는 현실에 대한 호소는 약가인하와 물량확보의 시급성을 반영한다. 환자와 가족의 부담을 줄여주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관련 부처에 신속한 정책수립 및 집행을 지시했다고 전해진다. 실질적인 변화도 포착되고 있다. 수입산 의약품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던 중국 정부는 지난 5월부터 수입산 항암제에 부여하던 5%의 관세를 철폐하고 부가가치세를 기존 17%에서 3% 수준으로 낮췄으며, 일부 항암제를 의료보험 적용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번 리 총리의 발언이 최근 '창춘(長春) 창성(長生) 바이오테크놀로지'의 불량백신 사태로 인해 성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것이란 의혹도 일부 제기되지만, 암환자들에게 긍정적인 변화임은 틀림없다. 우리는 이웃나라 중국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대한민국의 현실을 되돌아봐야 한다. 고가 항암제로 인한 진통은 결코 남의 나라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으로부터 1년 전 건강보험급여권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숱한 파장을 낳았던 면역항암제는 여전히 적응증 확대에 따른 분쟁의 소지를 가득 안고 있다. 최초 등재 때 흑색종과 비소세포폐암으로 한정됐던 키트루다와 옵디보는 불과 1년새 신세포암과 호지킨림프종, 두경부암, 요로상피암 등으로 사용범위가 확대됐다. 자궁경부암과 간세포암, 유방암, 위암 등 1~2년 새 적응증 추가가 예상되는 암종도 상당하다. 정보량이 풍부해진 환자들은 보건복지부 이하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진행하는 급여등재 절차를 문제삼기 시작했고, 다국적 제약사들은 신약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연일 불만을 제기한다. 우리 정부는 올해 초 한미FTA 개정협상 과정에서도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제도'를 개선·보완해 달라는 미국 측 요구에 진땀을 빼야 했다. 재정지출을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제한하면서도 다양한 암종의 환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명확한 기준을 확립하지 못한다면 언제까지 건강보험 재정이 유지될 수 있을지 장담하기 힘들다. 필요하다면 도입 5년차를 맞이한 위험분담제(RSA)에 대해서도 재정비를 고려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영화의 제목처럼 누구도 약의 신이 될 수는 없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더욱이 극단적인 상황에 처한 환자, 혹은 가족이 의도치 않게 약의 신으로 내몰리는 상황이 벌어져선 안 될 것이다. 국민 3명 중 1명, 누구도 암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 속에 너무 늦지 않게 현명한 제도가 마련되길 기대해본다.2018-08-23 06:30:00안경진 -
[기자의눈]줄세우기 돼버린 국내 첫 환자경험평가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10일 야 심차게 의료서비스 환자경험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환자경험평가는 국민의 관점에서 의료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평가하고, 향후 의료기관들이 환자 중심의 의료문화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걸 목표로 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결국 이번 환자경험평가는 또 다른 평가라는 이름의 병원 '줄 세우기'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번 평가 결과를 어디에, 어떻게 쓰겠다는 구체적인 계획 발표도 없었다. 