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힘든데"…바이오업계, 공시 규제에 커지는 피로감
- 차지현 기자
- 2026-07-31 06:00:52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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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감원, 제약바이오 공시 전면 개편…기업가치 산정 근거·R&D 이력 공개해야
- 투자자 정보 비대칭 해소 목적…업계 "획일적 평가·실무 부담 우려" 시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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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차지현 기자] 금융당국이 제약바이오 기업의 공시 체계를 전면 손질한다. 기업가치 산정 근거와 연구개발(R&D) 이력을 보다 구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투자자가 신약개발의 가능성과 위험을 함께 판단할 수 있도록 정보 비대칭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투자자 보호와 공시 투명성 강화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일률적인 기준 적용이 신약개발의 불확실성과 기업별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반복적인 제도 변경에 따른 현장 혼란과 실무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업가치 산정부터 보도자료까지…공시 기준 전면 손질
31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전날 '제약·바이오 공시 종합 개선방안(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제약·바이오 기업의 기업가치 산정 근거와 기술이전 계약, R&D 이력 등 공시 기준을 대폭 손질하는 내용이다.
이번 개편은 임상시험 결과나 기술이전 계약 규모가 과도하게 해석되거나 공시와 보도자료에 서로 다른 정보가 담겨 투자자 혼란을 초래한 사례가 반복된 데 따른 조치다. 금감원은 기업별 공시 방식의 편차를 줄이고 투자자가 개발 현황과 위험요인을 한눈에 파악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개선안은 크게 ▲기업공개(IPO) 기업가치 산정 기준 구체화 ▲기술이전 계약 공시 세분화 ▲파이프라인 전 주기 이력 관리 ▲공시와 언론보도 간 일관성 강화 등으로 나뉜다.
먼저 IPO 공모가 산정 기준이 구체화된다. 기업은 예상 시장규모와 임상시험 성공확률, 허가·심사 리스크, 개발기간 및 비용 등 핵심 가정을 나눠 제시해야 한다. 시장 규모에는 치료율과 진단율, 경쟁 약물, 시장점유율 가정 등을 반영하고 임상 성공확률은 객관적인 논문이나 통계를 근거로 공개해야 한다.

개발기간과 비용 공개도 강화된다. 기업은 임상 단계별 일정 지연 가능성과 소요 비용, 자금조달 계획을 밝혀야 한다. 보유 유동자금과 공모자금만으로 개발을 완료할 수 있는지도 투자자가 판단할 수 있도록 한다.
기술이전 계약 공시는 세분화된다. 상장사는 계약금과 개발 마일스톤, 허가·판매 마일스톤, 로열티를 구분해 공시해야 한다. 정기공시에는 파이프라인별 연구개발 이력관리 총괄표를 신설해 개발 완료와 중단, 기술이전, 허가, 판매 여부와 일정 지연 사유까지 관리한다.

보도자료 작성 기준도 엄격해진다. 투자 판단에 중요한 정보는 언론보도보다 공시를 통해 먼저 공개해야 한다. 공시되지 않은 내용을 추가하거나 다른 내용을 담아서는 안 되며 객관적 근거가 부족한 과장 표현도 지양해야 한다. 배포 전 내부 승인 절차 마련도 권고했다.
금감원은 이번 개편을 통해 투자자가 기업 간 정보를 쉽게 비교·분석하고 기업의 성장 가능성과 위험요인을 균형 있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공시와 언론보도 간 불일치를 줄여 제약바이오 기업의 공시 신뢰성과 자본시장 투명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도 내다봤다.
금감원은 "이번 종합 개선방안을 바탕으로 마련한 가이드라인이 시장에 조기 정착할 수 있도록 시장 참여자를 대상으로 릴레이 설명회를 개최할 계획"이라며 "심사 사례와 시장 의견을 지속해서 점검하고 필요한 사항을 가이드라인에 반영하는 등 제도를 계속 보완하겠다"고 했다.
