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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의료 빅데이터요? 아는 사람이 다뤄야 빛이 나죠"

  • 안경진
  • 2019-01-10 06:15:14
  • 가톨릭의대 의료정보학교실 김헌성 교수, 빅데이터임상활용연구회 창립

가톨릭의대 의생명과학연구원 의료정보학교실에서 김헌성 교수를 만났다.
우리 속담 중에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란 표현이 있다. 아무리 훌륭하고 좋은 것이라도 다듬고 정리해 쓸모있게 만들어야만 값어치가 있음을 비유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김헌성 교수(가톨릭의대 의료정보학교실·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는 최근 의료계에서 자주 언급되는 '빅데이터'가 이 속담 속 '구슬'이나 다름없다고 믿는다. 빅데이터라는 용어에서 알 수 있듯이, 환자들로부터 제공되는 데이터가 넘쳐나지만 이를 제대로 해석하지 않아 무의미한 정보에 그치고 마는 경우를 숱하게 목격해 왔기 때문이다.

진료현장과 학계를 넘나들며 임상데이터를 다룰 기회가 잦았던 김 교수는 "여러 데이터분석업체들과 만나면서 '의료데이터 전문가'의 공백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도 IT 전문성을 갖춘 데이터 사이언티스트(Data Scientist)와 비슷한 눈높이를 가지고 협업할 수 있는 전문가가 확보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고민 끝에 김 교수는 지난달 갑작스럽게 '빅데이터임상활용연구회'를 창립했다. 의료정보학회에서 만난 동료 차원철 교수(삼성융합의과학원 디지털헬스학과), 윤덕용 교수(아주대학교 의료정보학과)와 스터디모임을 하던 중 "판을 조금만 키워보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김 교수는 "내친 김에 홈페이지를 오픈하고, 세미나 일정까지 잡고 보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회장이란 직책도 부담스럽기 이를 데 없다"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데이터에 관심이 있지만 배울 기회가 없어 주저했던 의료인과 의료계에 관심이 있는 데이터 전문가 사이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신념에는 변함이 없다"고도 덧붙였다.

김 교수는 과거 학회장에서 만났던 한 데이터 분석업체와의 사연을 통해 그간 현장에서 느껴온 답답함을 털어놨다. 해당 업체는 "당뇨병 환자가 혈당조절 효과를 높이려면 월요일 오전에 병원을 방문하는 편이 좋다"고 광고하고 있었다. 다소 엉뚱한 메시지의 근거를 따져물으니, 업체 측은 다음과 같은 논리를 펼쳤다. 당뇨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월요일 아침에 방문하는 환자그룹은 혈당조절이 잘 되고, 금요일 오후에 방문하는 환자그룹은 혈당이 불량한 경향을 나타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데이터에서 정보를 얻어내는 데 성공했지만, 해석에 오류가 발생한 전형적인 사례"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금요일 오후 특히 4시 이후 예약 환자들은 대개 시간을 맞추기 위해 허겁지겁 내원하는 경우가 많다. 제대로 진료를 받지 목하고 약만 처방받아 가길 원하는 환자들도 제법 된다. 약 처방은 필요하지만, 바쁜 일정 때문에 진료시간을 맞추기 어려운 까닭이다.

김 교수는 "이처럼 진료시간을 내기 힘든 환자들은 평소 혈당조절을 위한 자가관리도 쉽지 않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에 반해 월요일 오전에는 상대적으로 여유를 가진 환자들이 내원하는 경우가 많다. 당뇨병 환자들과 직접 대면하는 임상의사이기에 내릴 수 있는 현장감 있는 결론이다.

김 교수는 "금요일에 병원에 방문한다고 해서 혈당이 나빠지는 것이 아니다. 상대적으로 자가관리가 부실한 환자들이 금요일에 내원할 확률이 높은 것"이라며 "데이터에서 정보를 얻어내는 과정에서 인과관계가 어긋나 생겨난 오류"라고 지적했다. 데이터 분석 초기 단계부터 임상의사가 참여했다면 이토록 현실과 동떨어진 결론에 도달하진 않았을 것이란 부연이다.

비단 데이터분석 업체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의료정보학교실 소속인 김 교수는 언제부턴가 "저는 의사인데 빅데이터,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 같은 분야를 꼭 배워야 할까요? 아니면 도태되나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고 있다. 무분별한 자극적인 정보가 넘쳐나면서 많은 의료인들이 불안과 혼란스러움을 경험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김 교수는 "그럴 때마다 '아니요'라고 답한다. 하지만 의료계가 급변하는 시기일수록 올바른 정보와 지식을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동료들에게 전달해야 겠다고 마음 먹게 됐다"고 밝혔다.

'데이터(data)'에서 '정보(Information)'를 추출하는 과정은 그리 어려운 작업이 아니다. 다만 '정보(Information)'를 의학적으로 접목시키기 위해서는 의학적인 개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김 교수의 논리다.

김 교수는 "의료데이터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은 당연히 의료진이지 않나. 지금껏 현장에서 지켜본 바로는 대부분의 데이터가 단순 정보 수준에 멈춰있을 뿐, 지식 단계로 넘어가지 못해 안타깝다"며 "데이터에서 정보, 지식으로 이어지는 모든 과정에 의료진들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직된지 한달도 채 되지 않은 빅데이임상활용연구회는 오는 24일 삼성서울병원에서 창립세미나를 갖는다. 김 교수는 "단순히 교과서적인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실용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의료 발전을 꿈꾸는 산·학·병 젊은 전문가집단으로 자리잡는 것이 연구회의 목표"라고 소개했다. 데이터에서 정보를 추출해 지식 수준으로 풀어낼 수 있는 역량을 함께 키워가자는 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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