조사 연구용역 입찰부터 발표까지 전 과정에 참여한 심평원은 환자 스스로 의료기관에서 체험한 서비스를 평가할 수 있었다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평가 점수에 대한 객관성, 그리고 향후 조사가 지속될 경우 평균보다 점수가 높은 의료기관의 인센티브와 낮은 기관에 대한 디스인센티브에 대한 언급은 피했다. 다만 향후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선 해당부서에서 장기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이번 환자경험평가를 위한 조사 연구용역에 쓰인 예산만 해도 2억5400만원에 달한다.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될 때는 조사 결과를 정책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까지 마련해 놨어야 한다고 본다. 평균 점수 83.9점에도 의문점이 있다. 지난해 7월 17일부터 4개월 동안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92개소를 방문한 환자 1만4970명이 조사에 응했다. 공개된 평균 점수는 83.9점으로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아니, 심평원은 직관적으로 낮지 않은 점수라는 평가까지 내렸다. 하지만 환자는 100점 만점으로 점수를 주지 않았다. 문항에 따라 4점 척도 또는 11점 척도가 적용됐다. 4점 척도는 4가지 답에 따라 0점, 33점, 67점, 100점으로 분류된다. 4점 척도에서 '보통'이라고 답만 해도 67점을 받을 수 있다. 과연 1차 환자경험평가에서 내놓은 평균 83.9점이라는 점수가 과연 환자들 또한 '인정할 만한' 점수일지부터 의문이다. 심평원은 이번 평가 결과를 공개하면서 구체적으로 1위 병원을 공개하지 않았다. 대신 92개 의료기관의 평균 점수와 간호사 서비스, 의사 서비스, 투약 및 치료과정, 병원환경, 환자권리보장, 전반적인 평가 등 6개 영역별 점수를 공개했다. 영역별로 세분화해 모든 의료기관의 점수를 공개하는 만큼, 전체 평균 1등이 있을법도 한데, 심평원은 끝까지 노코멘트 했다. 이번 평가 결과를 100점 점수로 환산해 발표해놓고, 1등은 꼽을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환자경험평가 조사 대상이 된 의료기관은 이번 평가 결과를 대외 홍보에 백분 활용하고 있다. 6개 평가 결과에서 5개 평가 결과 점수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한 중앙대병원은 포스터까지 자체 제작해 홍보에 나섰다. 1등 점수를 거머쥐지 못한 다른 의료기관들은 2등, 3등의 점수를 나름대로 '최우수 점수'라고 보고 홍보를 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지역별로 1등을 골라 홍보하는 병원까지 나타났다. 하지만 상위권 점수에 랭크되지 못한 병원들은 환자경험평가가 심평원이 실시하는 의료서비스 질 평가와 마찬가지로 또 다른 평가로 다가온다고 부담감을 호소하고 있다. 물론 이번 환자경험평가가 국내에서 처음 시도됐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 하다. 하지만, 준비과정부터 발표까지 1년이 넘게 걸렸던 기간에 비해 평가 결과에 대해 의료기관에 인센티브나 디스인센티브에 대한 구체적인 후속조치가 마련되지 않은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2차 환자경험평가에서는 의료기관 줄 세우기가 아닌, 환자들의 소중한 평가 결과가 제대로 쓰일 수 있는 완성된 정책 대안을 가져올 수 있길 기대해 본다.2018-08-20 06:29:50이혜경 -
[기자의눈] 실효적 유전자분석·임상시험 규제 절실최근 신생 의료 서비스 기업 두 곳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양사는 새로운 형태의 사업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한 곳은 개인 유전자 분석 서비스 업체였으며, 다른 한 곳은 온라인 임상시험 피험자 모집 정보 제공 업체였다. 그전까지 이런 형태의 사업은 규제로 묶여 있었다. 개인 유전자 분석 서비스는 2016년 민간에 개방됐지만, 12개 유전자형에 한해 허용됐다. 온라인을 통한 임상시험 피험자 모집은 법규에는 금지조항이 없지만, 정부기관 해석에 의해 사실상 막혀 있다. 