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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면허대여의 뿌리, '자본 종속 구조' 해부

  • 데일리팜
  • 2026-07-15 06:00:44
  • 요약
  • 김위학 서울시약사회장

1편에서 우리는 면허대여가 몇몇 약사의 도덕적 해이가 아니라 구조의 산물이라고 짚었다. 그 구조의 심장부에는 냉정한 사실 하나가 자리한다. 자본은 조제실 문턱을 넘지 못한다는 것이다.

약사법이 세운 그 문턱을 넘는 단 하나의 열쇠가 바로 약사의 면허다. 그래서 자본은 약국을 사는 대신, 약국을 열 수 있는 '사람'을 산다.

이번 편에서는 자본이 왜 하필 약사의 이름을 탐하는지, 면허대여의 뿌리인 '자본 종속 구조'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자본이 넘지 못하는 문턱, 약사의 면허

이 매력적인 사업에는 자본이 결코 넘을 수 없는 조건이 하나 붙어 있다. 약국의 문은 오직 약사의 이름으로만 열린다는 것이다.

부동산은 매입하면 되고 설비는 리스하면 되지만, '개설할 자격'만은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다. 면허는 양도할 수도, 상속할 수도, 담보로 잡을 수도 없는 인격적 권리이기 때문이다. 국가가 오직 약사 개인에게만, 그것도 평생에 걸쳐 부여한 신뢰의 증표인 까닭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제목의 질문에 답이 나온다. 자본이 하필 약사의 이름을 탐하는 것은, 그것이 약국이라는 사업에 진입하는 유일한 열쇠이면서 동시에 시장에서 결코 살 수 없는 유일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살 수 없으니 빌리려 하고 온전히 빌릴 수 없으니 사람을 붙잡아 두려 한다. 자본이 원하는 것은 약사의 손끝 전문성이 아니라, 약사만이 남길 수 있는 그 '자격의 서명'이다. 약사의 이름이 찍힌 개설 자격만은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희소 자원이다.

자본은 약국을 소유하지 않고 '지배'한다

여기서 흔한 오해 하나를 짚어야 한다. 많은 이들이 면허대여를 소유권 다툼으로 여기지만, 자본의 진짜 목표는 등기부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 아니다. 서류상 주인은 약사여도 상관없다.

자본이 원하는 것은 소유가 아니라 지배, 곧 약국을 실제로 움직이는 의사결정의 실권이다. 소유하지 않고도 지배할 수 있다면, 자본으로서는 법적 위험은 줄이면서 실익만 취하는 가장 영리한 방식이다.

그리고 그 지배는 요란하지 않게, 단계적으로 완성된다. 처음에는 개설 자금과 시설 비용을 대는 투자자로 등장한다. 이어 의약품의 발주처와 매입 조건을 정하고, 인력 채용과 근무표를 조율하며, 진열과 동선까지 '효율'이라는 이름으로 표준화한다.

계약서 곳곳에는 지분과 의결권, 위약금과 물품공급 조건이라는 장치가 촘촘히 심긴다. 어느 순간 약사에게 남는 것은 조제대 앞의 판단뿐, 그 밖의 결정은 이미 자신의 손을 떠나 있다. 약국의 간판은 그대로인데, 그 안을 흐르는 결정의 물줄기는 완전히 뒤바뀌어 있는 것이다.

그 입구에는 늘 달콤한 제안이 놓여 있다. '매달 고정 수입을 보장하겠다', '함께 동업하자', '투자를 받아 크게 시작하자'. 처음에는 대등한 파트너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관계는 뒤바뀐다. 자본이 주인이 되고, 약사는 그 밑에서 이름을 빌려주는 하청의 처지로 내려앉는다. 월 고정수입이라는 미끼 뒤에는 반드시 낚싯바늘이 숨어 있다.

'동업'이라는 이름의 인수, '투자'라는 이름의 예속

이 모든 과정은 결코 험악한 얼굴로 다가오지 않는다. 오히려 가장 다정한 단어를 앞세운다. 문제는 그 관계의 저울이 처음부터 한쪽으로 기울어 있다는 데 있다.

자본은 언제든 발을 뺄 수 있지만, 이름을 건 약사는 발을 뺄 수 없다. 계약이 어그러지면 자본은 투자금을 회수하고 떠나면 그만이지만, 약사에게는 자신의 이름이 적힌 서류와 그 이름이 짊어질 책임만이 남는다.

그래서 겉으로는 대등한 동업처럼 보이는 이 거래의 실질은, 약사의 자격을 빌려 이루어지는 조용한 인수합병에 가깝다. 우호적인 계약서일수록 그 안에 숨은 통제 장치를 더욱 꼼꼼히 읽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호의의 탈을 쓴 조건일수록 값이 비싼 법이다. 세상에 대가 없이 흘러 들어오는 자본은 없다.

자본의 목표와 약사의 의무는 결국 충돌한다

자본 종속이 위험한 진짜 이유는 자본의 목표와 약사의 의무가 근본적으로 다른 곳을 가리키고 있다는 사실, 바로 거기에 있다.

자본의 언어는 수익 극대화이고, 약사의 의무는 국민의 안전이다. 평온할 때 두 가치는 공존하는 듯 보이지만, 이해가 충돌하는 순간 종속된 약국에서 우선순위는 이미 정해져 있다.

재고와 마진이 판단의 잣대가 되면, 환자에게 정말 필요한 약보다 이윤이 많이 남는 약이 먼저 권해질 확률이 커진다. 약국을 떠받쳐 온 전문성과 양심의 자리를 손익계산서가 슬그머니 대신하는 것이다. 면허대여가 한 개인의 위법을 넘어서 국민 보건 전체의 문제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자본에 넘어간 약국에서 가장 먼저 위협받는 것은 결국 환자다.

결국 자본이 탐하는 것은 약을 판매하는 능력이 아니라, 약을 판매할 수 있게 해 주는 약사의 이름 그 자체다. 이름을 내주는 순간 약국의 주인은 조용히 바뀌고, 그 이름에 실려 있던 국민의 신뢰까지 함께 저당 잡힌다.

그러나 이 구조는 결코 끊어 낼 수 없는 숙명이 아니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자본의 침투를 막아 낼 제도적 장치가 하나씩 마련되고 있다. 이어질 3회에서는 자본이 넘지 못하도록 개설·운영·광고, 세 단계에 걸쳐 걸어 둘 '세 개의 빗장'을 짚어 보고자 한다.

[약사에게 한마디] 누군가 내 면허의 값을 먼저 계산해 온다면, 그 거래의 손해는 이미 내 몫이 된다.

[필자약력]

-성균관대 약대
-전 중랑구약사회장(3선)
-전 대한약사회 정책이사
-현 서울시약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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