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일가 경영 미참여"…한림제약 원료 자회사의 IPO 전략
- 차지현 기자
- 2026-06-22 06: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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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너 2세 김정진 회장 직간접 경영 미참여·친인척 이사 '1명' 제한
- 한림제약 5년간 배당 포기…상장 후 한림제약 지분 100%→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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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차지현 기자] 한림제약 원료의약품(API) 자회사 HL지노믹스가 기업공개(IPO) 초읽기에 들어갔다. 회사는 공모 자금을 활용해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위탁개발생산(CDMO)과 해외 수출 등 신사업을 본격화한다는 포부다. 특히 상장 과정에서 모회사 오너 2세 경영 미참여와 오너 일가 이사회 진입 제한 등을 약속하며 경영 독립성과 주주 보호 의지를 강조한 점이 눈에 띈다.
오너 2세 경영 미참여 확약·한림제약 5년 배당 포기…독립 경영 강조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HL지노믹스는 지난 16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코스닥 상장을 위한 공모 절차에 돌입했다. 지난 15일 한국거래소가 상장 예비심사를 승인한 지 1영업일 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며 상장 작업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앞서 HL지노믹스는 지난 4월 3일 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한 바 있다.
HL지노믹스는 한림제약이 지분 100%를 보유한 기초 의약물질 제조 업체다. 한림제약은 지난 2008년 HL지노믹스 지분 51%를 확보하며 연결 종속회사로 편입했다. 이후 2013년 주식 포괄적 교환을 통해 100% 자회사로 전환했다.
이 회사는 합성 API 연구개발과 제조를 주력 사업으로 영위 중이다. 완제의약품에 들어가는 주성분 합성 공정 개발부터 생산, 정제, 결정화, 품질관리까지 수행한다. 고지혈증·고혈압 등 심혈관계 치료제와 알레르기성 비염 등 호흡기계 치료제 원료가 주력 제품이다. 지난해 매출 289억원, 영업이익 93억원을 기록했다.
HL지노믹스가 IPO를 추진하는 배경은 생산능력 한계다. 현재 주력 생산기지인 제1공장 가동률이 사실상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외형 성장에 제약이 생겼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에 따라 회사는 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유럽 의약품 제조·품질관리 기준(EU-GMP) 수준의 제2공장을 증설하고 기존 API 생산 확대와 함께 CDMO·해외 수출 사업을 본격화한다는 구상이다.

이번 증권신고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HL지노믹스가 제시한 경영 독립성·주주 보호 관련 확약이다. 회사는 상장예비심사 과정에서 총 14개 확약사항을 제시했다. 통상 보호예수와 이사회 구성에 그치는 IPO 확약과 달리 오너 경영과 배당, 특수관계인 거래, 구주매출대금 사용처까지 제한하는 장치를 이례적으로 설정했다.
우선 HL지노믹스는 한림제약 최대주주 김정진 회장이 향후 회사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지 않을 것을 약속했다. 김 회장은 창업주 고(故) 김재윤 전 회장의 아들로 올 1월 회장 승진 이후 한림제약그룹 경영을 총괄 중이다. 김 회장이 모회사인 한림제약에서는 오너 2세 경영을 공식화했지만 상장 자회사인 HL지노믹스 경영에서는 한발 물러나겠다는 의미다.
오너 측 특수관계인 이사회 진입 제한을 위해 정관도 개정한다. 한림제약 최대주주 측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이 HL지노믹스 이사로 선임될 수 있는 인원을 최대 1명으로 제한하는 게 골자다. 해당 특수관계인을 이사로 선임할 때는 한림제약과 그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 중 3%를 초과하는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한다. 감사위원 선임 때 적용하는 '3%룰'을 오너 일가 이사 선임에 도입, 오너 경영 개입을 제한하는 장치를 둔 셈이다. 회사는 오는 7월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관련 정관을 개정할 예정이다.
한림제약은 상장 이후 5년간 HL지노믹스의 현금배당과 기타 이익배당 가운데 자사에게 귀속되는 배당금 수령도 포기한다. HL지노믹스가 배당을 결정할 경우 한림제약 몫을 받지 않겠다는 뜻이다. 한림제약이 상장 후에도 상당한 지분을 보유하는 만큼 자회사에서 모회사로 배당금이 빠져나가는 것을 일정 기간 차단한 조치로 풀이된다.
