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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비대면 조제전문약국과 약사사회

  • 강혜경
  • 2022-03-13 17:12:49

[데일리팜=강혜경 기자] 'Sometimes the wrong train will get you to the tight station.' (때로는 잘못 탄 기차가 목적지에 데려다 줄 수 있다.)

남편을 응원하고자 보낸 점심 도시락이 정년 퇴임을 앞둔 중년의 외로운 회사원에게 잘못 배달되면서 일어나는 해프닝을 다룬 영화 '런치박스'에 나오는 주인공 대사다.

잘못 배달된 물건이 도시락이 아닌 약이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보니 아찔함이 앞선다.

비대면 진료와 약 배달이 보편화되면서 이런 영화같은 일이 우리나라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다른 환자에게 갈 약이 착오로 인해 잘못 전달되고, 허가받지 않은 불법의약품이 조제돼 환자에게 전달되는 일도 있었다.

여기에 한발 더 나아가 비대면 진료를 전문으로 하는 '조제전문약국'을 표방한 약국도 모습을 드러냈다. 일반 약국에서 팩스 처방을 받는 것과 달리, 오피스형 약국에서 팩스 처방을 받아 약을 전문으로 조제하고 퀵, 택배로 전국 발송하겠다는 게 이 약국의 모토다.

약사는 함께 근무할 약사 구인에 나섰다. ATC 2대를 돌리면서, 다양한 병의원으로부터 나오는 처방을 흡수하겠다는 게 이 약국의 복안이다. 다만 약사는 보통의 약국과 다를 것 없이 약사에 의한 조제와 검수가 가능하다는 게 약사의 주장이다.

'환자들의 편의를 위해 안전하게 조제와 검수, 투약이 이뤄질 것'이라는 개설자의 입장과 달리 약사사회에서는 현 상황을 심각하게 인지하며 주시하고 있다. 약사사회가 그토록 우려했던 '조제공장' 1호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원인은 복지부의 비대면 진료 지침이다. 관심, 주의, 경계, 심각 4단계로 이뤄진 감염병 위기경보 4단계에서 한시 허용된다는 꼬리표를 달고 시작된 게 비대면 진료, 약 배달이었다. 정부가 코로나를 풍토병으로 정의하고, 감염병 위기경보를 3단계인 경계, 2단계인 주의, 1단계인 관심으로만 낮추더라도 사실상 비대면 진료, 약 배달은 성립할 수 없다.

'사실상 독감'으로 치부되는 코로나와 '위드코로나'를 앞둔 현 시점에서 조제전문약국의 조제공장 표방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연유로 플랫폼 업체가 사실상 자금을 투자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약사회가 우려하는 부분은 단연 안전성이다. 의사의 전자서명이 없는 팩스 처방전은 유효성을 검증하기 어렵고, 처방전 중계앱을 통해 환자에게 처방전이 전달되는 방식은 처방전을 환자에게 직접 교부해야 한다는 의료법 규정에 어긋난다. 또 약국에서 대면 복약지도가 이뤄져야 한다는 약사법 규정에도 반하며 퀵 서비스나 택배배송 등으로 약이 도착하기 때문에 품질 보장과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

배달 음식이 일상화되면서 엉뚱한 주소지로 배달되거나, 배달원이 포장된 상자에서 닭다리를 빼먹는 CCTV 영상은 보는 사람들을 경악케 했다. 만약 이러한 음식이 약이었다면 상황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해진다.

당장 불편해 비대면으로 조제받고 집으로 배달된 약을 먹는 환자들 역시, 불편한 증세로 인해 약을 복용할 뿐 '누가 조제했는지, 어떤 환경에서 조제됐는지' 모른 채 복용할 경우 생길 수 있는 여러 문제들은 불보듯 뻔하다. 당장 동네약국이라도 깔끔한 인테리어와 늘 웃는 약국, 조제실 안에서 누가 조제해 주는지 모르겠는 어두침침한 약국 가운데 소비자의 선택은 한 곳을 향할 수밖에 없다.

약국은 처방전에 따라 약만 잘 포장해 주는 곳이 아니다. 환자의 증상을 파악하는 것을 시작으로 약력관리, 생활패턴을 통한 건강관리까지 종합적으로 이뤄질 때 비로소 진정한 약국이 될 수 있다.

약사회는 이러한 이유로 조제공장 약국을 결사 반대하고 있다. 약사회 새 집행부 역시 장기적으로 비대면 진료 합법화가 논의되더라도 ▲법적으로 인증된 처방전이 개별화돼 환자 개인에게 전달돼야 하는 대원칙과 ▲조제약 전달의 즉시성, 안전성, 유효성을 보장하는 대면 투약 원칙 ▲지역보건의료체계 유지 원칙을 지키는 정책방향을 견지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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