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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더 좋은 약, 적정 가격에"...제약산업 유통구조 개편"

  • 김정주
  • 2018-06-04 06:30:40
  • [창간특별대담] 김용익 건강보험공단 이사장①
  • 신약 등재 신속결정 구조 디자인 위해선 원칙 더 강조돼야
  • 문재인 케어 성공적 수행 위해 약가업무 조직 확대돼야

"성분명처방·대체조제 좋은 건 세상이 다 아는 일"…기반 조성이 핵심

김용익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의 생각은 크고 넓다. 양질의 의약품을 개발해 환자가 빨리 치료받을 기회, 여기에 담보되는 수많은 이슈는 각각 그 영역이 구별돼 있지만 그 줄기를 거슬러 올라가면 보장이라는 대명제 하나에 도달한다.

목표가 분명한 만큼 원칙도 명확하다. 좋은 약을 보다 저렴하게 구매해 빨리 공급하는 일은 신약과 제네릭의 경계를 무색하게 한다. 환자 접근성과 제약산업 발전, 건강보험 재정은 그렇게 세 개의 톱니바퀴로서 어느 하나 가볍게 바라볼 수 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김 이사장은 건강보험공단 약가 업무의 시각을 '별개'의 숲이 아닌, 산 '전체'로 확장한다.

제약산업 발전의 대원칙 세 가지

▶'문재인 케어' 측면에서 제약산업 발전방향을 설명해달라. "제약과 약가를 논하기 전에 전제해야 할 것이 있다. 이 문제는 나 자신도 방향을 정립하기 위해 애 쓰는 부분인데, 제약·유통산업 발전을 고민하기 위해선 먼저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국민을 위한 원칙은 비교적 간단할 것이다.

첫째 정부와 건보공단 모두 가장 좋은 약을 가장 싼 값에 공급한다는 게 조건 없는 원칙이다. 이는 다음에 언급할 두번째 원칙과 이어진다. 두번째는 지금보다 더 좋은 약을 더 싸게 공급할 방안으로 산업·유통구조를 개편하는 것이다. 현재 나와 있는 약들이 (시간이 흐르면) 최선의 약이 아닐 것이므로 앞으로도 더 좋은 약을 최대한 싸게 공급하는 방식으로 산업을 육성해나가야 하고, 그 방식을 찾아야 한다. 약가제도는 이를 전제로 방향을 설정해야 할 것이다.

세번째 원칙은 쏟아지는 신약들의 접근성 향상을 위해 가능한 빨리 보험적용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경제성평가 완료(시간)가 포함된다. 가급적 빨리 급여여부를 결정해주되, 그 과도기간동안 국민들이 (비급여로 약을 사먹다가) 가계파탄이 일어나지 않을 만큼 재난적 의료비 지원을 해주는 제도가 있어야 한다. 만약 임상 도중에 가계파탄이 일어나게 되면 또 다시 국민들이 실비보험에 가입하는 일이 벌어지고, 이렇게 되면 '건강보험 하나로'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앞으로의 신약 가격결정에서는 이 원칙이 중요하다."

제약산업 경쟁력 강화와 약가제도 발전의 키워드

▶약제비적정화방안 시행 이후 10년이 넘었다. 현재의 약가제도, 지금처럼 유지하는 것이 합당할까? "약제비적정화방안이 발표되고 지난 10여년 동안 선별등재제도(Positive List System)를 운영해왔다. 2006년 건강보험 진료비 대비 약품비는 29.4%였지만 지난해 발표에서 25.1%로 감소했다. 이 제도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앞서 언급한 세 가지 원칙은 약가구조에도 적용돼야 하고, 그 방향으로 제도 디자인이 이뤄져야 한다. 문재인 케어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많은 비급여 의약품을 급여로 끌어들일 것인데 선별등재제도를 바꾼다면 여기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앞으로 '더 좋은 약을 더 싸게'라는 원칙이 더 강조될 수밖에 없는데 대충할 수 없다. 10여년을 운영했으니 고치자는 것보다 원칙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보장성강화정책과 고가 약제 등재로 약품비 증가가 예상되는만큼, 신약 등재 이후 사후관리를 강화하고 가격뿐만 아니라 의약품의 전체적인 사용량을 관리하는 방안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다만 약가를 절감하는 위주의 정책으로만 가면서 제약산업 발전, 즉 더 좋은 약을 만들 가능성을 건강보험이 차단하면 안될 것이다. 이건 또 하나의 원칙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약가제도나 제약바이오산업 전반에 대한 정책을 재조율 해야 할 것이다."

