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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뛰어들었지만...복합제 7개 중 1개만 '성공시대'

  • 김진구
  • 2021-10-08 06:20:52
  • 갈림길 선 복합제② 까다로운 성공 조건
  • 제약 캐시카우 역할 톡톡…'아모잘탄 패밀리' 누적 1조원
  • 2015년 이후 허가 복합제 124개 중 연 100억 이상 18개

[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지난 10여년간 국내에서 복합신약은 그야말로 전성시대를 누렸다. 적잖은 제품들이 수백억원대 매출로 해당 제약사에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다.

그러나 모든 복합신약이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다. 복합제가 성공을 거둔 영역은 고혈압·고지혈증·당뇨병 시장에 국한되는 편이다. 이마저도 몇몇 제품을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은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적을 낸 것으로 확인된다. 전성기를 구가한 복합제 시장의 이면이다.

◆'복합제 명가' 한미약품, 2015년 이후 24개 품목 허가

복합신약 개발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업체는 한미약품이다. 2009년 '아모잘탄(로사르탄+암로디핀)'으로 복합신약 전성시대의 문을 연 뒤, 2013년 '로벨리토(이르베사르탄+아토르바스타틴)'을 추가했다.

복합신약 경쟁이 본격적으로 펼쳐진 2015년 이후로는 총 24개 품목을 추가로 허가받았다. 순환기 영역에서만 '로수젯(로수바스타틴+에제티미브)', '아모잘탄큐(로사르탄+암로디핀+로수바스타틴)', '아모잘탄플러스(로사르탄+암로디핀+클로르탈리돈)', '아모잘탄엑스큐(로사르탄+암로디핀+로수바스타틴+에제티미브)' 등이 쏟아졌다.

비뇨기·호흡기 등 다른 영역에서의 복합신약 개발에도 적극적이었다. 발기부전·전립선비대증 복합제 '구구탐스(타다라필+탐스로신)', 골다공증 복합제 '라본디(라폭시펜+콜레칼시페롤)', 천식·알레르기 복합제 '몬테리진(몬테루카스트+레보세티리진)'도 한미약품이 개발한 복합신약이다.

보령제약도 2015년 이후 24개 복합신약을 허가받았다. 보령제약은 자체개발 고혈압 신약인 '카나브(피마사르탄)'에 다양한 성분을 조합하는 전략을 택했다. '듀카브(피마사르탄+암로디틴)', '투베로(피마사르탄+로수바스타틴)', '듀카로(피마사르탄+암로디핀+로수바스타틴)', '아카브(피마사르탄+아토르바스타틴)'가 이같은 전략으로 개발된 제품이다.

이어 유한양행·일동제약 각 21개, 제일약품 19개, 종근당 18개, 대웅제약 15개 등의 순이다. 업체별 주요제품은 유한양행 '트루셋(텔미사르탄+암로디핀+클로르탈리돈)', 제일약품 '로제듀오(로수바스타틴+에제티미브)', 종근당 '텔미누보(텔미사르탄+암로디핀+로수바스타틴)', 대웅제약 '크레젯(로수바스타틴+에제티미브)' 등이다.

중소형제약사 가운데선 하나제약이 복합신약 개발에 적극적이었다. 2015년 이후 16개 품목을 허가받았다. 로수바스타틴에 에제티미브가 결합된 '로스토린'이 주요 제품이다. 알보젠코리아(15개), 셀트리온제약(14개), 한국휴텍스제약(13개)이 뒤를 잇는다.

◆아모잘탄·제미메트·듀카브 등 수백억원대 효자품목 성장

국내사들이 의욕적으로 개발한 복합신약은 각 업체에 든든한 캐시카우가 됐다.

한미약품은 복합제 명가답게 가장 큰 수익을 거둬들이고 있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한미약품의 복합신약들은 지난해 합계 2500억원 이상 처방됐다. '아모잘탄 패밀리' 4개 제품 1165억원, 로수젯 991억원, 라본디 120억원, 몬테리진 84억원 등이다.

한미약품의 상징과도 같은 아모잘탄 패밀리는 누적 처방액이 1조원에 육박한다. 아모잘탄은 2009년 출시 후 100개 이상 유사약물과 경쟁하면서도 여전히 상승세다. 지난 12년간 7000억원 이상 처방됐다. 국내개발 의약품 중 가장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LG화학과 종근당, 보령제약, 대웅제약, 한독, 동아에스티 등도 저마다 간판 격인 복합제가 회사에 수백억원대 실적을 안겨주고 있다.

2013년 발매된 '제미메트'는 LG화학이 자체개발한 DPP-4 억제제 계열 당뇨병 신약 '제미글로'에 메트포르민을 더한 복합제다. 대웅제약이 영업에 가세한 2016년 이후 고공성장하면서 단일제 제미글로보다 존재감이 커졌다. 제미메트의 지난해 처방액은 799억원이다. 2019년 660억원에서 21% 증가했다. 출시 7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큰 폭의 성장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종근당 텔미누보는 지난해 459억원의 처방실적을 기록했다. 종근당이 개발한 첫 복합신약으로, 발매 첫해인 2013년 92억원으로 출발해 분기당 100억원 이상 처방액을 내는 알짜품목으로 성장했다.

