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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효 좋은 C형간염약의 슬픈 자화상 '매출 반토막'

  • 안경진
  • 2018-09-12 06:25:13
  • 완치율 90% 넘는 DAA, 시장규모 축소·경쟁품목수 증가로 수익성 악화

국내 시판 중인 C형간염 치료제. (왼쪽부터)마비렛, 소발디, 하보니, 제파티어
국내 C형간염 치료제 시장의 정체가 장기화하고 있다. 인터페론 없이 경구 복용하는 '바이러스직접작용제제(DAA)'가 2015년 급여권에 진입한 뒤 거침없이 질주하던 C형간염 치료제 시장의 상승세는 1년만에 한풀 꺾였다. 전성기 대비 매출 규모가 반토막 난 C형간염 치료제 시장은 지난해 신제품 2종이 출시된 후에도 회복될 기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내 C형간염 환자수가 제한적인 데다 90%가 넘는 완치율 탓에 장기 매출이 보장되지 못하는 점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전체 시장 규모가 대폭 감소한 가운데 유전자형에 관계없이 8주치료가 가능한 신제품이 출시되면서 수익성 악화에 관한 우려도 나온다.

◆C형간염 시장, 1년새 36% 감소…신제품 출시에도 하락 지속

11일 의약품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국내 C형간염 치료제 시장 규모는 446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6% 감소했다. 2016년 하반기보다는 56.8% 감소했다. BMS의 다클린자와 순베프라, 길리어드의 하보니, 소발디 등 4개 품목만으로 579억원 규모의 매출을 형성했던 2016년 3분기 이후 분기 매출이 하락흐름을 지속했다.

분기별 C형간염 치료제 시장매출 추이(단위: 억원, 출처: 유비스트)
지난해 2분기 다국적 제약사인 MSD와 애브비가 신제품을 선보이면서 품목수가 4종에서 7종으로 늘어났지만, 전체 시장규모는 확대하지 못했다. MSD의 제파티어와 애브비의 비키라, 엑스비라 매출이 첫 반영됐던 2017년 2분기 매출은 350억원으로 직전분기대비 성장률이 0.9%에 그쳤다. 3분기 매출은 303억원으로 한층 감소했다.

이 같은 현상은 완치율이 90% 이상으로 높아 호흡이 짧을 수 밖에 없는 C형간염 치료제의 숙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DAA 대표주자 '소발디' 상반기 매출 256억원…지난해보다 절반으로 줄어

C형간염 치료제의 흥망성쇠는 길리어드의 C형간염 치료제 '소발디'의 최근 3년간(2016~2018년) 매출 변동 현황을 통해서도 찾아볼 수 있다.

길리어드사이언스의 C형간염 치료제 소발디(소포스부비르)는 하루 한번 복용하는 NS5B 중합효소억제제다. 주사제 없이 먹는 약만으로 C형간염 환자의 완치율을 최대 2배 이상 높임으로써 '인터페론-프리' 시대를 연 주역이란 점에서 국내 출시 전부터 진료현장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과거 페그인터페론과 리바비린 병용요법을 시행받은 유전자1형 C형간염 환자의 완치율(SVR12)이 40~60%에 불과했던 데 비해 소발디와 같은 DAA 제제는 완치율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C형간염을 처음 치료하는 환자 외에 기존 인터페론 계열 치료에 실패했거나 부작용으로 치료를 중단한 환자, 거부반응이 우려되거나 간이식 수술 이력 때문에 치료가 어려웠던 환자를 처방대상으로 포함시키면서 시장규모도 한층 커졌다. 한알당 가격이 30만원에 육박하는 소발디 매출이 2016년 5월 급여적용 직후부터 수직상승할 수 있었던 건 이러한 임상적 차별성 덕분이다.

소발디 출시 이후 분기별 매출액 추이(단위: 백만원, 출처: 유비스트)
2015년 8월 DAA 제제 중 가장 먼저 급여출시된 뒤 시장 규모를 100억원대로 키웠던 BMS의 다클린자(다클라타스비르)와 순베프라(아수나프레비르)는 경쟁 제품 출시 이후 NS5A 내성변이가 있는 경우 완치율이 절반으로 떨어진다는 단점이 부각되며 매출이 급감했다.