HL지노믹스는 독립이사 1명을 추가로 선임하고 독립이사 3명과 사내이사 1명으로 구성된 투명경영위원회도 설치했다. 오너와 특수관계인의 채용과 보수 적정성을 위원회가 심의하도록 했으며 특수관계인과 자금거래는 내부거래위원 전원의 찬성을 받도록 결의 요건을 강화했다. 오너 일가와 특수관계인 거래를 이사회 차원에서 통제하겠다는 취지다.
상장 예비심사 과정에서 경영 독립성과 특수관계인 거래 투명성이 주요 쟁점으로 부각되면서 한림제약 측이 자발적 확약을 통해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 보호 의지를 적극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HL지노믹스는 작년 기준 매출의 과반인 54.5%가 한림제약으로부터 발생했으며 올 1분기에는 상위 두 고객에 대한 매출 비중이 무려 90.2%까지 높아졌다. 모회사와 소수 고객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상장사로서 독립성과 투명성을 보강하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최대 551억 공모, 구주매출 184억…제2공장 증설로 CDMO·수출 확대
HL지노믹스는 이번 IPO에서 256만5000주를 공모한다. 공모 구조는 신주모집 171만주 (66.7%)와 한림제약 구주매출 85만5000주(33.3%)로 구성된다. 희망 공모가 범위는 1만8500원에서 2만1500원이다. 이를 기준으로 한 공모금액은 475억~551억원이며 예상 시가총액은 1436억~1669억원이다. 상장 이후 한림제약 지분율은 100%에서 66.3%로 낮아지게 된다. 한림제약은 구주매출을 통해 최소 158억원에서 최대 184억원을 확보할 전망이다.
회사는 희망 공모가액을 계산하기 위해 상대가치법 중 주가수익비율(PER) 계산 방법을 활용했다. PER은 주가를 한 주당 얻을 수 있는 이익(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기업 영업활동의 수익성과 위험성, 시장 평가 등을 종합 반영한 지표다. 유사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의 순이익, 발행주식총수, 기준주가 등을 고려해 기업가치를 산출했다.
HL지노믹스 상장 주관사는 희망공모가를 산정하기 위해 기업가치 대비 상각 전 영업이익 배수인 EV/EBITDA 방식을 활용했다. API 업체마다 생산설비 규모와 감가상각비 수준이 다른 만큼 감가상각비 영향을 제외한 영업현금 창출력을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비교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비교기업으로는 경보제약과 하이텍팜, 폴라리스AI파마 등 3곳을 선정했다. 세 회사의 2026년 1분기 말 기준 최근 12개월 EV/EBITDA 평균은 12.85배다. HL지노믹스 같은 기간 EBITDA 109억원에 해당 배수를 적용하고 순현금 등을 반영해 주당 평가가액을 2만6921원으로 산정했다. 여기에 20.1~31.3%의 할인율을 적용해 희망공모가를 결정했다.
HL지노믹스는 상장 이후 기존 제네릭 API 공급업체에서 임상·상업화 단계까지 지원하는 CDMO 기업으로 사업영역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제2공장에 100~200L 규모 소형 반응기를 갖춰 다품종·소량 생산체계를 구축하고 한림제약과 진행 중인 신약·제네릭 원료 공동개발 경험을 외부 고객 확보를 위한 레퍼런스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해외 인허가와 수출을 확대하고 장기적으로는 백신 마이크로니들 패치 위탁생산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공모를 통해 회사로 유입되는 순수입금은 희망공모가 하단 기준 317억원이다. 회사는 이를 전액 제2공장 건설과 생산설비에 투입할 예정이다. 제2공장 관련 총투자금액은 765억원이며 산업단지 조성, 공장 건축, 생산설비 구축, 제조·품질관리기준(GMP) 적격성평가 등에 사용한다. 회사는 2027년 10월 제2공장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인허가와 공정검증 등을 거쳐 이르면 2029년부터 상업생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HL지노믹스는 오는 7월 2일부터 8일까지 5영업일 동안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수요예측 결과를 바탕으로 최종 공모가를 확정한 뒤 같은 달 13일과 14일 기관투자자와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청약을 실시한다. 납입일은 7월 16일이며 7월 중 코스닥시장에 입성할 예정이다. 대표주관사는 KB증권, 공동주관사는 IBK투자증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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