양사는 이로인해 제대로 사업을 펼칠 수 없다며 규제완화를 주장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이 전혀 근거없는 것은 아니다. 개인 유전자 분석 서비스는 이미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택배나 편의점에서 이용할 만큼 민간에 개방돼 있다. 이 나라 소비자들은 손쉬운 방법으로 자신의 유전자형을 알아보고, 미래 질병에 대비한다. 뒤늦게나마 국내도 개인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민간에 개방했지만, 12개 유전자형만 허용함으로써 아쉬움을 두고 있다. 소비자가 궁금해하는 암, 치매 등 질병과 성향을 결정짓는 유전자 정보는 여전히 접근하기 어렵다. 물론 개인 유전자 정보와 관련된 보호, 차별 문제 등 선행돼야 할 부분도 있지만, 한국의 개방 속도는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느리다. 이미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개인 유전자 분석 서비스 업체와 손잡고 맞춤형 치료제 개발에 들어갔다. 게놈 분석을 통해 질병을 확인한다면 개인별 치료 성공률의 오차도 그만큼 줄어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하지만 현재처럼 유전자 분석 주체를 의료기관에 의존한다면 산업 활성화와 그에 따른 기술 진보도 뒤처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온라인 임상시험 피험자 모집 부분도 지나친 규제다. 이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임상시험 승인 현황을 온라인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임상시험이 언제, 어디서 진행하는지 추후 일정은 해당 병원 사이트나 지하철, 신문을 통해서만 공개되고 있다. 식약처의 유권해석에 따라 임상정보가 제한적으로 공개 또는 광고되고 있는 것이다. 임상시험을 다루는 의료기관의 IRB도 식약처의 유권해석에 따라 피험자 모집의 온라인 공개를 꺼리고 있다. 이에 능동적 임상시험 참여 비율이 낮다. 대부분 피험자는 광고나 홍보가 아닌 의료진의 권유나 입소문을 통해 모집되고 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환자들이 임상시험에 참여하고 싶어도 정보 얻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것이다. 임상시험 정보가 외부에 잘 공개되지 않으니, 피험자 모집 미달로 임상시험을 통한 신약 상업화에도 차질을 빚게 된다. 임상시험 정보 공개 역시 미국 등 선진국들은 제약을 두지 않고 있다. 안전성 확보, 기존 서비스를 진행하는 요양기관과의 갈등 요소 등 면밀한 검토는 필요하다. 하지만 환자와 소비자들이 이득을 얻는다면 보다 적극적인 규제완화를 고민해 볼 만 하다. 그것이 선진국이 시행하고 있다면 더더욱 그렇다. 문제가 어렵다고 손만 놓는다면, 앞으로 첨단 의료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도태될 게 우려된다.2018-08-16 12:20:00이탁순 -
[기자의 눈] "설사약 주세요"라는 말의 진실얼마 전 '모기약'을 달라는 환자에게 약국이 관장약을 판매해 환자가 급작스런 복통을 호소하며 응급실에 실려간 사건이 일어났다. 환자가 '모기약'을 달라했는데 약사가 관장약을 건네준 사연은 알 수 없다. 그러나 약사가 '모기를 잡는 약'을 달라는 손님에게 '모기를 피하는 약'이나 '모기 물린 데 바르는 약'을 건네주는 경우는 지금도 약국에서 비일비재한 일이다. 상비약 6차 회의가 마무리됐다. 지사제와 제산제를 추가한다는 큰 틀은 정해졌는지 몰라도 '어떤' 지사제와 '어떤' 제산제를 추가할 지에 이르려면 또 한차례 진통이 예상된다. 이 와중에 약사들이 특히 걱정하는 것은 지사제다. '겔포스'와 '스멕타'가 현재 가장 유력한 차기 상비약 품목인데, 약사들은 하나같이 "겔포스는 백번 양보한다 치자. 스멕타가 복약지도 없이 판매하기 적합한 약이냐"고 입을 모은다. 서울의 한 곳에서 20년 넘게 약국을 운영해온, 내가 만난 '김 약사'도 이렇게 말한다. "모든 약을 주의해야 하지만, 지사제는 특히 더 주의해야 하는 약이에요. 