하지만 소발디의 전성기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2016년 8월 급여확대에 힘입어 3분기 원외처방 실적순위 1위(유비스트 기준 409억원 집계)까지 올랐지만, 약가인하와 완치에 따른 처방환자 감소, 경쟁약 출시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으로 4분기부터 매출액이 급감했다. 2017년 8월에는 원료의약품 공급으로 인연을 맺어 온 유한양행을 새로운 영업파트너로 끌어들였지만, 매출감소 흐름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2018년 상반기 소발디 매출액은 256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5.4% 감소했다. 매출 호황을 누렸던 2016년 하반기보단 매출액이 62.9% 감소했다. 허가 2년만에 소발디와 하보니 매출이 급감한 글로벌 시장의 상황이 고스란히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아이큐비아의 전신인 퀸타일즈 IMS 연구소는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C형간염 치료제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다. 가격경쟁이 심화됐고, 감염질환이 처방약 시장에서 쇠퇴하고 있다"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한다면 바이러스감염 질환 의존도가 높은 길리어드의 향후 10년 내 매출이 급감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MSD·애브비 등 후발주자들도 고전…신제품 효과 '미미'

물론 소발디에 국한된 문제만은 아니다. 지난해 5월 뒤늦게 합류한 MSD의 제파티어와 애브비의 비키라, 엑스비라 역시 출시 1년 여만에 매출성장 정체를 나타내고 있다.

유비스트에 따르면 MSD의 제파티어는 지난 1분기 45억원 규모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2분기 매출액은 43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애브비의 비키라/엑스비라는 1분기 매출액이 32억원 규모까지 늘었다가 2분기 28억원 규모로 감소한 상태다.

국내 주요 C형간염 치료제의 분기별 매출액 추이(단위: 백만원, 출처: 유비스트)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소발디에 비해서는 여전히 미미하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월에는 애브비가 국내 최초 범유전자형 C형간염 치료제 '마비렛(글레카프레비르/피브렌타스비르)'을 급여 출시하면서 시장의 새로운 변수로 거론되고 있다.

◆국내 최초 범유전자형 치료제 등장…시장 판도 바꿀지는 '미지수'

마비렛은 하루 한번 경구 복용하는 고정용량 복합제다. 유전자형과 관계없이 모든 C형간염 환자에게 처방 가능하다는 차별성을 갖는다.

기존 DAA 제제는 페그인터페론 없이 치료율(SVR12)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렸지만 유전자형이나 과거 치료경험, 간경변증 유무 등에 따라 처방패턴이 달라진다는 단점을 안고 있었다. 간경변증을 동반한 환자의 경우 리바비린 병용에 따른 부작용 위험도 감수해야 했다.

마비렛 도입을 계기로 유전자형 고민없이 처방이 가능해지면서 C형간염 치료가 대폭 간소해졌다는 평가다.

안상훈 연세의대 교수(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는 "대한간학회가 C형간염 치료 가이드라인을 통해 DAA 제제를 권고하고 있지만 지나치게 복잡하다. 유전자형과 치료경험, 간경변 유무 등에 따라 처방이 달라진다는 어려움이 있었다"며 "마비렛의 가장 큰 장점은 복잡하던 C형간염 치료를 단순화 하고 치료기간을 8주로 단축시켰다는 데 있다"고 소개했다.

유전자형 1,2형이 전체 C형간염 환자의 98%를 차지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간경변이 있으면 마비렛 12주 복용, 간경변이 없으면 8주 복용한다'는 메세지만 기억하면 되기에 진료현장의 불편감을 크게 해소시켰다는 설명이다.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C형간염 유병률을 고려할 때, 여전히 70% 이상의 환자가 미진단 상태로 남아있을 것으로 판단돼 시장확대 여지도 남아있다고 봤다.

변수는 간학회가 수년 전부터 추진해 온 C형간염 항체검사의 국가검진 포함 여부다. 증상이 없어 C형간염으로 진단되지 못했던 70%의 환자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려면 적극적인 스크리닝이 시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C형간염 신환이 늘어날 경우, 기존 약물보다 편의성과 치료율이 업그레이드된 마비렛 매출은 물론 정체됐던 C형간염 치료제 시장 규모도 확대될 수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내 최초로 범유전자형 C형간염 치료제가 출시됐다는 점에서 분위기는 긍정적이다. 다만 기존 DAA들도 치료율이 90%로 높았고, 이미 진단된 환자들은 대부분 12주 치료를 마친 뒤 완치됐다"며 "국가검진 도입으로 시장수요가 대폭 늘어나지 않는다면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기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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