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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일한 세월...환갑인데 몽블랑에나 가보자"

  • 데일리팜
  • 2017-07-20 12:14:54
  • 윤용혁 약사의 열흘간 몽블랑 트래킹과 단상 [상]

첫째 날-캐나다서 온 옆자리 남자분과 서툰 대화가 즐겁다

공항까지 데려다줄 택시가 집앞에 선다. 기사분이 활달하시다. 낯설고 먼 곳을 혼자 찾아가아하며 무엇보다도 9일간 몽블랑 트레킹 종주를 걱정하는 나를 위로한다. 자신은 담낭암과 췌장암을 극복하고 산을 통해 건강을 되찾았노라며...터키항공 91편이 활주로를 힘차게 내딛더니 어느새 이스탄불 공항이다. 11시간이 흐른다. 다시 터키항공 1917편 제네바행 38번 게이트가 반긴다. 터키입국 중간에 작은 실랑이.

여자요원이 차미차미하며 내 배낭을 열더니 카메라와 충전기를 뺏길래 와이 하니 진득한 남자요원이 돌려준다.

세 시간 비행 스위스 제네바 공항 샤모니로 데려다줄 알피버스 예약시간 11시를 넘긴지 오래, 큰일이다. 짐 찾는데 시간이 걸린다. 프랑스인 기사가 내가 예약이 안 되었다며 기다리란다. 뭔 시츄에이션? 아이 메이드 어 레저베이션 인 코리아 어쩌구. 언성을 조금 높이니 오케이 한다.

캐나다서 온 옆자리 남자분과 서툰 대화가 즐겁다. 벌써 여덞번 째 방문이란다. 한 시간 반을 달리니 몽블랑 산이 하얀 모자를 뒤집어 쓰고 나를 반긴다. 이사벨 호텔이다.

둘째 날-멋지고 황홀한 광경이 눈안 가득

시차인지 걱정때문인지 일찍 잠이 깬다. 새소리가 먼 걸음을 한 나를 반기듯 요란하다. 시원하고 상쾌한 바람이 달려와 폐포를 적신다. 어제 만난 일행으로 이제 산행에 동행할 분은 나를 포함 여섯이다. 병원장 부부와 미국 약대에 재학중인 아주 예쁜 따님 그리고 수녀원서 나온지 두 달 되었다는 키가 큰 여성분 그리고 베테랑 가이드 영어는 물론 등산에 있어서는 모두 마니아들 같다. 나를 제외하고는.

산행 가이드는 프랑스인 산드라라는 여성분이다. 호텔서 아침식사를 마치자 산행에 필요한 물품을 빼고 카고 백에 넣어 다음 장소로 운반을 위해 대기시켜 놓는다. 난 그대로 케리어에.

잠발란 등산화 끈을 조이니 버스가 몽록까지 데려다 준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트레킹 시작점이다. 에귀 베르트 4122 미터가 떡하니 버티고 서있다. 근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산악 마라톤 대회가 한참 진행중이다. 유럽 각지에서 참석한것 같다. 여성도 많고 트레킹 폴을 가지고 뛰는 사람등 각양각색이다. 코스를 약간 바꾸어 전나무 숲을 따라 산을 두 시간 오른 후 관목지대를 지나니 쉐즈리호수가 아름답게 펼쳐진다.

빙하와 뾰족한 산봉우리는 하늘의 조각품이다. 풀밭에서 프랑스식 점심을 해결하고 다시 두어시간을 가파른 바윗길과 사다리를 건너다가 삼십 분 정도 오르니 2352미터에 위치한 블랑호수다. 산에는 녹지 않은 눈들이 수북히 쌓여있다. 녹아내리는 물이 시냇물을 이뤼 소리를 지르며 힘차게 흐르다가 폭포를 이룬다. 장관이다.

도중에 여성분이 고산증을 호소한다. 어지럽고 숨이차고 속이 불편하단다. 처방받아 가져간 실데나필을 건네려하자 의사분이 조금 기다려보자한다. 배낭을 잠시 들어준다.

한참을 걸어내려오니 첫날밤을 맞을 라플라제르 산장이 엉거주춤 맞으러 나온다. 여기까지는 오늘 짐이 오질 않는다. 나무로 된 산장의 마루바닥은 유난히 삐걱거려 조심스럽다. 하얀 모자를 꾹 눌러쓰다가 석양에 비친 몽블랑산 정상의 풍경은 기가막히게 아름답다. 멋지고 황홀한 광경이 눈안 가득 들어와 자리를 잡는다. 힘들어도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에 흐믓하다.