스멕타는 흡착성 지사제인데, 흡착성이라는 건 몸에 들어와 설사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붙잡아 흡착해 함께 배설한단 뜻이에요. 이렇게 들으면 '좋은 약이네' 싶죠. 그런데 생각해봐요, 스멕타 성분이 바이러스만 골라서 흡착하겠냐는 거에요. 다른 약을 같이 먹거나, 요즘 많이들 먹는 유산균을 일상적으로 먹는 환자라면요. 스멕타가 고혈압 약이나 고지혈증 약, 유산균까지 같이 흡착해 장으로 끌고 내려가면 어떻게 되겠어요." 김 약사는 20여년동안 약국에서 이렇게 복약지도해왔고, 전화로 '스멕타가 어떤 약인가요'라도 묻는 내게 똑같이 이렇게 설명해주었다. 이밖에 스멕타를 복용할 때 주의할 점은 또 있다. 바이러스가 온전히 흡착되도록 공복에, 물 없이 복용해야 효과가 있다. 공복이라는 개념 역시 약사의 설명이 필요한 경우가 다반사다. 지사제는 그래서, 어떤 연유로 설사를 하는지, 다른 약을 복용하고 있는지, 약을 복용하고 있다면 몇시간 간격을 두고 이 약을 먹어야 다른 약 흡수를 방해하지 않는지 설명과 함께 판매되는 약이다. 김 약사는 극단적인 사례도 소개했다. 대장암 환자의 경우다. 암조직으로 인한 것인지 모르면서 그저 설사를 멎고자 약을 복용하는 환자들이 실제 약국을 방문한다는 것이다. "어떤 원인으로 인한 설사인지 모르면서 흡착성 지사제를 복용한다면, 안되죠. 대장암으로 인한 설사인지, 장염으로 인한 것인지, 과민성으로 인한 설사인지 알 수 없는데 스멕타를 그냥 자가 복용하면 진짜 위험해질 수 있어요." 김 약사는 지사제와 관련해 이런 경험도 있다고 말했다. 지사제 처방이 나왔는데, 환자 상담을 하며 적절하지 않은 약이 처방돼 의원에 전화해 처방전을 수정한 사례다. 환자가 '설사약'을 달라고 했는데, 의사는 확인하지 않고 설사를 멎는 약을 처방했다. 그러나 변비로 인해 오래 고생해온 환자가 원한 것은 '지사제'가 아니라 '변비약'이었다. "의사가 '환자가 그런 말을 했어요?' 라면서 돌려보낸 처방전을 수정한 적이 있다니까요. 환자들은 단어를 막 헷갈려서 써요. 설사약인지, 지사제인지, 변비약인지를 말이에요." 단 한 명의 약사와의 통화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 대화였다. 또 다른 약사 역시 '도대체 품목 조정 위원회에 전문가들이 있기는 한거냐. 약간의 지식만 있어도 지사제를 상비약으로 풀 생각은 못할텐데,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사제는 약국에서도 복약지도가 상당히 까다로운 축에 속한다'고 말했다. 편의점 안전상비약을 무조건 반대하자는 말은 아니다. 다만, 6차에 이르기까지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토론이 이뤄졌는지 의심할 만한 지금까지의 결과가 약사들을 설득시키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싶다. 이제 7차 회의로 공은 넘어갔다. 기존 위원들이 변동 없이 회의에 참석할 것이다. 지금까지 분위기로 보면 스멕타와 겔포스의 상비약 지정은 피해갈 수 없는 일인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종이에 인쇄된 '부작용이 거의 없다'는 약리학적 기전만을 논하기 전에 우리 환자들, 국민들의 언어 사용 환경을 보자. 모기약을 달라는 환자가 모기 잡는 약을 원하는지, 모기 기피제를 사려는지, 모기물린 데 바르는 약을 달라는 건지도 불분명한 상황이 왕왕 있다. 그런데 스멕타가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상황을 상상했을 때, 변비 환자가 찾아와 스멕타를 구매하는 일이 전혀 일어나지 않을 거라 장담할 수 있을까. 나는 장담할 수 없을 것 같다.2018-08-09 06:25:33정혜진 -
[기자의 눈] 바이오벤처, 루머와의 전쟁 성공하려면바이오벤처가 루머 등 노이즈(noise)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주가 등락이 심한 코스닥 상장 바이오벤처는 노이즈 제거에 사활을 걸고 있다. A바이오벤처 대표는 지난달말 기업설명회(IR)에서 노이즈를 잡으러 나왔다고 발언했다. 이들 업체에 잡음이 많은 이유는 '신약 개발'이라는 업종 특성 때문이다. 잠재력 하나만으로 시가총액 수조원의 기업이 탄생하지만 반대편에는 성공보다는 높은 실패 확률이 기다리고 있다.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지만 결과물도 평균 10년이 지나서야 나온다. 