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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일이나 300일이나 '1만7500원'…비정상 조제수가

  • 김지은
  • 2020-10-23 15:44:30
  • 3개월 이상 처방 조제 약, 투약 안전 보장 힘들어
  • 약학 전문가·국회 차원 "투약일수 제한 필요"
  • 약국가 "90일에 멈춘 조제 수가, 정상화 돼야"

[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약사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장기 처방 문제를 지적하는 데는 약국 업무 부담과 비상식적인 수가 체계, 그 이상의 이유가 있다.

적게는 3개월 많게는 1년이 넘는 장기 처방은 복약 순응도를 떨어뜨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환자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단 점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이유로 장기처방의 안전성 문제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수차례 제기됐다. 관계 기관도 장기 처방이 환자 안전을 위해할 수 있단 점에 대해선 일정 부분 입장을 같이 하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은 최근 진행된 심평원 국정감사에서 "90일 이상 장기처방이 환자 복약순응도를 떨어뜨리고 의약품 낭비도 키운다"며 "환자 사용기간 미준수 문제를 촉발하거나 약포지 내 의약품 간 반응·변질을 유발, 환자 건강을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그 대안으로 서 의원은 장기처방 제재 규정 신설과 처방전 분할 사용 허용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건강보험공단 김용익 이사장은 "장기처방은 상당히 위험하다. 환자 병증이 90일 이상, 1년 이상 변하지 않는다는 가정으로 처방하는 것인데 의약학적 문제가 있다"며 "약 자체도 오래 보관하면 변질이나 섞이는 문제가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변했다.

적게는 3개월에서 많게는 1년을 넘기는 장기 일선 약국가를 넘어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예상했던 것보다 심각하다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1년 치 장기처방…약효·환자 건강 유지 담보될까

장기 처방은 이제 조제 약국의 ‘불편함’만으로 문제를 국한하기에는 그 위험성이 너무 커져버렸다. 90일 이상 처방이 늘고 있을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180일에서 360일 이상 처방도 급증하는 추세기 때문이다.

장기 처방이 곧 복용 환자의 안전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시간이 흐를수록 의약품 약효·안전성 등 성능이 변질될 가능성이 커지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서울 정문약국 서광훈 약사는 “약물동력학적 관점으로 볼 때 습기를 흡수하는 고 인습성 약의 경우 개봉 후 한 달 이내 복용할 것이 권장된다”면서 “그런 면에서 볼때 90일이 넘어가는 장기 처방의 경우 의약품 변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 약사는 또 "약국은 약을 최적의 조건에서 보관하는데 힘쓰는 반면 환자에게 약이 전달되면 어떤 상황에서 보관될 지 보장되지 않아 취약할 수 있다“며 "120일, 180일, 1년 치 처방은 약효 유지에 더 치명일 수 있다. 환자 치료를 위해 인습성이 높은 약제 장기 처방부터 규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병원약사회 나양숙 질향상위원장도 “경구약을 산제 조제할 경우 유효기간을 ‘조제일로부터 30일간’으로 제시하고 있는 반면 산제 6개월 이상 처방이 많이 나오고 있다”며 “여기에 한, 두가지도 아니고 여러 가지 약을 산제해 혼합하는 형편이다. 이는 곧 환자 안전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장기적인 처방약 복용이 곧 환자의 질병 변화를 점검하는 기회를 막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질병이나 질환 변화를 체크해 그에 따른 적절한 조치나 처방 약 변경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적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1년까지 유지되는 처방 약 복용이 이 같은 과정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단 것이다.

서울시약사회 장은선 부회장은 “특히 만성질환자의 90일, 180일 이상 장기 처방이 많은데, 이렇게 되면 이들 환자에 대한 상태 변화 체크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환자 상태에 따라 복용 약의 변경도 필요한데 이런 부분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시 환자의 질병은 더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91일에 멈춰있는 수가…“합리적 보상 마련돼야”

처방 일수가 긴 조제가 많아질수록 약국에서 발생할 수 있는 크고 작은 문제들도 환자에게는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90일 이상 장기 처방 조제에 따른 약국의 업무량이나 제반 비용이 늘어나는 것은 기본이고 그만큼 조제 실수나 오류가 발생할 수 있는 확률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약국에서 600일분 처방이 나온 사례. 약제비 총액 146만5870원 중 조제료는 단 1만5070원, 신용카드 수수료를 제하고 나니 약국은 결국 손해를 보는 상황이 됐다.
더불어 매년 장기 처방 비율이 늘어나고 그 범위도 확대됨에 따라 91일 이상 처방조제에 대한 합리적 수가보상 방안을 마련해야한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어지고 있다.

단순 약국의 보상을 확대해야한다는 개념이 아닌, 비현실적인 조제 수가를 현실적으로 개선하자는 것이 취지다.

이 같은 요구는 현행 약국의 조제료 수가 산정이 91일로 한정돼 있는데서 기인한다. 약국은 91일 이상 일수의 모든 처방전에 대해서는 동일한 조제료를 받고 있는 것인데, 일수가 증가된데 대한 약사의 늘어난 업무량, 제반 비용 등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약국가에서는 매년 91일 이상 처방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데다 최근에는 상급종합병원을 넘어 1, 2차 의료기관까지 장기 처방을 늘리고 있는 만큼 비합리적인 동시에 비현실적인 수가보상 구간을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 대한약사회는 보험위원회를 중심으로 현재 추진 중인 3차 상대가치 개편 중 '91일 이상 행위재분류 필요성과 방안 마련'을 포함하고 있다.

이를 위해 약사회는 심평원 외부연구용역을 통해 '3차 상대가치 개편을 위한 업무량 상대가치 개발 연구'를 진행하기도 했다.

약국 조제료 수가가 조제일수 91일까지로 한정돼 있는 상황과 관련, 이 같은 기준은 장기처방 증가 추세에 따른 약국의 업무량 증가를 반영하지 못하는 만큼 91일 이상 조제구간에 대한 재분류가 필요하다는 주장에서다.

실제 연구 결과 약사회가 91일 이상 장기처방이 많은 약국 10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91∼120일의 조제 업무량은 3853점, 121∼150일 4211점, 151∼180일 9147점, 181일 이상 1만1747점의 결과를 보이기도 했다.

서광훈 약사는 “장기 처방은 물리적인 조제 시간과 더불어 부수적인 재료도 그만큼 많이 소모된다. 장기 처방 비율이 늘어나면서 그에 따른 손해는 해마다 극심해지고 있는 형편”이라며 “지금이라도 정부가 91일 이상 처방에 대한 적절한 수가 산정 방법을 고민하는 것을 넘어 실현해야 하는 상황이다. 더이상 장기 처방은 일부 대형 병원 문전약국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대한약사회도 "의약분업 20주년이 도래한 현재 시점에서 약국 상대가치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를 통해 약사의 업무를 면밀히 분석해 적정한 보상방안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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