▶제약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저가 필수약제 적정가격 보상과 제네릭 품질·가격경쟁 활성화를 역설한 바 있다. 품질이 보증된 제네릭 확보 방안에 관해 설명해달라. "질 좋은 약을 적정가격에 공급하는 것은 제약산업과 보험자 공통의 목표이자 의무다. 필요한 의약품인데 가격이 생산비에 미치지 못한다면 이는 분명 개선해야 할 일이다. 또한 수십개 업체가 동일한 성분의 제네릭을 판매하면서 품질이나 가격경쟁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이러한 구조라면 자신의 약이 선택받기 위해 다른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이는 마케팅 비용을 수반하게 되고 제약사나 공단, 더 나아가 환자에게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낭비요소이며 수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약업계와 협력하고 우리도 적극적으로 방안을 검토할 생각이다."

▶작년 말, 취임사에서 제약·유통산업의 불법·탈법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제약사는 질병 치료에 필요한 약을 개발하고, 품질 좋은 약을 생산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보장성강화에 가장 중요한 파트너라고 생각한다. 다만 현재 너무 많은 제약·유통사가 난립해 있는 상황에서 제약사는 의약품 품질과 가격경쟁이 아닌, 불법적인 영업행위 등 유혹에 빠지기 쉽다. 이런 행위는 국민 건강이나 건강보험 재정, 제약산업 발전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므로 정부 입장에서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에서 제약산업은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중요한 교두보로 인식하고 있다. 여기서 보험자 기관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으며 발전 전략의 키워드는 무엇인가. "현재 국내 제약산업은 제네릭 위주의 중소기업이 많고 유통이 난립해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양질의 의약품을 기대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며, 제약업계 스스로 구조조정의 노력과 함께 수출기반 산업으로 전환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공단은 양질의 기업에 대해서는 지원하고 육성하되,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기업에 대해서는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의약품 생산·유통 시장에 대해 면밀히 분석하고 제약산업 발전을 위해 어떤 인프라가 필요한지 검토할 것이다."

▶최근 몇년 동안 약가협상생략제도 등 일부 약가협상이 축소된 제도상 변화도 있었다.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약가협상생략제도는 신약 등재기간을 단축시켜 환자 치료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그러나 국정감사에서 신약 가격이 높아진다고 지적을 받기도 했다. 제도 영향 등을 검토해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복지부와 협의할 것이다."

▶투약 후 기대여명이 짧은 초고가 신약의 접근성 향상에 대한 이견이 존재한다. 보험자로서 딜레마에 빠지는 부분일 거다. 어떻게 생각하나. "신약은 경제성평가를 진행하는데 이런 상황이 생긴다. 예를 들어 방광암에 효과가 있는데 폐암에도 효과가 있는지는 임상 중이라 확정되지 않은 약제가 있다고 하자. 환자는 고가이지만 투약을 받고 싶은데 근거가 없어서 보험에서 수용하지 못한다. 정부는 접근성을 향상을 위해 본인부담률을 높이더라도 최대한 써볼 수 있도록 해주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생긴다. 그래서 대체약제를 사용하기도 하고 의사결정기구에서 제한적으로 정리(허용)를 해주기도 한다. 이 문제는 모든 나라가 다 똑같이 안고 있는 고민거리다."

▶(초)고가 약제 등장과 더불어 약가관리의 중요성이 지속해서 대두되고 있는 흐름을 공단도 중요하게 보고 있을 것이다. 약가협상과 관련해 공단 내 약가업무 조직을 실장급 또는 단장조직으로 확대 개편할 생각은 없나. "건강보험에서 약가업무의 중요성은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다. 국민에게 필요한 신약의 급여 요구에 부응하고 약품비가 적절히 지출되기 위해선 현재보다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공단의 약가업무는 협상에만 치중하고 있어서 제도 개선이나 전체적 약품비를 그려볼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따라서 문재인 케어의 성공적 수행을 위해서 약가업무 조직은 확대돼야 한다. 적정한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결국 환자 치료 접근성 향상과 보험재정의 적정지출에 기여할 것이다."

▶그 맥락에서 현재 공단 약무직 2급제가 만들어져서 승진제한이 일부 풀린 것으로 보이나 여전히 '유리천장'은 있을 것이다. 숙련된 약가업무 약사들이 이탈하는 것도 결국 이런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승진 제한에 대한 개선 필요성은? "우수한 전문인력이 충분히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고 그에 합당한 보상을 해주는 것은 조직 운영에 매우 중요한 일이다. 약무직 2급이 승진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 있는데,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우수한 전문인력이 지속해서 성장할 수 있도록 승진 등 여러 방안을 강구하겠다."

대체조제·성분명처방, 제약산업 구조조정 이후의 문제

▶싸고 효과 좋은 약을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대안으로 성분명처방이 모색돼 왔다. 새로운 제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이견이 많다. 큰 방향에서 보험자가 적극적으로 봐야 할 제도 아닐까. "물론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제도가 좋다고 해서 간단하게(context free) 생각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성분명처방을 하고 싶은데 다른 나라에 비해 제약사가 난립하고 유통 선이 2000개가 넘는 복잡한 구조라면 이 제도를 채택하는 건 무리다.