이렇다보니 해당 업체는 신약 개발 기간 동안 크고 작은 이슈(노이즈)에 휩싸인다. 주요 임원 퇴사 등의 팩트가 임상 실패, 자금 조달 이슈 등으로 번지며 주가에 영향을 준다. 이들 업체는 기업설명회나 입장문 발표 등을 통해 노이즈 진화에 나선다. '큰 문제가 없다'며 투자자들을 안정시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허나 위험 요소에 대한 냉철한 분석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루머는 근거없고 임상 순항이라는 해명은 많지만 경쟁사와의 관계, 임상 디자인 및 속도 등을 고려한 위험 요소 업데이트는 부족하다. 이런 설명을 찾으려면 유상증자 등 투자를 받을 때 제출하는 철 지난 증권보고서 정도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이슈에 놓인 해당 기업의 적극적인 해명은 찬성한다. 잘못된 노이즈라면 바로잡아야한다. 다만 장밋빛 전망만 넘치는 해명은 투자자들의 기대 심리만 부풀릴 수 있다. 이들이 노이즈와의 전쟁에서 성공하려면 냉철한 정보 분석 및 공유가 필수다. 객관적인 정보의 부재는 회사 가치의 왜곡을 초래한다. 주가는 충분한 정보가 없을 때 요동치는 법이다.2018-08-06 06:28:02이석준 -
[기자의 눈]폭염 속 운집한 약사들, 얼마나 공감 얻었나35도를 웃도는 폭염 속 3300여명 약사들이 청계 광장에 모였다. 편의점 상비약 품목 확대 저지를 위한 궐기대회에 모인 약사들, 그들은 '국민건강 수호'를 이번 대회의 대명제로 삼고 시민들 앞에 섰다. 이를 반영하듯 대회에서 마이크를 잡은 조찬휘 대한약사회장은 참석한 약사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궐기대회를 통해 얻고자 하는 건 우리만의 권익이나 직능 인정에 앞서 대한민국 주권자인 국민의 건강권 회복이다. 국민 입장에서 생각하고 진정 국민을 위해 행동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끝까지 고수해야 할 핵심 가치"라고 말이다. 이날 모인 약사들은 또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약사(藥事) 정책을 촉구한다'는 제목으로 결의문을 채택하고, 의약품 오남용을 조장하는 편의점 판매약 제도 즉각 폐지 등을 주장했다. 이날은 약사 뿐만 아니라 미래 약사인 약대생까지 대거 참가해 시민들을 향해 국민 건강 수호를 외쳤다. 생각해보면 이미 국민 건강을 무기로 한 보건의료계 단체들의 거듭되는 집회에 지칠대로 지친 국민들이다. 전문가라는 이유로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만 한편으로는 직능 이기주의로 밖에 비쳐질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 중심에는 공감이 있다. 한 직능의, 단체의 메시지가 국민의 생각, 마음에 와 닿기 위해선 그들의 이야기를 이해하고 공감대를 사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약사들의 외침이 국민들에 얼마나 공감대를 샀을 지는 의문이다. 이번 궐기대회에 참석한 약사가 기자에 보낸 메시지가 기억에 남는다. 그 약사는 본론에 앞서 "이번 대회가 국민들에게는 무관심한 행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국민이 공감하지 않을테니."라고 잘라했다. 이어 "궐기대회 전 2010년 심야약국운영을 계획하고 실천 했던 시절처럼 약사회 임원들이 새벽 1시까지라도 전국적으로 심야약국을 운영한다고 공표하고 실행 한 후 궐기대회를 했다면 시민의 공감을 사고 여론은 달라지지 않았을까"라며 "어찌됐든 내키지는 않지만, 약사이기에 동참한다"고 전했다. 참가한 약사조차 국민 공감을 사긴 역부족이란 사실을 이미 인지하는 게임이었다. 하지만 살인적인 폭염 속 3000명이 넘는 약사가, 약대생이 한자리에 모였단 것은 그만큼 이번 사안이 중대하단 사실을 보여준다. 사안이 중대하고 시급한 만큼 단순 보여주기식을 넘어 국민들을 이해시키고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그 '무엇'이 필요한 때다.2018-07-30 06:19:50김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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