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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정부조달 독감백신 가격 '동상이몽'

  • 정새임
  • 2020-08-14 06:00:54

[데일리팜=정새임 기자] 올해는 유독 독감 백신이 '귀한 몸'이 될 것 같다. 일선 병원은 물론 지자체에서도 자체적으로 독감 백신을 확보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특정과는 협회 차원에서 일괄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 전국적인 대란이 우려되는 상황 속 유일하게 독감 백신을 '찬밥' 취급하는 곳이 있다. 공급가에서 절반 수준의 가격으로 구매하겠다는 복지부다.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는 국가필수예방접종(NIP) 사업을 위해 지난 6월 말부터 4가 독감 백신 입찰을 진행해왔다. 벌써 네 번째 입찰이다. 낙찰 업체는 있지만 이들 중 공급확약서를 제출할 수 있는 업체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만약 1순위인 업체가 확약서를 제출하지 못하면 다음 순위 업체로 넘어간다. 순위에 있는 모든 업체가 납품을 포기할 땐 또 입찰 공고를 올려야 한다.

낙찰 도매업체들이 백신 제조사로부터 확약서를 받기 힘든 이유는 명확하다. 정부가 제안하는 공급가가 너무 낮아서다. 1도즈당 8790원(어린이·임신부 제외)을 제시했는데, 이는 프라이빗 시장 공급가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는 올해 처음으로 3가보다 비싼 4가 독감 백신을 NIP에 포함한 데다 코로나19로 무료 접종 대상까지 대폭 늘렸다. 영유아·청소년의 경우 생후 6개월~12세를 18세까지로, 어르신 역시 만 65세 이상에서 62세 이상으로 변경한 것. 이에 대상자가 약 1900만명으로 전년보다 약 500만명 확대됐다.

더 비싼 백신을 더 많은 국민에게 접종한다고 호언장담하면서 이로 인한 손실은 기업에 떠넘겼다. NIP 4가 백신 포함이 결정될 때부터 업계는 현실적인 공급가를 제시해달라고 지속적으로 요청해왔다. 도즈당 1만원 정도를 적정 가격으로 제시했지만 정부는 이에 한참 못 미치는 8000원대를 고집했다. 현재 3번째 입찰에서 제시한 8790원이 예산 내 허용 가능한 최대치라는 입장이다. 하다못해 확정된 물량만큼이라도 반품되는 일이 없도록 재고 손실 부담을 줄여달라는 요청도 묵살됐다.

정부가 낮은 가격을 끝까지 고수하면 국내 기업은 이에 따를 수밖에 없다. 정부와 연구개발 등 각종 지원 사업이 얽혀있는 기업으로서는 그야말로 '갑'의 위치인 정부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 NIP 독감 백신에 참여하는 기업 중 1곳을 제외하곤 모두 국내 기업이다. 원료를 수입하는 기업도 있지만 연구비를 쏟아 자체 개발한 백신을 선보이는 기업도 있다. 이들 모두 NIP 물량에 대해서는 마진을 거의 포기해야 한다.

백신 국산화는 정부의 숙원 중 하나다. 그런데 긴 시간 자체 개발해 선보인 국산 백신이 정작 국내에서 이른바 '가격 후려치기' 좋은 대상이 된다면 그 허탈감은 누구의 몫이 되나. 예산은 국민의 혈세이므로 낭비할 순 없지만 국가필수로 지정된 백신에 대해선 합당한 가격을 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미국의 경우 필수 접종 대상자를 위한 4가 독감 백신 구매에 도즈당 13~14달러를 지불한다. 1000원이라도 올려 달라는 국내 기업의 요청이 그렇게 과한 요구였는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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