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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급여기준 제외된 액체생검, 재논의 기회 열릴듯

  • 안경진
  • 2017-12-15 06:09:45
  • 타그리소 급여 후에도 불안한 환자들…심평원, 적극적인 검토의사 밝혀

"머리 말고는 암조직이 보이지 않아 조직검사가 불가능하다는데, 이런 경우 급여 혜택은 물론 처방조차 금지된다고 하네요. 보건복지부, 건강보험공단, 식약처에 물어봐도 어쩔 수 없다는 답변에 답답하고 막막합니다"

11월 27일 '#타그리소(오시머티닙)'의 급여 추진 소식을 전하는 데일리팜 기사에는 이 같은 댓글이 달렸다. 월 1000만원에 복용하던 약값이 30만원대로 낮아졌으니 반가울 듯 한데, 일부 암환자들 사이에선 도리어 한숨소리가 새어나온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5일부터 타그리소 급여처방이 가능해졌지만, 조직생검을 통해 T790M 변이가 확인돼야 한다는 제한조건이 붙은 탓이다. 기존에 타그리소를 복용하던 환자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암질환심의위원회, 액체생검은 급여기준서 제외…조직검사만 인정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이들은 조직검사로 T790M 변이를 증명할 수 없는 환자들이다. 예컨대 기존 치료로 이미 폐병변이 사라지고 뇌조직 일부에만 암이 남았거나, 올리타→타그리소로 전환하면서 T790M 변이를 확인할 수 없게 된 경우다. 컨디션상 조직생검이 불가능한 경우도 고려할 수 있다.

이들이 희망을 걸고 있는 건 #액체생검(liquid biopsy)이다. 조직검사가 불가능하더라도 혈액 등 체액만으로 유전자 돌연변이를 구별해낼 수 있는 액체생검을 이용하면 EGFR T790M 변이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지난 10월 파나진의 파나뮤타이퍼 EGFR(PANAMutyper EGFR) 유전자 돌연변이 검사키트와 로슈진단의 '코바스 EGFR 변이 검사v2(cobas EGFR Mutation Test v2)가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으로부터 신의료기술 인정을 받으면서 2가지 진단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임상시험 참여자들에게 제한적으로 시행돼왔던 액체생검의 사용범위가 대폭 넓어질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 것이다.

혈액을 통한 EGFR T790M 변이 검사(출처: www.tagrissohcp.com)
하지만 "액체생검이 T790M 변이 검사로서 충분히 정립되지 않았다"는 암질환심의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조직검사만 급여기준으로 인정되고 말았다.

심평원 약제급여실 관계자는 "지난해 암질환심의위원회 차원에서 조직생검과 혈액생검의 일치율과 검사 자체의 임상적 유용성에 대해 논의한 적이 있다. 그 결과 조직생검과 동일한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얼마 전 신의료기술로 인정됐으니 수가신설부터 다양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논의가 긍정적으로 진행된다면 타그리소와 올리타, 두 약제의 급여기준 모두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입장이다.

액체생검, 조직생검 대체하기에 불완전한 부분도 많아

물론 암질환심의위원회의 판단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이제 막 신의료기술로 도입된 터라, 액체생검 자체의 한계점도 분명 존재한다. 비침습적이고 반복 검사가 가능한 데다, 종양 자체의 이질성(tumor heterogeneity)을 보완할 수 있는 반면, 분석기술의 한계로 인해 검사의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

의료계가 액체생검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보수적인 관점을 견지하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연세의대 김혜련 교수(연세암병원 종양내과)는 "그동안은 임상시험 참여자에 한해 실험적 방법이나 외부에 의뢰하는 방식으로만 액체생검을 활용할 수 있었다. 원내에서 액체생검이 가능해진다면 암환자들의 혜택이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조직생검과 혈액생검 결과가 100% 일치하진 않는다. 플랫폼마다 다르지만 30%의 불일치율을 보일 때도 있다"며, "현재로선 액체생검이 조직생검을 완전히 대체한다기 보단 상호보완적으로 시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세의대 손주혁 교수(연세암병원 종양내과) 역시 "혈액 내 순환하는 미량의 암 유전자 조각으로부터 유전자 변이를 검출하려면 고도의 분석기술이 필요한데, 아직은 기술적으로 한계가 있다"며, "조직검사를 완전히 대체하기엔 시기상조다. 당분간은 조직생검을 보완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임상연구의 액체생검 활용현황
현재로선 조직검사만으로 T790M 변이를 입증하기 힘든 환자수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들다. 참고로 타그리소의 리얼월드 연구인 ASTRIS 임상의 한국인 대상 하위분석에서 액체생검을 받은 환자 비율은 13.1%(371명 중 39명)였다.

AURA 3상임상에선 전체 1036명의 환자 중 648명(62.5%)이 액체생검을 시행했는데, 중국과 같이 혈액검사가 불가능한 국가(중국, 120명)와 환자 컨디션상 혈액검사가 어려운 경우(268명)를 제외한 모든 환자에게 액체생검(plasma ctDNA)과 조직검사를 모두 시행하도록 권고했던 것으로 확인된다.

액체생검에 대한 근거자료가 많이 확보돼야 한다는 점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신의료기술로 인정된 시점 자체가 얼마되지 않은 데다, 임상연구가 아니면 검사법에 대한 접근 자체가 어려웠던 터라 근거가 더욱 미흡할 수 밖에 없다.

"이미 복용했는데" "뇌에만 남았대요" 안타까운 사연들

그럼에도 생존이 달려있는 암환자들의 절실함은 외면하기 힘들다. 5만 8000여 명의 가입자가 활동 중인 '숨사랑모임' 카페에선 비슷한 사연을 여럿 확인할 수 있었다.

배우자가 3년 전부터 비소세포폐암 4기로 투병 중이라고 밝힌 A회원은 "뇌막에 퍼진 암 말고는 암세포가 흔적만 보여서 조직검사가 불가했다. 올리타를 복용하다가 타그리소로 전환했는데, 이미 약을 복용한 상태여서 변이검출이 되지 않았다"며, "사정 끝에 타그리소를 처방받아 6개월 넘게 복용 중이지만 급여 이후 변이 검출 없이 치료받아온 환자들에게 타그리소를 처방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고 하니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해당 게시글에는 "약을 먹기 시작한지 10여 일이 지났는데 변이가 없다는 결과를 들었다. 앞길이 막막하다"거나 "같은 걱정으로 잠못이루고 있다"는 댓글이 추가됐다. 급여 처방이 어려울까 하는 마음에 10주치 처방을 한꺼번에 받아왔다는 사연도 파악된다.

다행스러운 건 심평원이 이러한 환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파악하고, 긍정적인 검토를 시작했다는 것. 해당 제약사도 적극적인 급여확대 의사를 보이고 있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 항암제사업부 김수연 상무는 "지난 10월 NECA로부터 로슈진단과 파나진의 검사법이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았다. 원내 셋팅도 마무리 단계여서 조만간 사용이 가능하다"며, "현재 타그리소의 급여기준에 액체생검이 제외된 점은 아쉽지만 기확보된 임상데이터와 허가자료를 토대로 급여기준을 확대하기 위해 심평원과 적극적으로 논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와 관련 심평원 고위 관계자는 "신의료기술로 인정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필요한 환자들에겐 혜택이 돌아가야 하지 않느냐"며, "사안의 시급성을 고려할 때 혈액생검이 급여기준으로 추가된다면 비급여로라도 빠른 시일 내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암질환심의위원회 차원에서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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