셋째 날-저 멀리 샤모니 시내가 아침 잠에서 깨어나

산장 마루의 삐그덕 소리에 잠이 깬다. 높은 산에 산장이 자리하고있어서인지 한기가 들고 몸은 무겁다. 도수체조로 몸을 풀고 부상방지를 위해 스트레칭에 열심이다. 여명에 눈을 뜬 몽블랑 정상은 아름다움의 극치이다. 산아래 저 멀리 샤모니 시내가 부스스 아침 잠에서 깨어난다. 브레방 2525 미터를 올라야하고 총 21킬로미터에 9 시간을 걸어야한다니 끔찍하다. 중간 케이블카역이 있는 플랑프라까지의 1900미터의 높이로 샤모니의 북쪽 산허리길을 따른다. 프랑프라에서는 패러글라이딩이 한창이다. 저것을 타고 그냥 산을 내려가고싶다는 생각이 굴뚝같이 든다.

다행히도 브레방 정상만 쳐다보고 케이블카를 탔는데 세상에나 중간에 정전으로 모두 멈춰섰다. 등산모로 부채질을 하며 애써 침착하려는데 평소 고소공포증이 심한 병원장은 불안증세를 보인다.

케이블카 안은 한낮에 내리쬐는 태양의 열기로 기온이 급격히 오른다. 메이 데이! 메이 데이! 농담으로 분위기를 바꾼다.

이십 여분이 지난 후 다시 케이블카가 움직인다. 긴 시간이 흐른것만 같다. 산장호텔 & 44697;빠뉼까지는 멀기도 하다. 배낭에 가족의 짐까지 무겁게 진 병원장이 급기야 무릎의 통증을 호소한다. 큰일이다. 대책회의가 열린다. 가이드에게 아주 쉬운 길을 요청한다. 그래도 그 길은 쉽지도 가깝지도 않다.

산장호텔에는 단체 관광객 인도인들이 많이 몰려든다. 산안개가 고즈넉이 내려 앉는다. 는개와 함께.

넷째 날-은은했던 소들의 방울소리는 사라졌지만...

후두둑 쏟아지는 빗방울 소리가 산장의 창문을 두드려 단잠을 깨운다. 물안개인지 구름인지 아무튼 산마다 허리띠를 두르고 새벽을 맞아 실눈을 비빈 산장 아래의 마을은 평화롭기만 하다.

구테 4304 미터와 4052 미터 비오나새 산이 위용을 뽐내고 아침 햇살을 이마에 맞아 환한 미소를 짓는다.

산장호텔서 조식 후 약 25 분 정도를 걸으니 케이블카가 있는 르파용에 다다른다. 르파용 스키장 정상을 케이블카로 올라 콜 데 보자로 간다.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여기저기 피어나 이슬로 곱게 단장하고 수줍은듯 반긴다.

1999년 스위스 융프라우를 산악기차로 오를 때 방목된 소들의 목에서 나는 방울소리를 뒤로하며 야생화들이 예쁘게 펼쳐진 개활지를 따라 배낭을 메고 등정하는 등산객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나도 저렇게 알프스산을 걸어 오르리라는 나 자신과의 약속 말이다.

당시 화음을 이루며 은은하게 산에서 들리던 소들의 방울소리가 방목하는 소들이 많아서인지 오늘은 조금 엇박자다. 그래도 야생화를 내 눈으로 보고 저 초원을 걸어보리라는 십수 년 전 약속을 드디어 실천한다는 생각에 마음은 한없이 들뜨고 즐겁기 그지없다. 시큰거리던 오른쪽 앞무릎도 오늘따라 조용하다. 다행이다

비오나새 빙하를 바라보는 마음은 상쾌하고 새털처럼 가볍다. 베테랑 가이드 산드라는 산소통 없이 두 번씩이나 몽블랑 정상을 올랐단다. 와우! 어워썸. 아 엠 프라우드 오브 유! 하니 그녀는 빙그레 웃는다. 스키와 산악 마라톤도 즐긴단다. 대단한 여성이다.

가는 도중 트레킹 폴 사용법등을 정확히 그리고 시범을 보이며 열심히 가르치는 산드라의 자세는 가히 열정적이다. 초록을 수 없이 덧칠한 가파른 능선의 초원을 따라 내려가니 모두가 일터로 나갔는지 레 콘타민 시골마을이 오수에 졸고 있다.

여기서 버스를 기다렸다가 타고 산속의 조그만 노틀담 성당에 들어가 경건한 마음으로 잠시 묵상한다. 산언덕을 오르다가 가져간 체리와 납작하게 생긴 복숭아를 일행과 나눈다. 로마시대부터 생성 되었다는 로마의 길을 따라 한 사십 분 산을 오르니 1459 미터에 위치한 아담한 낭보랑 산장이 어서 오라 손짓한다.

고도차 920. 산길을 건 20킬로미터 8시간에 걸쳐 걸은 노곤함도 함께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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