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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이틀새 104품목 구제"...정부·제약사 숨가빴던 3일

  • 천승현
  • 2018-07-10 06:30:50
  • "억울한 처분 막자" 공감대...주말 동안 지방청 포함 200명 투입 해제 품목 선별

불순물 함유 우려 '발사르탄' 성분 고혈압약 219개 품목이 판매중지 조치를 받은지 이틀 만에 104개 품목이 구제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제약업체 실무자들이 주말을 반납하고 긴밀한 업무 협조를 통해 문제의 원료를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억울한 피해를 최소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식약처는 지난 6일 유럽 22개국에서 중국 제지앙화하이 제조 발사르탄을 사용한 의약품을 회수한다는 소식을 파악한 직후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식약처는 이튿날인 토요일 오전까지 국내 허가 제품 중 제지앙화하이 제조 원료가 등록된 219개 품목을 분류하고 판매중지를 발표했다.

식약처는 즉시 제약업체들에 협조 공문을 띄웠다. ‘의약품 안전성 정보에 따른 업무 명령’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통해 제지앙화하이의 발사르탄 원료의약품을 사용한 의약품에 대해 원료의약품 구입 연월일, 제조번호, 구입량, 사용량 등(2011년부터 현재까지)와 함께 완제의약품의 정보를 지체없이 제출할 것을 주문했다.

식약처는 지난 7일 제약사들에 발송한 공문을 통해 제지앙화하이의 원료를 사용하지 않은 경우 관련 증빙자료를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식약처는 제지앙화하이의 원료를 사용하지 않은 경우 관련 증빙자료를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최초 식약처가 발표한 판매중지 219개 품목은 허가내용을 토대로 문제의 원료가 등록된 모든 제품이 포함됐다.

실제로 제지앙화하이의 원료를 사용하지 않았어도 식약처에 원료 제조원으로 등록된 제품도 판매중지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애초부터 염두에 둔 것이다. 실제로 제약사가 원활한 원료의약품의 수급을 위해 2개 이상의 원료를 등록하는 경우도 많다.

식약처가 발송한 공문은 제약사 품질담당자들에게 전해졌고, 제지앙화하이 원료를 사용하지 않은 업체들은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고 상당수 실무자들은 공장으로 출근했다.

판매중지 조치를 받은 제약사 한 관계자는 "하루라도 판매중지 조치를 받고 처방이 한번 중단되면 추후 판매중지가 해제되더라도 처방을 돌이키기 힘들다. 애초에 문제의 원료를 사용하지 않은 만큼 월요일 업무 시작 이전까지 처방중단은 막아야 하는 게 급선무였다"라고 말했다.

판매중지 조치를 받은 219개 품목 모두 '디오반', '코디오반', '엑스포지'의 제네릭 제품이다. 대체할 수 있는 약물이 많기 때문에 판매중지로 처방이 불가능해지면 의료진은 오리지널 의약품 또는 다른 제네릭을 사용하게 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영업현장 특성상 의료진이 한번 처방하기 시작한 의약품은 일정 기간 변경되지 않는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하루의 판매중지가 심각한 매출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식약처는 홈페이지를 통해 판매중지와 해제 품목을 공개하고 있다.
제약사 품질담당자와 허가 업무 실무자들은 주말에도 일제히 출근해 판매중지 대상 제품의 원료 업체를 수소문했다. 이번에 판매중지 조치가 내려진 발사르탄 의약품은 대부분 위수탁을 통해 생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위탁 업체의 경우 수탁업체가 매번 어떤 원료를 사용하는지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수탁사와의 업무 협조를 통해 제지앙화하이 원료를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식약처는 토요일에 공문을 발송한 이후 일요일에 지방청 가동인력을 총동원해 판매중지 의약품 업체의 공장을 직접 방문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신속한 점검을 위해 지방청 인력 등 약 200명이 투입됐다”고 말했다. 제지앙화하이 원료를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업체들은 직원들을 대거 투입해 적극적으로 식약처의 실사에 응했다

식약처는 제약사 공장을 방문해 발사르탄 원료 수입입출고 내역과 창고를 살펴보며 제지앙화하이 원료 사용 여부를 점검했다. 예를 들어 제지앙화하이 원료 10kg이 수입됐고 5kg이 남았을 경우 5kg의 사용처를 따져보는 방식이다.

식약처의 신속한 조사와 제약사들의 적극적인 업무 협조를 통해 일요일 하루 동안 40개사 91개 품목의 '무죄'를 밝혀냈고 이들 제품은 월요일 업무가 시작되기 전에 판매중지 위기에서 벗어났다. 다만 휴무일에 현지 조사를 나가 공장 문이 닫혀져 점검이 불가능한 업체도 있었기 때문에 추가 조사로 판매중지해제 품목 수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9일 오후 식약처는 6개사 13개 품목에 대해 추가로 판매 재개를 허용했다.

9일 오전 식약처가 발표한 판매중지해제 리스트를 보면 식약처의 꼼꼼한 점검이 엿보인다.

판매중지해제 91개 품목에는 같은 제품인데도 용량에 따라 판매중지와 해제로 결과가 엇갈리는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

한국피엠지제약의 '에이포지', 케이엠에스제약의 ‘엑시비탄’, 뉴젠팜의 '뉴젠포지', 메디카코리아의 '메디로텐', 한림제약의 '발사오르', 씨트리의 '씨르탄', 씨엠지제약의 '아모르탄', 부광약품의 '암바르탄', 동성제약의 '암팔트' 등 9개사 제품의 경우 용량에 따라 서로 다른 결과가 나왔다. 같은 제품인데도 용량에 따라 다른 원료의약품을 사용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화하이 제조 발사르탄 원료가 등록된 모든 제품에 대해 2015년 이후 생산실적을 모두 들여다봤고, 같은 제품이라도 용량별로도 다른 원료가 사용된 것을 확인했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토요일 낮 갑작스러운 발표로 처방 현장에서 적잖은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의 원료를 사용하지 않은 업체들의 피해를 최소화했다는 점은 업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2009년 석면탤크 파동 당시 판매금지 의약품 목록이 수시로 변경되며 의료진과 환자들에게 혼선을 제공했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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