약효동등성을 따지기 이전에 산업구조 정비부터 해결해야 한다. 성분명처방을 적용할 수 없는 (질이 떨어지는 약)을 생산할 가능성이 없다는 근거와 유통구조로 문제가 불거질 소지가 없다는 확신이 필요하다. 생산부터 유통, 소비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구조적으로 신뢰할 만 하다는 확신이 서지 않으면 의사나 환자를 설득하기 어렵다."

▶결국엔 제약산업의 개혁이 전제돼야 하는 문제인가. "약효동등성을 입증한다고 하더라도 또다시 어떤 약이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산업구조가 정리되고 생산·유통 구조조정이 신뢰할만한 수준이 되는 게 중요하다. 예를 들어 미국과 영국, 독일에서 유통하는 약을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거부할 수 없듯이 우리 제약의 기준도 신약뿐만 아니라 제네릭, 원료약 모두 미국과 유럽의 수준까지 도달해야 한다.

세계 어떤 나라도 신약만 갖고 제약산업을 발전시킬 수 없다. 한정된 내수 시장을 극복하고 제약산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시킨 나라가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의 세 배가량 된다고 하지만 역시 내수가 뒤따라 오지 못한다. 우리나라도 그런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정부와 공단이 지원을 해줘야 하는데, 우리 혼자서는 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범정부 차원의 대오각성이 필요하다."

▶그 맥락에서 대체조제에 대한 생각을 설명해 달라. 현재 급여약의 절반 이상이 대체조제 인센티브 대상 품목이다. "대체조제는 제한된 성분명처방, 또는 그에 준한 제도라고 생각한다. 이들 약제도 같은 문제가 있다. 약사들은 지금이라도 성분명처방이나 대체조제를 하자고 주장할 수밖에 없겠지만 제약산업 구조조정을 한 뒤에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질관리를 강하게 해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그래야 성분명처방나 대체조제를 허용할 때 그 타당성이 생기는 거다. 성분명처방이나 대체조제가 좋은 것을 누가 모르겠나. 맥락대로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논란이 있어서 과거 공단에서 연구만 하고 그친 기전도 있다. 참조가격제가 그렇다. "의료체계가 워낙 복잡해서 수가제도를 완벽하게 실현하는 데 문제가 있듯이 약가제도도 같다. 같은 제도라도 외국에서 성공한 제도가 한국 상황에 적용하면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 빨간 넥타이가 있는데 어떤 사람에게 매우 잘 어울리고 멋지다고 해서 내가 하면 똑같은 게 아니다. 한국의 구조 요인을 보지 않고 서양에서 성과가 좋다고 그대로 이식할 순 없다는 의미다. 참조가격제도 한국의 복잡한 생산·유통 구조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찬반이 나타난 것이었다.

학자들이 여러가지 제도 도입을 주장할 때 내가 항상 하는 말이 있다. 네덜란드에 가면 튤립이 멋있다고 하고 영국에 가면 장미가 멋있다고 하는데, 한국에서 그것을 심으려면 땅부터 고르고 밭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에 좋은 제도를 도입하려면 산업 구조조정부터 해야 논의할 수 있다."

공공제약사, 시도해볼만한 아이디어

▶공공제약사 도입, 어떻게 생각하나. "괜찮은 아이디어고, 도입하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정부 내부뿐만 아니라 산업계와도 논의가 필요하다. 시장에서 만들지 못하는 공익적인 의약품은 분명히 있다. 필수적으로 공급해주는 게 좋지만 공급량이 부족한 것들이 그것이다.

다만 공공제약사는 어떠한 형태로 운영하더라도 민간기업이 하기 어려운 부분을 수행하는 게 좋다. 그런 의미에서 공공제약사는 합의가 필요하지만 충분히 해볼만 한 것이다. 공공제약사를 운영하게 되면 우리가 도와줘야 할 개발도상국에 생산된 의약품을 지원하는 것도 좋을 것으로 본다."

▶일부 필수약제나 희귀질환 약제는 당위성은 있지만 신약인만큼 공공제약사가 커버하기 힘들 수 있다. "그게 아니더라도 충분히 생산할 수 있는 품목들이 있다. 백신이나 페니실린이 대표적이다. 만약 남북이 교류한다고 하면 페니실린 수요가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다. 북한이 3세대 항생제가 필요하진 않을 것이므로 초보적인 수준의 항생제 생산은 추후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민간제약사들이 페니실린을 만들지 않으므로 이런 역할을 공공제약사가 해주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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