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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개발 포기할 뻔한 '퍼제타'가 유방암 치료 바꿨다"

  • 어윤호
  • 2018-07-30 12:25:00
  • 단독요법 초기 연구서 결과 기대 못미쳐 병용전략으로 전환

막스 하스만(Max Hasmann) 로슈 혁신센터 항암제 연구원

막스 하스만 박사
항암제 특화 제약사 로슈, 그 역량이 집중된 영역은 단연 유방암이다.

'허셉틴(트라스트주맙)'으로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치료의 새 지평을 열었던 이 회사는 HER2 이합체화억제제(HDI, HER2 Dimerization Inhibitor) '퍼제타(퍼투주맙)'와 항체-약물접합체(ADC, Antibody-drug conjugate) '캐싸일라(트라스투주맙 엠탐신)'을 내놓으며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이중 퍼제타는 허셉틴, 탁소텔 포함 3제요법을 통해 유방암치료제 역사상 최장 생존율을 기록했다. 로슈 스스로 허셉틴의 임상적 성과를 뛰어넘은 셈이다.

퍼제타는 여기에 얼마전 적응증을 추가하면서 HER2 표적치료에서 수술 전후와 무관하게 사용이 가능해졌다. 수술 전 보조요법에서는 허셉틴과 탁소텔 병용 보다 뛰어난 완전관해율 을 나타냈고 수술 후 보조요법에서는 허셉틴 단독요법 대비 재발 위험을 19 ~ 23% 낮췄다.

데일리팜이 개발자 막스 하스만(Max Hasmann) 로슈 혁신센터 항암제 연구원을 만나, 병용하는 표정항암제 퍼제타의 개발 스토리를 들어 봤다.

-퍼제타의 개발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 퍼제타는 세상에 나오지 못할 뻔한 약이다. 허셉틴이 만들어지던 1986년 즈음, 제넨텍 연구자들은 HER2 유전자를 옮긴 쥐의 세포주(cell line)로부터 여러 종류의 항체를 얻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퍼제타(2C4)다. 당시 퍼제타는 활성도가 높지 않다는 이유로 연구 대상에서 제외됐었지만, 제넨텍의 마크 슬리코브스키(Mark Sliwkowski) 박사가 후속 기초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퍼제타가 흥미로운 결과를 보이면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됐다.

퍼제타의 개발 과정이 처음부터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지만 중간에 로슈 독일 연구진이 퍼제타 개발에 뛰어들면서 지금에까지 이르게 됐다.

표적항암제 퍼제타
-단독요법에서 기대할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던 것인가?

그렇다. 개발 초기 단계에서는 다양한 적응증을 대상으로 퍼제타 단독요법의 치료 효과를 연구했다. 그러나 3상 임상연구까지 추진할 만한 확신을 주는 결과는 얻지 못했다. HER2 수용체의 활성화 기전과도 연관이 있어 보인다.

HER2 양성 유방암에서 치료제는 HER2가 다른 HER family와 결합하는 이합체화 과정도 차단해야 하지만 HER2 수용체의 세포 바깥 부분(extracellular domain)을 잘라서 암세포의 추가적인 활성화를 막는 역할도 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퍼제타와 허셉틴이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해 치료 효과를 높이는 시너지에 주목한 것이다.

-병용요법으로 전략을 바꾼 것이 개발과정의 중요한 포인트였던 것 같다.

시작은 허셉틴과 퍼제타의 기전이 조금 다르다는 호기심 때문이었다. 두 치료제가 항체 결합을 하는 기전이 다른데도 같은 수용체(HER2)에 작용한다는 지점이 신기했다.

하나의 수용체를 타겟하는 두 가지 표적치료제를 병용요법으로 쓰는 방식이 얼마나 유효할 지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다. 실제 임상 결과 퍼제나+허셉틴 병용요법의 전임상 데이터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우수했기 때문에 계속 연구를 진행하게 됐다.

-어렵게 시작된 퍼제타·허셉틴 병용요법 임상의 결과는 어떠했는가?

연구를 중단했다 다시 재개한 케이스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조심스런 분위기 속에서 연구가 진행됐다. 그러나 결국 이 연구가 전체 프로그램을 살려낸 '돌파구(breakthrough)'가 됐다.

참가자들은 허셉틴 치료에도 불구하고 암이 진행된 HER2 양성 진행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이었다. 허셉틴 치료 이후에도 질환이 진행된 환자들이었기 때문에, 항암화학요법 없이 퍼제타를 병용했다.

연구를 시작하면서도 낙관적이지 못했는데 아주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완전관해가 확인된 케이스만 5건이었고 부분관해를 보인 환자는 더 많았다. 연구 참여 당시 진행성 암이 있었던 환자들도 6개월 이상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전반적으로 50% 이상의 환자에게서 임상적 유용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만큼 허셉틴과 퍼제타를 함께 사용했을 때 시너지 효과가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준 연구였다.

-해당 초기 임상을 발판으로 랜드마크 임상에 가속도가 붙게된 것인가?

로슈의 독일 연구진에서 이와 같은 퍼제타+허셉틴 병용요법의 가능성을 확인한 후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됐다. 그게 바로 CLEOPATRA 임상연구와 NeoSphere 임상연구다. CLEOPATRA 임상연구는 전이성 유방암에 대한 허가 임상 연구였고, NeoSphere 임상연구는 수술 전 보조요법 대상 연구였다.

-전이성 유방암 연구를 시작하면서 수술 전 보조요법 임상연구를 보다 빨리 진행한 이유가 있는가?

