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유한양행의 다음 100년에 거는 기대
- 차지현 기자
- 2026-06-19 06: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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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차지현 기자] 대한민국에서 창립 100주년을 맞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지난해 기준 국내 100년 기업은 16곳에 불과하다. 이웃 나라 일본에 100년 이상 기업이 4만5000여곳을 웃도는 것과 비교하면 국내 장수 기업의 희소성이 한층 두드러진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산업화와 외환위기를 지나며 수많은 우리 기업이 사라졌다. 유한양행이 한 세기 동안 이름과 신뢰를 지켜왔다는 것은 그 자체로 한국 기업사에 한 획을 그을 만한 성취다.
괄목할 만한 건 유한양행의 100년이 단순히 명맥을 이어온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한양행은 1936년 국내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종업원 지주제를 도입했고 1962년 제약 업계 최초로 주식을 상장했다. 1969년에는 창업주 일가가 아닌 내부 출신 인사에게 경영을 맡기며 전문경영인 체제를 열었다. 이후 국내 첫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항암신약까지 탄생시켰다. 그야말로 한국 제약산업의 변화를 앞장서 이끈 기업이다.
사람을 대하는 방식에서도 유한양행은 남달랐다. 사람 중심 경영 아래 유한양행은 창업 이후 단 한 차례의 노사분규도 겪지 않았다. 회사가 거둔 이익은 유한재단을 통해 다시 사회로 돌아갔다. 지난 10년간 유한재단이 공익사업에 집행한 금액은 514억원, 재단 출범 이후 장학금 수혜 인원은 누적 1만200여명에 달한다. 항암 신약 '렉라자' 국내 허가 이후에는 건강보험 급여 적용 전까지 환자에게 약을 무상 공급하는 파격적인 지원책도 내놨다. 유한양행이 한국 사회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상징으로 여겨지는 이유다.
이 같은 행보는 창업주 고(故) 유일한 박사가 남긴 결단 덕분이다. 기업인이 평생 일군 기업과 재산을 자녀에게 물려주지 않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다. 그럼에도 유 박사는 기업을 개인의 소유물이 아닌 사회가 키운 공적 자산으로 봤다. 친인척을 경영에서 배제했고 보유 주식과 재산은 사회에 환원했다. 오늘날 유한양행이 이뤄낸 경영 안정과 혁신신약 성과는 창업주 경영철학이 한 세기에 걸쳐 맺은 결실인 셈이다.
유한양행이 걸어온 길은 국내 기업이 나아가야 할 이정표와 같다. 상속과 경영권 분쟁으로 기업의 존속이 흔들리는 현실에서 유한양행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오히려 장기 성장과 혁신의 기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기업이 성장하고 그 이익이 연구개발과 구성원, 사회로 다시 이어지는 선순환이 가능하다는 사실도 증명했다. 유한양행은 오래 살아남는 기업을 넘어 오래 존경받는 기업의 기준은 세웠다는 점에서 다른 기업이 본받아야 할 모범이다.
물론 100주년이 여정의 끝은 아니다. 현재 유한양행에는 기업가치에 걸맞은 주주가치 제고와 주가 관리, 렉라자를 이을 후속 혁신신약 발굴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전문경영진이 장기 성과와 주주가치에 책임지는 구조를 더욱 공고히 하고 기업 성장의 결실이 장학·복지와 환자 지원으로 이어지는 사회환원 체계도 한층 발전시켜야 한다. 한 세기에 걸쳐 쌓아온 신뢰와 혁신을 기반으로 한국 제약산업의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갈 유한양행의 다음 100년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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