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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게 약사회냐"...정관 수호자의 정관 위배

  • 조광연
  • 2017-06-22 12:14:54
  • 사안 경중, 민초 약사들도 다 아는데 왜 조 회장은 몰랐을까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69조는 대통령 취임에 즈음해 이같은 선서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은 오른손을 들어 국민들 앞에서 헌법을 따르고 지키겠다고 약속한다.

대한약사회장 취임식도 대통령 취임식 못지 않게 엄숙하게 진행된다. 전국 약사들의 의견 제시권 및 표결권을 위임받은 대의원들은 물론 내빈 앞에서 "나는 00대 대한약사회장으로서 정관을 준수하고..."라며 선서를 하고 취임사로 약사회장의 비전을 밝힌다. 역대 회장 모두 선서했다. 언젠가 현장에서 이 장면을 지켜볼 때 과잉이다 싶었던 적이 있었다. 축하분위기를 띄우는 피자 위 토핑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대한약사회 조찬휘 회장을 둘러싼 최근 논란을 보니 '과잉이다 싶었던 생각'은 거둬 들여야 겠다. 취임 선서는 매우 상징적이며 중요한 과정임을 새삼 깨달은 탓이다. 2012년 12월 약사 회원들 직접 선거로 37대 대한약사회장에 선출됐던 조 회장은 2013년 3월7일 59회 정기대의원 총회에서 역대 회장들처럼 취임 선서를 했다. "나는 대한약사회장으로서 정관을 준수하고..."라고 말이다.

하지만 약사 공통체 조직의 원칙과 활동 범위를 규정한 정관을 바르게 준수하고 따름으로써 정관을 수호해야 할 조 회장은 선서를 지키지 않았다. 약사회 조직의 회계 회무를 감시하는 감사단 4인은 조 회장이 선의로 했다고 해명한 '신축 약사회관 운영권 사전 가계약 거래' 행위를 '정관 위배'라고 판단하면서 최종 의결기구인 대의원 총회 소집을 요청했다. 이전에도 조 회장에겐 정관 위배란 말이 따라 다녔다.

"나는 00대 대한약사회장으로서 정관을 준수하고…" 대한약사회장 누구나 대의원들 앞에서 취임 선서

조 회장 말마따나 서초동 약사회관이 낡은 건 사실이다. 떨어진 타일에 주차한 차량이 훼손됐다는 증언도 사실이다. FIP를 앞두고 회관 신축이 급했다는 것도 수긍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총회 의결이 없는, 그래서 회원들은 전혀 알지 못하는 자신만의 신축 복안을 청국장집 식탁에 올려놓고 운영권 운운하며 거래하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 흔히들 말하는 회장 재량권 한참 밖 사안이다. 재량권 남용이 아니라 일탈이다.

상당수 약사들이 잘못된 일이고,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하는 이 사안의 경중을 조 회장 만은 왜 몰랐을까. 성과만 보여주면 다 해결된다고 생각했을까, 아니면 일부서 제기하는 의문처럼 2014년 9월 무렵 급히 융통해 써야할 자금이 필요했던 것일까, 의문은 쉬 가라앉지 않는다. 더구나 서울 분회장부터 약사회무에 잔뼈가 굵었다는 조 회장이, 정치 감각이 뛰어나다는 조 회장이 왜 이런 늪에 빠졌는지 안타깝다. 감각적으로 안되는 사안이었기 때문에 그의 말대로 부속합의서를 지시했던 것 아닌가?

논란이되는 어떤 문제의 당사자가 해명의 수단으로써 선의를 주장하지만, 통용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우리 사회는 지난 겨울 목도했다. 감사단 요청대로 임시총회가 열리게 되면 '조 회장의 정관 위배'와 '조 회장의 선의'가 충돌할 것이다. 다른 말로 조 회장 비토 대의원들과 조 회장 지지 대의원들 간 정당성을 기준으로 충돌이 일 것이다. 한데 아이러니하게도 옳고 그름의 잣대는 2014년 3월7일 조 회장 취임식 날 의결된 개정된 정관이 될 것이다. 재적 대의원 3분의 1의 발의가 있으면 불신임 건의가 가능하다. 또는 투표권이 있는 회원 4분의 1의 요청을 필요로 한다.

대의원들은 이날 정관개정 특위가 올린 정관 개정안, 다시 말해 대한약사회장 불신임 요건을 심의, 의결했다. 요건은 1) 약사면허 취소처분 2) 회원의 중대한 권익침해 3) 약사회 명예를 현저히 훼손한 경우 등이다. 임총이 아니더라도 개인이든, 단체든 제3자 고발이 없을 것이라고 현재 분위기에선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조 회장이 늪에서 훌훌 털고 빠져 나오기는 쉽잖다. 적잖은 약사들이 "이게 약사회냐" 자괴감을 느끼며 마음 속으로 조 회장을 탄핵했기 때문이다. 약사단체들의 잇따르는 성명들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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