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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선] 약가협상 면제에 대한 재사(再思)

  • 김정주
  • 2019-04-08 06:14:52

지난 3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대면 심의에서 약가협상 생략으로 급여목록 등재에 오를 예정이었던 약제 3개가 '조건부 급여' 판정이 나왔다.

예상 밖의 일이었다. 협상 면제 트랙을 밟은 약제 중 막판 고시개정 확정 발표를 앞두고 등재 일정이 건정심에 의해 일시적으로 틀어진 첫 사례여서 관련 업계의 당혹감은 더했다.

이번 판정은 약가협상 면제 트랙에 대한 가치를 다시 돌아보게 해준다. 이 트랙은 제약기업이 해당 약제 가격을 대체약제 가중평균가 이하로 낮춘 수준을 수용하면, 정부가 건보공단과의 약가협상을 면제해주는 제도다. 업체는 빠른 시장진입을, 보험자는 추가 소요재정 절감을, 정부와 환자는 빠른 접근성을 꾀할 수 있는 '윈-윈' 기전이다.

우리나라는 재정 보호를 위해 가격 위주의 급여화 정책을 오랫동안 유지해오고 있다. 약제 포지티브리스트 제도 도입 이후 모든 신약은 급여 등재를 위해 보험자와 가격 협상을 거쳐야만 한다. 이후 가격은 모든 이해관계자가 주목하는 주요 등재 이슈로 여겨지고 있다. 때문에 협상 면제의 핵심은 보험자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가격, 즉 대체약제 가중평균가가 기준이 된다.

이 트랙이 보편화 되면서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등재되는 부분에 관심도는 다른 트랙에 비해 떨어진 게 사실이다. 신약임에도 대체약제 수준 또는 그 이하로 등재되기 때문에 건정심에서도 서면 심의로 갈음해왔다. 가격을 낮추고 도전하니 단 한 번도 급여 문턱에서 가로막힌 적 없었고, 3자 모두 등재와 그 이후를 예측할 수 있었다. 혹자는 이를 두고 극과 극인 이해관계자들의 양보와 협력으로 빛을 발하는 제도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이번 건정심 대면 심의에서 요구한 것은 간명하다. 약제급여목록에 등재하려면 환자안전과 관련한 부속합의서와 예상사용량 협상 결과까지 모두 심의 전 완료해야 한다는 거다. 가격 위주의 정책으로 무게가 쏠려 있던 기존 협상 면제 패턴이 이제는 환자 안전 즉, 안정적인 공급 등에도 안배가 이뤄지는 것이다. 환자들은 접근성에 일부 제약을 받더라도 국가를 통해 안정적인 공급을 확약 받을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은 정부와 건정심 모두 미숙했다는 점이다. 심의 테이블에 올랐던 3개 약제(아고틴·파슬로덱스·알룬브릭)에 닥친 급여 일정 불확실성(혹은 가능성)이 사전 예고되지 않아 공급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사실 이 부분은 정부와 보험자가 제도 사장을 막기 위한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다음 후발 약제들에게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간 예측가능성으로 3자가 만족했던 협상 면제 트랙의 큰 장점이 일정 부분 반감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갑작스러운 건정심 결정으로 비롯된 3개 약제 급여 스케줄을 최대한 빠르게 하기 위해 후속조치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협상 면제 트랙이 갖는 고유의 특장점인 등재 예측가능성에 대한 별도의 담보장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면제'가 갖는 이점, 즉 3자 모두 만족할만 한 효과를 거두기 쉽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 협상 면제 트랙에 대한 메리트가 없다"고 말하는 업계의 말을 그저 '투정'으로 치부하고 말기엔 이 기전이 갖는 업계 유인책과 실효성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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