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는 내 운명...단골환자에 마음담은 복약지도"
- 정새임
- 2021-09-09 12: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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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강봉주 약사(성남시 새강약국)
- 산성동 37년 자리 지킨 '새강약국'…이주한 옛 주민들 잊지않고 찾아와
- 동네 텅 비어도 매출 타격 없어…"실력 토대로 믿음과 신뢰 구축한 덕분"
- '찜질방'부터 '고객 관리 서비스'까지 투자 아끼지 않아…"입지보다 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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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정새임 기자] 지하철 8호선 산성역 2번 출구에서 골목길을 따라 10여분 언덕을 올라가면 모퉁이에 자리한 한 약국이 있다. 주변은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돼 곳곳에 철거 예정 딱지가 붙어있다. 인적이 드물어진지 꽤 된 산성동에서 거의 유일하게 사람이 드나드는 거리. 비가 꽤 오는 와중에도 이 거리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지 않는 건 40년간 주민들의 건강을 보듬어온 새강약국이 존재한 덕택이다.
경기 성남시 수정구 산성동의 3분의 2에 달하는 면적이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주민들이 급속도로 빠지기 시작한건 지난 3월부터다. 2만~2만5000명에 달하는 주민의 90%가 다른 곳으로 이주했다. 연말까지 남은 주민까지 모두 나가게 되면 내년부터 약 3년간 개발에 들어선다. 동네 약국에는 그야말로 치명타다.
"주민이 없어도 약국 매출은 변함이 없어요. 그래서 주변에서 (재개발 들어가니) 이제 쉬라고도 하는데 일이 그대로니 쉴 수가 없죠. 그건 여기까지 찾아오는 주민들에 대한 배신이잖아요."

"84년 3월에 개국했으니 37년, 딱 3년 뒤에 40년이 되네요. 70년대 청계천 철거민들이 밀려나 대거 이곳에 이주해 있었죠. 척박하고, 거친 동네였어요. 그분들이 또 다른 곳으로 밀려나게 된건데, 이사를 간 뒤에도 약국을 찾아오세요. 오죽했으면 겨울에 언덕길 미끄러우니까 오시지 말라고 하죠. 연세가 드셔서 힘들텐데도 여기 와서 약도 사고 이야기도 하고 쉬고 가세요. 덕분에 우리 약국엔 없는 약이 없어요. 환자들이 처방전을 보고 전화해 약을 불러주거든요. 그 중에 80%는 장기처방이에요."

"어릴 때는 환자들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적으니 싸우기도 했죠. 그건 답이 아니더라고요. 그 뒤로 그분들의 말을 듣기 시작했어요. 필요한 정보는 전달하되 그들이 하고자 하는 말을 많이 듣는 거예요. 믿음과 신뢰의 구축이 절대적으로 필요해요. 그리고 중요한 전제가 있어요. 실력입니다. 임상약학뿐 아니라 영양요법까지 공부를 많이 해야 해요. 저도 학생 때는 학생운동을 한다고 공부를 열심히 안했는데, 환자들을 책임져야 하니까 대학원도 다니고 메이저 학회는 다 참여하고 있어요. 그래야 경제적 여유가 없는 환자에게도 부담이 덜한 방법을 제안할 수 있으니까요."
이 뿐만이 아니다. 강 약사는 주민들과 더 깊이 소통할 수 있도록 약국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약국 한켠에 자리한 '웰빙사랑방'은 코로나19 이전까지 주민들이 줄을 설만큼 인기가 많았다. 3000만원의 거금을 들여 강 약사가 마련한 '미니 찜질방'이다. 이곳에서 주민들은 땀을 빼며 서로의 고충을 나눴다. 자연스럽게 집단 상담소가 됐다.
4년 전 원년멤버로 가입한 '하하하 얼라이언스'는 효율적인 고객 관리에 제격이었다. 보다 쉽고 유용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고민하던 강 약사는 모피어스엠 약국체인 등 여러 시도를 해왔고, 하하하 얼라이언스에도 관심을 보였다. 여기저기 흩어진 고객들에게 필요한 건강 정보를 꾸준히 전달하고 싶어서다. 건강 정보뿐 아니라 약국 경영과 관련된 공지, 새로운 제품 소식도 전달한다. 코로나19 마스크 대란 당시에도 톡톡한 도움을 받았다.
"마스크 대란 때 난리가 났었잖아요. 수급은 안되지, 사람들은 줄을 서지. 매일 심장 떨리는 날들이었어요. 마스크가 공급되는 시간과 수량이 제각각인데 소비자들은 알길이 없어 계속 허탕을 치고 화를 내고 그랬어요. 그래서 하하하 단체 메일링으로 마스크가 들어오는 시간과 수량을 알려줬더니 굉장히 도움이 됐어요. 과거 크릴오일 대란 때도 약사학회에서 만든 합리적 가격의 크릴오일 제품을 메일링으로 소개했더니 400명이 한번에 몰려서 놀랐던 적이 있었죠."
입지보다는 내실을 다지는데 주력했던 강 약사는 재개발이라는 큰 변화 앞에서도 끄떡이 없었다. 오히려 새로운 주민을 맞이하기 위해 어떤 새로운 투자를 할 것인지에 대한 구상에 여념이 없다. 40년을 함께했던 주민들이 언제든 쉬었다 가기 좋은 사랑방이자 새로운 주민들이 낯설지 않고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쉼터같은 존재가 되고자 함이다.
"다른 곳으로 약국을 이전할 생각은 전혀 없어요. 다만 1997년, 2012년에 약국을 대폭 손질했던 것처럼 재개발 후 새로운 분위기에 맞게 또 한번 변화를 시도해야죠. 사람은 더 많아질 거고 저는 체력이 더 떨어질테니 인력도 보강하고요. 상담 공간을 만들어서 편안하게 건강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도록 할 거예요."
적어도 강 약사에게 입지는 약국 경영의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그는 후배 약사들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한다.
"저는 올드세대여서 새로운 어플리케이션이나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쓰지 않지만 젊은 후배 약사들은 활용도와 응용도가 어마어마 하거든요. 당장의 실익보다 장기적으로 생각하며 과감한 투자를 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환자와의 상담을 통한 정서적 교류를 너무 어려워하고 기피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를 위해선 실력도 많이 쌓아야 하고요. 여러 불편함들을 견뎌낸다면 최적화된 입지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 경영이 가능하리라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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