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약사면 부인도 약사행세...60년간 계속된 '관행'
- 정혜진
- 2018-08-24 18:4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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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기획] "약사 가족이 관리하는 약국, 어떻게 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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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업계 관계자가 '카운터' 자체가 거의 없어졌다고 말 할 정도로, 약사의 가족이든 일반 카운터든 약국 질서를 해치는 사례들은 확실히 감소했습니다.
그 배경에는 약사 세대교체가 있습니다. 제가 이 건으로 많은 약사들의 의견을 들으며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는데, '약사 행세를 하는 배우자'에 대해 기성세대들이 젊은 세대보다 훨씬 관대한 기준을 갖고 있다는 겁니다.
"60년 간 선배약사들이 만들어 놓은 고정관념 중 하나가 바로 가족 카운터입니다."
약국 내 무자격자 척결 의지가 강한 한 약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일반 카운터보다 가족 카운터에 약사들이 관대하냐고요? 고령의 약사들만 관대하죠. 월급 받는 카운터나 가족 카운터나 결국 저는 동일하다고 봅니다. 그런데도 고령층이 가족 카운터에 관대한 이유는 예전에 그 세대가 아주 흔하게, 공공연하게 그렇게 약국을 운영해서에요. 그런 분들이 약사회 임원을 하고, 약사회에서 원로 행세를 하기도 하고요. 그런 임원들 때문에 카운터 척결을 위한 정화 운동이 탄력을 못받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들 스스로 찔리는데 '카운터 척결하자'고 주장할 수 있겠습니까."
또 다른 약사도 '가족 카운터'를 논할 때 세대 갈등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알려주었습니다.
"40대 이상? 50대 이상의 약사들에게 가족 카운터는 아주 흔하고 익숙한 풍경이에요. 난 이런 경우도 봤어요. 돈 많은 집에서 아들을 백수로 두고 약사 며느리를 얻어 약국을 차려준 거예요. 며느리는 약국에서 뼈 빠지게 일하고, 남편은 슬슬 나와 약국 한번 돌아보고 일하는 척 하고. 이게 불과 80, 90년대까지만 해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약국이었던 거에요. 남편이 약사면 부인도 옆에서 약을 팔고 약을 짓고... 지금 보면 말도 안 되는 일인데 말입니다."

"지난 60년 간 선배 약사들은 약사의 배우자도 함께 약사 행세를 해왔어요. 정말 뭣같은 문화를 만들어놓은 거죠. 늘 명분은 '도와준다'는 겁니다. 박스 나르고 사입하고 청소만 한다? 하지만 결국 이들은 상담해서 약을 팔고 조제까지 손을 대게 됩니다. 모든 일이 그렇듯, 시작은 미약하지만 점점 대담해지다 끝은 창대하게 마련이거든요."
그는 씁쓸하게 웃으며 이런 경험까지 말해줍니다. 어르신 환자들은 약국 전산 직원보고 '부인 아니냐'고 묻는 경우가 많다고요. 어르신들은 60년 간 봐왔던 모습이니 당연히 남자 약사와 여직원을 부부인 줄 안다는 것이죠. 이 정도로, '약국 내 여자는 약사의 와이프'라는 고정관념이 심각한 수준이라고요.
그의 마지막 한 마디는 실소까지 자아냅니다. "와이프 아니라 해도 안 믿어요. 여직원이 바뀌어도 안 믿는다니까."
"귀찮고 힘들고 지키기 어렵지만 분명히 모범사례는 있다"
이렇게 만든 건, 다른 누가 아니라 약사들입니다. 이제는 줄어드는 모습이라 해서 마음을 놓을 수는 없어요.
우리는 아주 가까운 과거에 현직 약사회장의 부인이 약사도 아니면서 약국에서 약을 판매해 크게 논란이 됐던 경험을 했습니다. 얼마 전에는 한 약사 모임에서 '왜 가족이 나와서 약을 파느냐'고 비판을 받아 해당 약사가 사과를 하고 해명을 하고 무마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옛날의 일이라고요?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그 중 성공적인 사례를 보았습니다. 부인이 약사이고, 퇴직한 남편이 일을 돕는 약국인데, 누구나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죠.
하지만 조금만 주의깊게 보면 부부 사이에 철저하고 분명한 업무분장이 돼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남편은 손님 응대를 일절 하지 않더라고요. 단지 인사하고, 결제하는 것 외에 약은 물론 판매 제품에 관련된 것도 100% 약사가 응대하고 있습니다.
약국이 바쁘고 환자가 몰리면 깨지기 쉬운 룰임에도 불구하고, 이 부부는 철저하게 역할분담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이 약국이야 말로 '약사의 좋은 가족'이 일하는 곳이라 말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50대인 서울의 한 약국장도 같은 의견을 주었습니다. 그것이 가족이든 배우자든 약사와 일반인 사이에는 아주 명확하고, 엄격한 룰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노인들은 여직원을 자연스레 와이프로 볼 지 몰라도 노인 이하 모든 세대는 그렇지 않습니다. 국민들은 이제 대다수가 약사를 '조제료를 받고 약을 조제하는, 판매하는 전문가'로 인식하고 있어요. 약사인 우리가 아무리 직원은 보조만 한다, 부인은 청소만 한다고 주장해도, 국민이 보기에 조제실 안에 직원과 약사 부인이 있는 자체에 거부감을 가져요. 약사가 생각하는 '조제'라는 개념, 국민이 생각하는 '조제'라는 개념 사이의 갭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국민이 생각하는 '전문가로서의 약사' 인식을 개선하려면
이 약국장은 그래서 이 갭을 극복하기 위해 약사 스스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우리가 환경을 탓해도 국민들에겐 핑계로 들릴 뿐이며, 이러다 보면 보조원이 조제하면 약사에게 왜 조제료를 주어야 하는가라는 위험한 주장까지 나올 수 있다는 염려입니다.
"시럽 따르는 건 괜찮다고 타협하다 보면, 약을 나누는 것, 약포지에 놓는 것까지 괜찮아집니다. 약사의 부인, 남편, 카운터가 가지는 근본적인 문제는 약사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다는 겁니다. 국민 눈에서 보아야 해요. 그래서 우선 약사와 직원 간, 약사와 가족 간 업무 분장부터, 그리고 그 업무 영역을 철저히 지키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업무를 세분화해야죠. 귀찮고 힘들지만 꼭 해야 하는 일입니다."
사례를 모으고, 제가 들은 의견을 종합해 나온 대안은 여기까지입니다. 전 편에 이어 이번 편까지 '약사 행세를 하는 약사의 가족' 이야기를 읽어보신 약사라면 이제 스스로 고민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글을 읽은 당신은, 약사 배우자가 관리하는 약국을 어떻게 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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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24 06:3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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