투자자 보호 취지 공감…평가 기준·실무 부담은 변수
이번 제도 개편안을 바라보는 업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공시 투명성 강화 필요성에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제약바이오 기업은 실적보다 임상 성공과 기술이전 등 미래 성과가 기업가치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계약 총액이나 일부 임상 데이터만 부각될 경우 투자자가 위험을 과소평가할 수 있다. 계약금과 조건부 마일스톤을 구분하고 개발 중단·지연 이력까지 한눈에 확인하도록 한 조치는 시장 신뢰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최근 공시 논란도 개선 필요성을 키웠다. 삼천당제약은 올 초 미국 경구용 비만·당뇨 치료제 계약을 발표했지만 계약 상대방과 구체적인 수익 구조를 공개하지 않아 계약 실체에 의문이 제기됐다. 최근에도 미국 식품의약국(FDA) 답변서 원문을 공개하지 않아 허가 절차와 추가 시험 여부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키웠다. 코오롱티슈진은 최근 무릎 골관절염 치료제 미국 임상 3상 결과 발표 과정에서 공시와 보도자료 등에 서로 다른 수치를 기재해 혼선을 야기한 바 있다.
이와 달리 제도의 현실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가령 IPO 기업가치 산정에 적용하는 임상시험 성공확률은 파이프라인 특성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같은 임상 단계라도 적응증과 약물 기전, 임상 설계 등에 따라 성공 가능성에 차이가 날 수 있다. 단일 통계로 기업가치를 평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객관적 통계 선정도 쉽지 않다. 유전자치료제와 항체약물접합체(ADC) 등 새로운 모달리티나 희귀질환 치료제는 비교할 만한 과거 사례와 표본이 부족하다. 글로벌 평균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면 개별 후보물질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수 있고 기업이 유리한 적응증이나 하위 집단의 통계를 선택하면 가치 부풀리기 논란이 되풀이될 가능성도 있다. 어떤 논문과 통계를 객관적 자료로 인정할지, 혁신신약과 개량신약에 동일한 산정 방식을 적용할지 등을 두고 기업과 주관사, 평가기관, 금융당국 간 이견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잦은 제도 개편에 대한 업계의 피로감도 누적되고 있다.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공시 논란이 반복될 때마다 제도 개선이 뒤따랐다. 제약바이오 업계는 지난 10년간 공시·회계·상장관리 등 핵심 영역에서 총 7차례의 굵직한 제도 변화를 겪었다. 평균적으로 2~3년마다 한 번꼴로 규제가 변경된 셈이다. 새로운 기준이 도입될 때마다 공시 양식과 내부 검토 절차, 회계·법무 시스템을 다시 정비해야 해 전담 인력이 부족한 중소 바이오기업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안 그래도 힘든데 규제까지…바이오 IPO '이중고'
일각에서는 가뜩이나 위축된 바이오 시장이 이번 공시 개편으로 더욱 경색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KRX 헬스케어 지수는 지난해 7월 30일 4291.9포인트에서 이달 30일 3426.0포인트로 최근 1년간 20.2% 하락했다. 올해 2월 27일 기록한 기간 중 고점 5702.9포인트와 비교하면 39.9% 밀렸다. 여기에 금리 인상까지 단행되면서 바이오·헬스케어 등 성장주를 중심으로 투자심리가 더욱 얼어붙는 모습이다.
바이오 IPO 시장에도 냉기가 돌고 있다. 신약개발 바이오 기업 인제니아테라퓨틱스는 최근 공모가를 희망 범위 하단인 1만2000원으로 확정했다. 공모금액은 600억원으로 희망 범위 상단 기준보다 125억원 줄었고 예상 시가총액도 6000억원대로 낮아졌다.
인제니아 전 올해 기술특례로 상장한 바이오·헬스케어 기업 8곳이 전부 희망 공모가 범위 최상단에서 가격을 확정한 것과 대조적이다. 올해 레메디와 레몬헬스케어, 코스모로보틱스, 인벤테라, 리센스메디컬, 메쥬, 아이엠바이오로직스, 카나프테라퓨틱스 등이 기술특례를 통해 코스닥에 상장했는데 이들 기업 모두 희망 공모가 범위 최상단에서 공모가를 확정했다.
인제니아는 기술성평가에서 A·A등급을 획득하고 후기 임상 단계 파이프라인과 기술이전 성과를 보유해 IPO 과정에서 흥행 기대를 모은 기업이다. 그러나 증시 부진과 금리 상승이 맞물리며 바이오기업에 대한 기관투자가의 눈높이가 한층 보수적으로 바뀐 것으로 풀이된다. IPO 시장 여건이 악화하는 가운데 공시 규제 강화까지 겹치면서 후속 바이오기업의 상장과 자금조달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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