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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차 약국장의 하소연…"조제료 할인 장사에 한숨만"

  • 정혜진
  • 2018-06-23 06:29:22
  • "주변 의원까지 나서서 본인부담금 덜 받으라 한다"

올해부터 새로운 노인정액제가 적용되면서 65세 이상 노인 환자의 1만원 이하 약제비의 본인부담금이 1200원에서 1000원으로 조정됐다. 그간 200원 때문에 환자와 실랑이를 벌여온 약국의 고충이 크게 줄어드는가 싶었으나… '조제료 할인'과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개국 후 지금까지 조제료 할인 때문에 이웃 약국은 물론 의원과 갈등을 겪고 있는 한 약사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개국 1년이 다 되어가는 약사입니다. 내 약국을 열기 위해 귀하디 귀한 약국 자리를 알아보고, 험난한 계약 과정을 거쳐 드디어 개국 했어요. '이제 열심히 하는 일만 남았다'고 다짐했던 저의 요즘 가장 큰 골칫거리는 몇백원을 두고 벌이는 환자와의 갈등이에요.

약국가의 고질적인 병폐 '조제료 할인' 때문인데요, 환자분들과 주변 약국, 의원과 껄끄러운 관계가 된 것도, 지역약사회에 대한 신뢰를 접은 것도 다 조제료 할인 때문입니다.

작년에 서울의 모 지역에 약국을 열었어요. 여기는 노인 환자와 의료급여 환자가 많은 지역이에요. 약국을 열고 얼마 되지 않아 위층 의원 간호사가 처방전을 들고 왔어요. 이 건물이 엘리베이터가 없고 환자분 거동이 불편해 본인이 대신 왔대요. 찜찜했지만, 이전 약국도 그렇게 해왔다 하니 조제를 해주었죠. 그런데 본인부담금을 내려던 간호사가 "본인부담금 1000원 만 받으세요" 하는 거에요.

작년까지만 해도 노인정액제 1200원이 적용되던 때였죠. 저는 "이건 약사법 위반이다. 안된다"고 했고, 이 간호사는 전 약국장도 그렇게 했는데 왜 안된다는 거냐고 말했어요.

저는 이건 아니다 싶어서, 그러면서도 계속 같이 일해야 할 의원과 관계가 틀어지는 것도 맘에 걸려 에둘러 '전에 이런 일로 경고를 받은 적이 있어서 또다시 적발되면 약국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거짓말로 상황을 모면했어요.

그런데 그 후로 몇 주동안 우리 약국으로 이 의원 처방전이 오지 않았습니다. 간호사가 처방전을 들고 다른 약국으로 가는 것도 볼 수 있었어요.

그 의원도 사실 진료비 할인을 하는 의원이에요. 급여환자는 500원을 받아야 하는데, 그 마저도 받지 않고 노인 환자분들의 진료비도 할인해주고요. 그러다 보니 이 주변에서는 '인심 좋은 의원'으로 알려져 있고, 그 의사가 '어느어느약국에 가지 말라'고 하면 환자들이 그 말을 그대로 따르고요.

처방전 유입이 줄어들면서 주변 약사들이 '의사를 만나러 가라'고 걱정해주었지만, 저는 그러기 싫었어요. 제가 잘못한 게 아니고, 부담금 할인이 위법이니까요. 법을 지키는 제가 의사를 만나서 아쉬운 소리를 하는 건 내키지 않았습니다.

한번은 의사가 약국에 와서 "(본인부담금을) 다 받겠다는 말이지?"라고 눈치를 주는 것도 그냥 넘겼어요. 그렇게 몇 주가 지나면서 환자도 간호사도 불편한지 다시 우리 약국에 오더라고요. 그때부터는 할인해달라는 말을 하지 않았지만 환자 항의는 지금도 계속돼요. 이 약국은 비싸다, 약값을 더 받는다면서요.

노인정액제가 1000원으로 조정되면서 많이 편해졌어요. 그런데 복병이 있었죠, 휴일가산제에요. 저녁 6시 이후, 토요일 조제 분은 가격이 올라가자 환자들이 또 항의를 해요. 항상 설명해도 노인분들은 들으려고조차 안하세요. "어머님, 회사 다니는 따님이 저녁에 일 더하고 주말에 일 더하면 회사에서 돈 더 주죠. 저희도 그래서 더 받는거에요"라고 아무리 설명해도 "다른 약국은 더 안 받는데 이 약국만 그런다", "토요일엔 아프지 말라는 소리냐. 정책이 잘못된 거다"라고 해요.

맞습니다. 제가 개국하기 전 약국장님은 물론 주변 약국들도 본인부담금을 할인해주시는 거에요. 아마 환자를 끌어모르려고 의도적으로, 혹은 환자와 싸우다 지쳐 그렇게 하시는 거겠죠.

한번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까 싶어 대한약사회에 문의한 적도 있어요. 한 임원분이 "조제료할인은 이 구역 전체가 공범"이라 하시는데, 정말 공감되더라고요. 어떤 약사님은 조제료를 2/3만 받아 환자를 잔뜩 끌어모으고 권리금을 높여 받아 나간 약국을 인수해 엄청 고생하신 얘기를 해주셨어요. 같은 약사를 상대로 권리금 장사를 한 거죠.

환자분들이 100원, 200원에 예민한 것, 이해합니다. 그런데 환자들을 설득하고 이해시켜야 할 보건의료인들이 되려 조제료 할인 장사를 하고 진료비를 깎아주며 환자를 그런 분위기로 길들인 건 아닐까요. 모두가 1200원을 같이 받았으면, 환자를 설득시키기 훨씬 쉬웠을텐데 말이에요.

지금도 환자들은 여전히 여기만 비싸다고 항의하고, 저는 방법을 찾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네요. 무엇보다 원칙과 법을 지키려고 하는 제가 되려 '융통성 없는 사람'이 되고 지역 의원과 약국들 사이에서 껄끄러운 분위기를 만들었다는 게, 이게 정상적인 사회인가 싶어요. 약사회가 나서주실 수 없을까요. 지역약사회나 보건소가 의지를 갖고 계도해주세요. 저 혼자 원칙을 지키기에, 환자 항의와 회의감이 너무 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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