보령제약은 카나브 기반 5개 복합제가 지난해 합계 549억원의 처방실적을 냈다. 이 가운데 듀카브가 351억원으로 가장 높은 처방액을 기록했다. 지난해 신규 출시한 듀카로·아카브도 합계 처방액 76억원으로 연착륙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이밖에 한독 '테넬리아엠', 대웅제약 '크레젯', 녹십자 '다비듀오', 휴온스 '에슈바', 동아에스티 '슈가메트' 등이 매년 수백억원대 처방액을 기록하고 있다. 제약사들은 복합제로 확보한 실탄을 글로벌 혁신신약 개발에 투입하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었다.

◆고혈압·고지혈증·당뇨병 시장 편중…까다로운 성공 조건

성공한 복합신약을 살피면 공통점이 발견된다. 대부분 고혈압·고지혈증·당뇨병을 타깃으로 한다는 점이다. 호흡기계·소화기계·비뇨기계 등의 영역에서도 복합신약이 일부 개발됐지만, 시장에서 성공한 제품은 손에 꼽히는 정도다.

이에 대해 제약업계에선 복합신약이 성공하려면 다소 까다로운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우선 환자가 충분히 많아야 한다. 시장규모가 가장 큰 고혈압·고지혈증 복합제를 예로 들면, 각 질환을 앓는 환자수가 각각 1200만명에 이른다. 이들 중 상당수는 이미 2제 혹은 3제 복합제를 처방받고 있어 시장이 매우 크다.

다양한 조합이 가능해야 한다는 점도 성공 조건으로 꼽힌다. 고혈압 치료제를 예로 들면 ARB , CCB, ACEi, 베타차단제, 이뇨제 등 다양한 계열로 나뉜다. 각 계열 안에서도 여러 약물이 출시됐다. ARB 계열만 해도 발사르탄, 로사르탄, 텔미사르탄, 칸데사르탄, 이르베사르탄, 피마사르탄 등이 있다. 3제 고혈압 복합제를 만든다고 가정하면 무수히 많은 조합이 가능한 것이다.

제품 개발이 수월해야 한다는 것도 성공 조건 중 하나다.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은 각각 혈압·혈당·콜레스테롤 수치로 표현된다. 새로운 약물을 투여했을 때 효과를 확실히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임상시험이 비교적 수월하다.

같은 만성질환이면서도 소화기계·호흡기계·비뇨기계 질환의 경우 복합제가 그리 많지 않은 이유도 이 연장선상에서 설명된다. 환자가 주관적으로 느끼는 증상을 척도로 평가하기 때문에 임상시험이 까다롭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고혈압·고지혈증·당뇨병에 비해 시장규모 자체가 크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임상시험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복합신약 개발이 활성화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 처방액 100억원 이상 복합신약, 7개 중 1개꼴

그렇다고 모든 고혈압·고지혈증·당뇨병 복합신약이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대부분이 기대 이하의 성적을 냈다. 시장 전체로 보면 고혈압·고지혈증·당뇨병 복합신약이 큰 수익을 남긴 것처럼 보이지만, 제품별로 따져보면 일부 제품에 수익이 집중된 것이다.

2015년 이후 허가받은 고혈압·고지혈증·당뇨병 관련 복합신약 124개 가운데 지난해 100억원 이상 처방실적을 기록한 제품은 18개에 그친다. 7개 중 1개 정도만 성공을 거둔 셈이다. 용량과 무관하게 제품별로 집계한 수치다.

반면, 연간 처방액이 10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제품이 56개에 달한다. 복합신약 중 절반가량은 당초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들 중 상당수가 당뇨병·고지혈증 복합제라는 점이다. 제일약품 '리피토엠(메트포르민+아토르바스타틴)'이 그나마 9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했고, 나머지는 모두 7억원 미만이다.

제약업계에선 현장에서의 처방 경향을 제대로 짚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한동안 다양한 질환을 동시에 치료하는 복합신약 개발 시도가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고혈압·고지혈증 복합제는 크게 성공한 반면, 당뇨병·고지혈증 복합제는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혈압·고지혈증은 순환기내과 전문의가, 당뇨병은 내분비내과 전문의가 주로 본다. 같은 만성질환이지만 진료·처방하는 의사가 다르기 때문에 당뇨병·고지혈증 복합제의 처방빈도도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고혈압·고지혈증은 컨트롤이 되면 약을 잘 바꾸지 않는 반면, 당뇨병은 여러 약을 바꿔쓰면서 조절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점도 당뇨병·고지혈증 복합제의 실패 이유로 설명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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