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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약국에는 1000T 덕용포장이 왜 없을까?"

  • 김민건
  • 2019-09-29 16:05:01
  • 설비 자동화로 '기계'가 조제 담당...약사는 복약지도 집중
  • 안전·효율·정확성에서 자동화 거스를 수 없어
  • 노키아 몰락 이후 핀란드 '헬스케어' 혁신

정영미 분당서울대병원 항암조제파트장이 지난 27일 인천시 중구 그랜드하얏트인천호텔에서 열린 한국병원약사회의
[데일리팜=김민건 기자] "핀란드에서 보니 왜 1000T짜리 약을 안 만드는지 알겠더라. 조제 설비 자동화는 환자안전, 효율성, 정확성 3개 이유로 거스를 수 없는 추세(트렌드)이기에 우리 현실에 맞는 자동화 조제가 필요하다."

정영미 분당서울대병원 항암조제파트장은 지난 27일 인천시 중구 그랜드하얏트인천호텔에서 열린 한국병원약사회의 '2019 병원 약제부터 중간관리자 연수교육'에서 핀란드 병원 약제부와 지역 약국을 다녀온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정 약사가 핀란드를 방문한 이유는 노키아라는 세계 최고의 휴대폰 제조사가 몰락한 이후 '헬스케어 혁신'으로 보건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나라 중 하나가 됐기 때문이다. 핀란드 혁신의 출발점에는 우리나라와 닮은 꼴인 저출산·고령화라는 위기감이 존재한다.

핀란드에서 보니 왜 외국에선 1000T 포장을 안 하는지 알겠더라

정 약사가 방문한 헬싱키대학병원은 핀란드에서 가장 큰 헬스케어 서비스 제공자이면서 두 번째로 많은 인력을 고용하는 의료기관이다. 이 병원의 약제부는 지하와 지상 3층 규모의 단독 건물을 사용한다.

이곳에선 로봇이 약을 식별해 정리, 분배하는 자동화시스템(Automated stock system, 이하 스톡)을 사용하고 있다.

정 약사는 "로봇이 커다란 스톡 장치에 약을 넣어 보관하기도 하고 필요한 약은 박스함에 넣어준다. 그러면 곳곳에 있는 로봇 팔이 (이 약이)어디로 갈지 보내준다"며 "스톡 장치를 사용하기 위해선 작은 포장을 많이 써야 했다"고 전했다.

정 약사는 "독일과 노르웨이 등 유럽에선 이런 스톡 장비가 대형 병원 외에도 지역 약국에도 다 있다. 왜 외국계 제약사가 1000T짜리 포장을 왜 안 만드는지 알 것 같았다. 유럽에서 필요한 약의 포장 크기를 알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헬싱키대학병원의 스톡시스템 운용 장면
정 약사가 이베스퀼러라는 도시의 핀란드중앙병원 약제부를 방문했을 때도 클린룸에 GMP 시설 수준의 항암제 조제실과 분배기까지 갖추고 있었다. 핀란드 정부가 2000년 2월부터 이 같은 클린룸 기준 준수를 요구하고 있다. 클린룸은 말 그대로 "깨끗하기 이를 데 없었다"는 정 약사의 말이다.

이 병원은 각종 의약품과 진료 재료를 자동·수동으로 관리하는 ADC(Automatic dispensing cabinet) 시스템도 3개를 사용한다. 향후 신설 병원에선 총 35개로 확대 운영할 예정이다. 국내 병원에서 사용하는 ADC 보다 기능은 좀 약한 대신 단가가 저렴하다는 정 약사의 설명이다.

헬싱키대학병원 약제부의 대규모 자동화된 스톡 시스템이나 이베스퀼러 중앙병원이 ADC를 사용하는 이유는 단순히 편의성만 고려해서가 아니다. 원내 환자만 위한 약국이 아닌 근처 보건소와 학교 내 양호실까지 작은 규모로 약이 필요한 곳에 공급하는 일종의 중앙보급소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핀란드 전국 조제 시스템과 지역 약국 자동화…"OTC 판매 자부심 가져"

핀란드가 대학병원에 대형으로 자동화된 의약품 비축, 분배 시스템을 구축하는 이유는 약국이 헬스케어 혁신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정 약사에게 특히나 인상적이었던 장면이 있다면 바로 ADC제조사 홈페이지에 이 병원 약사와 간호사가 등장한 모습이다.

그는 "우리나라로 치면 특정 제조사 홈페이지에 해당 병원 약사나 간호사가 나오는 거다. 핀란드는 산업을 키워주려는 느낌이다"며 정부와 기업, 병원, 약국, 환자가 서로 신뢰하고 있다고 전했다.

핀란드는 1954년부터 모든 환자 정보를 수집해 관리해왔다. 지난 2007년부터 이 자료를 활용하는 시스템 구축을 시작해 모든 국민이 본인의 진료기록은 물론 전자처방전, 건강관리기록을 볼 수 있게 하고 있다. 핀란드에 있는 병원과 약국에서도 이 시스템을 통해 환자 진료, 검사 정보를 공유한다. 바로 '칸타(Kanta)'시스템이다.

정 약사 발표에 따르면 칸타시스템으로 환자는 물론 의사, 약사도 개인 진료 정보를 볼 수 있어 이중 진료와 검사가 이뤄지지 않는다.

이 시스템은 지역 제한도 풀어주고 있다. 진료 기록이 담긴 마그네틱 카드를 들고 어느 약국은 가든 약사는 환자 처방 번호를 확인해 조제할 수 있다. 그렇기에 "지역 약국도 자동화와 상담 창구가 잘 갖춰져 있고 약사들이 프라이드(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고 정 약사는 강조했다.

정영미 분당서울대병원 항암조제파트장 핀란드 지역 약국 방문 소감을 전하고 있다.
특히 헬싱키대학병원의 스톡시스템 축소판처럼 약국 조제실 내 모든 약이 서랍이나 장치 안에 다 들어가 있어 깔끔하게 정리된 상태로 운영하는 모습이 정 약사의 눈에 들어왔다.

정 약사는 "약국 밖에서 OTC를 파는데도 약사가 항상 서 있거나 정리하고 있었다. 'OTC 환자도 환자'다면서 상담을 해야 하기에 밖에 나와 서 있더라"며 자동화 조제 장비를 도입한 핀란드 약사들은 가장 중요한 역할인 '복약지도'에 집중 할 수 있음을 전했다.

정 약사는 "(병원 내에서)조제 자동화 초기 도입 비용이 많이 들고 이에 따라 인력을 줄여라는 식의 압박이 있을 수 있지만 (조제 자동화로)약사는 환자와 직접 대면하는 고부가가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핀란드는 보편적 복지를 추구한다. 국가가 의료 서비스를 전부 지원하고 운영한다. 약국을 찾는 환자는 약값이 적든 많든 1년에 50유로(약 6만5000원)만 내면 그 뒤부터 아무리 비싼 약도 방문할 때마다 1.5유로(약 1900원)만 지불하면 된다.

우리나라 전국에 있는 약국은 2만1969개소에 약사가 3만1583명이지만 핀란드는 전국 800개소에 약사는 5090명에 불과하다. 병원약사도 우리나라는 6697명, 핀란드는 696명으로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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