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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사이언스, 사업형 지주회사 강화…첫 ESG 경영 로드맵

  • 차지현 기자
  • 2026-06-11 12:00:53
  • '사업형 지주회사' 전환 속도, 계열사 관리에 신사업 발굴·투자 컨트롤타워
  • 한미약품, '건강한 노화' R&D 비전 제시…독립이사 중심 이사회 전환 추진

[데일리팜=차지현 기자] 한미약품그룹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지주사 한미사이언스는 올해 처음으로 ESG보고서를 발간하고 '사업형 지주회사' 체제를 강화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핵심 사업회사 한미약품은 연구개발(R&D) 비전을 비만·대사질환 치료 중심에서 '항노화·역노화'로 넓히고 이사회 중심 경영을 공식화했다. 이로써 한미사이언스는 그룹 전략·투자를, 한미약품은 신약개발·상용화를 맡아 지속 가능한 성장구조를 구축하겠다는 포부다.

첫 ESG보고서 낸 한미사이언스…사업형 지주사 3대 축 제시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미사이언스는 최근 중장기 지속가능경영 전략과 성과를 담은 '2025-26 ESG보고서'를 공개했다. 한미사이언스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발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그룹의 ESG 관련 공시는 한미약품 보고서를 중심으로 이뤄졌는데 올해부터는 지주사와 핵심 사업회사가 각각 사업 특성에 맞는 ESG 전략과 성과를 공개하는 이원화한 공시체계를 마련했다.

한미사이언스는 첫 보고서에서 그룹 전략과 자체 사업을 동시에 수행하는 '사업형 지주회사' 비즈니스 체제를 구체화했다. 사업모델은 ▲지주부문 ▲헬스케어사업부문 ▲의약품 도매부문 등 세 축으로 구성했다.

한미사이언스 비즈니스모델 개요 (자료: 한미사이언스)

먼저 지주부문은 한미약품 등 자회사에서 발생하는 지분이익과 특허·상표권 사용료, 계열사 관리 수익을 기반으로 그룹의 중장기 전략을 수립한다. 여기서 확보한 재원을 신성장동력 발굴과 투자, 신약개발 위험 분담에 활용하고 계열사 간 사업·기술·유통망을 연결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겠다는 구상이다.

헬스케어사업은 한미사이언스 독자 매출을 키울 핵심 축으로 제시했다. 회사는 송탄공장을 활용해 두유·식물성 음료에서 건강기능식품, 특수영양식품, 케어푸드로 제품군을 넓히고 OEM·ODM 사업도 확대한다. 화장품은 약국 전용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프로-캄'을 중심으로 고기능성 제품군을 강화한다. 이와 함께 의료기기와 제약 특화 IT솔루션 사업도 육성할 계획이다.

의약품 도매부문은 온라인팜의 HMP몰과 전국 영업망을 기반으로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의료기기, 자동조제기 등을 통합 공급하는 약국 종합 플랫폼으로 넓힌다. 약국용 키오스크와 거래관리 서비스, JVM 자동조제기 등을 연계해 주문·재고·조제·결제·고객관리 기능까지 아우르는 구조를 구축한다는 목표다.

한미그룹 성장 동력 및 추진 전략 (자료: 한미사이언스)

한미사이언스는 이 같은 사업구조를 토대로 오는 2030년까지 한미그룹 계열사 합산 매출 5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기존 사업의 안정적 성장을 의미하는 '펀더멘털'에 신약과 신규 헬스케어 제품, 신시장 개척을 뜻하는 '이노베이티브'를 결합한 '듀얼 모멘텀' 전략을 추진한다.

ESG 경영 측면에서는 전 그룹사 대표이사가 참여하는 ESG경영위원회를 신설해 그룹 차원의 ESG 전략과 계열사별 추진과제를 점검하는 체계를 마련했다. 위원회는 그룹 ESG 전략과 계열사별 목표를 수립하고 추진과제와 성과를 점검하며 주요 안건은 각 사 이사회가 심의·의결하는 구조다. ESG팀은 그룹 컨트롤타워로서 계열사별 실행계획과 핵심성과지표를 관리하고 향후 ESG실무협의체도 운영할 계획이다.

탄소중립 로드맵도 새로 제시했다.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85%를 차지하는 송탄공장을 중심으로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고 2028년 1MW 규모의 재생에너지를 처음 도입해 전환율 9%를 달성할 예정이다. 이후 2035년에는 재생에너지 전환 비중을 50%, 2040년에는 100%까지 높여 넷제로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전력구매계약(PPA)과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태양광 설비 등을 주요 이행수단으로 검토 중이다.

한미약품, 비만 넘어 '건강한 노화'로 R&D 외연 확대…대표·의장 분리

한미약품은 ESG보고서에서 R&D 비전과 지배구조, 공급망 관리체계를 한 단계 개편했다. 지난해에는 비만·대사질환 중심의 'H.O.P(Hanmi Obesity Pipeline)' 프로젝트와 항암 파이프라인의 선택과 집중을 강조했다면 올해는 'Shaping the Future of Aging'을 새로운 R&D 방향으로 제시했다.

