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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 사업 5년, 아직 갈 길 멀다

  • 이탁순
  • 2019-12-19 16:15:26
  • [분석]매년 보상금 늘지만, 200건 이하…업체 부담금만 축적
  • 홍보 필요성 인식 불구, 예산은 그대로…민관 협의체 활성화 필요

[데일리팜=이탁순 기자] 오늘(19일)로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 사업이 시작된지 만 5년이 된다.

이 사업으로 의약품 부작용 피해로 고통받던 환자와 가족들이 보다 빠르게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하지만 연간 지급건수가 200건 이하에 머무는 등 사업 활성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피해자 소송 인한 심적고통 덜어…4~5개월만에 보상 가능

지난 2014년 12월 19일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사업이 전격 시행됐다. 지난 1991년 약사법에 부작용 피해구제 항목이 신설된 후 20년만의 일이었다.

이전까지는 의약품 부작용 피해자가 소송을 통해 의약품과 부작용 간의 인과관계를 직접 밝혀내 보상을 받아야 했다.

소송기간만 평균 5년이 소요되고, 인과관계를 밝히지 못해 결국 보상을 받지 못하는 사례도 많았다. 결국 많은 부작용 피해자들이 억울함만 간직한 채 숨을 죽일 수 밖에 없었다.

부작용 피해구제 사업이 시행되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 기관인 의약품안전관리원(이하 안전원)에 보상 신청과 심사를 통해 보다 빠르고 쉽게 구제할 수 길이 열렸다.

안전원은 현장조사를 통해 인과관계 등을 판단하고, 전문가로 구성된 전문위원회와 부작용 심의위원회 심의를 통해 피해구제 여부 및 보상금액을 결정하게 된다.

최종 피해구제가 결정되면 진료비와 사망일시보상금, 장애일시보상금, 장례비 등을 지급받게 된다. 신청부터 보상금 지급까지 4~5개월 정도 걸리기 때문에 소송을 통한 피해보상 절차보다 훨씬 간결하고 수월하다. 환자의 육체적·정신적 고통도 그만큼 덜 수 있다.

피해보상금 재원은 제약사들의 부담금으로 해결하고 있다. 각 제약사들은 매년 약품 공급금액의 0.06% 이내로 부담금을 연 2회 납부하고 있다. 내년에는 부담금 부과요율이 0.027%로 결정됐다.

안전원에 따르면 제도 도입 이후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연도별 피해구제 신청은 2015년 20건에서 작년 139건으로 매년 증가했다.

지급결정이 내려진 보상금 지급 건수(지급액)도 2015년 8건(5억6000만원)에서 작년 92건(13억 2700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는 11월까지 170건이 접수돼 120건에 지급 결정이 내려졌다. 작년 수준을 이미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2014년 12월 19일 사업 시작 이후 올해 11월까지 총 부작용 피해구제 접수 건은 520건, 이 가운데 지급건수는 340건이다. 총 지급 금액은 65억원이다.

(출처 :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진료비 지급건수가 213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장례비 57건, 사망일시 보상금 57건, 장애일시보상금은 13건이었다.

올해 6월부터는 비급여 의약품의 진료비도 보상범위에 포함되면서 지급건수와 지급액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아직 제도가 활성화됐다기에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많다.

대국민 인지도 36% 불과…TV 홍보는 언감생심, 예산은 또 동결

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은 "최근 5년간 의약품 부작용 보고건수 100만건 가운데 피해구제 신청건수는 올해 6월 기준으로 여기에 0.04%에 해당되는 424건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의원은 "의약품부작용 피해구제제도 홍보예산이 2015년 1억원에서 2019년에는 8200만원으로 감소했다"며 정부의 사업 활성화 대한 의지가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식약처는 국정감사 서면질의 답변을 통해 "그동안 피해구제 제도에 대해 대중교통, 온라인, 옥외매체 등을 활용해 홍보했지만, 앞으로는 파급력이 큰 TV, 라디오 등 방송매체를 활용한 대국민 홍보를 강화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내년 홍보예산도 올해와 비슷한 8200만원으로, 단기간 집중 홍보만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매년 피해구제 건수가 적다보니 제약사들로부터 받고 남는 분담금 적립액만 쌓여가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8년 회계연도를 결산하고 남은 적립액은 144억원이다. 2018년까지 제약사들로부터 191억4100만원을 거둬 47억4400만원을 피해보상금으로 지급했고, 남은 금액이 144억원이라는 것이다.

2018년만 놓고 보면 제약사들로부터 48억5900만원을 징수해 환자와 유족에게 피해보상금 13억2700만원이 지급됐다. 지급율로 따지면 27.3%다. 받은 돈보다 나가는 돈이 적으니 제약사들은 부담금을 줄여달라고 호소한다.

예산정책처는 지급건수가 저조한 데는 제도의 인지도가 낮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지난해 진행된 대국민 인지도 설문조사에서 일반인 36.3%만이 부작용 피해구제 사업을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약처도 홍보 활성화 필요성을 느끼고, 작년 6월부터는 의약품 용기와 포장, 첨부문서 등에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 제도 안내문구를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대국민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홍보와 광고, 민관 협의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양현정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사는 "공단에서 하는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 등 치료비 지원과 관련된 내용은 병원 내 사회사업실을 통해서든지 환자들이 알 수 있는 기회가 많은데,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 제도는 직접 환자들이 홈페이지를 들어가야 알 정도로 홍보가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양 이사는 "때문에 환자들이 의사와 약사랑 실랑이를 벌이다 해결이 안 되니 의료분쟁조정원이라든지 중재 제도를 알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하지만 또 중재원에서 피해구제 제도로 연계되는 사례도 드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반적 홍보 부족을 꼬집었다.

그는 "피해를 입은 사람이 찾아가는 홍보가 되어선 안 된다"며 "우리 국민이 '의약품 부작용 피해도 구제를 받을 수 있구나' 인식이 생기게끔 공익광고 등 홍보를 확대해야 한다"며 "올해 시작된 제도 발전을 위한 민간 협의체도 더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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