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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 변신 이제부터...렉라자, 새로운 100년 첫발"

  • 인터뷰 | 이정희 유한양행 사장
  • 2015년 취임 이후 R&D 투자확대...체질개선 집중
  • 31호 국산신약 '렉라자' 허가...글로벌 신약 꿈 성큼

이정희 유한양행 사장
[데일리팜=안경진 기자] "새로운 100년을 앞둔 유한양행이 나아갈 길은 신약개발이라고 믿었습니다.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전략의 첫 결실인 '렉라자'가 국내외 무대에서 인정을 받게 돼 기쁩니다. "

이정희(70) 유한양행 사장은 18일 데일리팜과 인터뷰에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메실산염)의 허가 소식에 의외로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지난 6년의 임기 중 가장 공들였던 신약허가 성과를 달성했는데도 마치 '숙제를 끝낸 것' 같은 후련함도 엿보였다.

이날 유한양행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차세대 폐암 신약 '렉라자'를 국내 개발 31번째 신약으로 허가받았다. 유한양행 입장에선 지난 2005년 항궤양제 '레바넥스' 이후 16년만의 신약 배출이다.

이 사장은 "2026년이 유한양행 창립 100주년이다. (100주년을) 10년 남짓 남겨둔 시점에 사장직에 올랐다"라며 "회사 매출 규모에 비해 신약개발 역량이 취약하다'는 외부 평가를 어떻게 바꿔나가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라고 회고했다. 고심 끝에 임직원들 앞에 선 이 사장의 첫 주문은 '곳간 문을 활짝 열라'는 것이었다. 지난 몇년간 유한양행이 외부 투자행보가 크게 달라진 배경이다.

이 사장은 "창업주인 고(故) 유일한 박사라면 어땠을까란 관점으로 바라보니 명쾌해졌다. 풍부한 현금력을 기반으로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할 시기란 판단이 섰다"라며 "뒤쳐졌던 신약개발 역량을 끌어올리는 길은 오픈이노베이션 뿐이란 결론에 도달했다"라고 털어놨다. 100년에 가까운 역사를 지닌 전통제약사라도 벤처기업의 속도와 열정을 배워야만 도태되지 않는다는 이 사장의 평소 지론과도 일맥상통하는 행보다.

이 사장은 2015년 3월 취임 직후부터 신약개발을 위한 체질개선에 힘을 쏟았다. 연구개발(R&D) 인력을 대거 확충하고, 5%대에 머물던 R&D 투자비중을 10% 이상으로 2배 넘게 끌어올렸다. 지난해 유한양행이 R&D 활동에 지출한 비용은 2000억원이 넘는다.

렉라자 개발과정(자료: 유한양행)
기술력이 있지만 자금부족으로 신약개발에 어려움을 겪는 벤처기업들에겐 아낌없이 곳간을 열었다. '렉라자'의 원개발사인 오스코텍부터 제넥신, 바이오니어, 앱클론, 파멥신, 네오이뮨텍 등의 바이오벤처에 수천억원을 투자했다. 유한양행의 미래를 이끌 원천기술을 확보하자는 취지에서다.

과감한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은 하나둘 결실을 맺고 있다. 2009년 엔솔바이오사이언스에서 도입한 퇴행성디스크 신약은 2018년 7월 미국 스파인바이오파마에 기술이전됐다. 2015년 오스코텍의 미국 자회사 제노스코에서 도입한 폐암 치료제는 3년 뒤 미국 얀센바이오텍과 최대 12억5500만 달러(약 1조40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성사시켰다. 그로부터 3년 뒤에는 자체 진행한 임상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국내 허가를 받으면서 상업화 첫 발을 내디뎠다. 이번에 국산 신약 31호 탄생의 기쁨을 안겨준 '렉라자'다.

이 사장은 기술수출 이후에도 '렉라자'의 자체 개발활동을 중단하지 않았다. 글로벌 신약개발의 목표를 완수하겠다는 일념 때문이다. 글로벌 임상시험을 독자적으로 끌고 나갈 수 있는 R&D 역량을 키우고픈 의도도 깔려있었다.

유한양행은 현재 전 세계 17개국에서 '렉라자' 단독요법의 글로벌 3상임상을 주도해나가고 있다. 얀센이 집중하고 있는 '렉라자'와 '아미반타맙' 병용임상과 나란히 상업화 속도를 높여나가는 단계다.

아직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데도 '렉라자'에 대한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는 최근 '레이저티닙' 단독 또는 병용요법의 시장가치가 최대 연간 5억6900만달러에 이른다는 전망을 내놨다. 단독요법과 병용요법을 동시 개발하는 투트랙전략이 시너지를 내면서 파이프라인의 가치를 끌어올렸다.

임상개발 단계인 '렉라자'는 이미 회사의 가장 큰 수익원(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기술이전 당시 수령한 계약금 5000만달러 외에 작년 한해동안만 1억 달러 상당의 기술료를 벌어들였다. 국내 기업이 기술수출한 신약 과제 중 계약금 이외에 1000억원 이상의 추가 기술료가 유입된 것은 '렉라자'가 유일하다.

코로나19 변수와 막대한 R&D 비용 부담에도 불구하고 기술료 수익 덕분에 역대 최대 실적이 나오리란 기대감도 제기된다. ‘혁신신약 개발’이라는 원칙만 쫓았는데 R&D 노력을 기울이면서 R&D 투자재원을 확보하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된 셈이다.

이 사장은 "단기 실적에 집중했더라면 신약개발 성과는 커녕 수익성마저 놓쳤을지 모른다. 미래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벤처기업 등 외부 투자기회를 끊임없이 모색하다보니 어느덧 외부평가가 달라졌다"라며 "유한양행의 변신은 이제부터다. 글로벌 제약사를 향한 유한양행의 새로운 도약을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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