한미약품이 새롭게 내세운 R&D 비전은 단순히 체중을 줄이는 비만 치료에서 벗어나 근육량과 대사기능을 유지하고 노화 관련 만성질환을 예방해 건강수명을 연장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기존 비만·대사질환 파이프라인을 항노화 연구와 연결해 고령화 시대 치료 수요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한미약품 R&D 비전 개요 (자료: 한미약품)

한미약품은 이번 보고서에서 차세대 비만 신약 후보물질 'HM17321' 개발 단계를 한층 구체화했다. 지난해 보고서에서는 해당 물질을 전임상 단계 후보물질로 소개했지만 올해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 1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은 성과를 반영했다.

HM17321은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등 인크레틴 수용체가 아니라 부신피질자극호르몬 방출인자 2형 수용체(CRF2 receptor)를 선택적으로 겨냥하는 유로코르틴2(UCN2) 유사체다. 회사는 HM17321이 체중 감량과 근육량 증가를 동시에 유도할 수 있다고 판단, 기존 GLP-1 비만약의 한계로 지적되는 근손실 보완 수요를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고도비만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한국인 비만 환자 특성에 맞춘 '한국형 GLP-1 비만약'으로 개발 중인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허가·상업화 단계에 근접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당뇨병을 동반하지 않은 성인 비만 환자 448명을 대상으로 한 국내 임상 3상에서 40주차 평균 체중 변화율 -9.8%를 기록했다. 위약군은 -1.0%였다. 5% 이상 체중이 감소한 대상자 비율은 에페글레나타이드군 79.4%, 위약군 14.5%였고 10% 이상 감량 비율은 46.0%, 15% 이상 감량 비율은 19.9%로 나타났다.

한미약품은 이 같은 임상 3상 결과를 기반으로 지난해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한미에페글레나타이드오토인젝터주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지난달에는 에페글레나타이드 상용화를 위한 전사 협의체 'EFPE-PROJECT-서사'를 출범시키고 개발·임상·생산·유통 전략을 일원화하는 본격적인 상용화 실행 체계를 가동했다. 한미약품은 올해 에페글레나타이드 품목허가와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달 18일에는 당뇨병 치료제로 적응증 확대를 위한 국내 3상 첫 대상자 투약을 시작했다.

GLP-1·GIP·글루카곤을 동시에 타깃하는 차세대 삼중작용제 후보물질 'HM15275'는 임상 1상 단계 자산으로 분류했다. HM15275는 단순 체중 감량뿐 아니라 에너지 소비와 대사 개선을 함께 유도하는 후보물질이다. 이외에도 한미약품은 이중 EZH1·EZH2 저해제 후보물질 'HM97662'와 장기지속형 인터루킨-2 기반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HM16390' 임상 1상도 진행 중이다.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대표이사 중심 의사결정에서 독립이사 중심의 감독체계로 전환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미약품은 올해 정관을 변경해 '사외이사' 명칭을 '독립이사'로 바꾸고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했다. 기존에는 박재현 대표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겸직했지만 올해부터는 황상연 대표가 경영을 맡고 판사·변호사 출신인 이영구 독립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감사위원회도 독립이사로 구성해 경영 집행과 감독 기능을 구분했다.

한미약품은 연내 이사회 산하 ESG위원회와 독립이사후보추천위원회도 구성할 계획이다. 현재 대표이사 직속 CSR위원회와 hEHS위원회가 검토하는 ESG 안건을 앞으로는 이사회가 직접 심의·감독하고 독립이사 후보 추천 과정의 투명성과 독립성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환경 분야에서도 중장기 실행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한미약품은 2040년 넷제로 목표를 유지하면서 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 30%, 2035년 53% 감축하는 단계별 로드맵을 제시했다. 전력구매계약(PPA)과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구매 등을 주요 감축수단으로 활용하고 재생에너지 도입과 저탄소 설비 투자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경영권 분쟁 딛고 전문경영인 체제…외부 전문가 전면 배치

한미약품그룹이 이같이 지주사와 사업회사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ESG·R&D·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경영권 분쟁 이후 전문경영인 체제를 안착시키고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려는 전략이 있다. 한미그룹은 2024년 초 오너 일가 간 경영권 분쟁을 겪은 뒤 지난해 3월 정기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전문경영인 중심 체제로 전환했다. 경영은 전문경영인이 맡고 대주주는 이사회를 통해 지원·감독하는 구조다.

김재교 한미사이언스 부회장(좌)과 황상연 한미약품 신임 대표(우)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 이후 한미약품그룹은 지난해 3월 투자·전략 전문가인 김재교 부회장을 지주사 수장으로 선임했다. 김 부회장은 유한양행에서 30년간 경영기획, 글로벌전략, 인수합병, 기술수출 등 업무를 총괄한 제약 산업 전문가로 이후 메리츠증권으로 자리를 옮겨 바이오 투자를 이끌었다. 김 부회장은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 계열사 간 시너지와 신성장동력 발굴, 자원 배분을 총괄하고 있다.

올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한미약품 경영진이 대폭 재편됐다. 내부 출신 박재현 대표가 물러나고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과 종근당홀딩스 대표, HB인베스트먼트 PE부문 대표를 지낸 황상연 대표가 취임했다. 한미약품 창사 이후 첫 외부 출신 최고경영자(CEO)로 황 대표는 김 부회장과는 제약·바이오와 자본시장 분야에서 오랜 기간 교류해온 인연이 있다. 회사는 이를 바탕으로 지주사와 사업회사 간 협업 시너지를 높이는 한편, R&D 경쟁력과 기업가치 제고에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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