수술 전 보조요법 연구를 시작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환자들에게 치료결과를 빨리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연구 대상자들이 수술 전 환자들이기 때문에 완전관해율(pCR)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리고 수술 전 보조요법 단계에서 퍼제타·허셉틴 병용의 치료 결과가 긍정적이라면 수술 후 보조요법(Adjuvant) 연구도 조금 더 빠르게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수술 전 보조요법에서 퍼제타는 매우 뛰어난 치료효과를 보여 수술 후 보조요법 연구를 바로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두 번째는 약물 병용 전략에 대한 과학적인 궁금증이다. 수술 전 보조요법 세팅에서는 환자들이 수술을 포함해 다음 단계의 치료를 받기 때문에, 치료군을 설정하는 데 윤리적인 제약이 상대적으로 적다.

때문에 퍼제타와 화학요법 병용이나 항암화학요법 없이 퍼제타·허셉틴 병용만 시행하는 군 등 다양한 병용 전략의 임상적 효과를 살펴볼 수 있었다. NeoShpere 임상연구의 성과를 바탕으로 퍼제타는 FDA로부터 수술 전 보조요법 허가를 받게 됐다.

-수술 후 보조요법 적응증 획득의 기반이 된 APHINITY 연구의 설계 전략은 무엇이었나?

수술 후 보조요법에서 퍼제타 병용요법의 치료 효과를 확인하려 했던 이유는, 완치에 얼마나 접근할 수 있는 지를 보기 위해서였다. 조기 유방암 환자들의 재발 위험 감소는 결국 전이성 유방암으로 인해 고통 받는 환자들을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APHINITY의 연구 설계 자체는 비교적 간단했다. 앞선 연구를 통해 퍼제타가 허셉틴과 상호보완적인 작용을 통해 좋은 효과를 낸다는 기전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두 가지를 함께 병용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겠다는 큰 틀에서 시작했다.

기존에 표준치료(SOC, standard of care)로 권고되는 허셉틴과 항암화학요법, 여기에 퍼제타를 추가한 퍼제타·허셉틴·항암화학요법 치료 군을 비교하게 됐다.

-기존 유방암 치료제 임상들을 보면 1차평가변수로 무병생존기간(DFS, Disease Free Survival)를 많이 사용했는데, APHINITY 임상에서는 침습성 무병생존기간(iDFS, invasive Disease Free Survival)을 사용했다.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하다.

iDFS는 상대적으로 새로운 평가변수다. 이 연구에서 iDFS를 활용한 이유는 치료의 효과를 보다 더 정밀하고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해서다.

DFS는 대장암처럼 유방암과 관련없이 새로 발생하는 암도 약제로 인한 재발로 간주하기 때문에 실제로 약물의 효과를 평가하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문제점들이 있었다. 때문에 약물의 치료 효과를 보다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평가변수로 iDFS를 선택하게 됐다.

-National Cancer Institute 같은 곳에서는 이미 2007년부터 iDFS를 평가변수로 권고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 유방암 임상연구들이 평가변수로 DFS 대신 iDFS를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보는가?

미래에는 iDFS가 더 흔하게 활용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APHINITY 연구에서는 iDFS 뿐만 아니라 DFS도 2차 평가변수로 활용됐다. 두 가지 평가변수를 함께 쓰면 DFS와 iDFS의 비교가 가능해지는 장점이 있다. 향후 이러한 연구들이 많아지면, 어떤 평가변수가 더 정확하게 치료 효과를 반영하는 지 평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향후 퍼제타와 관련, 적응증 추가 계획이 있는가?

현재 퍼제타의 잠재력을 알아보기 위한 몇 가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미국 로슈 Medical Affairs 팀의 My Pathway 연구이다.

해당 연구에서는 여러 종류의 암의 특성을 분석해 각각의 암이 유발하는 결함들의 특징을 살펴본 후, 이를 기반으로 가장 적합한 치료제를 알아본다.

HER2 관련 부분을 연구하는 팀도 있다. 해당 팀이 대장암, 간암, 유방암 등 HER2 양성의 특성이 있는 암종에 퍼제타·허셉틴 병용요법을 시도하는 연구를 진행 한다. 연구는 아직 종료되지 않았으며 올해 ASCO에는 중간결과만 발표됐다.

-가장 기대되는 암종이 있나?

현재로서 가장 데이터가 많은 암은 대장암이다. 하지만 여러 암들 중 HER2 수용체가 과발현되는 암은 다른 암 보다 발병 비율이 낮고 드문 편이다.

각 암종 별로도 HER2 양성인 환자군을 파악해서 연구에 참여시키는 과정이 필요한데, 암 자체가 유병률이 낮으면 그 암의 환자 중에서도 HER2 양성인 환자를 확보하여 실험에 참여시키는 것이 어려운 점이라 할 수 있다.

-퍼제타가 HER2 영역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준 것은 인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HER2 양성 유방암 치료에서 여전히 미충족 수요가 있는 것 같은데, 퍼제타 이후의 전략에 대해 궁금하다. 지금까지 HER2 양성 유방암 치료 분야에서 좋은 치료제들이 많이 등장했지만 여전히 재발하는 환자들이 분명히 있다. 우리는 재발을 조금이라도 더 줄일 수 있는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재발 환자에게도 효과적인 치료제 개발을 시도 하고 있다. 퍼제타는 유방암 치료의 종착지가 아닌 과정이다. 로슈는 과학을 기반으로 미충족 수요를 해결하기 위한 신규 물질들을 찾아내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R&D에 헌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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