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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백신 콜드체인과 유통 시스템

[데일리팜=정새임 기자] 독감 백신 상온 노출 사태로 유통을 담당했던 신성약품에 비난의 화살이 쏟아진다. 신성약품 스스로도 유통 과정에서의 잘못을 인정하고 보건당국의 처분을 달게 받겠다고 했다.

그간 합성의약품이나 일반의약품을 주로 다뤄온 의약품 유통업계는 콜드체인에 대한 인식이 그리 높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니 상온에 두지 말아야 할 백신을 아무 보존 장치가 없는 종이박스에 담아 몇 시간이나 바깥에 두고도 별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한 것이다.

신성약품만 처벌되면 끝일까. 이번 사태는 생물학적 제제에 대한 콜드체인 미비가 보여준 단면에 불과하다. 코로나19로 냉장·냉동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코로나 백신을 유통하기 위해 콜드체인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부각된 상황이다. 그간 체계적인 콜드체인 시스템을 갖춰놓지 않았던 국내 의약품 유통업계 전체가 직면한 위기이기도 하다.

공적 마스크 유통을 정할 당시 일반 유통업계도 논의선상에 올랐다고 한다. 보건정책인 데다 약국 네트워크 등을 고려해 최종적으로 공적 마스크 유통은 의약품 유통업계에 맡겨졌지만 코로나 백신은 상황이 다르다. 종류에 상관없이 종이박스에 넣고 옮기면 그만인 마스크와 달리 코로나 백신은 냉장 혹은 냉동 보관이 필수다. 특히 모더나나 화이자가 개발 중인 mRNA 백신은 영하 20도, 낮게는 영하 70도 보관을 유지해야 한다고 알려졌다. 재조합 단백질 방식의 노바백스 백신은 2~8도 냉장보관이 필요하다. 냉장 보관해야 할 백신이 영하로 떨어지면 이물질이 생기는 등 문제가 발생하므로 제조사마다 기준 온도를 분리해 보관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코로나 백신은 병원 네트워크보다 공장에서 일선 병원까지 전 운송 과정에서 기준 온도를 철저히 지켜 전달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요소로 고려된다. 특히 외국에서 생산된 경우 육로뿐 아니라 항공 운송 과정도 체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과연 현 의약품 유통업계의 역량이 코로나 백신도 운송할 수준에 미칠 수 있을까? 지금 현실을 보자면 고개가 저어진다.

최근 코로나 백신을 둘러싼 세미나, 콘퍼런스만 봐도 일반 물류 회사가 도드라진다. 페덱스 코리아는 지난달 열린 바이오 플러스에서 깐깐한 콜드체인 시스템을 강조했다. 페덱스 코리아는 현장 실사를 통해 차량진입높이 제한, 하역장 유무, 심지어는 지게차 유무까지 파악해 상온 노출을 최소화한다고 했다. 육상 운송 시에는 이중안전장치로 혹시나 온도 조절에 실패할 때를 대비하며, 24시간 모니터링으로 실시간 온도를 파악한다. 항공 운송 시에는 프리미엄 화물로 식별돼 의약품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며, 갑작스러운 운항 변경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한다.

일반 물류 업계가 콜드체인을 장착해 의약품 산업으로 손을 뻗고 있는데도 의약품 유통 업계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생물학적 제제 비중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데 유통업계의 변화는 느리고 미미하다. 지금까지 하던 대로 온도 조절 가능한 차 몇 대, 창고 몇 개를 갖추는 정도로는 국제적 시스템을 따라가는 대형 물류 업체들을 절대 넘어설 수 없다. 향후 의약품 유통 업계가 역량이 부족해 더 이상 바이오 의약품을 운송할 수 없게 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전가될 소지도 크다. 이번 백신 유통 위기로 말미암아 새로운 유통 철학과 시스템 법적화 정비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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